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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분석] 국민 생활 바꿔놓을 사법제도 개혁 2題 

경찰 조사 내용만으로 검찰이 기소 여부 결정한다면? 

유길용 월간중앙 기자 yu.gilyong@joongang.co.kr
공수처 설치, 수사권 조정 놓고 청와대·국회·검찰·경찰 곳곳서 극한 대치
권력의 비대화 막는 데 효과적이지만 잘못 쓰면 치명적인 독 될 수도


정치권의 해묵은 논쟁거리들이 정국을 빨아들이는 블랙홀로 작용하고 있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와 검·경 수사권 조정 문제다. 사법제도 개혁의 중심인 두 안건이 비례대표제를 골자로 한 선거법 개정안과 함께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으로 지정되면서 찬·반 진영의 힘겨루기가 극한의 갈등으로 치닫고 있다.

선거법 개정안이 보수와 진보의 자리 나눔 싸움이라면, 공수처와 수사권 조정은 이보다 전선이 넓고 여러 세력의 이해관계가 얽혀있다. 선거법 개정안은 국회 울타리 안의 변화여서 당장 국민의 피부에 직접 와 닿지 않을 수 있지만, 공수처와 수사권 조정은 국민 생활과 가장 밀접한 형사절차의 대대적인 변화를 가져온다.

게다가 공수처 설치와 검·경 수사권 조정은 여당과 문재인 대통령의 오랜 숙원이다. 노무현 전 대통령이 이루지 못한 검찰개혁을 완성하는 과업의 성패가 여기에 달려있기 때문이다. 단순히 여와 야, 검찰과 경찰의 세력 다툼으로만 볼 수 없는 이유다.

공수처 논쟁은 이미 23년 전부터 국회가 바뀔 때마다 매번 나오고 들어가길 반복했다. 1996년 참여연대가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 신설을 포함한 부패방지법을 입법청원하면서 시작됐다. 이후 명칭을 바꿔가며 수차례 정부와 의원 입법이 추진됐지만 번번이 실패했다. 그러다 노무현 정부가 핵심 과제로 입법을 추진하면서 본격적으로 정치 쟁점이 됐다.

공수처의 필요성은 권력형 비리에 대해 검찰이나 경찰의 수사만으로는 한계가 있다는 문제의식에서 출발한다. 검찰과 경찰이 대통령의 손아귀에 있어서 살아있는 권력과 주변에 대한 감시가 어렵다는 것이다. 또 검찰이 저지른 비리에 대해 검찰 스스로가 수사하는 데 구조적 한계가 있다는 점도 근거로 작용했다.

과거에 공수처 설치 주장이 탄력을 받았던 계기는 대부분 검찰 고위직의 일탈과 이를 덮기에 급급했던 검찰의 태도에서 비롯됐다. 현재의 20대 국회에 공수처 법안이 등장하게 된 계기도 검사장의 비리 의혹 때문이었다. 2016년 진경준 전 검사장의 120억원 뇌물수수 사건과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의 비리 사건이 드러나면서 검찰 수사에 대한 불신 여론이 높아졌다.

검찰의 제 식구 감싸기가 무장해제 빌미 돼


▎패스트트랙으로 지정된 공수처 설치법안과 검·경 수사권 조정 법안을 두고 여야와 검·경의 대립이 갈수록 격화되고 있다. 문무일 검찰총장(왼쪽)은 5월 16일 기자간담회에서 두 법안의 입법 추진에 반발했다. 반면 민갑룡 경찰청장(오른쪽)은 “국민의 염원”이라고 맞섰다.
이를 계기로 고 노회찬 당시 정의당 원내대표가 공수처 설치 법안을 발의했다. 노 의원은 당시 “현행 제도의 특검법과 특별감찰관법으로는 사상 초유의 비리를 막아내거나 드러내지 못했다”면서 “10여 년간 논의만 무성한 채 결론 내리지 못했던 공수처를 만들어 부정부패를 뿌리 뽑는 일이야말로 20대 국회의 역사적 임무”라고 강조했다.

6년 만에 재수사가 진행 중인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 별장 성접대 의혹 사건도 최근의 공수처 찬성 여론에 힘을 싣고 있다. 2014년에 성접대를 강요당했던 여성이 원치 않는 성관계를 가졌다며 김 전 차관을 특수강간 혐의로 고소하자 검찰은 사건을 무혐의 처분했다. 당시 별장에서 문란한 파티를 즐기던 남성의 인상착의가 김 전 차관과 거의 일치하는 등 유력한 증거가 있었음에도 검찰은 “동일인물인지 확인할 수 없다”는 억지 논리를 만들어 여론의 질타를 받기도 했다.

