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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버 스토리 | 특별기고] ‘보수의 담수화(淡水化)’ 프로젝트 

“소금 농도 확 낮추면 대중은 다시 마신다” 

매력적 정책 제안 없이 지지층 결집만으론 승리 요원
저급한 음모론과 단절할 때 보수 정당 ‘품격’도 회복돼


▎미래통합당 의원 등 보수 진영 인사들이 6월 9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대한민국 미래혁신포럼’ 특별강연에서 국민의례하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총선이 끝나고 두 달이 지났다. 문재인 정부 4년 차에 치러져 ‘정권 심판’의 구호가 작동하고 그간 선거 패배의 원인으로 지목됐던 보수 분열도 해소됐기에 승리를 점치는 사람도 많았지만, 결과는 예상과 달랐다. 대한민국 보수의 비극은 탄핵 이후 3년이라는 긴 시간 동안 어떤 근본적인 변화도 거부해왔다는 점에 있다. 그사이 강경 보수층의 목소리는 더 강해지고, 정당 지도부의 오판으로 인해 특정 종교와 결합까지 하면서 일반 유권자들이 보기에는 너무 짜서 마실 수 없는 소금물처럼 변해버렸다.

4연패를 겪다 보니 피상적인 접근법으로는 보수 진영이 선거에서 다시 승리하기 어렵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그래도 이 소금물의 농도를 확 낮춰 담수화해서 일반 대중이 다시 마실 수 있도록 파훼(破毁, 깨뜨려 헐어 버림)법을 찾아보고자 하는 노력 속에서 보수를 진단하려 한다.

대안과 비전 제시는 강력한 여당에 대적하는 야당 입장에서는 필수요소인데, 이번 총선에서 미래통합당은 어디를 지향하는지 유권자들에게 설명하지 못했다. 과거에 보수는 경제·안보·교육에서 안정감을 바탕으로 한 확실한 비교우위를 가지고 선거를 치렀다.

하지만 이제는 낙수(落水) 경제론, 상호주의 안보론, 경쟁 교육론이 대중에게 그리 매력적인 지향점이 아니다. 그러는 동안 진보는 노동·환경·인권이라는 새로운 세 축을 구축했다. 매력적인 정책 제안 없이, 핵심 지지층에 대한 최면만으로 이기려고 하면 곤란하다.

탄핵 이후 소수 세력이 된 보수 진영이 겪고 있는 증후군이 있다. 태극기를 보면서 느끼는 애국의 뭉클함을 독점하고 있다는 선민의식과 결합한 최면, 그리고 자유라는 단어를 외치면 스스로가 이념에 투철한 자유주의자라는 착각이다.

나무아미타불을 외면 극락왕생에 가까워지고 할렐루야를 외치면 구원받는 종교와 달리, 정치는 명민하고 비판적인 대중에게 가치 판단을 요구받는 영역이다. 대중 다수와 호흡하지 못하고 고립되면 안 된다. 단순히 덩어리를 불리는 통합에 의존한 선거 전략은 지금 와서 평가하면 무모하기까지 했다.

보수는 지금까지 이런 고찰을 하지 않아도 됐다. 반공 이데올로기와 구시대의 영광이 확보해준 40%의 콘크리트층에 지역 구도 등을 엮어 10% 정도의 추가 지지층만 얹으면 선거에 이기는 국면에 익숙했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보수 정치인들은 지지층 확장에 대한 고민을 해보지 않았기 때문에 선거가 끝난 뒤 김종인 비상대책위원회를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다. 2012년 오른쪽에 서서 왼쪽으로 확장해보고, 2016년에는 왼쪽에 서서 오른쪽으로 확장해 승리를 거둬본 ‘상승장군(常勝將軍)’ 김종인은 통합당에 유일한 대안이었다. 거스 히딩크 감독이 한국 축구에 가장 먼저 던져준 충격은 자타가 공인하던 주전을 갈아 치운 것이고, 그 긴장감이 만든 공간에 체력을 하나의 지향점으로 제시한 것이다.

‘경제 잘 아는 40대’란 실존 인물 아닌 키워드


▎2019년 11월 우리공화당 당원들과 태극기부대 참가자들이 의정부역 앞 도로에서 집회를 마친 뒤 가두행진을 하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김종인 비대위는 출범과 함께 기존 대선주자들을 긴장시키고 자극했다. 결국, 보수를 살린다는 것은 국민 눈높이에 맞춰 대선에서 과반 득표를 할 수 있는 대선주자를 만들어내는 목표를 실현하는 것이다. 박정희 대통령의 후광이 강했던 박근혜 후보나, 노무현 대통령의 동반자였던 문재인 후보와 같이 많은 상속 자산을 가진 후보는 앞으로 없을 것이다.

