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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격 인터뷰] 이인영 민주당 신임 원내대표의 직설(直說) 

“보수가 박근혜 복원 꾀하면 그건 매우 위험한 일” 

글 최경호 월간중앙 기자 squeeze@joongang.co.kr / 사진 전민규 기자 jun.minkyu@joongang.co.kr
혁신 경쟁에서 이기는 쪽이 총선에서 승리할 것
쉽지 않은 선거지만 與 과반의석 못할 것도 없어


▎이인영 더불어민주당 신임 원내대표가 5월 15일 국회에서 진행된 월간중앙과의 인터뷰에서 “부담감보다는 사명감·자신감·낙관을 가지고 1년을 지내 보려 한다”고 말했다.
"할 일이 너무 많다 보니 20~30분 단위로 쪼개서 하루 일정을 소화한다.”

5월 15일 국회 본청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실에서 만난 이인영(55) 민주당 원내대표는 “일주일밖에 안 됐지만 굉장히 긴 시간을 보낸 것 같다”며 이렇게 말했다.

이 원내대표는 5월 8일 민주당 원내대표 경선에서 김태년(55)·노웅래(62) 후보를 따돌리고 1년 임기의 원내대표로 선출됐다. 이변이 없는 한 이해찬 대표와 함께 내년 총선을 지휘한다.

당초에는 박빙승부 내지 친문 주류인 김태년 의원의 승리에 무게가 좀 더 실렸다. 그러나 막상 뚜껑을 열자 예상보다 큰 표차로 이인영 의원이 승리했다. 이 의원은 1차 투표에서 과반 득표에는 실패했지만 54표를 받아 1위에 올랐다. 김태년 의원은 37표, 노웅래 의원은 34표에 그쳤다. 결선투표에서 이 의원은 76표를 받아 49표에 머문 김 의원을 여유있게 따돌리며 원내사령탑에 앉게 됐다.

올해로 정계 입문 20년째를 맞은 이 원내대표는 1987년 고려대 총학생회장이자 전대협 초대 의장을 지낸 운동권 출신 정치인이다. 그는 2000년 새천년민주당 창당 당시 고(故) 김대중 전 대통령의 ‘젊은 피’ 수혈 방침에 따라 영입됐다. 17·19·20대 3선 의원인 그는 재야 민주화 운동의 대부인 고 김근태(GT) 전 열린우리당 의장의 최측근이기도 하다. 그는 지금까지도 ‘GT의 분신’이라 불린다.

2010년과 2012년 두 차례 최고위원에 이어 세 번째로 당 지도부에 입성한 이 원내대표는 “말 잘 듣는 원내대표가 되겠다”며 “까칠하거나 말을 안 듣고 고집부리거나 차갑게 할 때 언제든지 지적해 주시면 바로 고치겠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 당이 넓은 단결을 통해서 강력한 통합을 이루고 총선에서 승리할 수 있도록 열심히 헌신하겠다”고 결의를 다졌다.

“의원들만의 선택 아닌 민심 반영의 결과”


▎5월 9일 국회 한국당 원내대표실을 찾은 이인영 민주당 원내대표가 나경원 원내대표와 손을 잡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원내대표 선거에서 의외의 낙승을 거뒀다. 승리 원동력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원내대표는 국회의원들이 선출한다. 이번 선거 결과를 놓고 의원들이 내게 원하는 게 뭔가를 곰곰이 생각하고 있다. 그 이전에 민주당이 좀 더 변화하고 혁신해야 한다는 민심의 요구가 많았다. 이대로 가면 내년 총선이 쉽지 않다는 위기감이 여권 전반에 퍼져있다. 의원들도 이런 점을 고려하지 않았을까. 총선에서 이기지 못하면 문재인 정부의 성공 역시 쉽지 않고, 촛불혁명도 완성될 수 없다는 절박함도 작용했던 것 같다. 아울러 변화와 혁신을 통해 승리하고, 그러기 위해서는 내부에서 새로운 단결과 통합이 필요하다. 주류·비주류를 뛰어넘어 더 넓은 통합을 이루고, 이 통합을 통해 총선에서 승리할 수 있는 강한 진용을 짜야 한다는 공감대가 선거 결과를 좌우했다고 본다.”

