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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인사이드] 황교안-나경원, 일심동체인가 동상이몽인가 

산은 두 마리의 호랑이를 허락하지 않는다? 

차재원 부산카톨릭대 초빙교수 jwhn20@naver.com
대여투쟁 황금콤비, 내년 총선 앞두고 격돌 시나리오 나돌아
“한국당 투톱의 투쟁력을 흔들려는 여권의 갈라치기”라는 반응도


▎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앞줄 왼쪽 세번째)와 나경원 원내대표(왼쪽 두번째)가 4월 22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지금까지 이런 투톱(two top)의 조합은 없었다. 이것은 보수의 부활인가, 정권교체의 전조인가.” 지난 2월말 자유한국당 전당대회에서 황교안 대표가 선출된 지 어느덧 두 달 보름여. 그와 함께 당을 이끌고 있는 나경원 원내대표는 당의 양대 축이다. 두 사람의 이른바 ‘케미(궁합)’를 묻는 질문에 한 당직자가 올해 초 천만 관객을 동원한 영화 [극한직업]의 선전 문구를 패러디해서 한 말이다. 그만큼 두 사람의 관계가 원만한 정도를 넘어 ‘찰떡궁합’을 보인다는 얘기다. 당연히 “당에서도 모처럼 활력이 넘치면서 ‘이젠 한번 해볼 만하다’는 분위기가 팽배하다”고 귀띔했다.

한국당 지지율 상승 그래프가 이를 객관적으로 뒷받침해준다. ‘황교안 체제’가 출범했던 2월 마지막 주 당 지지율은 [한국갤럽] 20.0%, [리얼미터] 28.1% 였다. 그 뒤 다소의 등락이 있긴 했으나 5월 2주 조사치는 [한국갤럽] 25.0%, [리얼미터] 34.8%로 꾸준한 상승세를 보여주고 있다. 특히 5월 2주 [리얼미터] 조사 결과에 당 관계자들이 상당히 고무됐다는 후문이다. 1위 더불어민주당의 지지율 36.4%에 오차 범위 내 1.6% 차이의 초박빙 양상을 보였기 때문. 2016년 가을 최순실 국정농단 사건과 이어진 탄핵정국으로 급전직하했던 지지율이 시나브로 제자리를 되찾고 있는 셈이다.

여기서 주목할 만한 점은 한국당 상승세가 황교안의 ‘단독 플레이’에 의한 것이라기보다 나경원과의 ‘팀워크’ 결과라는 사실이다. 물론 당 관계자들은 “당초 정치 초년생의 시행착오 우려를 딛고 단숨에 야당투사로 변신한 황 대표의 적응력과 리더십이 큰 힘이 됐다”고 말한다. 그러면서도 이구동성으로 이렇게 반문한다. “나 원내대표가 뒷짐을 지고 있었거나 사사건건 충돌했다면 이게 과연 가능했을까?”

‘공안검사’ 출신과 ‘간헐적 단식’ 정치인의 대변신


▎5월 4일 서울 광화문광장 일대에서 대정부 규탄 집회 및 행진을 벌이는 자유한국당 지도부와 당원, 시민들. / 사진:연합뉴스
두 사람의 협력과 이에 따른 정치적 시너지 효과는 최근 패스트트랙 정국에서 가장 빛을 발했다는 게 당 안팎의 대체적 평가다. 한국당을 뺀 여야 4당이 선거제와 공수처 법안을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처리로 뜻을 모았을 때만 해도 ‘게임 끝’이라는 관측이 우세했다. 평생을 공안검사로 지낸 정치초짜 황교안의 이력과 이른바 ‘간헐적 단식’으로 대여 투쟁을 코미디로 만들었던 나경원의 허술한 원내전략 때문. 여기다 국회선진화법이라는 장벽 또한 만만찮았다. 특히 금배지 한번 달아보지 못한 원외의 당 대표와 정치판의 쓴맛 단맛을 다 맛본 4선의 원내대표라는 특이한 조합도 한국당으로선 부담이었다. 대여 투쟁 주도권을 놓고 충돌 우려마저 나오던 터였다. 결과는 기우였다. 충돌커녕 주도권을 절묘하게 나누는 방식을 통해 둘 다 ‘윈윈’하는 결과를 낳았다.

