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캠퍼스 순례 | ‘취업 사관학교’ 대구 영진전문대학 - 머리 좋은 인재 몰리는 전문대학으로 발돋움 

‘주문형 맞춤교육’으로 전문대학 중 부동의 취업률 1위 기록… 박근혜 대통령 방문해 ‘직업교육 모범’ 대학으로 칭찬하기도 


부동의 취업률 1위를 고수하는 영진전문대의 저력은 기업의 주문에 맞춘 인재양성 교육에 있다. 영진의 전매특허인 ‘주문형 맞춤교육’은 20년 전에 도입됐다. / 사진제공·영진전문대
지난 9월 15일 오후 대구광역시 북구 복현동에 위치한 영진전문대학 캠퍼스 전체가 술렁거렸다. 검은색 승용차들이 줄이어 교내에 들어오고 학교 관계자들이 바쁘게 오갔다. 박근혜 대통령이 전격적으로 이 대학을 찾았기 때문이다. 대통령의 방문을 환영하기 위해 기다리고 있던 학생과 교 직원, 지역 주민들 사이에 환호성이 터져 나왔다. 박 대통령은 이날 오전 대구 창조경제혁신센터 개소식에 참석한 뒤 짬을 내 이 대학을 깜짝 방문한 것이었다.


박근혜 대통령은 9월 15일 영진전문대를 전격 방문했다. 박 대통령은 영진대의 취업 중심 교육과정을 극찬했다. / 사진·청와대사진기자단
박 대통령은 최재영 총장을 비롯해 학교 관계자들을 만나 “취업률이 아주 높다고 들었다. 모범적인 직업교육을 하는 대학으로 알고 있어서 꼭 와보고 싶었다”고 말했다. 황우여 교육부 장관, 최양희 미래창조과학부 장관, 윤상직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등이 대통령과 동행했다. 박 대통령은 직접 정보관을 찾아 학생들의 연구활동을 둘러보는 과정에서 “스위스 직업교육을 보면서 많이 부러웠는데 여기 와보니 산업현장 교육이 잘되고 있어 매우 좋다”고 만족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좋은 기업맞춤 교육시스템을 다른 대학에도 널리 알려달라”는 당부도 덧붙였다.

현직 대통령의 방문은 영진전문대를 방문한 것은 1977년 개교 이래 처음 있는 일로 이 지역의 다른 대학에서도 보기 드문 사례로 꼽힌다. 그동안 대구광역시를 방문한 유력 정치인들의 방문 후보 1순위는 늘 경북대학교였다. 대구·경북 지역에서 가장 상징적인 거점국립대인 까닭이다. 박 대통령은 취임 후 한국과학기술원(카이스트·KAIST)을 방문한 것을 제외하면 첫 번째 일반대학 방문으로 꼽힌다. 더구나 첫 번째 방문 대학을 전문대학으로 선택한 것은 이례적이라는 평가를 받을 만하다. 이 대학의 관계자는 “기업이 원하는 인재를 길러내는 실용적인 대학 교육정책에 대한 정부의 의지를 상징한 것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영진전문대는 전문대학치고는 그 규모가 작지 않다. 재학생이 8천 명이 넘고 한 해 졸업생이 3200여 명에 이른다. 그동안 배출한 졸업생도 8만7천 명에 이른다. 대구시 복현동과 경북 칠곡군 지천면에 각각 캠퍼스를 두고 있으며 2~4년제 과정의 9개 계열, 3개 학과를 운영한다.

영진전문대의 저력은 외형보다 내실에서 찾을 수 있다. 올해 교육부가 발표한 ‘2014년 고등교육기관 졸업자 취업통계조사’에 따르면 이 대학은 취업률 78.9%로 졸업자 3천 명 이상 전문대학 중 전국 1위를 차지했다. 2011년부터 올해까지 취업률이 77% 아래로 내려간 적이 없다. 취업을 원하는 학생들은 대부분 취업이 이뤄진다는 뜻이다. 대구·경북 지역의 명문으로 꼽히는 인근의 경북대 취업률은 40%대에 불과하다.