이번 선거 결과를 두고 친문의 독주 혹은 이해찬 대표에 대한 견제라는 분석도 나오던데.

“글쎄 그건 잘 모르겠다. 개인적인 관계에서 이 대표와 불편함이 있는 사람도 있을 테고, 나와 경쟁했던 후보들과의 불편함이 내게 반사이익을 줬을 수도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그건 본질적인 게 아니다. 그보다는 ‘어떻게 지도부를 구성해야 내년 총선에서 좋은 구도를 만들 수 있을까’라는 성숙한 판단이 아니었을까. 개혁의 정체성은 견지하되 다양성·포용력·역동성을 보이면서 더 강력한 단결을 이뤄야 한다고(동료 의원들이) 생각했던 것 같다.”

정치컨설팅그룹 민의 박성민 대표는 5월 13일 MBC 라디오에 출연해 “이인영 원내대표에 대한 기대라기보다는 김태년 의원에 대한 비토였다”며 “그 말은 이해찬 대표에 대한 비토”라고 민주당 원내대표 선거 결과를 분석했다. 박 대표는 또 “의원들 사이에 이해찬 대표에 대한 실망감들이 좀 있는 것 같다”며 “이해찬 후보가 청와대에 할 말은 할 수 있을 것으로 봐서 뽑았는데 오히려 추미애 대표 시절보다도 더 할 말 못하는 것 아니냐”고도 지적했다.

일부 중진들이 공천 불이익을 우려해서 이 원내대표에게 표를 줬다는 이야기도 들린다.

“공천에 대한 불안함을 느낀 중진들이 나를 선택했다는 건 너무 작은 해석이다. 정치 경험이 풍부한 중진들은 공천 때부터 잡음이 나오면 선거 결과가 좋지 않다는 걸 잘 알고 있다. 공정성·균형감을 갖춘 지도부를 만들어야 편파성 시비를 원천 차단할 수 있다는 사실도 잘 안다. 이미 공천 룰도 발표됐는데 일부 중진들이 공천 불이익을 우려해서 나를 찍었다는 건 (중진들의 진의를) 왜곡하는 주장이라고 생각한다.”

황교안 ‘386 무덤 발언’은 사탄의 저주


▎5월 8일 민주당 원내대표 선거 직후 이인영 당선인(왼쪽)이 김태년 후보에게 축하 인사를 받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당내 선거는 2012년 1·15 전당대회 이후 처음 아니었나?

“아니다. 2015년 2·8 전당대회 때 문재인·박지원 두 분 틈바구니에서 경쟁했던 적이 있다. 완전히 침몰했다(웃음). 그런데 당선을 기준으로 하면 2012년 이후 처음이 맞다.”

2015년 2·8 전당대회 당대표 선거에서 이인영 후보는 12.92%를 얻어 45.30%의 문재인 후보, 41.78%의 박지원 후보에 크게 뒤진 3위에 그쳤다. 이에 앞서 이 원내대표는 2012년 1·15 전당대회에서는 한명숙(24.05%)·문성근(16.68%)·박영선(15.74%)·박지원(11.97%) 후보에 이어 5위(9.99%)를 차지했다. 6위는 김부겸 후보(8.09%), 7위는 이학영 후보(7.00%), 8위는 이강래 후보(3.73%), 9위는 박용진 후보(2.76%)였다. 1위는 당대표, 2~6위는 최고위원에 선출됐다.


