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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기획] 2018년 한국인이 세상을 읽는 방식 

“뉴스, 소비하되 신뢰하지 않는다” 

신재현 인턴기자 wogus0902@naver.com
‘좋아요’ 같은 타인의 판단에 따라 뉴스 선택해 여론 왜곡 가능성
댓글 많이 보지만 직접 댓글 달진 않아 특정 진영의 입김에 좌우될 수도


▎유튜브와 소셜 미디어에 게재된 동영상 뉴스들은 무서운 성장세로 포털의 시장지배를 위협하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여론은 전파의 속도와 범위에 의해 스케일이 만들어진다. 결국 콘텐트 못지않게 플랫폼이 중요하다. 캐나다의 언론학자 마셜 맥루언은 “미디어는 인간의 확장”이라고 말했다. 또 “미디어(매체)는 메시지”라고 했다. 플랫폼이 곧 메시지일 수 있고, 여론의 성향은 어떤 미디어를 통하느냐에 따라 가변적일 수 있다는 추론으로 확장된다.

한국언론진흥재단(이하 언론재단)은 2016년부터 영국 옥스퍼드대 부설 로이터저널리즘연구소의 공식 협력기관으로 참여해 [디지털 뉴스 리포트]를 발표하고 있다. 디지털 뉴스 생태계 변화를 분석해 사람들의 미디어 소비 행태 변화를 추적하는 보고서다.

언론재단은 지난해 11월 한국을 포함한 37개국의 뉴스 소비 현황을 비교, 분석한 [디지털 뉴스 리포트 2018 한국]을 내놨다. 한국의 설문조사 응답자 2010명을 포함해 전체 7만4000명의 참여를 통해 만들어졌다. 영국의 온라인 조사 전문업체인 YouGov가 로이터저널리즘연구소와 협업해 완성한 이 보고서는 한국인들의 디지털 뉴스 이용 현황과 미래 방향성을 담고 있다. 즉 한국인들이 여론을 어떻게 체득하고, 소비하는지를 가늠해 볼 수 있는 통로다.

한국인 넷 중 셋은 포털 통해 뉴스 접한다


보고서에 따르면 2018년 한국인이 뉴스를 접하고자 이용한 플랫폼은 크게 두 가지로 압축된다. 디지털 미디어와 TV다. ‘지난 일주일 동안에 뉴스 접근을 위해 주로 이용한’ 미디어를 단수로 선택하게 했을 때, 디지털 미디어가 48%, TV는 45%를 점유했다. 신문은 4%로 나타났다.

디지털 미디어에 관한 의존도가 높아지는 현상에 비례해 뉴스 접촉 빈도수도 증가세를 보였다. ‘하루에 몇 번 뉴스를 접하는지’를 묻는 질문에 ‘6번 이상 접한다’는 사람이 35%를 점했다. 조사 대상 37개국 중 5위에 해당한다.

스마트폰 등 모바일 기기의 높은 보급률이 크게 작용했다. 미국의 여론조사기관 ‘퓨 리서치’의 2019년 2월 발표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스마트폰 보유율은 95%로 조사대상 27개국 중 가장 높았다. 보유율 90%를 넘긴 국가는 한국이 유일했다.

실제 ‘지난 일주일 동안 디지털 뉴스 이용에 사용했던 기기’를 복수응답으로 조사한 결과, 한국은 ‘스마트폰을 사용한다’고 답한 비율이 70%에 달했다. 37개국 평균인 62%보다 8% 높았다. 데스크톱을 이용한다고 답한 비율은 67%로 나타났고, 태블릿 피시를 통한 디지털 뉴스 이용은 14%였다.

한국인의 미디어 이용 행태 중 가장 두드러진 현상은 디지털 뉴스에 접근하는 주요 의존 경로였다. 한국은 검색 및 뉴스 수집 서비스 이용에 편중된 모습을 보였다. ‘지난 일주일 동안 디지털 뉴스 이용을 위해 주로 이용했던 경로’를 묻는 질문에 ‘네이버, 다음 등 검색 및 뉴스 수집 서비스를 통해 뉴스를 접한다’고 답한 비율이 77%를 기록했다. 언론사 홈페이지, 소셜 미디어 등 다른 경로들보다 현저히 높은 이용 수치가 나온 셈이다. 37개국 평균은 30%였다. 한국은 평균의 2배가 훨씬 넘는 이용률을 보인 것이다.