박근혜 전 대통령이 권좌에 있던 시절 여러 정치인이 그 정치적 자산을 승계할 수 있는 위치에 가기 위해 노력했지만, 애초 박 전 대통령은 그것을 나누는 데 인색했다. 오히려 이전투구 양상을 보이면서 보수 진영의 대선주자들이 간신과 배신자로 낙인찍혀 경쟁력을 상실하는 결과를 낳게 됐다.

김종인 비대위원장이 제시했던 ‘경제를 잘 아는 40대’는 정치권에 실존하는 인물이 아니다. 김 위원장이 언급한 경제와 젊은이라는 두 키워드는 매우 통찰력 있는 시대정신이다.

문재인 정부의 아킬레스건은 그 두 가지로 함축된다. 소득주도 성장이나 52시간 근로제 등 수많은 변곡점을 만들어봤지만, 경제를 회복시키지 못한 문재인 정부의 실정과 586이 어느덧 60대가 돼서 정치·사회 권력을 장악해 능력 있는 후배들의 부상을 막는 상황을 타개하는 것이 대선을 즈음해 대한민국의 핵심 화두가 될 것은 명약관화하다.

훌륭한 대선주자를 물색하고 키워나가는 것과 동시에 새로운 지지층을 발굴하는 것이 중요하다. 지금까지 영남·호남의 지역 구도에서 나오던 덩어리 표가 이제는 세대와 경제 계급에 따라 나오기 시작한다. 60대 이상이 강한 보수 성향을 보이고 40·50세대가 강한 진보 성향을 보이는 것은 그들이 각각 산업화와 민주화의 주체였기 때문이다. 그를 바탕으로 이명박과 박근혜, 노무현과 문재인이라는 상징성 있는 영웅들을 대통령에까지 밀어 올린 것에 대한 자부심을 품은 세대들이다.

반면 20·30세대는 선배들의 영광에 눌린 데다 산업화와 민주화가 이뤄진 뒤에 태어나 주체적으로 사회 변화를 일으킬 의제가 없었다. 그러다 보니 그들은 상징성 있는 영웅을 만들지 못해 정치·사회 권력에서도 소외되고 있다. 대한민국에서 수도권 인구가 절반에 달하고, 수도권 태생의 20·30세대는 자신들을 자신 있게 수도권 출신이라 소개한다. 이들의 주 관심사는 어느 정당이 내 고민에 대한 해법을 제시하느냐다. 이번 총선 지상파 출구조사에서 20대 남성의 통합당 지지율은 40.5%로 50대 남성과 비슷했다. 지역 구도를 벗어난 20대는 지금까지의 젊은 세대와는 다른 투표 양상을 보일 가능성도 엿보인다.

볼링을 하면서 첫 번째 공을 투구하고 나서 좌우로 핀이 나뉘어 남는 경우를 스플릿 상황이라고 한다. 스플릿 상황에서는 스페어 처리를 하기가 매우 힘들다. 지금 보수의 오른쪽에 60대 이상의 전통적 보수층을 나타내는 핀이 3개 정도 놓여 있고, 왼쪽에 20대 남성을 위주로 한 새로운 핀이 1개가량 놓여 있다. 20·30세대가 장기적으로 60대 이상의 보수적 유권자와 투표 성향이 동화되느냐, 아니면 40·50세대의 진보적 유권자와 동화되느냐에 따라서 대한민국의 정치 구도는 변화할 것이다.

시대상에 따라 변화하며 대안 제시해온 영국의 보수


▎2018년 2월 바른미래당 창당식에서 함께한 유승민(왼쪽)·안철수 공동대표.
이번 총선에서 20대가 보수에 동화될 가능성을 보여줬지만 이 결합은 유지하기 매우 어려우며, 진보 진영은 이 약한 결합을 집요하게 파고들어 방해할 것이다. 필자도 지역구를 관리하면서 20대와 60대의 결합이 얼마나 어려운지 체감했다.

