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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양 리포트] 김영철 숙청 이후 김정은의 3각 통치전략 

‘권부’ 최룡해, ‘외교’ 이용호·최선희, ‘경제’는 박봉주·김재룡이 키맨 

남성욱 고려대 행정전문대학원장, 전 국가안보전략연구원장
숙청은 책임 전가, 희생양 찾는 권력의 악성 소프트웨어
미사일 강공 전략 이후의 미래는 극히 불투명


▎북한은 5월 9일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지도 아래 조선인민군 전연(전방) 및 서부전선방어부대들의 화력타격훈련을 했다고 밝혔다. / 사진:연합뉴스
북한의 통전부장 김영철은 어디로 사라진 것일까? 2011년 말 김정은이 권좌에 오른 이후 7년 만에 역사상 최초로 2차례의 북·미 정상회담을 성사시킨 핵심 주역이 보이지 않는다. 트럼프 미 대통령과 만나고 폼페이오 국무장관과 뉴욕 맨해튼 빌딩 스카이라운지에서 북한의 비핵화와 장밋빛 미래를 논의하던 75세의 노회한 권력의 얼굴마담이 지난 4월 흩날리던 벚꽃과 함께 사라졌다. 국정원은 4월 24일 통전부장이 김영철에서 신원사항이 제대로 확인되지 않은 장금철로 교체됐다고 밝혔다.

김영철이 누구인가? 김정은 국무위원장 집권 이후 리영호 총참모장 등 아버지 김정일이 붙여준 호위무사 등을 제치고 지도자의 최측근으로 부상한 인물이다. 군부를 장악하고 대미(對美) 강경 정책을 주도한 초강경파다. 2016년 김양건 사망 이후 통일전선부장에 임명된 김영철은 무력도발 총책임자인 정찰총국장 직책을 틀어쥐면서 대남(對南) 책임자인 통전부장까지 겸했다. 북한 내부 대남 온건파가 김양건 사망과 김영철의 득세로 전부 숙청당했다는 관측까지 나왔다.

김영철은 2016년 신설된 국무위원회 위원으로 선임되는 등 권력의 출세가도를 질주해왔다. 2018년 초 남·북·미 화해무드 상황에서 정보 라인 간의 총책임자로 남·북·미 관계를 물밑에서 조율했다.

하지만 하노이 회담은 김정은이 큰 만족을 표시한 친서대로 진행되지 않았다. 영어 해득력이 부족하고 미국 정치문화에 익숙하지 않은 김영철은 워싱턴의 복안을 오해한 것일까? 아니면 폼페이오의 발언에 대해 통역한 내용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것일까? 결국 65시간의 장거리 열차 방문을 통한 하노이 회담이 최종적으로 ‘노딜’ 이라는 참담한 결과와 함께 북한이 제재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사실만을 스스로 고백하는 자충수로 막을 내렸다. 김영철이 당 부위원장 직책과 국무위원 직책은 유지한 만큼 숙청이나 실각은 아닌 것인지? 김영철의 최고조에 달했던 관운은 하노이 노딜로서 끝이 난 것일까?

미국 대통령까지 만난 북 관료의 숙청이란


▎4월 12일 북한 최고인민회의장에서 최룡해 북한 국무위원회 제1부위원장이 김정은 위원장과 허리 숙여 악수하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지난 2월 정상회담이 결렬로 끝난 후 김영철과 함께 김혁철 국무위원회 대미특별대표도 외교무대에서 사라졌다. 김혁철은 지난 1월 최선희 외무성 부상을 대신해 실무 협상 대타로 등장했다. 스티븐 비건 미 국무부 대북정책 특별대표의 파트너였다. 토끼사냥이 완료된 만큼 김정은은 자신이 원하는 결과를 도출하지 못한 무능한 사냥개를 내치는 토사구팽(兎死狗烹)을 자행한 것일까? 아니면 하노이에서 평양으로 돌아가는 기차 안에서 김정은에게 3일 동안 무릎 꿇고 반성했다는 소문대로 하노이 ‘노딜’에 대한 희생양일까? 혹은 태영호 공사가 지적한 스스로 방어벽을 치는 차원에서 와병을 핑계로 2선으로 물러난 것일까? 향후 김영철을 대신하여 북한의 대미와 대남 대응전략은 누가 설계하고 주도할 것인가? 통전부와 외무성의 역학 관계는 어떨 것인가? 5월 초 어린이날 연휴를 앞두고 1년5개월 만에 북한의 전격적인 단거리 미사일 발사는 누구의 아이디어이며 ‘새로운 길’을 가는 것일까?

