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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기획] 2019년 한국사회, 여론의 경계를 묻다 

여론인가? 여론시장인가? 

글 김영준 월간중앙 기자 kim.youngjoon1@joongang.co.kr / 사진 전민규 기자 jun.minkyu@joongang.co.kr
포털 댓글과 검색어가 여론이 될 수 있는 구조, 민주주의 다양성 위협
유튜브 영향력 커지는 인터넷 환경에서 ‘필터 버블’ 현상 제동 어려워져


▎성 접대 알선 의혹을 받는 빅뱅 전 멤버 승리가 서울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에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된 뉴스는 인터넷 상에서 북핵과 아파트 공시지가 공개보다 더 큰 이슈였다.
#. 3월 13일 포털사이트 네이버엔 여성 탤런트 A, B와 아이돌 걸그룹 C가 하루 종일 실시간검색어(이하 실검) 순위를 점령했다. 네이버 통합검색 창에서 특정 검색어가 얼마나 검색됐는지를 집계해놓은 ‘네이버 트렌드’를 통해서 살펴본 결과, A는 새벽 4시53분경 실검 20위 안에 진입했고, 오전 11시56분부터 오후 4시47분까지 2위까지 상승했다. 새벽 5시25분 20위에 들어간 B는 오후 4시48분 A를 제치고 실검 2위가 됐다. 새벽 5시25분 실검에 첫 등장한 C도 오후 10시39분경 4위까지 올라갔다.

이날 실검 1위를 점령한 이슈는 동영상 불법 촬영과 유포로 물의를 일으킨 가수 정준영이었다. 이른바 ‘정준영 동영상’에 이 여성 연예인들이 등장했다는 괴소문이 퍼지면서 난데없는 검색 대란이 벌어진 것이다. 해당 연예인들의 소속사는 “아니다”란 입장을 내놔야했고, 기사화됐다.

#. 2월 27~28일 북·미 2차 정상회담이 베트남 하노이에서 열렸다. 그러나 이 기간 네이버 실검순위 1위는 ‘승리 카톡(2월 27일)’과 ‘승리 해피벌룬(2월 28일)’이었다. 3월 1일에도 ‘음성·양성 뜻(3위)’과 ‘마약 음성(4위)’이 실검 상위권에 자리했다. 한류 아이돌그룹 빅뱅의 멤버 승리가 연루된 강남 클럽 버닝썬 마약 의혹에 관한 관심이 적어도 검색창에서는 북·미 정상회담과 자유한국당 대표 경선을 누른 셈이다. 3월 11일에도 ‘승리 카톡(1위)’ 실검은 당일 광주 재판에 출석한 ‘전두환(2위)’을 앞섰다.

이를 두고, 김선호 한국언론진흥재단(이하 언론재단) 선임연구원은 “여론과 사람들의 관심사가 엉켜있다”고 인정했다. 여론(Public opinion)은 ‘의견’을 의미한다. 어떤 이슈에 관해서 좋다 혹은 나쁘다, 맞다 혹은 틀리다 같은 가치판단을 담고 있어야 여론이다. 즉 관심사들 중에서 사회 공동체를 위해 중요하다고 여겨지는 사안에 관한 견해가 고전적 의미에서의 여론이었다. 가령 원자력발전소 건설 찬반에 관한 생각의 합이 여론에 해당한다.

그러나 21세기 미디어 환경에선 여론을 정의하는 경계가 허물어지고 있다. 포털 댓글이나 검색어가 여론의 장이 되고 있다. 김 연구원은 “온라인 공간은 특정 의견이 과잉 대표될 수 있겠지만, 여론이 아닌 것이 여론으로 보이게 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댓글조작이 전자라면, 가짜뉴스가 후자에 해당한다.