졸업생 3분의 1이 대기업 취업


학비 전액 면제와 기숙사 제공 혜택을 받는 ‘입도선매반’ 과정 학생들이 외국인 교수의 수업에 참여하고 있다. / 사진제공·영진전문대
이처럼 높은 취업률을 유지하는 비결은 영진대학의 전매특허인 ‘주문식 맞춤형 교육’에 있다. 최근에야 대학가에 확산된 기업의 요구에 맞춘 인재양성 프로그램을 영진전문대는 20년 전(1994년)에 이미 도입했다고 한다. ‘삼성전자 금형반’ ‘LG디스플레이반’ ‘두산그룹반’ ‘SK하이닉스반’ 등 대기업과 직접 협약을 맺어 단일 교육 과정을 개설했다. 그동안 영진전문대가 맞춤형 교육과정 협약을 맺은 기업은 국내에 374개, 해외에 115개사에 달한다. 협약반 과정을 통해 수업의 60%를 기업이 요구하는 실무능력 배양 교육에 할애해왔다. 마지막 학기에는 해당 기업의 인턴십 과정을 거쳐 대부분 정식 취업이 이뤄진다.

지난해 이 대학 졸업생 중에는 삼성그룹 계열사에 취업한 졸업생이 118명이나 된다. LG그룹 계열사에도 175명, SK하이닉스 39명 등 국내 주요 대기업에 701명이 취업하는 개가를 거두었다. 최근 5년의 취업생을 포함하면 무려 3593명이 대기업과 해외기업들에서 일자리를 얻었다. 올해도 삼성 173명, SK 354명, LG 112명 등 700여 명을 국내외 유수 기업에 보냈다.


영진전문대 간호과 학생들이 나이팅게일 선서를 하고 있다. / 사진제공·영진전문대
영진전문대의 기업 파트너십은 국내에만 그치지 않는다. 2008년에 신설한 3년제 과정인 ‘일본 IT기업 주문반’의 일본 취업 인원이 올해까지 100명을 넘어섰다. 올해에는 이 과정 졸업자 32명 중 일본 취업 희망자 30명 전원이 일본의 13개 IT기업에 채용됐다. 특히 졸업자 1명 당 평균 1.8개 기업체에서 합격 통보를 받아 요즘의 취업난이 무색해질 정도였다.

일본 IT기업 주문반은 일본 취업을 희망하는 학생들을 선발해 1학년 때부터 일본어 교육과 일본 기업이 요구한 커리큘럼을 집중 교육하는 식으로 이뤄진다. 2학년 여름방학 기간에는 학생들을 6주간 일본에 파견하고 졸업 직전 학기에는 일본의 취업 컨설턴트가 학교를 방문해 예비면접을 통해 학생들의 일본 취업을 돕는다. 4년제 대학을 졸업한 뒤 영진전문대 일본 IT기업 주문반에 재입학한 고희수(34) 씨는 “전문대에서 다시 공부한다고 했을 때 주변에서 의아하게 여겼지만, 일본 기업에 합격했다는 소식을 듣고는 모두가 잘한 선택이었다고 인정해주었다”고 말했다. 고씨는 오사카에 있는 중견 IT기업인 굿라이프OS사로부터 최종 합격 통보를 받았다.


가상공학센터에서 학생들이 3D 애니메이션 제작 수업을 받고 있다. / 사진제공·영진전문대
영진전문대의 독특한 교육과정에 대해 높은 평가도 뒤따른다. 올해 한국능률협회컨설팅(KMAC)에서 실시한 ‘한국에서 가장 존경받는 대학 조사’에서 영진대는 전문대학 부문에서 1위에 올랐다. 2012년 이래 3년 연속 1위다. 영진대는 국공립대 부문의 서울대, 사립대 부문의 서강대와 어깨를 나란히 하는 취업명문으로 인정받은 것이다. 또 한국 생산성본부와 미국 미시간 대학이 공동 실시한 국가고객만족도(NCSI) 조사에서도 전문대 부문 11년 연속 1위를 차지하는 기염을 토했다.

