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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취재] 文 4대강 감사에 親李계 발끈! 

“전면전 벌어진다면 MB가 직접 나설 것” 

최경호 기자 squeeze@joongang.co.kr
MB정권 때 盧 비극에 대한 ‘정치보복’이란 의심의 눈초리…“이미 예상했던 일, 정면공격해주니 되레 ‘생큐’다”

MB(이명박 전 대통령)계가 발끈하고 나섰다. 문재인 대통령의 4대강사업에 대한 감사원의 정책감사 지시 때문이다. 이미 “예상했던 일”이라지만 속내는 부글부글 끊는 듯하다. MB 측의 핵심 관계자는 “박근혜 전 대통령 때도 4년 동안 작심하고 털었지만 나온 게 없다. 새 정부의 진용이 제대로 갖춰지지 않은 데다 국가적 어젠다 설정도 시급한데 이럴 시간이 있는지 모르겠다”고 불편한 심기를 보였다. 그는 “MB 때 노무현 전 대통령의 비극에 대한 정치보복 아니겠느냐”는 말도 덧붙였다.


▎2015년 11월 22일 서울 종로구 서울대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된 고(故) 김영삼 전 대통령 빈소를 찾은 이명박 전 대통령과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대표가 인사를 나누고 있다.
5월 22일 오전 서울 강남구 대치동 사무실에 무거운 침묵이 흘렀다. 어이없다는 듯 “허허” 웃을 뿐 별다른 언급은 없었다. 보고자가 되레 겸연쩍어했다.

이명박(76) 전 대통령은 특별한 일이 없는 한, MB정부 시절 참모들과 매주 월요일 오찬을 한다. 류우익·임태희 전 대통령실장, 김효재 전 정무수석, 김두우·이동관 전 홍보수석 등이 주로 함께한다. 이 전 대통령은 생존해 있는 전직 대통령 가운데 가장 왕성하게 활동하고 있다.

MB 측 한 관계자는 “이 전 대통령이 이날 오전 문재인 정부의 4대강 감사 소식을 듣더니 보고자의 얼굴을 빤히 쳐다보더라. 혀를 쯧쯧 차기도 했다”고 당시 분위기를 전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청와대는 4대강사업이 성급하게 진행됐다고 하지만, 이미 대법원에서 법적 절차에 아무 문제가 없다고 판결까지 난 사안 아니냐”고 되물었다. 이 관계자는 이어 “박근혜 정부 4년간 4대강과 관련해 이 전 대통령을 얼마나 괴롭혔느냐. 그럼에도 건설업자들 간의 담합 외에 나온 것이 뭐냐”고 항변했다.

MB의 핵심사업, 文 오래전부터 겨냥


▎지난해 8월 녹조 관심경보가 발령됐을 당시 전남 나주시 다시면 영산강 신광천 지류에서 영산강유역환경청과 나주시, 한국수자원공사 관계자들이 녹조 제거작업을 펼치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후보 시절부터 과거 정부의 적폐(積弊)청산을 강조해왔다. 취임 직후에는 박근혜 전 대통령 집권 시절 국정농단 사건과 세월호 사고의 재조사를 지시했다.

이어 MB의 4대강사업에도 칼끝을 겨누었다. 4대강사업의 정책결정과 집행과정이 정상적이지 않은 만큼 이를 제대로 들여다보겠다는 것이다. 청와대는 정책감사를 통해 명백한 불법행위나 비리가 드러날 경우 그에 상응하는 후속방침을 시사했다. 단순한 행정적 지시가 아니라 MB정부 시절 적폐청산의 신호탄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4대강사업은 MB의 ‘녹색뉴딜’ 공약 중 핵심사업이었다. 한강·낙동강·영산강·금강 4대강을 정비해 해마다 반복되는 홍수와 가뭄을 방지하고, 수질문제를 해결하겠다는 취지로 약 22조원을 투입했다. 4대강을 수로(水路)로 활용하는 대운하 건설도 검토됐으나 시민단체 등의 반대로 뜻을 접었다.

가뭄을 대비하기 위해 13억t의 수자원을 확보하는 것이 4대강사업의 골자였다. 이를 위해 4대강 하천 바닥을 깊게 팠다. 친환경 생태공간 조성이라는 명목 아래 자전거길·산책로·체육시설 등도 조성했다.

그러나 4대강사업은 대규모 준설(浚渫)로 인해 습지 훼손과 4대강 유역에 일명 ‘녹차라테’ 현상 등 환경 파괴 논란을 일으켰다. 낙동강 인근 주민들은 4대강사업으로 수질이 오염돼 피해를 입었다며 국가를 상대로 손해배상 집단소송을 제기하기도 했다.

