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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층해부] 북한의 탄도미사일 전력과 대응책은? 

핵무기 실전배치는 시간문제 핵탄두 SLBM 탄두로 장착 

김민석 군사안보전문기자 kimseok@joongang.co.kr
북한 잠수함이 한·미·일 경계망 뚫고 태평양 진출할 가능성은 옅어… 강대국들만 가진 탄도미사일 기술, 중동·아프리카 등지로 확산시켜
8월 24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동해 신포 앞바다에서 잠수함용 미사일 발사에 성공하자 기술자들을 끌어안았다. 김 위원장은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성공에 고무된 듯 SLBM 2∼3발을 실을 수 있는 잠수함을 만들라고 지시하기도 했다. 그는 SLBM 개발 현장을 10여 차례나 방문하는 등 미사일 개발에 집착했다고 한다. 당시 신포 앞바다에 전개한 고래급 잠수함(2000t)에서 발사한 SLBM은 500㎞를 날아가 일본 방공식별구역(JADIZ) 해상에 떨어졌다. 북한 SLBM의 사거리가 2000㎞인 점을 감안하면 SLBM의 발사는 일단 성공했다는 게 전문가들의 평가다.


김정은은 마음속으로 ‘이 SLBM 한 방이면 국면을 북한에 유리하게 바꿀 수 있다’고 판단한 것 같다. 그래서 그는 SLBM 발사를 “성공 중의 성공, 승리 중의 승리”라고까지 치켜세웠다.

김정은의 탄도미사일에 대한 집착은 9월 9일 북한이 5차 핵실험을 실시한 것과도 일맥상통한다. 북한의 이번 핵실험은 폭발 규모가 과거 1∼4차의 2배인 10㏏(1㏏=TNT 1000t 폭발량) 이상으로 추정된다. 미국 지질조사국이 관측한 북한 핵실험의 진도 5.1로 본다면 20㏏ 이상이라고도 한다. 태평양전쟁 때 히로시마와 나가사키에 투하된 원자폭탄과 맞먹는 폭발 규모다.

따라서 인도와 파키스탄이 6회에 걸친 6개의 핵폭발 장치로 핵실험을 실시한 뒤 곧바로 핵무장으로 간 사례를 감안하면 북한도 머지않은 시간에 핵무기를 실전 배치할 가능성이 크다. 북한의 핵무기 실전 배치는 핵탄두를 SLBM과 노동미사일 등 탄도미사일의 탄두로 장착한다는 의미다. 북한의 핵개발과 탄도미사일이 이 같은 수준에 와 있기 때문에 광포(狂暴)한 김정은이 탄도미사일에 더 몰입하게 된 듯하다.

북한이 탄도미사일에 관심을 갖기 시작한 지는 30여 년 전의 일이다. 북한이 김일성의 지시에 따라 1969년부터 옛 소련제 FROG-5/7 지대지 로켓(사거리 50㎞)을 도입하면서 시작됐다고 볼 수 있다. 처음에는 중국으로부터 탄도미사일 기술을 도입하려 했다. 북한은 1976년 중국과 둥펑-61(DF-61) 공동개발에 착수했다.

그러나 중국이 둥펑-61 개발을 포기하면서 북한의 계획도 무산됐다. 북한은 믿었던 중국으로부터 탄도미사일 기술 도입이 어렵게 되자 1979년 독자개발로 방향을 바꿨다. 북한은 소련제 스커드B 기술을 획득하려고 노력했다. 그러나 소련은 중·소 분쟁이 첨예한 상황에서 중국과 가까운 북한에 기술을 제공하지 않았다.

북한은 어쩔 수 없이 이집트로 눈을 돌렸다. 당시만 해도 북한과 이집트는 관계가 좋았다. 중동전쟁 때 북한이 이집트를 도와줬기 때문이다. 1981년 북한은 이집트와 미사일 개발 협정을 맺고 스커드B미사일 2발과 수직 발사대를 도입했다. 북한은 이 미사일을 해체해 역설계하면서 스커드미사일 복제기술을 확보했다.