패스트트랙 직전 황교안은 과감하게 장외 투쟁을 선언했다. 난생처음 대규모 장외 정치집회에 나선 그는 어색했다. 그럼에도 언론의 스포트라이트는 어김없이 그에게 집중됐다. 당연히 그의 말 한마디 한마디가 뜨거운 논쟁을 촉발시켰다. 나경원 역시 그 못지않은 조명을 받았다. 하지만 최소한 장외집회에선 그보다 발언 수위를 낮췄다. 황교안의 입이 거칠어질수록 어쨌든 당은 하나가 됐다. 자체 추산 2만 명으로 시작된 주말 장외집회는 3주째에는 5만 명으로 덩치가 두 배나 커졌다. “이제야말로 ‘웰빙정당’에서 진짜 ‘투쟁야당’이 됐다”는 평가가 쏟아졌다.

반면 국회 안에선 나경원이 주연이었다. 의장실 충돌, 의안과 점거, 회의장 봉쇄, 로텐더홀 숙박농성, 그리고 33년 만의 국회의장 경호권 발동까지. 모든 현장의 중심엔 그가 있었다. 황교안도 의총 등에서 목소리를 높였다. 어디까지나 ‘서포터즈’ 역할이었다. 누군가 나경원을 ‘나다르크’로 부르기 시작했다. 물리적 충돌도 불사하지 않은 그를 백년전쟁 당시 프랑스 소녀영웅 ‘잔다르크’에 비유했던 것이다. ‘동물국회’를 소생시켰다는 비난도 함께 쏟아졌지만 그는 아랑곳하지 않았다. 이 와중에 바른미래당이 내분에 휩싸였다. 그러자 당 일각에선 “패스트트랙이 제대로 굴러가지 않고 결국 좌절될 것”이라는 기대가 생겨나기 시작했다. 초지일관 강하게 밀어붙인 그의 대여 투쟁 덕택이라는 평가가 주를 이뤘다.

원내대표실 핵심 관계자는 “서로의 역할을 인정하고 존중하는 마음이 있었기에 이 같은 공조가 가능했다”고 말했다. 황교안 측근은 “요즘 부쩍 나 대표에 대해 좋게 말씀하신다”면서 “원내외로 역할을 나눠 투쟁한 결과를 높이 평가하기 때문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두 사람의 신뢰와 협조는 패스트트랙 정국 이전부터라는 게 당 관계자들의 증언이다. 나경원의 원내대표 취임 100일 때 황교안이 꽃을 보내 축하해준 게 대표적 사례. 그러자 나경원은 황교안의 생일 때 직접 화분을 들고 찾아갔다고 한다.

야당 전락 후 악화된 재정 여건으로 당사가 여의도 밖 영등포로 이전한 여파도 두 사람의 물리적 거리를 좁혀줬다는 후문이다. 당사에 마련된 대표실을 선호했던 과거 대표들과는 달리 황교안은 국회 본청 2층 입구에 위치한 당 대표실을 자주 찾을 수밖에 없다. 그러다보니 불과 몇 걸음 떨어진 원내 대표실과의 소통과 대화가 자연스레 이뤄지는 구조가 됐다는 것이다.

그러나 물리적 거리와 훈훈한 에피소드가 단숨에 정치적 공동운명체처럼 뭉쳐진 두 사람의 관계를 다 설명할 수 없다. 결국 다른 정치적 이유가 있다는 얘기다.

당장 떠오르는 게 차기 총선이 1년도 채 남지 않은 시기라는 점이다. 범 여권이 패스트트랙으로 한국당을 포위한 국면도 빼놓을 수 없다. 여기다 탄핵으로 졸지에 궤멸적 상태로 전락했다가 이제야 겨우 숨을 돌릴 만한 처지를 살려 나가야한다는 절박감도 있다. 한 마디로 결코 이대로 밀려선 안 되는 상황. 그래서 두 사람의 의기투합은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될 수밖에 없다. “총선에서 반드시 이겨야 한다. 총선 승리가 없으면 아무 것도 아니다.” 최근 나 대표가 입에 달고 사는 말이라고 한다. 황 대표 역시 입만 열면 총선 승리를 ‘당면과제’로 꼽고 있다. 이를 위한 첫 번째 실천과제로 ‘통합과 단결’을 끊임없이 되뇌고 있다.

‘나황연합군’ 시나리오 그 후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는 3월 임시국회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문재인 대통령을 맹공, 국민적 주목을 받았다. / 사진:임현동 기자
그런데 재미있는 사실은 두 사람이 현재 정치적 포스트에 오르기 전부터 이미 ‘연합’이 회자되고 있었다는 점이다. 그들 뜻과는 전혀 상관없이 말이다. 이른바 ‘나황(羅黃)연합군’ 시나리오가 바로 그것.