4대강사업을 둘러싼 논란은 더 있다. 2009년 2월부터 본격적으로 추진된 이 사업은 처음부터 야당의 반발 속에서 각종 논란에 휩싸였다. 사업 추진에 대한 충분한 검토가 이뤄지지 않았다는 비판에 직면했다. 또 건설사 사장 출신인 이전 대통령이 당선 6개월 만에 마스터플랜을 발표하고 건설공약을 서둘러 추진하면서 ‘졸속’이라는 비난도 받았다. 임기 내인 2012년까지 공사를 끝내기 위해 무리하게 공사기간을 단축했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감사원은 2011년 1차 감사에서는 “공사비 낭비와 무리한 공기단축 외에 전반적으로는 홍수 예방과 가뭄 극복 등에 4대강사업이 도움이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그러나 2013년 2차 감사에서는 “‘4대강사업 주요 시설물 품질과 수질 관리 실태’에 대한 감사 결과에서 4대강사업이 총체적 부실을 안고 있다”고 발표했다.

문 대통령은 ‘최순실 게이트’가 터지기 전인 지난해 8월 낙동강 하구를 찾아 “4대강 이전에도 낙동강 수질은 좋지 않았는데 보를 만든 후 더 나빠졌다”며 수질 개선을 위한 하구 둑 개방과 상류 보의 상시개방을 강조했다. 이어 “4대강 같은 정책적인 오류에 고의가 개입됐다면 당국자들은 말할 것도 없고 동조한 전문가와 지식인에게도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문 대통령은 4대강에 있는 16개 보 가운데 녹조(綠潮) 발생이 심하고 수자원 이용 측면에서 영향이 적은 6개 보(洑)를 6월 1일부터 개방하도록 했다. 6개 보는 고령보·달성보·창녕보·함안보(이상 낙동강)·공주보(금강)·죽산보(영산강) 등으로 이들 보는 취수와 농업용수 이용 등에 영향을 주지 않는 수준까지 수문이 개방됐다. 나머지 10개 보는 생태계 상황과 수자원 확보, 보 안전성 등을 면밀히 검토한 뒤 개방 수준과 방법을 단계적으로 확정할 예정이다.

"김경준 등장시켰다면 방어 어려웠을 텐데…”


▎2015년 4월 20일 이명박 전 대통령이 대구시 달성군 다사읍 죽곡리 낙동강 강정고령보 4대강 문화관 디아크(The ARC)에서 관계자의 설명을 듣고 있다. / 사진·공정식
청와대는 4대강 민관합동 조사·평가단을 구성해 16개 보의 생태계 변화, 수질, 수량 상태 등을 관찰하고 평가하겠다고 밝혔다. 이 결과를 바탕으로 2018년 말까지 보 유지 상태에서 환경 보강 대상, 보 철거와 재자연화 대상 등 처리 방안을 확정하기로 했다. 4대강사업에 대한 정책감사를 진행한 후 그 결과를 백서로도 발간할 계획이다.

김수현 청와대 사회수석은 브리핑을 통해 이전 정부에서 4대강사업을 세 차례 감사했다는 점을 언급하면서 “감사 자체를 불신하는 것은 아니지만 두 차례는 이명박 정부 때 이뤄져 국민이 충분치 못하다고 판단하고 있고, 박근혜 정부 감사는 건설사의 담합 등에 집중돼 있었다”고 말했다. 또 “전 정부에 대한 색깔 지우기라고 보는 시선도 있을 수 있겠으나 그런 생각은 전혀 반영되지 않았다”며 확대해석을 경계했다.

그럼에도 MB 측은 의심의 눈초리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 4대강 감사에는 ‘보수의 상징’인 MB에게 치명상을 입히기 위한 칼날이 감춰져 있다는 것이다. 그러면서도 MB 측은 문 대통령의 정공(正攻)을 반기고 있다. 이 같은 공세는 이미 예상됐던 일인 만큼 충분히 막아낼 수 있다는 자신감까지 내비친다.

MB계 내에서 강경파로 분류되는 한 인사의 말이다. “이렇게 접근해주니 우리로서는 생큐다. 미국 현지 한국언론에서(BBK 문제로 실형을 살았던) 김경준을 인터뷰해서 보도하고, 그 기사를 국내언론이 확대하는 시나리오를 가장 경계했다. 그렇게 되면 MB 자택 앞으로 매일 카메라가 몰려들게 될 테고 방어가 어려워진다. 정면공격을 해주니 고마울 따름이다.”