북한의 탄도미사일은 다양하다. 북한이 공격하고 싶은 표적에 맞춰 여러 종류를 개발한 것이다. 1984년 사거리 340㎞인 스커드B 발사에 성공한 데 이어 1987년 연간 50발을 생산할 수 있는 공장을 갖췄다. 이어 1990년엔 스커드 C(사거리 500㎞), 1993년엔 노동 1호 미사일(1300㎞) 발사에도 성공했다.

1994년엔 대포동미사일을 개발하는 활동이 외부에 확인됐고, 1998년엔 광명성 1호(인공위성)를 탑재한 대포동 1호 미사일을 발사했다. 북한은 스커드 C의 사거리를 더욱 늘려 스커드 ER(Extended Range)을 개발했다. 이 미사일은 처음엔 사거리가 600㎞였다가 이후 800㎞로, 다시 1000㎞로 확장한 것으로 파악된다.

9월 6일 북한이 황해도에서 동해로 발사한 미사일에 대해 국방부는 노동미사일이라고 발표했지만 개량된 스커드 ER일 가능성도 있다. 이 미사일을 발사한 이동발사대의 바퀴가 4개인 점을 보면 노동미사일이라기보다는 스커드 ER일 가능성도 있다는 것이다. 북한의 탄도미사일을 발사하는 이동발사 차량의 바퀴의 수가 스커드 계열은 8개, 노동미사일 발사대는 10개, 무수단미사일은 12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급인 KN-08은 16개인 점을 근거로 판단한 것이다.

또한 북한은 처음으로 고체연료를 사용하는 사거리 140㎞인 KN-02도 개발했다. KN-02는 1975년 옛 소련의 SS-21 Scrab A 기술을 모방해 개량한 것으로 보고 있다. 이어 북한은 사거리 3000∼4000㎞인 무수단 미사일을 개발해 2007년 실전 배치했다. 무수단 미사일은 오키나와는 물론 괌까지 닿는다.

그러나 무수단미사일은 북한 내에선 한 번도 발사해본 적이 없었다. 그런 가운데 북한은 최근 김정은의 지시로 무수단미사일을 처음 발사했다가 다섯 번이나 폭발하는 등 실패를 거듭했다. 무수단미사일 발사에 계속적으로 실패하자 미사일 하단부에 비행을 안정시키는 그리드 핀이라는 작은 날개를 부착해 발사에 성공했다. 미사일 형태를 긴급 수정한 것이다.

대포동 3호에 위성체 실어 궤도에 진입시켜


▎조선중앙TV는 김정은 조선노동당 위원장 겸 북한 국무위원장이 9월 5일 조선인민군 전략군 화성포병부대 탄도로케트 발사 훈련을 현지 지도했다고 같은 달 6일 보도했다. 조선중앙TV가 공개한 탄도미사일.
2006년에는 미국의 알래스카와 하와이를 타격할 수 있는 사거리 6700㎞ 이상인 대포동-2호를 발사했으나 발사한 뒤 곧바로 공중에서 폭발했다. 그런데도 북한은 2009년 이 미사일을 개량한 신형 대포동 2호를 발사했다. 2012년 말엔 ICBM 수준인 1만㎞급 대포동 3호에 위성체를 실어 궤도에 진입시켰다.

2016년 초에도 핵실험에 이어 개량된 대포동 3호를 발사했다. 또 평양에서 ICBM급인 KN-08을 2012년 군사퍼레이드에서 처음 선보이기도 했다, 2015년 퍼레이드에선 3단 로켓을 2단으로 단순화하고 뾰족했던 탄두도 둥글게 개선했다.

북한의 ICBM 능력은 아직 입증된 바가 없어 검증된 무기로 인정하긴 어렵다. 특히 ICBM의 탄두가 마하 20 이상으로 대기권에 재진입할 때 공기와의 마찰로 발생하는 8000도의 온도와 공기 압력에 버틸 수 있는지가 입증되지 않았다.