역대 북한의 권력 실세 중에서 백악관 집무실에서 미 대통령을 만난 인물은 조명록과 김영철 2명이다. 조명록은 2000년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대미 특사 자격으로 클린턴 대통령을 만나 친서를 전달했다. 조명록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 겸 군총정치국장 직함에 군복을 입고 백악관 오벌 오피스에서 획기적인 북·미 관계 개선의 메시지를 전달했다. 김영철 역시 2018년 5월에 이어 2019년 1월 백악관 집무실에서 트럼프 대통령에게 김정은의 친서를 전달했다. 백악관을 방문해서 ‘철천지원수’라는 미 대통령에게 직접 친서를 전달하는 것은 평양 최고지도자의 절대적인 신임을 받지 않고서는 불가능한 일이다.

하지만 북한에서 최고지도자의 각별한 신임은 양날의 칼이다. 특별한 총애를 받는 순간 누구도 누리지 못하는 권력의 각종 단맛과 혜택을 맛보지만 막후의 집중적인 견제와 시기·질투라는 권력 투쟁의 목표물이 된다. 본인에게 주어진 특수 미션을 제대로 수행하여 ‘최고 존엄’의 위상에 손상을 가하지 않으면 그의 권력은 무탈하다. 하지만 최고지도자의 지상명령을 완벽하게 수행하지 못해 ‘체면과 권위’의 문제가 생기면 그의 생사는 바람 앞에 등불이 된다.

북한 권력층들이 가장 두려워하는 것은 숙청이다. 최고지도자와의 직간접 거리에 비례해서 권력의 파워가 달라진다. 최고 권력자 주변에는 문고리 권력부터 시작해서 책사, 참모 및 실세 등 다양한 형태의 ‘주변 권력’이 존재한다. 최고 존엄의 신임이 지속되는 한 ‘주변 권력’에 대한 신변의 위협은 없다. 김정은의 집무실에서 회의에 참여하고 공식 사진을 찍지만 지시사항이 제대로 이행되지 않을 경우 하루아침에 희생양이 될 가능성은 항상 존재한다.

권력의 단맛이 강했던 만큼 최고지도자의 눈 밖에 난 대가 역시 쓴맛은 상상을 초월한다. 사랑은 하루아침에 미움을 넘어 증오로 바뀌고 ‘숙청’이라는 사약(死藥)이 기다리고 있다. 북한의 [조선말 대사전]에 따르면 숙청을 ‘정치적 반대 세력을 차단하거나 제거하는 것’으로 규정한다. 숙청은 최고 수준의 정치적 및 형사적 처벌을 의미한다. 숙청보다 낮은 단계의 처벌은 경고적 의미가 있는 ‘혁명화’ 과정이다. 보통 지방의 협동농장이나 광산 등에서 일반 노동자와 동일하게 육체노동을 6~12개월 정도 경험한 후 충성 맹세를 수십 장 제출한 후 현업에 복귀한다. 평양 중앙정치에 복귀할 기회를 한번 주는 것이다.

과거 김정일의 매제였던 장성택을 유럽에서 수행했던 고위층 탈북자는 국가안보전략연구소장이었던 필자에게 혁명화 과정의 고통을 설명해줬다. 장성택은 술만 취하면 종아리에 남은 각종 상처와 화상 흉터를 보이며 김정일의 눈밖에 나서 1년 동안 평안남도 강선제강소에서 쇳물을 나르다가 다쳤다고 한탄했다고 한다. 2019년 4월 최고인민회의 이후 북한 권력의 2인자로 떠오른 최룡해 역시 지난 2015년 함경남도 덕성군 장흥협동농장에서 농사일을 하는 혁명화 조치를 받고 평양에 복귀했다. 양강도에 건설된 백두산영웅청년발전소 공사 부실의 책임 추궁을 당했다. 주민들 간에는 “과거 평양에서 바람피운 것 때문에 검덕광산에서 혁명화를 하고 이제는 김정은에게 잘 보이려고 발전소 건설을 무작정 몰아붙였다가 함경남도서 농장일을 하는 꼴이 됐다”는 소문이 돌았다.