측정이 안 되는 21세기 여론


▎윤진혁 KISTI 박사(오른쪽)가 인터넷 집단지성에 관해 설명하고 있다. 이상훈 경남과학기술대 교수도 화상을 통해 인터뷰에 참석했다. / 사진:전민규 기자
IT평론가인 박상현 메디아티 콘텐트 랩장은 “온라인이 발전하며 쏟아놓은 내용이 강도에 따라 다르게 비쳐지고 있다”며 다음과 같이 말했다. “영국의 브렉시트나 미국의 트럼프 당선은 여론조사와 전혀 다른 결과가 나왔다. 과거엔 여론의 측정이 가능하다고 생각하고 정책을 세웠는데 이제 그 자체가 불가능해졌다. (21세기 온라인 환경에선) 측정의 문제가 지적되어야 할 것이다.”

이준웅 서울대 언론정보학과 교수도 “20세기의 여론(조사)은 무응답은 빼고, 표명된 의견만이 여론이었다. 그러나 21세기의 여론은 균질하지 않다”고 말했다. 실제 숫자는 적지만 강하게 입장을 제시하는 특정 진영의 의견에 가치중립적 대중이 영향을 받을 수 있는 구조란 뜻이다. 박 평론가는 “대표적 사례가 음식점 리뷰 커뮤니티다. 여기에 어떤 사람들이 댓글을 다는가? 서비스를 좋게 즐긴 사람이 아니라 화가 난 사람이 댓글을 단다. 그게 거짓말은 아니겠지만 그 댓글이 평균을 측정했다고 볼 수 있는가?”라고 반문했다.

소설 [댓글부대]를 쓴 장강명 작가는 현실세계와 구별되는 온라인 여론형성의 특성을 이렇게 정리했다. “첫째, 침묵하는 다수가 안 보인다. 둘째, 한 명이 퍼뜨리는 말의 속도와 양이 훨씬 빠르다. 셋째, 사적인 공간과 공적인 공간의 구별이 안 되니 의도성을 따지기 어렵다.”

장 작가는 이를 두고 ‘여론시장’이라고 표현했다. 여론·평판·관심을 화폐·자원처럼 바라보는 소비재시장에 비견한 것이다. 장 작가는 “되게 싼 비용으로 이것을 만들어낼 수 있다는 것을 이미 꾼들은 알고 있다”고 말했다. 중국에서 우마오당(五毛黨, 댓글 1개당 돈 5마오를 받는다는 뜻, 5마오는 0.5위안)이 드러났고, 한국에서도 알파팀→국정원 심리전단→십알단→드루킹 등 ‘댓글부대’의 계보가 이어지고 있다. 대기업에서 바이럴마케팅을 담당하는 직원 D는 익명을 전제로 응한 인터뷰에서 “정치, 사회적 이슈에서 누군가 마음만 먹으면 당연히 여론 왜곡과 기만이 가능하다”라고 봤다.

바이럴마케팅과 여론 조작은 지향성만 다를 뿐, 메커니즘은 대동소이하다. D는 “바이럴의 의미는 입소문이다. “가장 큰 요소는 인플루언서(influencer), 즉 퍼트리는 사람의 영향력”이라고 단언했다.

영향력이 상품화된 세상


▎위키백과가 성장할수록 정보의 불평등지수가 더 악화된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바이럴마케팅은 10~20대와 30대 사이에서 효과가 강렬하다. ‘B급 정서’ 등 친근감을 중시하는 이 세대는 TV나 신문 같은 대놓고 하는 광고보다 상품 혹은 이벤트 홍보에 재미를 섞는 전달방식에 더 잘 끌린다. 그래서 유명 연예인, 파워블로거, 인기 유튜버가 인플루언서로서 수요를 갖는다. 유튜브 구독자수를 많이 거느린 중국 유튜버를 지칭해 ‘왕홍(罔紅)’이란 신조어까지 등장했다.

D는 “사람이 모이는 곳에서 광고가 된다. 옛날에는 홍대 같은 곳이 그랬다. 그러나 이젠 온라인으로 (광장이) 이동했다. 회원 수 몇 십만 명이 있는 맘 카페나 부동산 커뮤니티, 이런 데가 힘이 세다”라고 말했다. 바이럴에서 돈과 권력의 냄새를 맡은 이들은 현실세계에서 온라인으로 권력이동이 이미 상당부분 진행된 현실을 감지한 것이다. 여론을 상품으로 본 순간, 여론조작의 토양은 배양된 셈이다.