평균적으로 다른 나라들에선 언론사 홈페이지 이용이 32%로 가장 높았다. 한국이 5%로 가장 낮은 이용률을 보인 것과 대비된다. 또 한국은 소셜 미디어를 통해 뉴스를 이용했다는 응답도 8%에 불과했다.

‘지난 일주일 동안 한 번이라도 디지털 뉴스 이용을 경험했던 경로’에 대한 복수응답을 연령대별로 교차 분석한 결과, 검색 및 뉴스 수집 서비스를 통한 뉴스 이용도는 한국에서 전 연령대에 걸쳐 나타나는 보편적인 현상인 것으로 확인됐다.

특히 45~54세와 55세 이상 중장년층에서도 뉴스 수집 서비스를 통한 디지털 뉴스 이용 빈도가 높은 것은 주목할 점이다. 37개국의 평균이 각각 12%, 11%인 데 비해 한국은 39%, 37%로 높았다. 즉, 한국의 중장년층은 다른 국가의 중장년층보다 뉴스를 자발적으로 검색하거나 직접 수집해서 보는 비율이 높은 편이다. 포털을 통해 뉴스를 본다는 것은 그만큼 댓글과 실시간 검색어, 연관 검색어에 노출될 환경에 있음을 의미한다.

한국인, 타인의 시선 유난히 의식


▎한국은 외국에 견줘 언론사 홈페이지를 통한 디지털뉴스 이용률이 낮은 편에 속한다.
포털 이외의 플랫폼을 통한 뉴스 공급 조사에서도 한국적 특성이 발견된다. 유독 한국에서 유튜브가 강세다. 검색 플랫폼을 제외하고 페이스북·유튜브·트위터·인스타그램 등 소셜 플랫폼을 통한 뉴스 이용 경험을 관찰한 결과, 한국에선 ‘유튜브로 뉴스를 접한다’는 비율이 37%로 나타났다. 터키, 대만에 이어 세 번째로 높았다. 반면 페이스북을 통해 뉴스를 접하는 사람의 비율은 25%로 37개국 중 35위를 차지했다. 37개국 평균으로 살펴보면 페이스북 이용 비율이 46%로 가장 높았고 유튜브(24%)보다 높았다. 이는 한국인이 텍스트보다 동영상을 좋아한다는 해석으로 이어진다.

포털만 따졌을 때, 한국인들은 자생 브랜드인 네이버(65%)와 다음(39%)을 선호했다. 이는 한국인들이 특정 포털 사이트가 선별해 게시하는 뉴스들, 뉴스 창 아래에 나열되는 댓글 시스템에 익숙해져 있는 현실을 암시한다.

한국인들은 다른 나라 이용자들과 비교했을 때, 뉴스 선택 시 ‘좋아요’나 댓글 숫자를 꽤 많이 고려했다. 37개국 소셜 미디어 이용자 중 27%, 한국 이용자 중 36%가 다른 사람의 의견에 영향을 받았다. 한국의 36%는 전체 5위에 해당한다. 즉, 한국 이용자들이 소셜 플랫폼 상에서 어떤 뉴스를 선택해 볼지를 결정하는 기준은 헤드라인이나 언론사 브랜드보다도 그 뉴스에 달린 댓글이나 ‘좋아요’ 숫자 같은 타인의 반응에 좌우된다는 추론이 가능하다. 이 역시 한국의 여론 취약성을 방증한다.

이처럼 한국 이용자들은 뉴스를 선택하는 요소로 ‘좋아요’나 공감 수, 댓글 수 등을 중시했지만 이에 비해 뉴스와 관련해서 직접 적극적으로 표현하는 경우는 드물었다. 조사 결과에 따르면 공유, 좋아요 표시, 댓글 작성 등 적극적 행위에 있어서 전부 하위권을 기록했다. 소셜 플랫폼을 이용해 뉴스를 많이 접하면서도 적극적으로 뉴스에 관여하는 행위는 꺼리는 것이다. 인터넷 댓글이 특정 진영의 과잉 대표라고 볼 수 있는 근거다.

또한 한국인은 익명성이 보장되지 않은 공간에서는 타인의 시선을 많이 의식하는 경향을 띠었다. ‘타인의 시선 때문에 인터넷상에서 정치적 의견을 표현하기가 조심스러운지’를 묻는 질문에 약 54%가 ‘그렇다’고 응답했다. 이는 37개국 중 3위에 해당한다.