혁명화와 달리 숙청은 ‘돌아오지 않는 다리’


▎지난 1월 트럼프 미 대통령이 워싱턴DC 백악관 집무실에서 김영철 북한 노동당 부위원장으로부터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친서를 받고 있다.
혁명화 조치와 숙청의 차이점은 기사회생 여부다. 혁명화는 복권이 가능하지만 숙청은 재기의 기회가 영영 사라진다. 혁명화는 실수를 한 간부를 탄광이나 광산, 농촌 등에 보내 육체노동을 시킴으로써 사상을 개조하고 당과 수령에 대한 충성심을 고양시키는 처벌이다. 내용상 노동교화형과 비슷하지만 정식 재판을 거치지 않는다는 점에서 정치적 처벌에 가깝다. 숙청으로 정치범 수용소로 보내졌는데 무죄를 받아 복권이 되면 숙청 작업에 참여한 사람들이 잘못한 것이기 때문에 복권 사례는 북한 숙청의 역사에서 찾아보기 힘들다.

숙청의 대상은 크게 세 가지로 구분된다. 우선, 불경과 불충이다. 김정은 시대 불경과 불충의 대표적인 사례는 리영호 전 총참모장과 현영철 인민무력부장 등이 꼽힌다. 2012년 7월 김정일의 장례식 운구차량을 수행했던 리영호는 김정은 집권 7개월 만에 모든 직위에서 해임됐고 현재까지 행방이 묘연하다. 북한은 2012년 9월 전군에 하달한 자료에서 “개인의 공명심에 눈이 어두워 양봉음위(陽奉陰違, 앞에선 순종하는 척하고 속으론 딴마음을 품음)하는 자들, 주색금(술·여자·돈)에 빠져 사상적으로 타락한 자들이 우리 일꾼들 속에 있으며 이는 위대한 김정일 장군님 앞에 천추에 두고 씻을 수 없는 대죄악이다. 리영호 같은 충신의 탈을 쓴 간신들은 우리 당과 국가의 어디에도 발붙일 곳이 없다”고 밝혔다.

2015년 김정은 최측근으로 분류됐던 변인선 총참모부 작전국장도 처형됐다. 김정은에게 이견을 제시했다는 이유였다. 같은 해 4월 30일 현영철 인민무력부장은 김정은 연설 도중 졸았다는 이유 등으로 처형당했다. 현영철은 평양 순환구역 소재 강건 종합군관학교 사격장에서 고사총으로 총살됐다. 수백 명의 권력층이 지켜보는 가운데 공개 처형했다. 숙청 사유는 김정은에 대한 불만 표출, 김정은 지시의 수차례 불이행과 태만, 김정은이 주재한 인민군 훈련 일꾼 대회에서 졸고 있는 불충스러운 모습 때문이다. 그해 4월 26일 조선중앙통신이 공개한 사진에는 현영철의 조는 모습이 담겨있다. 김 제1위원장이 앉아있고, 그 옆에 황병서, 그 옆에 현영철이 앉아 있었는데, 눈을 감고 있는 게 보였다. 돌쇠 성격의 현영철은 조는 행동으로 몇 차례 김정은의 째려보는 주의를 받고도 시정되지 않아 전격 숙청당했다. 2016년 7월엔 김용진 부총리가 최고인민회의 도중 자세가 불량했다는 이유 등으로 각각 처형됐다.

다음은 반혁명분자로서 숙청에서 처벌이 엄중한 경우다. 2013년 12월 12일 장성택 당 행정부장이 국가안전보위부 특별군사재판 판결 직후 전격 처형된 사건이 대표적이다. 장성택 죄명은 반당(反黨)·반혁명 종파 행위로서 주변 인물의 대거 숙청이 뒤따랐다. 일부 국내 언론에서는 김정은이 장성택을 처형했기 때문에 북한 내정이 불안하다고 보도했지만 실제 김정은이 장성택을 처형하지 못했다면 평양의 권력이 불안했을 것이다.