현재 국회에 올라와 있는 공수처 설치법은 5개다. 기존 사법개혁특별위원회에 6개 법안이 올라왔고, 패스트트랙 이후 백혜련, 권은희 의원의 대표발의안이 각각 올라와 있다. 각각의 법률안은 공수처장의 임명 방식과 기소권의 존재 여부에서 차이를 보인다. 언뜻 보면 별 차이가 아닌 것처럼 느껴지지만 깊이 들어가면 헌법체계의 근간을 흔드는 치열한 논쟁으로 치닫는다.

공수처 논쟁과 관련해 2010년 6월 국회입법조사처의 최석림 법제사법팀장(변호사)과 전태희 입법조사관이 작성한 보고서(‘고위공직자비리조사처 설치논의의 쟁점 분석’)에 잘 정리돼 있다. 우선 공수처를 대통령 직속으로 둘 경우 다른 수사기관의 원활한 협조를 얻어 반부패수사에 강한 추진력을 얻을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하지만 공수처의 근본 취지인 정치적 중립과 직무상 독립성이 훼손될 수 있다는 점이 발목을 잡는다. 나아가 대통령의 권한을 더 강화시켜 공수처 수사 대상인 사법부와 입법부에 대한 대통령의 통제만 강화될 수도 있다.

그렇다고 입법·행정·사법부 어디에도 속하지 않는 독립 기구로 설립하는 것도 어렵다. 독립성을 확보할 수는 있지만 헌법이 규정한 국가권력구조(삼권분립)에 속하지 않아 위헌 시비가 있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한계 때문에 현재 발의된 공수처 설치 법안들은 모두 대통령에게 임명권을 주고 있다. 다만 국회나 대법원장이 추천권을 갖고 인사청문 절차를 거치도록 견제장치를 뒀다. 그러나 이 경우에도 궁극적으로는 공수처장이 임명권자인 대통령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는 구조다. 공수처장의 개인적 신념과 도덕성에 따라 공수처의 활동 양상이 달라질 수밖에 없는 이유다. 익명을 요구한 검찰의 한 고위 간부는 “공수처의 구조는 현재의 검찰과 다를 바가 없다”고 설명했다. “공수처가 설치되면 검찰의 부패 수사 기능이 분산되거나 약화될 수밖에 없다. 만에 하나라도 공수처가 권력과 코드를 맞출 경우 공수처는 권력의 창과 방패가 될 수도 있다. 공수처의 도덕성과 선의를 믿고 칼날을 맡기는 것은 괴물이라 말하는 검찰을 잡으려다 또 하나의 괴물을 창조하는 우가 될 수도 있다.”

대통령의 진심이 의심받고 있다


▎120억원의 뇌물 수수 게이트의 주인공인 진경준 전 검사장이 2016년 7월 서울중앙지검에 출석하고 있다. 이 사건은 공수처 설치 여론에 기름을 부었다.
보수진영의 시각은 좀더 노골적이다. 현 정부가 공수처를 방패 삼아 검찰을 무력화하고, 정적 제거의 수단으로 삼으려 한다는 것이다. 과거 보수정권에서 검찰 고위직을 지낸 한 변호사는 “문재인 정부가 고위공직자의 부패 척결과 감시 기능을 중요한 가치로 여긴다면 3년 가까이 비어있는 특별감찰관 자리부터 채우는 게 진정성을 의심받지 않는 길”이라고 지적했다.

특별감찰관법상 특별감찰관이 결원일 때에는 30일 이내에 후임자를 임명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석수 초대 특감이 2016년 9월 해임된 뒤 후임자 인선은 아직까지 이뤄지지 않고 있다. 이 변호사는 “특감이 없다는 건 임기 2년째 대통령과 친인척, 고위공직자들에 대한 감시 기능이 마비됐다는 것”이라며 “공수처 설치를 자신들의 사명인 것처럼 밀어붙이는 속내가 의심받는 것은 자업자득”이라고 말했다.

앞서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2월 15일 ‘국가정보원·검찰·경찰 개혁 전략회의’에서 공수처의 필요성을 거듭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원래 공수처는 그것(검찰개혁의 방안)이 아니고, 대통령을 중심으로 한 최고 고위층 권력자들에 대한 특별사정기관”이라고 말했다. 유명 로펌에 소속된 검사 출신 변호사는 대통령의 발언이 현실을 호도한다고 지적했다.