김정은은 언론과 전문가들이 북한의 ICBM 탄두 재진입 기술에 회의적인 반응을 보이자 서둘러 실험 결과를 공개하기도 했다. 실내에서 실험한 ICBM 탄두 사진을 공개한 것이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북한이 ICBM 탄두의 대기권 재진입 기술을 확보하려면 5년 이상 더 걸릴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북한은 지난해부터 SLBM 개발을 공개적으로 추진해왔다. 지난해 초만 해도 바지선을 이용한 SLBM의 사출시험에 머물렀는데 올해 8월 잠수함 발사에 성공한 것이다. 당초 군 당국은 북한이 SLBM 개발에 4∼5년 걸릴 것으로 내다봤는데 생각보다 빠르게 개발이 진행됐다. 한민구 국방부 장관은 8월 29일 국회 국방위원회에서 북한의 SLBM 실전 배치 시기를 1∼3년으로 앞당겼다. 이로써 북한은 거의 모든 종류의 탄도미사일을 조만간 완비할 것으로 예상된다.

결과적으로 현재로선 북한이 실전에 사용할 수 있는 탄도미사일은 스커드 계열과 노동뿐이다. 이 미사일들에는 재래식 또는 화학탄두를 당장이라도 장착해 사용할 수 있다. 그러나 무수단미사일부터는 문제가 있다. 다섯 번의 발사 실패 끝에 성공했던 무수단미사일도 앞으로 개선 과정을 거쳐야 할 것으로 보인다. SLBM도 실전 배치하려면 좀 더 시간이 필요하다. ICBM급인 KN-08도 실전에 사용하는 데는 시간이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더구나 무수단미사일과 SLBM, KN-08등에는 재래식 탄두보다는 핵탄두를 장착해야 하는데 아직은 소형화된 핵탄두 개발에 이르지 못한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따라서 사거리가 긴 무수단미사일 등을 완전하게 만들고 핵탄두까지 장착하자면 국방부가 발표한 대로 1∼3년은 더 걸릴 전망이다.

이 과정에서 핵탄두 소형화를 겨냥한 9월9일 핵실험을 실시한 것이다. 북한은 핵실험을 더 실시할 수도 있다. 특히 무수단미사일과 SLBM에는 편향추력방식 대신 임시방편인 그리드 핀을 방향 제어에 적용해 명중 오차가 너무 커질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실전에 사용했을 때 오차 문제로 인해 타격목표가 아닌 아닌 다른 표적을 맞힐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탄도미사일 개발은 한·미 연합전력의 ‘대항마’


▎1. 조선중앙TV는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이 8월 23일 함경남도 신포 동북방 동해에서 실시한 SLBM 발사 현장을 참관했다고 보도했다. / 2. 4월 23일 함경남도 신포 동북방 동해에서 실시한 SLBM 발사 현장을 지켜보는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
북한이 탄도미사일을 개발하려는 이유는 한·미 연합전력에 대응하기 위해서였다. 재래식 무기로는 전쟁을 수행하는 데 한계가 있다고 본 것이다. 북한은 1950년 도발한 6·25전쟁을 기반으로 1960년대부터 재래식 전력 구축에 모든 노력을 기울여왔다. 전차와 포병, 특수부대 등을 주력으로 한국군보다 월등한 규모로 키웠다.

그러나 1978년 한미연합사 창설 이후 막강해진 한미연합 전력에 맞서 북한은 대량살상무기를 확보하는 데 역점을 두기 시작했다. 탄도미사일과 핵 및 화학무기가 그것이다. 북한이 핵무기 개발에 열을 올리고 있는 이유도 탄도미사일에 핵탄두를 장착하면 엄청난 파괴력으로 전쟁을 주도할 수 있다고 봤기 때문이다.

북한은 약 1000발의 탄도미사일을 보유하고 있다. 미사일의 사거리에 따라 타격할 표적을 미리 정해놓았음은 물론이다. 사거리가 가장 짧은 KN-02는 미군 기지가 있는 오산과 평택을 공격 목표로 삼는 것으로 판단된다. 특히 북한의 대부분 탄도미사일이 액체연료를 사용하는 것과 달리 KN-02는 고체연료로 날아간다. 고체 연료는 한 번 채워 넣으면 그만이기 때문에 유사시 단시간에 발사하고 이동이 가능하다.