마지막으로 최고지도자의 과업 수행에 폐를 끼진 무능자에 대한 처벌이다. 김영철의 퇴진 내지 숙청이 해당한다. 2015년 5월엔 최영건 부총리가 ‘성과 부진’ 명목으로 숙청됐다. 과업 수행 자체가 무리하거나 여건이 불비해서 목표가 달성되지 못한 경우가 태반이기 때문에 결국 희생양 찾기다. 일본의 북한 전문매체 아시아프레스는 지난 3월 24일 북한이 북·미 정상회담 실패에 대한 책임을 물어 외무성 간부 4명이 총살됐다는 소문이 돌고 있다고 보도했다. 북·중 무역을 하는 북한 소식통은 “외무성 간부 4명이 트럼프와의 회담 실패 책임을 물어 총살됐다고 들었다”고 말했다. 아시아 프레스는 이어 3월 22일엔 다른 내부 소식통이 “4월 초 평양에서 중앙당 간부와 인민무력부 소속 간부가 모인 앞에서 하노이 북한 대사관원과 외무성 간부 등 4명이 총살됐다고 한다. 북측 정보를 돈을 받고 회담 전에 미국 측에 팔았다”는 소문을 전했다.

숙청은 과거 소련의 레닌과 스탈린 및 중국의 마오쩌둥 등 공산주의 최고 권력자들이 자신들에 대한 비난과 책임 추궁을 회피하기 위해 주기적으로 작동시킨 권력의 악성 소프트웨어였다. 김일성과 김정일 역시 정적과 2인자에 대한 숙청을 통해 권력의 도전을 물리쳤다. 김일성 시대 숙청의 서막은 박헌영 처단이었다. 1955년 평안북도 철산군에서 한국전쟁 당시 미국 스파이의 죄목으로 남로당 책임자 박헌영을 고문해 사망하게 했다. 이후 종파주의와 파벌주의 책임을 물어 1950년대 말에는 허가이 등 연안파와 소련파, 1960년대 후반에는 갑산파 등을 반혁명분자로 연이어 숙청하였다. 김정일 시대 숙청의 하이라이트는 1997년부터 2000년까지 진행된 속칭 ‘심화조 사건’이다. 1994년 김일성 사후 3년상을 치른 김정일은 1998년 국방위원장 자격으로 2대 세습에 전후로 집권 이후의 도전을 잠재우고자 2만5000여 명의 당 간부와 가족을 숙청하거나 요덕 등 집단수용소로 보냈다.

최선희, 작두 위에서 칼춤을 추는가


▎2017년 3월 당시 완공을 앞둔 평양시 대성구역에 있는 여명거리를 찾은 김정은 위원장./사진:노동신문 캡처
김영철의 숙청 이후 북한 권력의 분야별 행보는 누구를 중심으로 작동될 것인가? 권력에서 추락하는 인물이 있으면 필연적으로 반등하는 인물이 있다. 우선 대미 협상은 김영철을 대신해 이용호와 최선희의 쌍두마차를 중심으로 진행될 것이다. 북한 외무성이 통전부 대신에 대미 협상의 창구 역할을 되찾았다. 지난 4월 26일 북·러 정상회담을 위해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를 방문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전용차에 이용호 외무상과 최선희 외무성 제1부상이 탄 모습이 화면에 포착됐다. 김 위원장은 블라디보스토크 태평양함대사령부에 있는 전몰용사 추모 시설인 ‘꺼지지 않는 불꽃’에서 헌화했다. 검은색 벤츠 마이바흐 S600 풀만 가드를 타고 온 김 위원장은 상석인 오른쪽 뒷좌석에서 내렸고, 동시에 이용호 외무상이 전용차 앞자리에서, 최 제1부상이 김 위원장 옆자리에서 내렸다. 북한 간부가 전용차에 동승하는 사례는 극히 드문 일이다. 공식적으로 발표되는 권력 서열 순위가 무색한 수준이다. 김정은의 강대국 외교는 외무성 라인으로 작동될 것을 예고한다.

리 외무상과 최 제1부상은 전날 김 위원장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확대 회담에서도 북측 배석자로 유일하게 참석했다. 이용호와 최선희는 두 정상 간의 마지막 공식일정인 만찬 연회에서도 김 위원장과 주빈석에 함께 앉았다. 2019년 하노이 회담 이후 떠오르는 별 최선희의 문고리 파워는 상상 이상이다. 전용차 탑승에서 김 위원장의 옆자리에 최선희가 10여 분 이상 동석하고 이동했다. 당장 이 장면만으로 최선희가 이용호보다 실세라고 판단하기 어려워도 최선희에 대한 김정은의 신임이 간단치 않다는 것을 짐작하게 한다. 최선희가 최고 권력자와 차량 옆자리에 동승하는 총애를 받고 있지만 그녀의 파워는 작두 위에서 칼춤을 추는 무당과 크게 다르지 않을 정도로 불안하다.