▎2015년 2·8 전당대회에 출마한 당시 박지원·문재인·이인영 후보(왼쪽부터).
왜 원내대표가 되려 했는가?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가 (지난 1월) 전당대회 출마선언문에서 ‘무덤 속에 있어야 할 386세대 운동권 철학이 문재인 정부의 국정 철학이 돼서 당·정·청을 장악하고 있다’고 했다. 매우 심한 모멸감을 느꼈다. 황 대표가 기독교 신자라고 하는데…. 기독교식 표현으로 하면 그건 사탄의 저주다. 이 문제에 정치적으로 대응하지 않은 채 정치를 한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 생각했다. 전당대회(예정대로라면 2020년 8월) 때까지 기다릴 수 없어서 원내대표 선거에 출마했다. 이해찬 대표가 메인 스피커라면 나는 서브(sub) 스피커로서 대응할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 다른 한편으로는 합리적 보수라고 여겼던 나경원 원내대표마저도 극우정치로 기우는 듯한 모습을 보인다. 자유한국당에서 합리적 보수가 아닌 극우가 주류가 되는 건 불행한 일이다. 그건 한국 민주주주와 한국당에 매우 불행한 일이다. 그걸 막고 싶다.”

전대협 1기 의장 출신이다. 당시 반미주의자였나?

“글쎄…. 전두환 군사독재정권은 우리 머릿속에 있는 생각마저도 재단(裁斷)하지 않았었나. 주사파·친북·NL(민족해방)·반미주의자가 몽땅 덮어씌워졌다. 그러나 나의 주된 행동 실천 방향은 명확하게 민주주의였고, 나아가 민중 생존권에 대한 지원과 연대였다.”

원내대표 취임 후 당의 주도성(主導性)을 강조하고 있다. 어떤 의미이며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야 할까?

“총선은 당이 치러야지 청와대나 정부가 치를 수 있는 건 아니다. 마땅히 당이 접하고 뿌리내리고 있는 유권자들·국민들 속에서 체감한 정책들을 만들고, 그걸 정부가 뒷받침해야 한다. 만일 당·정 간에 이견이 생긴다면 그때는 청와대가 조율해야 한다. 또 필요에 따라 대통령이 최종적으로 결단하면 당·정·청은 혼연일체가 돼서 일사불란하게 움직여야 한다. 선거가 없더라도 국회의원들이 현장 체감도와 정책 전문성을 가지고 정부 정책을 주도하는 게 효과적이고 합리적이라 생각한다. 다시 말해 당의 주도성이라는 게 당이 위에 서서 뭘 하겠단 건 아니다. 탄력적일 필요가 있다. 그러나 지금보다는 당의 주도성이 높아져야 바람직한 당·정·청 관계가 될 거라 확신한다.”

총선이 채 1년도 남지 않았다. 어떻게 전망하나?

“쉽지 않은 선거가 될 것이다. (2017년) 대선 당시 우리와 함께한 촛불정신이 승리의 동력이 됐고, 지난해 지방선거에서는 대통령의 높은 지지율과 함께 평화에 대한 국민적 바람이 우리에게 유리하게 작용했다. 그러나 지난해 하반기 이후로 경기가 침체되고 있다. 내년 총선도 이런 분위기에서 치러질 수 있다. 여기에 야당이 정권 심판론을 들고 나오면 그 이슈가 먹혀 들어갈 수 있다.”

승패의 관건은 혁신·단결·민생


▎민주당 이해찬 대표와 이인영 원내대표가 5월 10일 고양시 일산병원에서 열린 현장최고위원회에 참석하기 위해 함께 걸어가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전망이 어둡다는 의미인가?

“그러나 우리가 민생에서 확실한 성과를 낸다면 야당의 정권 심판론을 선제적으로 무력화시킬 수 있다. 앞서 말했듯이 우리의 혁신과 단결이 자유한국당보다 높은 수준에서 이뤄진다면, 또 자유한국당보다 우위를 점한다면 우리에게 기회가 온다. 국민과 유권자는 미래를 높고 진보와 보수 중 어느 쪽이 먼저 혁신하느냐를 주목한다. 진보는 혁신하는데 보수는 극우로 기운다면 우리에게 기회가 온다. 그리고 우리는 단결해서 일사불란하게 움직이는데 저들은 분열과 갈등에서 헤어나지 못한다면 그 역시 우리에게는 기회다. 가변적 정세에 대한 전술을 짜려 하기보다는 기본을 단단히 하는 게 중요하다. 혁신·단결·민생에서 성과를 낸다면 내년 총선에서 과반의석도 불가능하진 않다.”