바이럴마케팅의 인플루언서와 같은 존재가 인터넷 위키백과에서도 ‘슈퍼에디터’의 형태로 존재한다. 하는 일의 성격은 다르지만 위키백과를 찾는 다수가 슈퍼에디터의 영향을 받는 구조는 동일하다.

윤진혁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I) 박사, 이상훈 경남과학기술대 교수, 정하웅 한국과학기술원(KAIST) 교수는 ‘자유로운 시스템이 모두에게 평등한 (발언 혹은 표현의) 자유를 주는가’라는 명제에 관한 수학적 증명을 위키백과를 모델로 삼아 시도했다. 위키백과는 누구나 회원 가입, 로그인 같은 장벽 없이 참여할 수 있는 공간이다. ‘자발적 참여에 의한 지식의 공유’란 성선설(性善說)에 입각해 성립된다. 이곳에 글을 아무리 많이 올려도 직접적 수익을 얻지 못한다.

연구팀은 빅데이터 분석을 통해 공통적 법칙을 탐색했다. 2015년 8월 빅데이터 분석을 시작했고, 2018년 12월 세계적 권위의 과학저널 [네이처]의 자매지인 [네이처 인간행동] 온라인판에 연구 결과가 공개됐다. 이 연구는 2019년 2월 정식출판된 [네이처 인간행동]의 표지논문으로 선정됐다.

연구팀은 처음에 영어 위키백과만 대상으로 잡았다. 그러다 여기서 얻은 ‘결론’이 과연 보편타당한지에 관한 의문이 다시 생겼다. 그래서 전 세계 273개 언어로 된 863개 위키백과의 성장을 측정했다. 연구 범위를 늘렸어도 ‘결론’은 동일했다. “위키백과가 성장할수록 소수가 영향력을 더 갖는 구조가 존재한다. 특정 세력이 의도하지 않아도 상호작용의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과두정 체제가 만들어진다. 위키백과에 새로 진입하려는 사람이 있더라도, 기존의 시스템에 구축된 영향력(social force)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상태가 된다.”

위키백과에 관한 결론을 확장하면, 개방·참여·공유가 기반인 인터넷 시스템에서 시간이 흐를수록 참여자 전원의 의견이 평등하게 대표되지 못하는 ‘여론의 독점화 현상’이 빚어질 수 있다는 의미로 귀결된다. 이상훈 교수는 “현실 사회처럼 위키백과에서도 누가 봐도 민주적 시스템이지만 효율성을 위해서 점점 과두정 형태로 변해간다. 그런 결과로 ‘슈퍼에디터(소수의 적극적 참여자)’ 이외의 사용자들은 슈퍼에디터들에게 점점 기대게 된다”고 설명했다.

정보의 자정작용은 시간이 걸린다


연구팀은 위키백과 외에도 특허, 논문 대상으로도 빅데이터를 활용해 불평등지수를 측정했다. 경제학의 지니계수(소득 분배의 불균형 수치)처럼 소수의 사람이 정보 수정에 많이 개입할수록 ‘1’에 가까워지고, 평등하게 수정이 이뤄지면 ‘0’에 가까워지는 모형이다.

실험 결과, 특허와 논문의 불평등지수는 위키백과에 비해서 극단적으로 ‘1’에 치우지지 않았다. 진입 장벽이 낮거나 전문지식이 덜 필요한 영역에서 역설적이게도 불평등지수가 더욱 높게 나타난 것이다.

이렇게 다수가 찾는 공간에서 소수에게 영향력이 쏠리게 되면 의도하든, 아니든 여론의 ‘편향’이 발생할 수 있다. 그 대표적 사례로 도나 스트릭랜드 캐나다 워털루대 교수를 위키백과가 삭제한 사건을 꼽는다. 영문 위키백과 사용자 한 명이 스트랙랜드 교수에 관한 정보를 올렸는데 슈퍼에디터들이 지워버린 것이다. 이유는 ‘이 사람은 충분히 유명하지 않다’였다. 그런데 스트릭랜드는 2018년 노벨 물리학상을 수상했다. 그러자 언론은 ‘위키백과에도 나오지 않는 노벨상 수상자’란 수식어를 달았다.