“공수처 설립은 그것대로 국회에 맡겨 추진하면 될 일이다. 마비돼 있는 고위공직자와 대통령 주변에 대한 감시 기능을 복원하는 것은 별개다. 집에 불이 났는데 성능 좋은 소방차가 안 와서 못 끈다고 불구경만 하고 있을 텐가.”

검찰 내부 분위기는 어떨까. 서울의 한 지검 관계자는 “불만이야 많지만 공개적으로 반대할 명분이 부족해 끌려다닐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이런 분위기는 5월 16일 오전에 가진 문무일 검찰총장의 기자간담회에서도 잘 나타난다. 문 총장은 공수처 법안에 대해 “반대하진 않는다. 공수처 논의가 20여 년 지속된 원인이 검찰인데, 해소 못하면 우리 문제로 인정해야 한다”며 겸연한 태도를 보였다. 문 총장은 다만 “유연성이나 부수적 문제는 국회에서 논의하게 될 것”이라면서도 “국회 논의가 시작되면 우리도 참여하기로 했는데 몇 번 중단됐고, 갑자기 패스트트랙에 올랐다”고 말했다.

국민들에게 공수처 설치는 어떤 의미가 있을까. 공수처의 감시 대상이 고위공직자이기 때문에 일반 국민들에게 직접적인 영향은 없을 수 있다. 다만 본래 취지대로 운영된다면 권력의 분산과 균형의 간접적인 효과를 누릴 수 있다. 최영승 한양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공수처는 국민의 검찰 수사에 대한 불신에서 비롯됐다”며 “공수처는 권력형 비리를 척결하기 위한 것이지만, 검찰권의 분산을 통해 검찰에 대한 견제·균형의 역할을 함으로써 ‘검찰 제자리 찾기’에 일조하는 역할도 한다”고 강조했다.

최 교수의 지적처럼 검찰이 제자리를 찾는다면 이는 국민의 인권 보호가 강화되는 효과를 가져온다. 검찰이 과거 권위적 수사기관의 모습을 벗어나 국민의 인권 옹호기관으로 변해가는 추세이기 때문이다. 이는 문 총장이 취임 초부터 줄곧 강조해온 가치이기도 하다. 검찰은 이에 따라 압수수색 매뉴얼과 체포수사 준칙을 마련하고, 구속 피의자 조사 시 인권개선 방안을 마련하는 등 수사과정에서의 인권개선 방안을 적극적으로 추진해 왔다. 공수처가 설치돼 권한이 분산되고 견제가 작동하게 되면, 이 같은 검찰의 자발적 개혁에 가속도가 붙으리라는 게 찬성 진영이 그리는 청사진이다.

공수처·수사권 조정 양면 협공 당하는 검찰


사법제도 개혁은 공수처와 더불어 검·경 수사권 조정이 동반돼야 비로소 완성된다. 공수처 설치와 수사권 조정은 호환성이 높다. 두 개혁 과제의 밑바탕에는 ‘권력은 나눌수록 투명해진다’는 공통의 대전제가 깔려있다. 협공을 당하는 검찰 입장에선 억울함과 반발이 크지만 이를 바라보는 국민의 여론은 수사권 조정에 무게를 싣는다.

지난해 5월 검찰과 경찰은 수사권 조정을 큰 틀에서 합의했다. 합의문에 따르면 검찰이 1차 수사권을 행사할 수 있는 특수사건에는 ▷부패범죄(뇌물·직권남용·범죄수익은닉) ▷경제범죄(사기·횡령·배임·조세 등 기업의 경제비리) ▷금융·증권범죄·선거범죄 ▷군사범죄, 사법방해범죄(위증·무고·증거인멸) 등 4개의 덩어리로 규정했다. 그 밖의 범죄는 경찰에 우선권을 주기로 했다.

이번에 패스트트랙으로 지정된 수사권 조정안은 검·경의 합의내용보다 경찰에 좀더 권한을 부여했다. 1차 수사권과 수사종결권을 경찰에 주는 방안을 담고 있다. 또 검찰의 수사지휘권을 폐지하고, 검사가 작성한 피의자 신문조서의 증거 능력을 제한하는 내용이 핵심이다. 수직관계였던 두 기관을 수평적 협력관계로 바꾼 것이다.