옛날 삼국 통일에 나선 신라의 ‘나당(羅唐)연합군’을 연상시키는 이 각본은 지난해 12월 원내대표 선거에 나경원이 나서자 정치권 일각에서 제기됐다. 당시 당내 최대 세력임에도 비박계 복당파 김성태 원내대표와 그가 주도해 만든 비상대책위원회가 당을 좌지우지하는 상황을 앉아서 지켜봐야만 했던 친박계의 은밀한 당권회복 플랜으로 알려졌다. 탄핵국면에 당에 남은 중도파 나경원을 대거 밀어 일단 원내 리더십에서 비박계 입김을 제거한 뒤 여세를 몰아 전당대회에서 당권까지 되찾는 작전. 바로 그 적임자로 황교안을 염두에 두고 있었다는 것이었다. 원내대표 경선 결과 나경원이 김성태 원내대표 지원을 업은 김학용 의원을 더블 스코어차로 이기자, 기다렸다는 듯 황교안은 전격 입당했다. 이어 전대에 출마해 그 역시 압도적 승리를 거뒀다. 각본대로 ‘나황연합군’이 순식간에 당을 접수하는 모양새가 돼버렸다.

덩달아 친박계 약진이 두드러졌다. 범박계 한선교 의원이 사무총장에 발탁된 것을 시작으로 곳곳에 친박계가 중용됐다. 탄핵 이후 당내에서 금기시 되다시피 했던 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한 언급 또한 빗장이 풀렸다. 건강 악화를 이유로 형집행정지 신청이 제기되자 황교안은 즉각 박근혜 동정론을 펼쳤다. “여성의 몸으로 오랫동안 구금 생활을 하고 계신다. 이렇게 오래 구금된 전직 대통령은 안 계시다. 아프시고 여성의 몸으로 감당하기 어려운 상황에 계신 것을 감안해 국민들의 바람이 이뤄지길 바란다.”(4월 18일 기자간담회)

예상대로 형 집행정지는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황교안은 동정론을 넘어 박근혜를 대여공세의 카드로 활용하기 시작했다. “박 전 대통령이 나이가 많고 병들어서 힘든데, 계속 교도소에 붙잡아두고 있다. 그런데 8840만개 댓글로 선거에 개입한 김경수 경남지사는 보석으로 풀어줬다. 풀어줄 분은 안 풀어주고, 안 풀어줘야 할 사람은 풀어줬다.”(5월10일 대구 문재인 정부 규탄대회) 박근혜 포용론은 급기야 대한애국당과의 통합론으로 이어졌다. 나경원은 4·3보선 직후 한 유튜브 방송에서 창원 성산에서의 504표 차 패배를 아쉬워하며 이렇게 말했다. “이번에 대한애국당 후보가 0.8%(838표) 가져간 게 너무 아쉽다. 그게 저희한테만 왔어도 이번에 창원성산도 이길 수 있었다. 이제 우파는 통합해야지만 다음 선거에서 승리할 수 있다는 교훈을 얻지 않았나 싶다.”

최소한 현재까지 진행 상황만 보면 ‘나황연합군’ 저작권자인 친박계로선 득의만만할 듯하다. 당권도 되찾아 오고 곤경에 빠진 옛 주군에 대한 정치적 도리도 다했다. 당을 급진 우경화하는 데까지 성공했다. 친박계 동향에 밝은 한국당 의원 보좌관은 “친박계가 정작 반가워하는 대목은 사실상 자신들의 의지와 지원으로 이뤄졌다고 자부하는 당의 투톱이 서로 으르렁거리기보다는 굳건한 ‘연합군’ 모습을 견지하고 있다는 점”이라고 말했다. 그 이유로 “지금처럼 서로 역할을 인정하고 월권하지 않는다면 현재의 당내 권력구도가 큰 잡음 없이 차기로 이어지고, 그 과정에서 자신들 정치적 이익을 챙길 수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이와 관련, 당 일각에선 ‘대권은 황교안, 서울시장은 나경원’이라는 당 투톱의 차기 역할분담론이 흘러나오고 있다.