윤진혁 박사는 “소수의 슈퍼에디터들이 과학계 모든 사람을 다 알고 있지 않을 것이다. 사람이 가지는 지식 폭의 한계 때문에 생긴 편향”이라고 말했다. 실제 의도와 무관하게, 위키백과의 인물(biography) 정보는 남성에 비해 여성의 숫자를 훨씬 적게 소개하고 있다.

소수가 정보를 독점화할 때, 발생하는 또 하나의 폐해는 자정작용이 느려지는 ‘타임래그(time lag, 시차)’ 현상이다. 2017년 벌어진 용인 일가족 살인사건의 범인은 결혼 사기 목적으로 위키백과에 참여했다. 모 회사의 임원 소개 항목에 자기 이름을 써넣은 것이다. 위키백과 상에서 그는 성공한 기업인이 된 것이다. 위키백과가 사기에 활용된 것이다. 해당 회사가 아주 유명한 대기업이 아니었기 때문에 사람들은 조작을 빨리 발견하지 못했다. 자정작용에 시간이 걸렸다. 이론적으로는 모두가 참여할 순 있지만, 현실적으로는 모두가 참여하지 않기 때문이다. ‘시차’가 악용되면 작정한 개인이나 세력의 거짓 정보에 의해 여론이 일시적으로 교란될 수 있다. 온라인 여론에서도 주식시장처럼 ‘작전세력’이 등장할 수 있다.

윤 박사는 “집단지성으로 인한 데이터 형성이란 말을 들을 때 우리는 유토피아와 비슷한 개념을 상상한다. 사람들이 특정 주제에 관해 소통을 통해 발전시켜 나가는 것이다. 그러나 현실은 소수가 더 많은 영향력을 가지는 구조”라고 평가했다.

댓글을 믿지 않음에도 열독하는 한국인


▎1인당 300만 명의 팔로워를 보유한 중국 파워블로거 ‘왕훙’들이 K-뷰티 상품을 소개하는 개인방송을 진행하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언론재단이 2018년 11월 발간한 [뉴스 댓글 운영 현황과 개선 방향] 연구서는 ‘댓글은 뉴스가 있는 곳이면 어디에서든지 뉴스와 더불어 소비된다’고 정의했다. 인터넷 댓글은 ‘지인에 국한하지 않고 익명의 타인에게 파급된다. 지리적 한계도 없다. 언제든 찾아볼 수 있다. 또 뉴스와 동시에 볼 수 있다’는 특성을 갖는다. 뉴스 이슈→관심→댓글→여론→다시 뉴스 이슈가 되는 도식이다. 이슈가 댓글을 만들다가 그 댓글이 다시 이슈를 만드는 현상을 두고 장강명 작가는 “꼬리가 개를 흔드는 상황”에 비유했다.

댓글은 소수의견 등 다양성의 반영, 숙의의 기능, 여론 파악과 의사 결정에 도움 같은 순기능이 있다. 한편으로는 전체 시민의 의견을 대표하는가, 민주주의에 유익한가, 합리적인 의사 결정에 도움을 주는가 같은 의문에 직면해 있다.

김선호·오세욱 언론재단 연구원은 2018년 ‘뉴스 댓글을 읽는 목적과 관련된 조사’를 시행했다. ‘기사 내용에 대해 다른 사람들은 어떻게 생각하는지 궁금해서(84%)’, ‘댓글을 읽는 것이 재미있어서(64%)’, ‘기사가 다루고 있는 이슈를 어떤 식으로 해석해야 할지 망설여져서(55.8%)’에 다수의 응답자들이 동의했다. 이율배반적이게도 설문 응답자들은 댓글을 많이 보면서도 정작 신뢰는 하지 않았다. 포털 뉴스 댓글에 대한 평가에 관해 ‘감정이 여과 없이 표출된다(75.8%)’, ‘유용한 정보가 별로 없다(65.2%)’, ‘소수 의견에 불과하다(55.8%)’, ‘조작이 의심된다(55.7%)’ 등의 부정적 가치판단이 주류를 이뤘다.