총선을 앞두고 범보수 진영의 결집이 예상되는데.

“진보가 결집할 수 있듯이 보수 또한 결집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결집에는 명분과 정신이 중요하다. 지나간 물을 되돌리듯이 박근혜 전 대통령을 복원시키려 한다거나 역으로 문재인 대통령을 탄핵하려 한다거나 이런 행위로 보수가 집결을 꾀한다면 굉장히 위험한 일이다. 비록 일부일지라도 자유한국당이 그런 세력들과 연합한다면 그 또한 매우 위험하다. 보수 역시 새롭게 그리고 건강하게 결집하면 좋겠다. 그렇다면 우리도 더 유연하고 합리적인 진보의 길을 통해서 혁신된 모습을 보여야 한다. 보수가 전두환 군사독재정권을 넘어서, 이른바 ‘쌍팔년’ 이전의 극우적 경향으로 결집하려 한다면 그게 우리 사회 발전에 무슨 도움이 되겠나. (보수의 결집이) 그런 게 아니길 바란다.”

제1야당인 자유한국당과는 어떻게 관계설정을 해나갈 것인가?

“원내대표가 되고 나서 처음 주재한 정책조정회의에서 민생 몰두, 경청(敬聽)의 협치(協治), 멋진 경쟁을 말했다. 정치는 현실이고 내년에 총선이 있기 때문에 여야 간의 긴장과 경쟁은 불가피하다. 그러나 경쟁도 품격 있게 해야 한다. (특정인을) 낙인 찍거나 막말하는 정치에서는 벗어나야 한다. 여당 원내대표로서 우리의 이야기를 먼저 하기보다 야당의 이야기를 먼저 듣겠다. 여야를 떠나서 민생은 급하고 절박한 현실이다.”

문재인 정부 2년 동안 가장 아쉬운 부분 중 하나로 협치 부족을 꼽는 이들이 적지 않다. 이낙연 국무총리도 5월 15일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한국신문방송편집인협회 초청 토론회에서 현 정부의 협치 부족에 대한 지적에 대해 “참으로 아쉽게 생각하는 대목”이라며 “정부·여당의 노력이 더 있어야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도 “한쪽의 노력으로만 이뤄지는 것은 아니다”며 야당에 대해서도 아쉬움을 드러냈다.

협상 파트너인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와는 어떻게 국회를 이끌어 나갈 것인가?

“나경원 원내대표가 ‘밥 잘 사주는 예쁜 누나가 되겠다’고 했는데 정말 고마운 덕담으로 생각한다. 그런 마음에서 조금 더 나아가서 배고픈 국민들의 민생 챙기는 일에서만은 여야 구분 없이 힘을 모았으면 좋겠다.”

나경원 원내대표는 민주당 원내대표 선거 다음 날인 5월 9일 이인영 원내대표가 예방(禮訪)하자 “민생과 국민을 위한 국회가 된다면 ‘밥 잘 사주는 예쁜 누나’가 되겠다”고 인사했다. 이에 이 원내대표는 “굉장히 합리적이고 개혁적인 보수의 길을 가실 수 있는 분이라 생각해서 기대도 크고 응원도 많이 했다”며 “얼마 전에 원내대표가 됐을 때 제가 얼마나 많이 응원했는지 잘 아실 것”이라고 화답했다. 나 원내 대표는 1963년생, 이 원내대표는 1964년생이다.