오랫동안 지역에서 활동해온 고문이나 자문위원이 식사 자리에서 민정당 시절 자신이 음주 단속에 걸렸는데도 되레 경찰을 혼내고 풀려났다는 일화를 털어놓은 경우가 있었다. 60대 이상의 당원들에게는 훈장 같은 일화였겠지만, 보수 정당에 갓 관심을 두게 된 20대 젊은 대학생 당원들에게는 절망 같은 이야기였을 것이다. 40년의 세월을 넘어 교감하고, 같은 정치적 비전을 갖는다는 것은 공 하나로 스플릿을 처리하는 어려움에 못지않은 난이도다.

음주 단속을 빠져나간 무용담 정도야 앞으로 주의하게 하면 되는 문제지만, 정치적 지향점이 다른 것은 더 어려운 문제다. 젊은 세대는 주류 보수층이 보여주는 이론과 실제의 차이에 경악한다.

전통적 보수 유권자 중 일부는 유튜브나 책에서 풀기 좋은 원론적이고 근본주의적인 자유주의 철학을 되뇌면서 자신을 스스로 자유 우파라고 칭하지만, 가장 존경하는 대통령은 국가주도 성장을 상징하는 박정희 대통령인 모순을 내재하고 있다. 진보 진영의 복지 정책은 퍼주기라고 비판해야 하지만, 핵심 지지층인 70대 이상은 보편적 복지제도에 가까운 기초노령연금에 대한 의존도가 높은 것이 현실이다. 젊은 세대는 이론과 실제의 괴리를 잘 용납하지 못한다.

이런 괴리 속에서 이념적 순수성을 추구한다는 것은 백해무익하다. 김종인 비대위원장의 ‘보수 삭제’ 담론은 여기서부터 시작한다. 앞으로 보수 정당은 경직된 절대적 보수 이념이 아니라 상대적 보수성으로 다양한 지지층을 묶어내야 한다.

전통적 지지층을 유연하게 이끌려면 그들이 변화에 따라 자기합리화를 할 수 있는 공간을 제공해야 한다. 과거 영국의 처칠은 미국의 루스벨트 대통령과 함께 2차대전 후의 세계 질서를 논의한 ‘대서양 헌장’을 발표한다. 대서양 헌장 5조의 ‘사회안보(Social Security)’ 조항은 보수의 대전환이었다. 절대적 급진성을 갖춘 공산주의 확산을 막기 위해서 보수주의자인 처칠은 ‘복지’를 안보(사회안보)의 영역으로 포괄했고, 2차대전을 통해 안보의 위기가 가져온 충격파에 시달린 대중은 그 전환을 받아들였다.

그 과정에서 보수는 ‘복지’에 대해 상대적으로 자기합리화에 가까운 명분을 만들 수 있었다. 역설적으로 수십 년이 지나 이것이 ‘영국병’의 근원이 되면서 캘러헌 총리에 이르러 IMF(국제통화기금) 구제금융을 받는 단계에 이르렀다. 그러나 보수당은 대처리즘을 내세워 영국병을 치유하는 데도 성공했다. 영국의 보수는 시대상에 따라 변화하면서 꾸준히 대안을 제시해오며 발전했다.

요즘은 학교 운동장 조회가 폐지됐지만 추억해보면, 학생 중 하나의 열(列)을 기준으로 지목하고 나서 좌우로 정렬을 시키면 나름의 간격을 만들어가며 학생들이 격자의 오(伍)와 열을 만든다. 정당도 전체 국민을 바라보며 중간에 가까운 지점을 물색해 기준을 잡아야 최대한 많은 지지층을 정해진 공간 안에 정렬시킬 수 있다.

이명박 정부가 인기를 잃어갈 무렵, 민주당이 통합진보당과의 연대 그리고 과도한 보편적 복지 정책을 내세우면서 운동장의 가운데가 아닌 왼쪽에서 ‘기준’을 외쳐줬기에 박근혜 정부가 탄생할 수 있었다. 그들이 버리고 간 중간을 좌클릭으로 얻었고, 그들에 대한 상대적 보수성을 유지하면서 보수층의 반발을 잠재울 수 있었다.

가짜뉴스로 ‘정신승리’ 강요하는 일부 유튜버들


▎2019년 10월 당시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가 유튜브와 구글에 경고의 의미로 노란 딱지를 붙이는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젊은 세대를 비롯한 새로운 지지층이 보수를 외면하는 또 다른 이유는 저급한 유튜브발(發) 정치 담론과 선을 긋지 못하는 데 있다. 선거 직전까지 길거리 여론조사나 가짜뉴스로 지지층에 ‘정신승리’를 강요했던 일부 보수 유튜버들은 선거 결과가 참패로 나오자 자신들의 잘못을 덮고 영향력을 유지하기 위해 부정선거 담론을 들고 나왔다.