김선호 연구원은 “복수의 조사 결과, 전체 인구 대비 8~10%가 주로 댓글을 단다”며 다음과 같은 실태를 설명했다. “남녀 분포에선 남자가 훨씬 많다. 블루칼라는 거의 없고, 화이트칼라나 대학생이 많다. 전체 인구를 대표하지 못한다. 문제는 보는 이들이 여론이라고 받아들이는 것이 문제다. 의식적으로는 소수의 댓글임을 알지만 무의식적으로 받아들인다.”

그리고 조사 결과, 포털 뉴스 이용자의 55%는 댓글을 열독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문제는 ‘기사 한 꼭지 당 읽는 댓글의 숫자에 있다’고 연구팀은 판단했다. ‘상위에 게시된 댓글 10개 정도까지(40.4%)’, ‘최상위에 게시된 댓글 2~3개(35.4%)’가 압도적 비율을 점했다.

김 연구원은 “5000명이 댓글을 써도, 실제 영향은 10개 이하의 댓글만이 미친다. 얼마나 많이 작성하느냐보다 상단에 노출되느냐가 중요하다. 10번째 이후 생성된 댓글은 사실상 읽혀지지 않으며 없는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강조했다.

근본적 어려움은 공감순으로 배열되는 현행 포털사이트 댓글달기 시스템 상, 초기에 자리 잡은 상단 댓글이 아래로 내려갈 확률은 희박하다. 기사가 뜬 직후, 눈에 띄기 쉬운 상단 자리를 차지한 댓글에 시간이 흐를수록 ‘공감’이 불어나기 쉬운 구조다. 노출이 잘 되는 자리를 선점한 자극적, 선동적 댓글 탓에 충실한 정보를 담은 댓글이 나중에 나와도 묻혀버린다. ‘알 박기’를 해놓은 댓글의 대표성이 시간이 흐를수록 과도해지는 것이다. 공감수와 비공감수의 조작 가능성도 생겨나고, 정파적 태도에 따라 공감수, 비공감수 클릭 경쟁이 벌어질 수 있다. 위키백과와 마찬가지로 포털 댓글에서도 “다양한 인구학적 속성의 집단 중 특정집단이 과잉 대표되거나 과소 대표되는” 여론 굴절이 발생하는 것이다.

이에 관해 네이버 관계자는 “동일 IP 대역에서 갑자기 (클릭 수가) 올라오는 것을 어뷰징이라고 보고 대응하고 있다. 시스템적으로 막기 위한 노력을 계속 하고 있다”고 말했다.

유튜브, ‘필터 버블’을 잉태하다


▎트럼프 지지자들은 소셜미디어나 유튜브를 통해 결집하는 ‘필터 버블’ 현상이 낳은 사례로 꼽힌다. / 사진:연합뉴스
네이버 관계자는 사견을 전제로 흔히 말하는 가짜뉴스의 문제는 유튜브나 페이스북을 통해서 더 활발하다고 본다고 했다. 포털의 뉴스 콘텐트는 그 자체가 언론사들한테 직접 받는 것이다. 언론사에서 검증된 기사가 유통되는 것이다. 그러나 유튜브는 사람들이 뉴스라고 믿게 되는 뉴스의 형태를 취한 콘텐트들이 돌아다닌다는 말이다.

언론재단이 영국 로이터저널리즘연구소와 협업해 내놓은 [디지털 뉴스 리포트 2018]에서 한국인들의 29%가 “동영상 뉴스를 더 보기 원한다”라고 응답했다. 조사 대상 33개국 중 5위였다. 특히 동영상 뉴스 이용 사이트를 묻는 질문에 ‘유튜브’라고 답한 응답자는 37%였다. 37개국의 평균이 25%였음을 고려할 때, 한국인들의 유튜브 선호도를 파악할 수 있다. 김선호 연구원은 “뉴스 영역에서 네이버의 시장지배적 구조가 깨지고, 유튜브와 양강 구도가 되면 여론형성에서 큰 변화가 생길 것”이라고 예측했다. “유튜브 공간은 뉴스라는 장르가 구분되어 있지 않은 곳이니만큼 가짜뉴스의 유통 가능성이 커진다”고 본 것이다.