언론재단의 보고서는 한국 디지털 뉴스의 미래의 키워드로 유튜브, 소셜 미디어 동영상을 꼽았다. 해당 플랫폼의 동영상이 가까운 미래에 한국의 디지털 뉴스 소비를 담당하는 중요한 부분이 될 것이라고 예측했다. 즉 텍스트 중심이 아닌 동영상 위주의 뉴스 소비가 새로운 현상으로 자리 잡을 것이란 전망이다.

이미 한국인 중 ‘유튜브, 소셜 미디어 플랫폼 동영상으로도 뉴스를 시청한다’는 비율이 42%를 점했다. 37개국 전체 평균인 36%보다 6%가량 높은 수치다. 반면 37개국에서 ‘주로 텍스트로 뉴스를 접한다’라고 대답한 비율이 34%인 반면, 한국은 25%로 11%가량 낮았다. 한국에서는 ‘유튜브, 소셜 미디어 플랫폼 동영상 뉴스를 아예 접해본 적이 없다’는 비율이 22%였다. 다른 나라들보다 훨씬 낮은 숫자였다.

네이버의 시장지배 위협하는 유튜브


▎가짜뉴스, 댓글조작의 범람을 막기 위해서는 디지털 시대의 저널리즘에 대한 연구가 더욱 활발히 이뤄져야 한다. / 사진:연합뉴스
또 ‘향후 온라인상에서 동영상 뉴스를 더 이용하고 싶은 의향이 있는지’ 물어본 결과, 조사대상 33개국의 전체 평균은 18%였는데 한국은 29%가 나와 11%나 높았다. 한국에서 동영상 뉴스가 점점 보편적으로 활용될 것이라고 추측 가능한 대목이다. 한국 이외에도 홍콩·말레이시아·대만 등, 아시아 국가들에서 동영상 뉴스에 대한 수요가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처럼 한국의 뉴스 동영상 시청 의존도는 높았는데, 그중에서도 가장 많이 쓰이는 플랫폼은 유튜브였다. 동영상 뉴스 시청에 관한 온라인 플랫폼을 복수로 선택하게 한 결과, ‘유튜브를 이용한다’는 수치는 37%였다. 37개국 전체에서 유튜브로 동영상 뉴스를 소비한다는 사람이 25%였다. 한국에서 현저하게 유튜브 선호도가 높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보고서에서 드러난 또 하나 시선을 끄는 결과는 한국인이 뉴스를 꽤 많이 소비하면서도 정작 뉴스에 관한 신뢰도는 그다지 높지 않다는 점이다. ‘대부분의 뉴스를 거의 항상 신뢰할 수 있다’는 질문에 한국인들 중 25%만이 ‘동의한다’고 응답했다. 37개국 가운데 37위에 해당하는 수치다. 37개국 응답자의 전체 평균은 44%였다. 여론조작이나 왜곡, 가짜뉴스를 걸러낼 수 있는 풍토가 그만큼 약한 환경인 셈이다.

속보성, 자극성이 중시되는 인터넷 여론 현실에서 팩트 체크, 게이트 키핑 능력이 상대적으로 떨어지는 디지털 뉴스에 관한 신뢰도도 낮았다. ‘인터넷에서 뉴스를 접할 때 무엇이 진짜이고, 무엇이 조작인지 우려하는지’ 여부를 묻는 질문에 한국인의 약 61%가 ‘걱정된다’고 응답했다.

뉴스 신뢰도는 [디지털 뉴스 리포트 2018 한국]뿐 아니라 2016년과 2017년 조사에서도 비슷한 추세를 보였다. 다만 ‘신뢰하지 않는다’가 곧 불신은 아니었다. 뉴스 신뢰도에 관해 불신(29%)보다 중립(46%) 응답자가 훨씬 많았다. 미디어가 신뢰를 주면 믿을 준비가 되어있는 셈이다.

연구팀은 댓글 조작과 가짜뉴스가 판을 치는 현실을 정화한 주체가 어디일지에 관해서도 물음을 던졌다. 이 중 한국인들은 언론(79%), 기술(77%), 정부(73%)라고 답했다. 특히 정부가 나서야 한다는 항목에선 전 세계 1위로 나타났다. 기술적 발전을 통해 해결책을 모색해야 한다는 의견도 2위였다. 사실의 힘으로 무장한 언론이 인터넷 세상의 오염을 막아야 한다는 관점도 꽤 높았다.

201904호 (2019.03.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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