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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 인터뷰] 박휘락 교수가 말하는 北 SLBM 공략법 

한·미·일 대(對)잠수함 능력을 결합해야 

박성훈 기자 park.seonghun@joongang.co.kr
3국 모두에 큰 위협인 SLBM에 분업대응 개념으로 접근 필요… 핵추진 잠수함 도입까진 10년 이상 걸릴 수도 있어

지난 8월 24일 새벽 6시18분. 새벽부터 휴대전화 진동음이 울렸다. “북한은 오늘 05시30분경 함경남도 신포 인근 해상에서 SLBM 1발을 동해상으로 시험발사하였음.” 합동참모본부 공보실에서 국방부 기자단에 보낸 문자메시지였다. 미국도 이를 신속히 파악했을 것이다.

북한의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발사는 올해 들어 세 번째였다. 그런데 이번엔 분위기가 달랐다. 이날 오전 7시 30분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상임위원회가 소집됐다. 대책을 논의하기 위한 차원이라고 했다. 정부는 기민하게 움직였다. 우선 발사 성공여부를 판단하는 것이 급선무였다.

군 관계자는 “북한이 쏜 SLBM이 500㎞를 비행했다”고 전했다. 북한이 지난 7월 9일 발사한 두 번째 SLBM은 30여 ㎞를 비행했다. 4월 23일 발사에선 고도 10여㎞ 상공에서 폭발했다. 북한 SLBM의 타격 정밀도는 차치하더라도 사전관측이 어려운 잠수함에서 수중 발사로 500여㎞를 날아갔다면 남한 전역이 사정권에 들어온다. 스커드, 노동, 무수단미사일에 이어 ‘비장의 카드’를 북한이 갖게 된 셈이다. 앞서 두 번의 발사 때 “성공까지 몇 년 더 시간이 걸릴 것”이라던 합참의 예상은 보기 좋게 빗나갔다. 합참 관계자는 “이번 발사는 사실상 성공”이라고 인정했다.

북한이 SLBM을 발사한 지 8시간 후, 군의 자체 분석이 진행되면서 또 다른 사실이 드러났다. 북한이 SLBM을 고각 발사했고, 정상 각도로 쐈다면 1000㎞ 이상도 타격할 수 있다는 분석이었다. 유사시 미군 증원전력이 급파될 수 있는 주일 미군기지가 사정권에 들어온 셈이다. 잠수함이 탐지되지 않고 태평양을 돌아다닐 수 있다면 미군 괌기지도 타격 대상이 된다.

여기에 북한이 고체 연료를 사용한 것으로 추정된다는 분석도 나왔다. 아직 실전배치가 되진 않은 것으로 관측되지만 기술을 확보했다면 북한의 전력화는 시간 문제다. SLBM 발사 성공은 이제 수중 킬체인, 국내 핵추진 잠수함 보유 등 대응 수단에 대한 검토로 이어지고 있다.

북한 잠수함, 지금도 미국 본토 공격 가능

박휘락 국민대학교 정치대학원장은 지난 7월, ‘북한 SLBM 개발의 전략적 의미와 대응 방향’이란 논문을 발표했다. 북한의 SLBM 발사와 관련한 연구 논문 중에선 가장 최신판이다.

육군사관학교(34기) 출신인 박 원장은 대령 예편 후 북한 연구자의 길로 들어섰다. 한민구 국방장관(육사 31기)이 박 원장의 3년 선배다. 박 원장은 육사와 합동참모대를 모두 수석 졸업했다. 그의 논문은 북한의 SLBM 개발 성공이 갖는 전략적 의미에 포커스를 맞췄다. 논문을 쓸 당시 군은 북한의 SLBM의 성공을 시기상조라고 판단했지만 박 원장은 SLBM의 전략적 가치에 주목하고 선제적인 대응책을 연구한 것이다. 9월 2일 박 원장을 만나 현 상황에 대한 진단을 들어봤다.

북한 SLBM을 분석하는 연구가 한 발 빨랐던 것 같다. 어떻게 시작했나?

“4월 23일 북한이 쏜 게 30㎞ 날아가는 걸 보고 논문을 써야겠다고 생각했다. SLBM은 심각한 위협이기 때문이다. 천안함 폭침 이후에 잠수정 하나 제대로 못 찾느냐는 질타가 있었는데, 잠수함의 위력을 제대로 이해해야만 현 상황을 파악할 수 있다.”

SLBM의 위험성에 대해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의 무력화라거나 은밀하고 치명적인 공격 등을 거론할 거라고 답변을 예상했지만 박 원장은 의외의 분석을 내놓았다.

북한 SLBM 성공이 갖는 가장 큰 위험성은 뭔가?

“한미동맹의 와해다. 북한이 SLBM을 개발하는 이유는 한국을 공격하기 위해서가 아니다. 한국을 공격할 수 있는 탄도미사일은 이미 갖고 있다. 미국을 공격하는 것이 목적이다.”

전시에 미군 전력 증원을 막기 위해서라는 건가?