최룡해, 당·내각·군의 총괄지배인


▎최근 북한은 단거리 미사일 추정체가 이동식 발사차량(TEL)에서 공중으로 치솟는 장면을 공개했다. / 사진:연합뉴스
최선희는 지난 4월 말 마이크 폼페이오의 인터뷰 내용을 거론하며 “미국이 우리가 제시한 시한부 내에 자기 입장을 재정립해 가지고 나오지 않는 경우 참으로 원치 않는 결과를 보게 될 수 있을 것”이라고 포문을 열었다. 5월 미사일 발사를 예고한 셈이다. 최선희는 4월 20일에도 존 볼턴 미 국가안보회의 보좌관의 언론 인터뷰를 문제 삼아 “희떠운 발언이며 멍청해 보인다”고 비난했다. 최선희는 김정은의 연말 시한 가이드라인을 백업하며 강공 작전으로 ‘대미 장외 여론전’을 주도하고 있다. 스위스에서 조기 유학한 젊은 지도자 김정은 입장에서는 영어 해득력이 없는 노쇠한 김영철보다는 영어가 유창하고 민첩하게 움직이는 최선희를 실무적으로 신뢰할 만할 것이다.

특히 최선희는 김여정을 제외하고는 김정은과 유럽의 조기유학 시절의 경험에 대해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는 거의 유일한 인물이다. 1964년생인 최선희는 어린 시절, 권력 서열 3위로 내각 부총리였던 최영림의 수양딸로 받아졌고, 이후 평양에서 유년기를 보내다가 중국, 오스트리아 및 몰타에서 중고등학교 시절을 보냈다. 해외 유학 시절의 경험과 국제화 지식으로 영어를 수준급으로 구사하고, 직설적인 화법을 구사하며 강성이다. 1988년 외무성 입부 후 30년 만에 최고 권력자의 차량에 동승하는 자리에 올랐다. 그녀의 장기는 역시 유창한 영어 실력이다. 그동안 국제무대에서 다양한 영어 실력을 과시하였다. 2009년 8월 빌 클린턴 전 미국 대통령이 평양을 방문했을 때도 통역을 맡았다. 6자 회담 북측 수석대표 통역(2003~2008년), 외무성 북아메리카국 부국장(2010년) 및 6자 회담 북측 차석대표, 외무성 북아메리카국 국장(2016년), 외무성 북아메리카국 부상(2018) 및 외무성 제1부상 및 국무위원회 위원(2019년) 등 정통 외무성 테크노크라트의 출세가도를 달려왔다.

김일성은 생전에 북한과 같은 약소국은 외교, 군사 및 과학기술의 3대 분야는 실무 테크노크라트의 의견을 중시하라는 지침을 내렸었다. 장기 근무로 업무의 연속성과 일관성이 보장된 정통 외무성 간부들이 중용되는 이유 중의 하나다. 3차 북·미 정상회담이 김정은의 희망대로 연말 안에 개최되어 스몰딜에 해당하는 합의문이라도 도출한다면 최선희는 아마도 북한 최초의 여성 외무상이 될 것이다.

대남 관계는 큰 틀은 외무성에서 잡고 실무적인 업무는 통전부장에 새로 임명된 장금철을 중심으로 진행될 것이다. 장금철은 2001년 민족경제협력연합회 참사로 6·15 남북공동행사에 참가했고 이후 민족화해협력범국민협의회(민화협) 중앙위원에 임명되어 아태평화위원회에서 민간 교류 업무를 맡았었다. 2019년 4월 노동당 전원회의에서 중앙위원으로 선출됐고, 통일전선부장으로 임명되어 실무적인 대남 업무를 처리할 것이다. 남북 관계는 대미 관계와 분리해서 대응하기 어렵기 때문에 장금철 등이 최선희 등과 조율해서 김정은의 최종 지침을 받는 체계로 정책이 진행될 것이다.