유튜브와 소셜미디어의 성장은 ‘필터 버블(filter bubble)’ 현상을 낳았다. 이안 브레머 타임지 전 편집장은 [우리 대 그들]에서 “전 세계적으로 사상과 정보가 즉각적으로 흐르는 환경은 그 어느 때보다도 많은 사람들을, 그 어느 때보다도 빠른 속도로 연결해 교육, 협력, 상거래의 기회를 새롭게 창출하고 있다”며 다음과 같은 진단을 내렸다. “또 한편으로 분노의 원인이 늘어나고 있고, 그 분노를 알릴 방법이 새롭게 등장하고 있다. 시위를 조직하는 데 도움이 되는 수단이 새롭게 나오고 있다. (…) 더욱이 파편화가 가능한 인터넷의 특성은 ‘필터 버블’을 탄생시켰다. 이는 우리들이 자신의 편향성을 뒷받침해주는 견해와 정보를 취하고, 자신과 같은 생각을 하는 사람들과 교류함으로써 위안을 얻을 수 있게 해주는 현상이다. (…) 소셜미디어에서 우리는 뜻이 맞는 사람만 팔로우하고, 그렇지 않은 사람은 무시함으로써 사고에 깊이를 더하고 견해를 바꿀 기회를 스스로 박탈한다”라고 주장했다.

민주주의에 대한 글로벌 위협

박상현 IT 평론가는 “온라인 공간은 뜨거움에 따라 여론 왜곡이 당연히 생길 수 있다”면서 “필터 버블에 함몰되면, ‘세상 사람들이 다 나처럼 생각할 것’이라고 자기주장을 과다하게 확신하게 되는 인식의 문제가 생긴다”고 말했다. 박 평론가는 “트럼프 지지층은 과거에도 있었는데 차이점은 이런 사람이 메이저 정당 후보로 나오지 않았기 때문에 (이런 성향의 유권자층이) 없었던 것처럼 비쳤을 뿐”이라고 본다. “그러나 (인터넷 여론 환경에 의해) 필터링이 사라지며 이런 결과가 나왔다. 트럼프 지지층이 가시화(可視化)된 것이다. 시민의 의식과 IT 시스템은 여기에 적응을 못하고 있다.”

실제 미국에서 2016년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트위터의 리트윗을 통해서 정치 성향을 분석하는 실험을 했다. 힐러리 지지자들은 힐러리에 우호적이거나 트럼프에 부정적 이슈를 리트윗하는 경향을 보였다. 트럼프 지지자들은 반대의 패턴으로 움직였다.

그 다음에 실험은 이 사람들이 어떤 통로를 통해서 정보를 얻는지에 주목했다. 힐러리 지지자들은 상대적으로 진보뿐 아니라 중도적 성향의 글까지 인용하는 비율이 높았다. 반면 트럼프 지지자들은 정보를 얻는 루트가 폐쇄적인 성향을 띠었다. 정보 취득의 경로가 좁다는 사실은 소수의 특정 매체만을 접한다는 뜻이다. 불편할 수 있는 사실 자체보다 듣고 싶은 것만 원하는 진영논리가 심화되고 있다.

인터넷 여론의 취약성과 파편화에 관해 장강명 작가는 “민주주의에 대한 글로벌 위협”이라고 요약했다. “포털 댓글을 규제한다는 것은 온라인 현실에 안 맞는다. 개인이 모든 뉴스를 일일이 검증한다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다. 에너지도 들고, 한계가 명백하다.”

토머스 데이븐포트 전 하버드경영대학원 교수가 [관심의 경제학]에서 통찰한 것처럼 “정보를 집중하고 반영하는 능력, 그리고 관계없는 정보를 제외하는 역량은 적어도 그것을 획득하는 능력만큼 중요해지는” 세상이 왔다.

201904호 (2019.03.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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