그밖에 교육부가 선정하는 세계적 수준의 전문대학 WCC(World Class College) 중 하나로 선정되기도 했다. WCC는 한국 최고의 기술명장을 양성하는 대표 전문대학을 육성하기 위해 교육부가 전국 146개 전문대학을 대상으로 선 정한다. 영진전문대를 비롯해 7개 전문대학이 WCC에 선정됐다. 일본 NHK 후쿠오카방송은 2012년 7월 영진전문대를 방문해 기업 맞춤형 교육과정을 취재해 일본에 소개하기도 했다.

영진전문대의 맞춤형 교육에 만족한 기업들의 장학금 지급도 이어졌다. 두산인 프라코어는 지난해와 올해 각각 1천만 원의 장학금을 학교 측에 내놨다. 선박용 엔진, 건설, 공작기계 분야의 글로벌 선두업체인 두산인 프라코어는 2011년 영진전문대와 협약을 체결해 ‘두산반’을 운영해오고 있다.

영진전문대의 새 교육모델 ‘입도선매반’


영진대 설립자 최달곤 박사의 아들인 최재영 총장은 ‘입도선매반’이란 새로운 대학교육 모델을 도입했다. / 사진·공병식
기업은 대학을 졸업한 인재를 채용한 뒤에도 기업이 바라는 인재로 만드는 재교육을 거친다. 그 비용이 만만치 않다. 하지만 영진전문대의 사례에서처럼 주문형 맞춤식 교육을 통해 인재를 받아들이면 이 비용을 절감할 수 있게 된다. 이만희 두산인 프로코어 경영관리창원본부 담당은 “대학에서 배운 기술이 현장에서 바로 적용되는 전문성갖춘 인재를 확보하는 것은 기업 경쟁력과 직결될 만큼 중요하다. 이런 측면에서 볼 때 영진전문대가 추구하는 주문식 교육은 대학 교육의 모범 답안”이라고 말했다.

기업맞춤형 교육을 받고 좋은 직장에 취업한 졸업생들의 후배 사랑도 남다른 듯하다. 지난 9월 22일, 이 대학 전자정보통신계열의 ‘삼성디스플레이반’ 졸업생 16명은 1천만 원의 장학금을 모아 학교측에 전달했다. 이들은 삼성디스플레이 와 동우화인캠, LG화학, SK케미칼 등에 취업한 3기생으로, 현재 재학 중인 4기 후배들을 위해 십시일반으로 장학금을 모았다고 한다. 이날 장학금을 학교 측에 전달한 김은철(24) 씨는 “좋은 회사에 취업할 수 있도록 기회를 준 학교와 교수님들께 고마운 마음을 대신 후배들의 장학금으로 전하기로 동기들과 뜻을 보았다”고 했다.

2011년 삼성디스플레이반 1기 졸업생들로부터 시작된 후배사랑 장학금은 올해 9월까지 2억 6천여 만원에 달한다. 장학금을 받은 김인조(24·삼성디스플레이반 4기생) 씨는 “장학금을 제공해준 선배들의 소중한 뜻에 보답하기 위해서라 도 더 열심히 공부해야겠다며 동기들이 마음을 다졌다”고 말했다. 기업과 동문들의 애정에 힘입어 영진전문대는 영진전문대는 올해에만 2억 6천만원의 후배사랑 장학금을 마련했다.

기업 맞춤형 교육에 이어 영진전문대는 또 다른 교육모델의 실험을 시작했다. ‘입도선매반’이라고 불리는 ‘레지던셜 칼리지’ 모델이다. 학생이 강의만 듣고 귀가하는 것이 아니라 동료들과 기숙사에 거주하며 학습과 문화·체육활동을 함께하는 공동생활을 하는 방식이다. 영국의 옥스퍼드와 미국의 하버드 대학 등 외국의 명문대학에서 오래전부터 운영해오는 방식인데, 국내에서도 일부 대학이 도입을 검토하는 모델이다.

지난해부터 영진전문대는 이 모델을 차용해 컴퓨터응용기계 계열과 전자정보통신계열에 ‘입도선매반’ 과정을 열었다. 이 반의 재학생들은 등록금 전액 면제와 최신 시설의 기숙사 무료 입주, 학업용 최신 노트북 무료 지급 등의 파격적 혜택을 받는다. 우수한 이공계 인재들이 등록금을 걱정하지 않고 학업에만 전념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그 덕분에 지난 2년 동안 신입생 선발 결과 이 계열에는 수도권 상위 대학이나 대구·경북지역의 국립대에 합격할 수 있는 우수한 인재들이 대거 몰려 성황을 이뤘다.