따라서 내년까지 대부분 주한미군부대가 이전해 갈 평택기지를 주요 타격 목표로 하고 있다. KN-02가 개발된 시기도 평택기지가 한창 건설되던 때였다. 일종의 맞춤형 탄도미사일이라고도 할 수 있다. 그래서 별명이 ‘독사’다.

북한의 탄도미사일 가운데 단거리에 속하는 스커드 계열은 사거리로 볼 때 남한지역을 공격 목표로 삼고 있다. 북한이 보유한 수량도 500발 이상으로 가장 많고, 대부분 평양 이남에 배치돼 있다. 주로 우리 정부 지휘시설, 주요 군사시설, 대규모 부대 집결지역, 공군기지와 해군 함대사령부 등을 표적으로 삼을 것으로 예상된다. 필요에 따라선 우리 국민에게 공포를 조성하기 위해 서울과 같은 대도시를 공격할 수도 있다. 그러나 군사전략상 지속적으로 민간인을 살상하긴 어려울 것으로 판단된다.

단거리 탄도미사일 가운데서도 스커드 B는 중부권 이북지역을, 스커드 C와 ER은 남부지역을 타격목표로 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특히 스커드 ER은 다른 탄도미사일에 비해 명중도가 높고 정교해 한·미 연합군에 매우 위협적인 무기다. 한반도 동남부에 위치한 부산·울산·김해·창원·포항 등 유사시 전쟁에 필요한 물자를 생산하고 미 증원전력이 들어오는 지역을 타격 목표로 삼을 가능성이 있다.

한·미 정부는 이런 북한의 공격 특성을 감안해 경북 성주에 고고도 요격체계인 사드 미사일을 배치하기로 결정한 것이다. 북한은 사드 요격을 피하고자 스커드 ER과 노동미사일 등을 고각으로 발사하는 시험도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스커드 ER이 성주 상공을 지날 때 사드의 요격 고도보다 높게 비행시켜 사드 미사일이 요격할 수 없도록 하는 것이다.

북한은 노동미사일 등 사거리가 긴 중거리 탄도미사일 이상은 평양 이북 지역에, 일부는 중국과 가까운 지역에 배치해두고 있다. 유사시 한미연합군의 전투기가 중국 국경에 접근하지 못하도록 함으로써 북한 미사일 기지가 공격받지 않도록 하는 게 목적이다.

주일미군 표적으로 하는 노동미사일


▎탄도미사일 대포동 1호 발사 모습이 담긴 컬러 포스터. 북한당국이 98년 8월 발사한 다단계 미사일을 기념해 제작한 포스터로 국위 선양을 위한 인공위성 광명성1호라고 발표했다.
노동미사일은 대체적으로 주일미군을 표적으로 하고 있다. 사거리가 1300㎞에 달해 일본 열도 대부분이 노동미사일의 사정권에 들어간다. 핵탄두 등 대량살상무기를 장착한 노동미사일로 유사시 일본을 협박해 주일미군이 한국을 지원하지 못하도록 혼란을 조성할 의도가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 핵무기를 일본 열도에 터뜨리겠다는 협박을 통해 증원전력이 주일 미군기지를 사용할 수 없도록 유도할 수도 있다. 일본 국민들 사이에 ‘또 원자탄을 맞으면서까지 한국을 도울 이유가 없다’는 여론을 조성할 수 있기 때문이다.

북한이 여섯 번째 발사에 성공한 무수단미사일은 괌이나 오키나와에 주둔한 미군이 한국을 돕기 위해 출정하는 것을 차단하는 데 사용될 것으로 보인다. 괌과 오키나와에는 한반도 유사시 가장 먼저 투입되는 해병대와 전투기, 고고도 정찰기, 신속 증원 물자 등이 배치돼 있다.

북한이 지난 8월 시험 발사한 SLBM은 핵 또는 화학탄두를 장착해 괌과 오키나와를 비롯해 우리 후방을 공격할 수 있다고 엄포를 놓았다. SLBM의 사거리는 2000㎞여서 태평양으로 나가지 않는 한 괌이나 하와이를 공격하기는 어렵다. 동해에서 하와이는 8000㎞, 괌은 4000㎞ 떨어져 있기 때문이다.