황교안 대망론 속 떠오르는 나경원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가 5월 12일 경북 구미시에 있는 박정희 전 대통령의 생가를 방문해 관계자들과 얘기하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글쎄, 그렇게 될까?” 새누리당 출신 전직 의원은 차기 역할 분담론에 상당히 회의적 반응을 보였다. “한나라당 시절부터 야당 때 투톱은 ‘카리스마형 대표에 실무형 원내대표 조합’이었다. 그러나 현재 한국당 투톱은 정치적 상하관계가 아닌 사실상 수평적 연대관계가 아닌가. 현재의 당 서열대로 차기 역할을 나누는 것은 정치의 본질을 몰라도 너무 모르는 얘기다.” 실제 한나라당 이회창 총재 시절의 원내대표를 기억하는 이들은 거의 없다. 그만큼 존재감이 없었다는 얘기다. 그 뒤를 이은 박근혜 대표 체제에서도 마찬가지다. 천막당사, 사학법 장외투쟁을 거쳐 ‘선거의 여왕’으로 확실히 당을 장악하는 과정에서 원내대표는 잊혀 지기 일쑤였다. 탄핵이후 다시 야당으로 몰락한 뒤의 홍준표 체제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일명 ‘독고다이’로 대여 투쟁을 벌이며 막말로 오히려 역풍을 자초해도 원내대표는 벙어리 냉가슴만 않을 뿐이었다.

물론 당내에 ‘황교안 대망론’이 확실히 자리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문재인 정부 출범 2주년을 계기로 실시된 지상파 3사 여론조사가 이를 여실히 보여준다. KBS 17.6%, SBS 16.1%로 1위를, MBC에선 17.1%를 기록해 이낙연 국무총리에 불과 0.6% 차이로 2위를 차지했다.

그러나 황교안 대망론의 허수를 지적하는 목소리도 가시지 않고 있다. 보수보다 훨씬 많은 잠룡들이 지지율을 나누고 있는 여권 현실에 비춰볼 때 막상 1대1 선거구도에선 이길 가능성이 현재로선 크지 않다는 게 첫 번째 이유다. 당장은 무난히 장외투쟁을 이끌어나가고 있지만 진짜 싸움이 벌어지고 있는 국회 투쟁현장의 키는 그가 아닌 나경원이 쥐고 있다는 점도 문제다. 지난 3월 교섭단체 대표 연설에서의 ‘김정은 수석대변인’ 발언 파동을 계기로 나경원은 “완전히 다른 사람”이 됐다는 말을 들었다. 이어 패스트트랙 정국 때는 원외의 당 대표를 제치고 뉴스 인물로 집중 조명을 받았다. 두 사람의 수평적 연대관계 균형추가 흔들릴 정도로 말이다. 이와 관련, 눈여겨 볼 대목은 차기 대선주자 여론조사에서의 나경원 등장이다. 그는 이번 SBS조사에서 2% 지지율을 기록했다. 황교안에 비해 턱없는 수치다. 하지만 패스트트랙 정국에서 정치적 주목도를 키운 결과라는 점이 중요하다. 쉽게 말해, 국민들이 이제 그를 차기 대선주자로 각인하기 시작했다는 얘기다.

한국당 출입 기자들도 새삼 나경원의 향후 거취에 취재력을 집중하는 모습이다. 팀장급 한 기자는 원내대표실 기류의 미묘한 변화를 지적하며 이렇게 말했다. “3월 교섭단체대표 연설, 최근의 패스트트랙정국을 거치며 나 대표 스스로도 놀랐다고 한다. 자신에게 쏠리는 안팎의 뜨거운 시선에 말이다. 그러다보니 당초 서울시장 도전 계획을 패싱하고 바로 차기 대권행을 조심스레 타진하고 있다는 얘기가 돌고 있다. 사실이라면 아마도 총선 직후 출사표를 던지지 않을까. 총선에서 이기면 자신의 투쟁 결과로, 만약 진다면 황교안에 대한 책임론을 묻는 형태로 치고 나올 것이다.” 또 다른 베테랑 기자 역시 비슷한 견해를 나타냈다. “당장은 투톱이 서로 협조하며 함께 갈 수밖에 없다. 당장 더 큰 적이 외부에 있으니까. 그렇다고 기회가 왔을 때 당 대표님 먼저 또는 연장자 우선의 배려는 우리 정치판 문법이 아니다. 나 대표 입장에선 이미 차기를 향한 경쟁구도를 만들었다고 생각할 것이다. 기자들 역시 그렇게 본다.”

이에 대해 원내대표실 핵심 관계자는 강하게 부인했다. “말하기 좋아하는 사람들의 얘기일 뿐이다. 당의 사활을 넘어 대한민국 민주주의가 죽느냐, 사느냐 하는 판국에 어떻게 차기를 논의하고 준비할 수 있겠는가. 지금은 일치단결해 오직 총선에서 이겨야 한다는 생각 밖에 없다.” 황교안 측근 또한 “한국당 투톱의 투쟁력을 흔들려는 여권의 갈라치기”라며 일축했다.