이에 대해 앞서 통 크게 합의문을 내놨던 두 기관의 반응은 극과 극이다. 수사에 있어서 상당한 자율성을 얻게 되는 경찰은 환영하는 분위기다. 민갑룡 경찰청장은 5월 14일 내부통신망에 올린 ‘전국의 경찰 동료 여러분께 드리는 글’에서 “시대적 과제이자 국민의 염원인 수사구조 개혁이 입법을 통한 제도화의 단계에 들어선 것”이라고 평가했다. 민 청장은 “수사권 조정은 형사 사법에서의 반칙과 특권을 없애라는 국민의 요구에서 비롯됐다”며 “국민이 요구하고, 정부가 합의안을 통해 제시하고, 국회에서 의견이 모아진 수사구조 개혁의 기본 원칙은 지켜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론을 걷어내고 보는 수사권 조정의 현실은


▎패스트트랙 지정을 앞둔 4월 29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회의실 앞에서 자유한국당 의원과 당직자들이 바닥에 누워 여야 4당 의원들의 입장을 막고 있다. / 사진:김경록 기자
검찰은 강하게 반발했다. 문 총장은 민 청장이 입장을 낸 이틀 뒤인 5월 16일 기자간담회를 열고 “현재 국회에서 신속 처리법안으로 지정된 법안들은 형사사법체계 민주적 원칙에 부합하지 않고, 기본권 보호에 빈틈이 생길 우려가 있다”고 공수처 설치안과 수사권 조정안을 싸잡아 비판했다. 문 총장은 수사권 조정안의 부당함을 논리적으로 반박하는 데 100분 넘게 할애했다.

그는 “과거 정치적 의혹이 따른 사건들이 꽤 있었다”며 “수사 결과가 정치적 중립을 의심받거나 수사 과정에서 검찰이 과도하게 미적거리는 모양이 보여졌다”고 검찰의 과오를 인정했다. 그러면서 “검찰의 수사 착수를 줄이겠다. 마약·조세·금융·식품의약 수사는 분권화를 추진 중이고, 특별수사부까지 뺄 것인가는 국민적 결단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검찰의 권한이 지나치게 크다는 점에 동의한 뒤 문 총장은 말을 이었다. “사개특위 정부안은 전권적 권능을 확대한다. 검찰이 이러한 권능을 갖고 있으니 경찰도 전권을 행사해 봐라(는 식이다). 있는 것도 통제해야 하는데 그걸 확대하는 것은 안 맞다.”

검찰과 경찰의 논쟁은 형사법 체계의 해석에 관한 이론적 부분이어서 이해하기가 쉽지 않은 게 사실이다. 하지만 수사권 조정을 품고 있는 형사사법제도는 국민의 실생활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민사와 형사 절차를 통해 이뤄지는 생활의 법률 활동을 모두 포괄하기 때문이다. 실제 수사권 조정이 이뤄진다면 국민의 생활은 어떻게 달라질까. 고소·고발 과정의 변화를 보면 이해하기가 쉬워진다.

고소장은 검찰과 경찰 양쪽에 모두 접수할 수 있다. 검찰청에 접수되는 대부분의 고소·고발 사건은 경찰청으로 보내진다. 검사가 직접 수사하는 비율은 13%에 불과하다. 검찰은 직접 수사할 필요가 없다고 판단되면 경찰에 사건을 보내 ‘수사지휘권’을 행사한다.

경찰이 사건을 무혐의로 종결할 경우 현행 제도에서 민원인은 이의제기를 하더라도 뚜렷한 조치를 받기가 어렵다. 민원인이 가장 불만스러워하는 대목이다. 담당 형사는 ‘검찰에 사건을 송치했으니 검사에게 물어보라’고 하면 그만이다. 검찰은 ‘경찰이 무혐의로 송치했으니 경찰로 가서 따지라’고 돌려보낸다. 수사권이 조정되면 경찰은 무혐의로 종결한 사건의 기록을 보관하고 있다가 민원인이 이의를 제기하면 사건을 검찰로 송치한다. 1차적인 사건 종결권을 경찰이 갖는 것이다. 이후 검찰이 수사 여부를 검토해 결정하게 된다.

거꾸로 피의자 입장에서 조사를 받게 되는 경우 현재는 경찰서에서 조사를 받은 뒤 검찰로 사건이 넘어가면(송치), 검사가 다시 조서를 받는 이중조사 구조다. 수사권 조정 후에는 검찰에서 똑같은 조사를 다시 받는 절차가 생략된다. 경찰이 보내온 조사 내용만으로 검찰이 기소 여부를 결정하기 때문이다. 또 경찰 조사 과정에서 무혐의로 밝혀지더라도 현재에는 검찰이 불기소 여부를 최종 판단하는 이중 절차를 거쳐야 하지만, 수사권이 조정된 뒤에는 경찰이 자체적으로 사건을 종결할 수 있게 된다.