문제는 SLBM을 탑재한 북한 고래급 잠수함이 동해를 벗어나기가 매우 어렵다는 점이다. 북한 잠수함이 동해를 벗어나려면 대한해협을 통해 빠져나가거나, 러시아 사할린과 일본 홋카이도 사이 해협을 지나야 하는데 한·미 해군과 일본 해상자위대가 촘촘히 경계를 서고 있다. 특히 사할린과 홋카이도 사이 해협엔 수중음파 탐지 체계가 장치돼 있어 대부분 추적되거나 탐지될 가능성이 크다.

또한 북한이 동해에서 SLBM으로 남한지역을 타격하려면 사드의 탐지·요격 범위를 벗어나서 발사해야 한다. 사드 탐지 범위 내에서 SLBM을 남한지역으로 발사하면 사드 미사일에 요격당하기가 십상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북한 잠수함이 사드를 피해 SLBM을 발사하려면 성주-독도를 잇는 선보다 이남 해역에서 SLBM을 발사해야 한다는 것이다.

북한 잠수함이 신포기지를 출발해 이 해역까지 이동하려면 하루 반나절 동안 수중 항해를 해야 한다. 그 과정에서 세 번을 수면 위로 부상해서 세 시간 동안 디젤엔진을 가동해 잠수함의 배터리를 충전해야 한다는 게 잠수함 전문가들의 판단이다.

이처럼 북한 잠수함이 디젤엔진을 가동하는 과정에서 한·미 해군의 해상초계기와 구축함 등에 발각될 가능성이 높다. 잠수함은 일단 존재가 발각되면 도망가기가 어렵다. 또한 독도 이남 해역에는 한국과 일본의 P-3 해상초계기가 대거 기다리고 있어서 이 해역에서 SLBM을 발사하기는 결코 쉽지 않을 것으로 생각된다.

북한의 탄도미사일은 총참모부 전략로켓트군 소속으로 돼 있다. 스커드미사일 경우 발사 명령이 떨어진 뒤 실제 발사하는 데 여섯 시간 이상 걸린다. 유사시 작전이 개시되면 먼저 기동화 로켓 기술기지에서 스커드미사일의 몸체와 탄두 및 추진체를 적재한다.

이어 차량 및 헬기로 약 100㎞ 거리의 발사연대 기술지원 포대로 이동한 뒤 이곳에서 탄두를 조립하고 연료를 충천한다. 연료가 충천된 미사일은 다시 차량 또는 헬기로 약 10㎞거리의 발사대대 기술지원포대로 이동해 이동형 발사대(TEL)에 탑재된다. 발사할 수 있는 상태가 된 스커드미사일을 실은 이동형 발사대는 5㎞가량 떨어진 지하발사진지로 다시 위치를 옮겨 최종 발사준비에 돌입하는 식이다.

이와 함께 북한 탄도미사일은 한 번 사격 후 재조준 시간은 20분이 걸리고, 다른 진지로 이동하여 다시 사격하는 데는 1시간30분∼2시간30분이 소요된다고 한다. 북한 탄도미사일을 실은 이동발사대는 일단 미사일을 발사한 뒤에는 탐지돼 공습당할 것을 피해 지하진지로 이동하도록 돼 있다. 북한이 보유한 탄도미사일은 1000여 발이지만 이를 발사할 수 있는 이동발사대는 100대 남짓하기 때문이다.

북한의 탄도미사일 생산시설은 4∼8곳가량 구축해놓은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자강도 강계시 26호 공장에서는 미사일 부품을, 평남 개천군 가감리 118호 공장에선 발사체 엔진을, 평양시 형제산 구역의 125호 공장에서는 미사일 조립을 맡고 있다.