원내대표 임기 연장 논란의 배경

공교롭게도 민주당에선 국회에서의 물리적 충돌마저 마다하지 않은 나경원의 대여 강경 투쟁이 차기 대권 조바심에서 비롯됐다는 지적을 들고 나왔다. 우상호 의원은 라디오 방송에 출연해 나경원을 “지금 좀 미친 것 같다”고 원색적으로 비난했다. ‘다른 표현으로 바꿀 생각 없느냐’는 사회자의 채근에도 “진심”이라며 표현을 정정하지 않았다. 오히려 “원내대표가 된 목적이 존재감을 드러내서 다음 단계로 가려는 일종의 징검다리용”이라고까지 말했다. 민병두 의원은 한국당 투톱의 차기경쟁을 기정사실화하면서 “어떻게 보면 원내에서 한국당표 민생 정책, 한국당표 사회개혁 정책, 이런 걸 가지고 경쟁을 해야 되는데 지금 경부선과 호남선에 올라타서 차기 대권을 향해서 경쟁하는 듯한 모양새로 비춰지는 것은 굉장히 답답한 일”이라고 비판했다. 새누리당에서 나경원과 한솥밥을 먹었던 정두언 전 의원도 조기 경쟁에 우려를 표했다. “욕심이야 있겠죠. 누구든지 그 욕심은 자유니까요. 그런데 서로 이제 강경, 경쟁이 붙는 것처럼 보이잖아요. 그런 모습 가지고는 폭넓은 지지를 얻기는 힘들죠.”

당내에서도 차기 대권을 향한 두 사람 충돌 우려를 쉽게 들을 수 있다. 수도권 한 원외 당협위원장은 “현역은 몰라도 원외 위원장끼리 모이면 두 분의 열정에 감사해하면서도 ‘똑같이 차기 대선을 목표로 하고 있는 것 같아 걱정스럽다’는 얘기가 빠지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최근 불거진 원내대표 임기 연장 논란도 이런 관점에서 적잖이 신경 쓰인다”고 덧붙였다.

나경원의 임기는 오는 12월까지. 그런데 총선은 4월이다. 연말에 새 원내대표를 뽑아도 기껏 4~5개월 밖에 활동할 수밖에 없다. 그래서 차라리 나경원에게 20대 국회 자투리 4개월까지 마저 맡기자는 얘기가 나온다. 의원총회에서 추인만으로도 가능하다. 문제는 다른 데 있다. 내심 차기 대권 욕심이 있다면 내년 초 공천국면에서 자신의 지분을 강하게 요구할 수 있다는 점이다. 총선 후 본격화할 대권 경쟁에 대비해야하는 까닭이다. 자칫 총선 전부터 자중지란에 휘말릴 수도 있다.

그러나 여의도연구원 관계자는 “나 대표 임기가 연장돼도 공천을 둘러싼 충돌은 그리 우려할 필요는 없다”고 말했다. 역대 선거에서 원내대표가 공천권을 행사한 전례가 거의 없다는 점을 이유로 들었다. 황교안 측근도 강하게 손사래쳤다. “시스템에 의한 투명공천을 여러 차례 천명한 황 대표가 스스로 개입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입버릇처럼 얘기하고 있다”며 다음과 같이 전했다. “이제 막 정치권에 몸담은 황 대표가 갚아야할 정치적 빚이 있는 것도 아니다. 이런 상황에서 원내대표든, 누구든 자신의 정치적 지분을 들이밀 순 없을 것이다.”

과연 그렇게 될까. 한국당 몰락의 단초가 됐던 2016년 20대 총선 공천. 그때 당 대표도, 원내대표도 입을 모아 상향식 공천 또는 시스템 공천을 약속했다. 그러나 현실은 정반대였다. 살생부와 ‘진박논쟁’, 급기야 ‘옥쇄파동’까지. 그렇게 죽기 살기로 부딪혔던 이유는 2017년 대선 경선의 전초전으로 여겼기 때문이다. 친박계도, 비박계도 서로 절대적 우위를 점하지 못한 어정쩡한 힘의 균형이 오히려 대립과 갈등을 부추긴 측면도 크다. 삼국통일 전쟁이 끝나자 나당연합군은 서로에게 칼을 겨눴다. 황교안과 나경원, 나황연합군은 전혀 다른 결말을 만들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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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6호 (2019.05.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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