“아니다. 북한은 ‘한국을 지원하면 괌이나 하와이 등 미 본토를 공격하겠다’, ‘그걸 감수하고라도 한국을 지원할 수 있으면 해라’ 이런 메시지를 내놓을 것이다. 북한은 핵탄두 소형화에 성공했다고 주장하는데, 아직 예단할 수 없지만 분명한 건 머지 않아 성공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그렇게 되면 북한은 한미동맹을 와해시키고 미국의 지원을 저지할 수 있는 억제력을 가질 수 있다고 판단하는 것 같다.”

북한이 SLBM 3발을 발사할 수 있는 잠수함을 개발한다고 한다. 현재 북한이 보유한 잠수함의 작전 능력은?

“북한은 1990년대 소련으로부터 탄도미사일 발사용 디젤 잠수함인 골프급 잠수함(2000t급)을 도입했다. 디젤엔진으로 작전을 벌일 경우 항속거리는 9000㎞ 정도다. 기지 복귀를 감안하면 4500㎞까지 작전이 가능하다. SLBM이 2000㎞를 날아간다면 작전 반경은 6500㎞가 된다. 그런데 북한이 돌아오는 걸 포기한다면 항속거리 9000㎞에 미사일 2000㎞니까 충분히 미국 본토를 공격할 수도 있다는 얘기다.”

실제 그런 상황까지 상정해야 하나?

“태평양전쟁 때인 1942년 미국 폭격기 20여 대가 일본으로 출격해 폭격한 뒤 돌아오지 못한 적이 있다. 대부분 중국에 불시착했다. 연료가 없어서였다. 못 돌아오는 걸 전제로 한 공격이었다. 복귀를 전제로 하지 않고 극단적인 작전을 펼친 경우다. 북한도 그럴 가능성이 있으며, 따라서 골프급 잠수함이라면 충분히 미 본토를 공격할 수 있다.”

박 원장은 북한이 고체연료를 사용해 SLBM 발사에 성공했다는 것에도 주목했다.

고체 연료로 성공했다는 점이 왜 심각한 위협이 되나?

“고체 연료를 쓸 경우 사거리는 좀 줄지만 발사 안정성이 커진다. 북한은 미사일 개발에 핵탄두 탑재를 염두에 두고 있다고 봐야 한다. 재래식 무기와 다르게 핵무기는 자기들 쪽에서 터져서는 안 된다. 따라서 고체 연료의 성공은 핵무기 개발을 위한 난관을 또 하나 넘어섰다는 것을 의미한다. 우리 군이 수립한 선제타격 개념인 킬체인이 무력화될 수도 있다. 국방부는 북한이 미사일을 세워서 액체 연료를 주입하는 30~40분 내에 탐지해서 선제 공격한다는 계획을 세웠는데 고체연료를 사용할 경우 연료 주입이 필요 없다. 이동식발사대(TEL)에 장착해 바로 쏴버리면 된다. 이럴 경우 킬체인이 무용지물이 된다.”

핵을 핵이라 부르지 못하는 국방부

문제는 해법이다. 현재 우리 군에 필요한 건 뭘까.

핵추진 잠수함의 필요성이 제기되면서 논란이 일고 있다. 필요하다고 보나?

“우선 연료 확보 문제가 어렵다. 또 미국과의 협의 등 의사 결정에만 10년은 걸릴 것이다. 핵추진 잠수함이 대응책이 될 수 있다는 것은 분명하다. 하지만 시간이 너무 걸리는 것이 문제다. 따라서 한·미·일 대잠 능력을 결합해 대응하는 것이 필요하다. 3국 모두에 큰 위협이기 때문이다. SLBM에 대한 대응을 분업 개념으로 접근하는 것이 필요하다.”

사드로 대응하기 어렵다는 지적도 나온다.

“북한 잠수함이 남해안까지 내려와서 뒤로 쏘는 것을 가정했을 때 얘기다. 하지만 한국과 일본의 감시망을 뚫고 남해까지 침투할 수 있을 지는 좀 더 검토가 필요하다. 사드는 반경 200㎞, 레이더 기준 120도 내로 날아오는 탄도미사일은 막을 수 있다. 성주에 사드를 배치할 경우 수도권과 서쪽에 방어 공백이 생기기 때문에 사드 포대를 한두 개 더 들여오는 것을 검토해야 할 수도 있다. PAC-3(패트리엇) 미사일은 현재 우리 군과 주한미군 기지 주변을 중심으로 배치돼 있는데 탄도미사일 위협을 감안하면 패트리엇 미사일의 추가 도입도 시급하다고 본다.”

박 원장은 인터뷰 말미에 국방부를 ‘홍길동’에 비유했다. “북한의 핵 위협이 이렇게 심각한데, 국방부 내에는 ‘핵’이란 이름을 가진 부서도 없다”며 “핵을 핵이라 부르지 못하고 북한 핵 위협에 대응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SLBM으로 시작했지만 이면의 진정한 위협은 북핵이라는 것이 그의 핵심 메시지다.

- 박성훈 기자 park.seonghun@joongang.co.kr

201610호 (2016.09.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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