미사일 탄두의 폭약은 평양시 만경대 약전 기계공장에서 생산한다. 이 밖에도 남포시 강서구역에도 미사일 공장이 있다고 한다. 북한의 스커드 B 생산 능력은 월 8∼12발로 연간 100여 발을 생산할 수 있다. 스커드 C도 월 4∼8발을 생산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 탄도미사일은 초기에 생산된 스커드B와 노동미사일은 관성항법장치(INS)만 내장돼 있어 명중오차가 매우 컸다. 스커드B 경우에는 300㎞ 비행하는데 명중 오차 범위가 450∼1000m로 추정하고 있다. 노동미사일은 오차가 1000㎞를 비행할 경우 오차가 2∼4㎞로 크다. 스커드C는 스커드B보다 30%가량 개선됐다고 한다.

이 정도 명중률로는 정확한 표적을 맞히기 어려워 넓은 범위의 인명을 살상하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고 보는 게 맞다. 그러나 북한은 최근 생산되는 탄도미사일에 대해서는 관성항법장치에 위성항법장치(GPS)를 더해 명중오차를 크게 개선했다는 게 정보당국의 분석이다.

北, 미사일 수출로 수입 올려


▎9월 6일 화성포병부대 탄도로켓 발사훈련을 밝은 표정으로 참관하고 있는 김정은 위원장.
북한은 생산한 스커드B미사일 100기를 1987∼1988년 사이 이란에 먼저 수출했다. 이란에 탄도미사일 개발 재원을 지원해줬기 때문이다. 이 미사일은 1988년 이란-이라크 도시전쟁에서 사용됐다. 스커드B의 사거리를 늘린 스커드C는 이란과 시리아에 60발을 팔았다. 탄도미사일 수출로 짭짤한 재미를 본 북한은 탄도미사일을 중동과 아프리카 등 여러 나라로 본격적으로 수출하기 시작했다.

1990년대 초에는 스커드C를 매년 100∼150발씩 이란·시리아·인도 등으로 수출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란과 시리아는 물론, 시리아·예멘·파키스탄·수단·베트남 등에도 판매한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북한의 탄도미사일 수출은 미국과 옛 소련이 1990년대 초반에 중거리와 단거리 미사일을 폐기하면서 생긴 틈새시장을 공략한 것이다.

특히 노동미사일은 1993년 5월 함경북도 화대군 하고면 대포동에서 이동발사대를 통해 동해로 발사한 뒤 1997∼1998년에 걸쳐 3개 포대 9기를 실전에 배치한 것으로 알려졌다.

노동미사일의 군사적 가치에 이란과 리비아가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이란은 노동미사일의 개발비를 지원하는 방안으로 원유를 제공하려고 했다. 리비아도 북한으로부터 노동미사일 완제품을 도입하거나 자국 내 생산공장 건설에 북한의 기술 지원을 받으려고 했다.

파키스탄은 1992년 노동미사일 기술협조를 상의하기 위해 북한에 관리를 보내기도 했다. 이를 계기로 북한은 파키스탄에 탄도미사일 기술을 제공하는 대신 우라늄 농축기술을 받는 커넥션을 형성했다. 현재 북한의 우라늄 농축공장은 파키스탄으로부터 제공받은 기술을 기반으로 하고 있는데 200여㎏의 고농축 우라늄을 생산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또 대포동1호미사일은 이집트·리비아·시리아 등에 기술 또는 부품 형태로 수출되고 있다. 이란의 사하브3과 파키스탄의 가우리2 미사일이 북한과의 공동개발을 통해 만들어진, 같은 계열로 판단하고 있다.

북한이 탄도미사일 기술을 갖기 전까지만 해도 이 기술은 강대국의 전유물이었다. V2 로켓을 개발한 독일의 원조 탄도미사일 기술은 2차 세계대전 직후 미국과 소련·영국과 프랑스·중국 등이 보유했다. 북한이 탄도미사일 기술을 확보하자 삽시간에 중동과 아프리카 등으로 확산된 것이다.

북한이 탄도미사일을 확산시킨 주범인 셈이다. 북한의 이런 원죄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는 북한으로 하여금 탄도미사일 기술을 활용한 어떤 발사도 하지 못하도록 금지했다. 북한이 탄도미사일을 수출하고 동북아시아를 지속적으로 위협하고 있다는 우려에 따른 것이다.

- 김민석 군사안보전문기자 kimseok@joongang.co.kr

201610호 (2016.09.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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