국민의 입장에선 경찰서로, 검찰청으로, 법원으로 여기저기 불려 다녀야 하는 번거로움이 줄어든다. 또 경찰과 검찰이 각각 독립적으로 수사를 시작하고 끝낼 수 있어서 사건 처리가 빨라진다.

문제가 없는 건 아니다. 경찰의 수사종결권이 남용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비슷한 사례로 버닝썬 사건을 예로 들 수 있다. 클럽 버닝썬과 유착한 경찰관들이 클럽에서 일어난 각종 범죄 혐의를 제대로 수사하지 않고 은폐하려 했던 일이 비일비재하게 일어날 수 있다는 우려다.

더 큰 걱정은 경찰 권력의 비대화다. 경찰이 쥔 가장 큰 힘은 전국에 촘촘히 박혀있는 풀뿌리조직에서 수집되는 막강한 정보력이다. 강신명 전 경찰청장을 구속에 이르게 한 것도 박근혜 정부 때 경찰이 정보력을 이용해 정치에 개입했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문재인 정부는 경찰개혁의 일환으로 정보기능 폐지를 첫손에 꼽았었다.

정보·수사 모두 가진 새로운 ‘괴물’ 될 수 있다


▎패스트트랙에 반대 입장을 표했던 오신환 바른미래당 의원이 원내대표로 선출됐다.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가 신임 인사차 예방한 오 원내대표를 밝은 표정으로 맞이하고 있다. / 사진:오종택 기자
그러나 실제로 정보기능 폐지는 이뤄지지 않았다. 현 정부의 경찰개혁을 주도했던 경찰개혁위원회는 지난해 4월 정보경찰의 인력을 줄이고 정보국을 축소하는 정보활동 개혁을 정부에 권고했다. 하지만 권고안은 실행에 옮겨지지 않았다. 익명을 요구한 경찰청의 한 관계자는 “경찰개혁위원회가 올린 권고안이 BH(청와대)에서 받아들여지지 않은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정부가 처음에는 경찰의 정보기능을 거의 없애는 수준으로 개혁하려고 마음을 먹었다가 어느 순간 기조를 바꿨다”면서 “국정원과 기무사, 검찰의 정보기능을 무력화한 마당에 경찰의 정보기능까지 없애면 BH가 눈뜬 장님이 될 수 있다는 판단이 있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재경 지검의 한 중견 검사는 “검찰은 이른바 ‘우병우 라인’ 숙청 과정에서 범죄정보 수집 기능이 아예 해체됐다”며 “만약 경찰에 수사권을 준다면 기존의 정보력이 더해져 통제받지 않는 또 하나의 ‘괴물’이 탄생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공수처 설립과 수사권 조정안이 현실화할지 현재로선 미지수다. 오신환 의원이 바른미래당 원내대표로 선출됐기 때문이다. 국회 사개추위 위원이었던 오 원내대표는 패스트트랙 지정을 반대하다가 당시 김관영 원내대표로부터 강제로 사임당한 당사자다. 오 의원의 사보임 논란은 패스트트랙을 둘러싼 여야의 강대강 대치의 도화선이 됐다.

오 의원이 원내대표로 선출됨에 따라 패스트트랙의 국회 통과 여부도 안갯속으로 접어들었다. 오 원내대표는 취임 기자회견에서 패스트트랙으로 지정된 두 개의 공수처 법안 중 백혜련 민주당 의원이 대표발의한 안건의 통과를 공개적으로 반대했다. 오 원내대표는 “왜 반대했는지 누구보다 (의원들이) 잘 알고 계실 것”이라며 “수사권과 기소권이 분리되지 않은 기형적 공수처를 반대한다”고 밝혔다.

패스트트랙에 찬성표를 던졌던 채이배·임재훈 의원은 원내대표 경선 직후 사개특위에서 사임했다. 여기에 손학규 대표마저 사퇴할 경우 여야 4당의 공조가 깨지고 바른미래당과 자유한국당의 공조가 강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현재 국회의 임기는 내년 4월까지다. 21대 총선의 결과에 따라 공수처와 수사권 조정을 실현할 기회는 이번이 마지막일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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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6호 (2019.05.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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