레프트윙에서 미드필더로 변신 중


▎1993년 문익환 목사의 주례로 고려대 교정에서 거행된 이인영-이보은 부부의 결혼식.
최근 일부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민주당과 한국당이 오차범위 내에서 경합하는 걸로 나왔다. 이를 어떻게 보고 있나?

“어떤 이들은 지지율 변동에 대해서 ‘일희일비하지 않겠다’고 하지만 나는 굉장히 민감하게 반응하면서 작은 신호도 큰 신호로 받아들이려 한다. 우리가 잘못하는 게 여론에 반영되면 곧바로 고치는 게 도리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최근 일부 여론조사는 기법상 문제가 있어 보인다. 가령 (여론조사) 5일치를 전부 반영해야 하는데 연휴 때문에 3일치만 반영했다거나 북한의 미사일 발사와 관련된 부분이 과표집된 점 등은 문제가 있는 것 같다. 그걸 뺀 나머지 여론조사에서는 자유한국당과 10~15%포인트의 격차가 꾸준히 유지되고 있다. 공개하지는 않지만 당에서도 매주 여론조사를 하고 있다. 그 조사에서도 그 정도 격차가 보인다.”

이해찬 민주당 대표는 5월 14일 정례 기자간담회에서 자유한국당과의 지지율 격차가 오차범위 내로 좁혀졌다는 일부 여론조사에 대해 “전혀 사실이 아니다”고 주장했다. 이 대표는 “문재인 정부 2주년을 기념해 여러 여론조사 기관 등이 조사했는데 1곳만 이상한 결과를 보도했다”며 “대개 10∼15%포인트 차이가 난다”고 덧붙였다. 전날 리얼미터는 민주당(38.7%)과 한국당(34.3%)의 정당 지지율 격차가 오차범위 내로 좁혀져 주간집계 기준으로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최소 격차를 보였다고 발표했다.

‘정치인 이인영’은 어떤 콘텐트를 가지고 있다고 생각하나?

“자타가 공인하는 진보정치의 신념을 간직한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시간이 좀 걸리겠지만 진보정치의 길을 가고 싶은 사람이기도 하다. 점진적이고 단계적이며 유연하게 가더라도 그 길을 포기하고 싶지는 않다. 그동안에는 정치라는 축구장에서 주로 레프트윙으로만 뛰었는데 앞으로는 중앙 미드필더로 뛰고 싶다. 나이를 먹으니 힘이 달리는지 주력(走力)이 좀 떨어진 것 같다(웃음).

힘이 달린다는 건 변심(變心) 때문이 아니라 20~30대 젊은 세대들의 새로운 진보 요구를 충족시키기 어렵다는 뜻이다. 그동안 나는 평화와 복지 분야에서 진보의 길을 걸어왔다. 젊은 세대들은 디지털, 녹색정치, 젠더정치 등에 대한 요구도 강하다. 내가 평화와 복지에 머무는 동안 그쪽(젊은 세대들의 요구)과 충분히 결합하지 못했던 것 같다. 레프트윙은 기꺼이 후배들에게 내주고 싶다. 미드필더로서 그동안의 경험을 바탕으로 레프트윙과 라이트윙에게 공을 공급하고, 때로는 풀백으로 후진했다가 센터포워드의 전진속공도 돕는 역할을 하고 싶다. 그렇게 해서 내년 우리 당의 총선 승리에 기여하고자 한다. 태생이 왼발잡이·왼손잡이라고 해서 레프트윙에게만 공을 공급하고 싶진 않다.”

얼마 전 한정애 민주당 정책위원회 수석부의장이 “머리끝부터 발끝까지 완전히 바뀐 이인영”이라고 소개했다.

“한정애 의원이 그렇게 좋은 평가를 하셨나?(웃음) 머리는 염색을 하고, 발은 레프트윙에서 미드필더로 옮겼기 때문 아닐까?”