또 다른 관계자는 4대강 보를 개방하는 것과 관련해 “무지의 소치(所致)”라며 손사래를 쳤다. 보를 열면 강 수위가 낮아지고, 그 피해는 고스란히 인근 농민들에게 돌아간다는 것이 이 관계자의 설명이다.

“보를 개방하면 강 수위가 몇 미터씩 낮아진다. 강 수위가 낮아지면 인근 지역의 지하수 수위도 함께 낮아진다. 농사 짓는 사람들에게 난리가 날 것이다. 강 수위가 어느 정도 유지되면 지하수를 끌어 쓸 수 있기 때문에 4대강 주변 사람들은 가뭄과 홍수 걱정은 크게 안 한다. 박원순 시장이 한때 한강 보를 열려 했다가 그만둔 것도 보를 열면 한강이 3분의 1로 쪼그라들기 때문이다.”

“4대강으로 인해 ‘녹조라테’가 발생했다”는 주장에 대해서도 MB 측은 억지라고 맞서고 있다. 한 관계자는 “고인 물이라고 해서 무조건 녹조가 생긴다면 댐을 만들어도 녹조가 생긴다는 것이냐”고 반문한 뒤 “인근 공장이나 축사의 오·폐수가 강으로 유입되기 때문에 4대강에 녹조 현상이 발생하는 것이다. 낙동강 등은 원래 수질이 좋지 않아 녹조가 심했다”고 주장했다.

MB 측은 ‘제17대 대통령 비서실’ 명의로 배포한 자료에서 문재인 정부의 4대강 감사에 대해 “정부는 감사와 재판, 평가가 끝난 전전(前前) 정부의 정책사업을 또다시 들춰 정치적 시빗거리를 만들기보다는 4대강 살리기 사업의 후속사업을 완결하고 확보한 물을 잘 관리해 당면한 가뭄을 극복하는 데 힘써야 할 것”이라며 “4대강 살리기 사업은 이명박 정부가 추진한 종합적인 치수사업이다. 그동안 버려졌던 강을 되살리고 기후변화에 따른 자연재해에 대비하며 수자원을 확보하기 위해 수행됐다”고 항변했다.

이어 “이 사업은 세 번에 걸친 감사원 감사 끝에 결론이 내려진 사안이다. 야당과 시민단체가 사업이 위법하게 진행됐다며 수계(水界)별로 제기한 4건의 행정소송에서 대법원이 모두 적법하다고 판결했다”며 “전 정부(박근혜 정부) 총리실 4대강사업조사종합평가위원회에서 주관한 전문가 종합평가에서도 별 문제가 없다는 결론이 난 바 있다”고 강조했다.

감사원 감사 착수, 정치권·기업 커넥션에 주목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지난해 8월 부산·경남지역 국회의원들과 함께 부산 낙동강 유역을 찾아 녹조 실태를 파악하고 있다.
대통령의 지시에 따라 감사원은 4대강사업 감사를 위한 태스크포스(TF)를 구성했다. TF는 필요할 경우 주무부서인 국토·해양감사국뿐만 아니라 4대강사업 감사에 대한 경험이 있는 다른 부서 감사관들도 지원을 받을 계획이다. TF는 감사가 본격적으로 진행되면 감사팀으로 재편될 가능성이 큰 것으로 전해졌다.

감사원 등 사정기관 주변에서는 “사정기관이 4대강 조사를 본격적으로 착수할 계획이지만, 실제로는 건질 게 별로 없을 것”이라는 말이 나온다. 공정거래위원회와 감사원 등에서 이미 4대강의 입찰 담합 등에 대한 조사를 사실상 마무리한 상태이기 때문이다.

이런 점을 감안하면 4대강사업 조사가 순탄해 보이지만은 않는다. 야권에서도 “4대강사업 조사를 통해 전 정권에 대한 보복정치를 하고 야권을 탄압하려는 게 아니냐”며 반발하고 있다.

박근혜 정권 때 공정위와 감사원은 4대강사업과 관련해 여러 가지 문제를 조사해 벌금이나 과징금을 부과했다. 그러면서도 정작 검찰에 고발조치는 취하지 않았다. 이런 이유로 이번 조사 역시 제대로 이뤄질 수 있을지 의문을 제기하는 이들이 있다.

일각에서는 사정기관들이 전방위적인 조사에 착수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공정위와 감사원이 조사할 수 없었던 부분 즉, 4대강사업을 둘러싸고 정치권과 기업들 간의 커넥션 여부를 들여다볼 수도 있다는 것이다.