2019년 북한 권력구조 개편에서 가장 상징적인 사건은 북한의 내각 수반인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 김영남의 퇴진이다. 천하제일의 처세술로 3대에 걸쳐 명목상 권력의 2인자 역할을 했던 김영남의 퇴진은 이제 권력의 세대교체가 완성됐다는 것을 상징한다. 지난 4월 14기 최고인민회의는 김정은을 ‘최고 수위로 추대’하였다. 김정은의 실질적인 권력과 형식적인 권력을 일치시키려는 의도다. 김 위원장은 실질적인 북한의 지도자이지만 아버지 김정일 시대의 권력 프레임에서 통치하고 있었다. 북한에서 국무위원장은 국가의 최고영도자이지만, 외교적으론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 김영남이 국가를 대표했다. 이는 김정일 국방위원장 때 도입한 시스템이다. 김정은이 북한을 통치하지만, 형식적으로 김영남에게 대외 수반 역할을 맡기는 방식이었다.

김정은은 형식적 수반 체제를 바꿔 고령인 김영남(91세)을 퇴진시키고 ‘김정은 원톱’ 체제로 권력체계를 단순화했다. 최룡해(70세)가 김영남의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 자리를 물려받았다. 최룡해는 또한 북한 국무위원회 제1부위원장에도 오르며 확실한 2인자가 되었다. 최룡해는 김정은이 해외 순방에 나설 때 평양역에서 김정은을 배웅하며 김정은 부재 중에 평양의 권부를 관리한다. 제2차 북·미 정상회담 기간 동안에는 평양의 충실한 진돗개 역할을 수행했다. 결국 최룡해는 김정은의 권한 위임을 받아 당과 내각 및 군의 총괄 지배인(manager) 역할을 수행할 것이다. 최룡해는 형식상의 북한 총리로서 5월 6일 러시아 여객기 화재 참사와 관련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에게 위로 전문을 보냈다. 북한 노동신문은 최룡해가 만수대의사당에서 장 카를로 엘리아 발로리 이탈리아국제그룹 이사장을 접견했다고 5월 3일 보도했다.

군사도발 안 먹히면 실세들의 운명도 미궁에


▎지난 3월 1일 하노이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북·미 정상회담 결렬에 대한 입장을 밝히는 북한 이용호 외무상(오른쪽)과 최선희 외무성 부상. / 사진:연합뉴스
하노이 회담 이후 경제관리는 박봉주가 후방에서 관리하고 김재룡이 전방에서 활약하는 투톱 시스템으로 작동된다. 2019년 4월 내각 총리로 선출된 김재룡은 산간 오지인 자강도 당위원장에서 일약 김정은 2기 정권의 경제 수장으로 발탁됐다. 평안북도당위원회 비서를 거쳐2015년 2월 자강도 당위원회 책임비서에 올랐다. 북한은 하노이 정상회담의 결렬로 기대했던 대북제재 해제가 무산되면서 ‘자력갱생에 의한 경제발전’ 노선 채택이 불가피해졌다. 평안북도와 자강도에서 지방의 당 관료로 지방경제 발전을 위해 활약해온 공로가 인정돼 깜짝 발탁됐다. 김재룡을 총리로 발탁했다고 해서 전임 박봉주의 좌천 및 숙청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박봉주가 노동당 부위원장으로 자리를 옮겼지만, 국무위원회 부위원장을 여전히 겸임하고 있다. 80세 고령의 박봉주보다는 새로운 인물을 통해 미국의 경제제재에 대응하는 세대교체 인사다. 김정은의 신임이 여전한 박봉주는 김정은 위원장의 경제관리 정책을 구현하기 위해 후방에서 경제 전반을 관장할 것으로 보인다.

하노이 회담의 노딜 이후 김정은은 외교 및 대외 관계는 이용호와 최선희, 평양 권부관리는 최룡해, 경제는 박봉주와 김재룡을 통해 삼각 통치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연이은 미사일 발사를 통해 “평화는 힘으로만 담보할 수 있다”며 강공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2019년 한반도 정세는 김정은의 군사 도발로 새로운 먹구름이 몰려오고 있다. 연말까지 미사일의 사거리를 늘리는 살라미(salami) 군사도발로 한국과 미국을 압박할 것이다. 사거리가 2500㎞인 중거리 미사일이 일본 열도를 지나가는 순간 대화냐 제재 강화냐 선택의 분기점에 직면할 것이다. 군사 도발로 김정은의 목표가 관철되지 않을 경우 측근들의 운명도 김영철과 같이 미궁에 빠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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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6호 (2019.05.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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