“세상 바꾸는 소명 가지고 일하겠다”


▎이인영 민주당 원내대표는 “내년 총선에서 민주당이 승리하면 세대와 시대가 다 바뀔 것”이라고 했다.
당선 직후 “이인영은 고집이 세다는 평도 있는데 부드러운 남자가 되겠다”고 다짐했는데 무슨 뜻인가?

“말 그대로다. 내 단점으로 지적되는 게 고집이 세다는 것과 까칠하다는 거다. 그리고 좀 차갑다는 지적도 있다. 과거에 재야운동이나 시민사회운동을 할 때는 사람들한테 따뜻하다는 평가가 많았는데 정치를 하면서 많이 잃어버린 것 같다. 나 하나 잘 지키려고 아등바등하는 과정에서 따뜻함이나 부드러움을 잃어버리지 않았나 싶기도 하다. 또 남의 말을 경청하기보다 내 얘기를 먼저 하려 했던 것 같다. 이번에 선거를 치르면서 그런 것들을 회복할 수 있겠다는 희망도 발견했다.”

원내대표로서 보낸 일주일이 굉장히 바빴을 것 같다.

“우상호·우원식·홍영표 의원 등 선배 원내대표들이 굉장히 존경스럽다. 엄청난 체력전이라고 할 만큼 원내대표의 일정은 빡빡하다. 대단한 분들이었다. 1년을 놀지 않고 일했다는 그 자체만으로도 진짜 존경스럽다(웃음). 다른 한편으로는 숲속에서 헤매지 말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무 한 그루, 한 그루만 보다가는 큰 방향을 놓치기 쉽겠더라. 나무도 놓치지 않고 길도 잃지 않는 지혜가 있었으면 좋겠다. 많은 분들의 조언을 경청하겠다.”

평소 마음에 깊이 새기는 말씀이 있나?

“돌아가시기 전에 선친은 늘 두 가지를 강조하셨다. 첫째 형제간의 화목과 우애다. 그 부분에서는 나보다는 형이나 누나·어머니가 더 많이 배려주신다. 또 하나는 ‘99% 덕(德)에 1%의 지(智)가 더해지면, 1%의 지도 빛난다. 반면 99%의 지가 있는데 덕이 1%뿐이라면 지도 빛을 다 잃는다’는 말씀이다. 아버지는 교만하지 말고 겸손해야 한다고 하셨다. 늘 마음에 좌우명처럼 새기는 말씀이다. 2010년 무렵 고(故) 신영복 선생에게 마음에 새길 만한 글을 부탁한 적이 있다. ‘국민이 가라는 길을 가겠습니다’라는 글귀를 주셨다. 정치인으로서는 그게 좌우명이다.”

중요한 시기에 원내사령탑에 앉았다. 각오를 밝혀 달라.

“한편으로는 사명감 같은 게 생기기도 한다. 87년 6월 항쟁 때 대학교 총학생회장과 전대협 의장을 지냈다. 지금보다 더 칠흑 같은 어두운 시절에 빛을 향해 나아가며 정확히 1년을 보냈다. 그때를 생각하면 자신감 같은 게 있다. 내년 총선에서 승리한다면 우리 정치의 세대와 시대가 완전히 바뀔 거라는 기대를 갖는다. 짓눌리는 부담감보다는 차분하게 올라오는 사명감·자신감·낙관을 가지고 1년을 지내 보려 한다.

원내대표 선거에서 나를 찍었는지 안 찍었는지 잘 모르지만, 원내대표단을 구성할 때 이원욱 원내수석부대표 등 열정이 충만하고 일 잘하실 분들을 모셨다. 이해찬 대표는 87년 6월 항쟁 때 까마득한 선배로 뵀는데, 이제는 가까이서 당대표와 원내대표로 호흡을 맞추게 됐다. 이게 운명 아닌가 싶다. 올 한 해를 잘 보내면 새해에는 새 하늘 새 땅에서 살아갈 수 있지 않을까. 총선 승리를 넘어서 세상을 바꾸는 소명을 가지고 일하겠다.”

201906호 (2019.05.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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