청와대는 4대강사업을 다시 살펴보겠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박근혜 정부 당시 검찰은 건설사에 초점을 맞춰 4대강 수사를 진행했다. 과거 정권과의 유착 여부를 밝히겠다며 칼을 뽑았지만 기업의 불공정행위만 일부 단속하는 데 그쳤다.

검찰 소식통에 따르면 감사원의 조사 역시 특별한 소득 없이 마무리될 가능성이 커 보인다. 1차 공사에 참여한 다수의 하청사 중 다수가 부도났거나 법정관리 등에 들어간 상황이기 때문이다. 현대건설 6공구의 경우 사업에 참여한 대부분의 하청사가 줄줄이 부도나거나 폐업했다. 적은 예산으로 어렵게 사업에 참여했음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2차 턴키(일괄수주계약)에 대한 조사도 다시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전 정권 때 검찰이 이미 조사했지만, 감사원은 2차 턴키에서는 초기 보상 차원에서 예산을 다소 넉넉하게 발주했던 만큼 리베이트 등 비리 가능성을 주목하고 있다.

감사원은 본격적인 조사에 앞서 다른 기관들의 수사 내용을 점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박근혜 정권의 4대강사업 조사 때 2차 턴키를 조사한 감사원·공정위 등은 검찰 조사 결과를 토대로 보강조사를 할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 정부 때 시민단체 및 민주당 등은 4대강사업과 관련해 입찰 담합 의혹을 지속적으로 제기했다. 따라서 이번에 감사원은 국토교통부 등 6개 기관을 대상으로 입찰 담합, 부조리 및 평가위원 비위 등 계약 실태 전반을 다시 조사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MB 측 관계자는 “4대강사업에 들어간 사업비 22조원 가운데 10% 정도인 2조원이 정치자금으로 흘러 들어갔을 것으로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다. 하지만 그것은 박정희·전두환 때나 가능한 일”이라며 “금융실명제 이후 500만원 이상만 통장에서 들락거려도 당국에서 살펴보고 있다. 박근혜 전 대통령 때도 검찰 등을 동원해 1년 이상 4대강을 털었지만 나온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고 반박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4대강사업 참여 기업들의 담합이라는 것도 실상을 제대로 알아야 한다. 전국에서 동시에 공사가 진행됐던 만큼 자기네들끼리 역할분담이 필요할 수밖에 없었다”면서 “만일 무조건적인 입찰방식을 택했다면 참여 기업 모두 적자를 면키 어려웠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국회 청문회인들 못 나갈까”


▎2008년 2월 25일 국회에서 열린 제17대 대통령 취임식을 마친 이명박 대통령이 노무현 전 대통령과 함께 취임식장을 나서고 있다.
MB 측은 문 대통령의 감사 지시를 ‘반칙’이라고 비판한다. 감사원 규정상 한 번 감사했던 사안에 대해서는 재감사를 할 수 없게 돼 있음에도 편법을 동원하고 있다는 것이다.

MB 측 핵심 관계자는 4대강사업비가 책정됐을 때의 일화를 공개했다. 최초 사업비는 실제 4대강사업에 들어간 비용 22조원보다 30%가량 높았다고 한다. 그러나 사업보고서를 본 MB가 참모들을 향해 “(당신들이) 업자들한테 속아서 이런 계산이 나온다”며 사업비 30%의 삭감을 지시했다는 것이다.

이 관계자의 말이 이어진다. “당시 세계적으로 경기가 워낙 안 좋았던 때였다. 따라서 건설사들로서는 4대강사업 참여를 통해 현상유지만 해도 사실상 이득이라는 것이 MB의 판단이었다. 어려울 때는 도산하지 않고 버틸 수만 있어도 훗날을 기약할 수 있다는 것이다.”

4대강 감사를 두고 MB 측은 문 대통령 측과의 일전도 불사하겠다는 입장이지만 정작 MB는 침묵하고 있다. 한 측근은 “이 전 대통령은 4대강 감사와 관련해 말씀을 하지 않는 것으로 내부적으로 (입장을) 정리했다”고 귀띔했다.

그렇더라도 MB가 끝까지 자세를 낮추지만은 않을 것이라는 게 이 관계자의 부연설명이다. “전면전이 벌어진다면 MB가 직접 나서지 못할 이유가 있겠는가? 국회 청문회인들 나가지 못하겠는가? 저쪽에서야 ‘설마 청문회에까지 나올까’라고 생각하겠지만 우리로서는 하지 못할 이유가 없다.”