최재영 총장 “학생들이 공부에만 열중하도록 뒷받침할 터”


입도선매반 전형으로 입학한 학생들은 소수정예화 교육 프로그램인 사관학교식 몰입교육과 외국인 유학생들과의 합반수업 등을 받는다. 외국인 교수의 수업을 듣고 유학생들과 기숙사에서 생활하며 해외유학 못지않은 효과를 볼 수 있다. 또 기업과 취업 약정 협약을 맺어 입학하는 순간에 취업을 보장받게 된다.

학생들의 학업 만족도도 매우 높게 나타난다. 올해 영진전문대를 졸업한 원상호(31) 씨는 지난해 8월 SK하이닉스에 취업했다. 그는 이 대학에 입학하기 전에 4년제 지방대를 다니다 중도에 포기했다. 공무원이 되려고 공부에 매달렸지만 번번이 떨어지자 아예 기술을 배워야겠다는 생각으로 뒤늦게 영진전문대를 선택하게 됐다. 원씨는 6개월 동안 회사에서 현장 실무를 배운 뒤 정식사원으로 채용됐다. 그는 “처음엔 내심 걱정도 적지 않았지만 요즘은 그때의 선택이 현명했다는 걸 실감한다”고 말했다. 원씨처럼 삼성·LG·SK 등 대기업에 취업한 학생들은 전체 취업생의 31%에 이른다.

영진전문대의 특화된 교육을 진두에서 이끄는 이는 최재영(49) 총장이다. 학교 설립자 최달곤 박사의 아들인 그는 경북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로 재직하다 부친의 뜻을 이어받아 2002년 이 대학으로 자리를 옮긴 뒤 2012년에는 총장에 취임했다. 그가 내세우는 영진전문대의 강점은 실무형 교수진에서 나온다. 최 총장은 “우리 대학에선 우수한 논문과 학위보다도 풍부한 실무 경험을 교수의 가장 중요한 자질로 꼽는다”고 말했다. 영진전문대는 1990년대 초부터 실무교육 중심으로 교수진을 편성해왔다. 최근에는 교수 200여 명 중에서 산업체 근무 경력을 가진 기업체 임직원 출신이 80%에 이를 정도로 비중이 높다. 최 총장은 “교수들의 풍부한 실무 경험과 인적 네트워크가 학생들의 취업 후 적응력을 키우고 기업과의 협력관계를 돈독하게 한다”고 설명했다.

최재영 총장은 우수 인재를 모으기가 갈수록 어려워지는 현실에 대한 위기의식이 영진전문대를 도약하게 만든 밑거름이 됐다고 했다. 지방 전문대학으로서 파격적인 변신이 없이는 좋은 인재를 모을 수 없고, 인재가 오지 않으면 대학의 존립 자체도 위태로워진다는 인식을 가졌다. 최 총장은 “설립자께서 30년 전 기업의 주문형 맞춤교육 과정을 도입해 대학의 직업 맞춤교육을 주도했듯이 레지던셜 컬리지 과정을 통해 다시 한 번 대학 교육의 변화를 꾀하려 한다”고 말했다. 그는 “레지던셜 컬리지 실험이 제도로 정착하면 교육의 콘텐트까지 큰 변화를 몰고 올 대학의 중요한 변수가 될 것”이라고 단언했다. 그는 또 “학생들은 본연의 노력만 하면 취업이 보장되도록 모든 뒷받침은 학교가 하겠다는 게 영진대 교직원들의 한 뜻”이라며 “4년제 대학에 가지 못하면 어쩔 수 없이 전문대를 가는 지난날의 분위기를 떨치고 실무 중심의 맞춤형 취업 교육의 전당으로 자리 잡을 수 있도록 우리 학교가 앞장서 나가겠다”고 덧붙였다.

201411호 (2014.1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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