또 다른 관계자도 거들고 나섰다. “박근혜 전 대통령 때야 같은 보수니까, 국민들 보기에 모양새도 안 좋으니까 그렇게 당하면서도 꾹꾹 참고 또 참았던 것이다. 그런데 저쪽은 자기들 진용도 갖춰지지 않은 상태에서 전전 정부의 정책을 두고 이럴 시간이 있나? 국가적 어젠다 설정 등 해야 할 일이 태산 아닌가?”


▎권도엽 국토부 장관과 유영숙 환경부 장관이 2013년 1월 18일 서울 세종로 정부서울청사에서 4대강 감사 결과와 관련해 브리핑을 하고 있다. 권 장관과 유 장관은 4대강사업의 핵심시설인 보는 안전과 기능상에 문제가 없다며 감사원 결과에 반박했다.
MB 측이 이처럼 강경한 태도를 보이는 것은 보수의 ‘최후 보루’로서 이명박 전 대통령을 지켜야 한다는 절박감 때문이다. 보수 성향의 전직 대통령 가운데 이 전 대통령만이 유일하게 ‘온전한’ 만큼 구심점 역할을 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MB 측 핵심 관계자는 “최순실 게이트 이후 보수는 분열됐고, 결국 대선에서도 참패했다. 지금도 자유한국당과 바른정당 등으로 나뉘어 갈피를 못 잡고 있다”면서 “한마디로 보수로서는 뭉칠 구실이나 계기가 없다. 그런데 만일 현 정권에서 4대강 감사를 핑계로 MB를 정조준한다면 ‘울고 싶은데 뺨 때려준’ 격일 수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4대강 프로젝트가 완벽한 정책이라는 것은 아니다. 어떤 정책도 공(功)이 칠(七)이면 과(過)가 삼(三)쯤 된다”며 “2015년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가 온 나라를 강타했을 때 긴밀하게 협력해야 할 부처들이 서울과 세종시에 떨어져 있다 보니 즉각 대응이 이뤄지지 못했다. 이제 와서 세종시를 원상복구하자는 게 말이 안 되는 것처럼 4대강 역시 폐기가 아닌 보완할 부분만 보완해나가면 된다”고 강조했다.

이명박 전 대통령은 2013년 2월 퇴임 이후 공식 인터뷰에 일절 응하지 않고 있다. 그나마 지난해 정규재 한국경제신문 논설고문과의 문답이 유일한 인터뷰였다. 정 고문은 10월 21일 이포보에서 여주보 구간 왕복 25㎞(4대강 자전거길)를 이 전 대통령과 함께 달리며 대화한 내용을 신문에 게재하면서 정식 인터뷰는 아니었다고 덧붙였다.

때가 되면 언론 인터뷰에도 응할 듯


▎4대강 살리기 일환으로 2009년 첫 삽을 뜬 한강·금강·영산강·낙동강 등 전국 16개 보 중 11개 보가 2011년 10월 완공됐다. 하늘에서 내려다 본 경기도 여주군 남한강 이포보의 모습.
당시에는 송민순 전 외교부 장관의 회고록 <빙하는 움직인다>가 정치적으로 큰 파장을 일으킬 때였다. 이와 관련해 이 전 대통령은 참여정부 당시 대북정책을 우회적으로 비판했다. “송민순 회고록? 거 참, 지금 나온 것보다 더한 것도 많아. 모두 공개된 것도 아니고…. 그런데 밝힐 수가 없잖아. 다른 나라 사람들이 혹시 보면 정말 국격(國格)이 떨어지는 내용이고. 그래서 밝힐 수가 없어. (…) 낯 뜨거운 일들이어서 공개할 수도 없어.”

‘약식 인터뷰’에서 이 전 대통령은 보수의 단결을 촉구하기도 했다. 적절한 시점에서 자신이 역할을 할 수도 있음을 시사했다. 그러나 공교롭게도 이 신문과의 만남 직후 ‘최순실 게이트’가 온 나라를 뒤흔들면서 이 전 대통령의 ‘등판’ 기회는 원천적으로 봉쇄됐다.

현재 MB 참모들 사이에서는 현 정권과의 갈등이 극에 달해 전면전이 불가피할 경우, 이 전 대통령이 언론 인터뷰를 통해 자신의 입장을 확실하게 밝힐 것이란 이야기가 나온다. 한 참모는 “실제로 작년 말에도 한 언론사를 상대로 정식 인터뷰를 할까 진지하게 고민도 했었다”면서 “이 전 대통령의 역할이 반드시 필요한 시점이 온다면 인터뷰에 응하지 못할 이유도 없다. 저쪽은 골리앗, 우리는 다윗이지만 싸움에서는 다윗이 이겼다”고 말했다.

- 최경호 기자 squeez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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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7호 (2017.06.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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