진보 진영 내에서 나팔수 역할을 하던 김어준씨가 과거 선거 패배 이후 부정선거 담론을 들고 나왔던 것과 다를 게 없다. 일부 보수 유튜버들은 태극기부대가 총선 패배와 코로나19 등으로 소멸 단계에 이르자 강성 지지층을 모을 수단으로 부정선거 담론을 확장해가는 듯하다. 이미 이들은 선거 전부터 사전투표에 대해 음모론을 펼침으로써 보수 진영 유권자들의 사전투표 불참을 낳았고 손해를 끼쳤다. 그뿐만 아니라 선거에서 진 것이 실력 때문이 아닌 부정에 의한 것이라 주장하면서 보수의 개혁을 막아서는 결과에 이른다.

또한 의혹이 가장 비싸게 팔리는 시간은 검증되지 않는 기간이기에 검증과 조기 해소보다는 장기화시키는 방향으로 이슈를 끌고 가고 있다. 과거 ‘타진요(타블로에게 진실을 요구합니다)’는 타블로라는 개인을 황폐화하고 사회 전반에 불신 풍조를 불러왔지만, 사실관계가 드러난 이후에도 누구도 반성하지 않았다.

정당은 진영 내에서 가장 권위 있는 리더의 역할을 해야 한다. 일부 전통적 지지층이 추종한다는 이유로, 음모론을 펴는 유튜버들에게 정당이 영혼을 위탁하는 모습을 보인다면 국민에게는 수권정당으로 인정받을 수 없다. 정당은 팔로워가 아니라 리더가 돼야 한다.

유튜버들이 부정선거 담론을 들고 나오면서 ‘투표용지가 혼입됐다’, ‘봉인지가 훼손됐다’는 식의 짜깁기 증거들을 제시할 때, 보수 정당의 일부 정치인이 부정선거 담론과 선을 긋지 못하고 “부정선거는 아니라고 생각하지만 선관위의 선거 관리는 부실한 점이 있다”와 같은 비겁하고 나약한 메시지로 부정선거 담론을 되레 부추긴 것도 어처구니가 없다. 이런 저급한 음모론과 단절할 수 있을 때 보수 정당은 과거의 품격을 회복할 수 있을 것이다.

앞서 열거된 문제점들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정당의 하부 구조를 개조해야 한다. 2017년 탄핵 이후 이런 짠맛을 순화시켜 수도권과 젊은 층에 소구력이 있는 대안을 만들어보려는 시도가 있었다. 바른정당과 바른미래당, 새로운보수당으로 이어지는 개혁보수의 실험이 대표적이다.

그러나 그 핵심 참여자 중 하나였던 필자는 3년간의 시도가 실패였음을 자인한다. 소금물의 농도를 낮추는 방법론은 두 가지가 있다. 첫째는 소금을 빼는 것이고, 둘째는 물을 타는 것이다. 바른정당은 짠맛의 원인으로 지목된 정치인들에게 정계 은퇴와 퇴출을 외쳤다. 그런데 “제발 빠져달라”고 외치던 바른정당이 되레 제 발로 소금물에서 빠져나간 모양새가 되면서 잔존 정당인 자유한국당의 짠맛은 더욱 강해졌고, 국민이 느끼는 보수 정당의 짠맛도 더 강해졌다.

이제 남은 유일한 방법은 물을 타는 것뿐이다. 수도권과 젊은 세대 위주의 젊은 당원들이 더 많이 보수 정당에 가입하고, 젊은 인재들이 당의 주요 직위에서 역할을 하는 것뿐이다. 당원 배가 운동과 적극적인 인재 선발이 필요하다.

그것을 위해 민주당이 겪어온 변화의 과정을 참고해볼 만하다. 보수 정당의 일신을 논하면서 민주당과 친노의 성공을 다루는 이유는 호남에 치우친 당의 짠맛을 빼는 과정이 영남과 전통적 보수 일색의 당원 구조를 개혁해야 하는 보수 정당에서 참고할 만하기 때문이다.

공정 선발 보장되면 유망주들 몰려들 것

이번 선거에서 민주당의 177석이라는 외형적 승리보다 더 평가할 만한 내용적 승리는 당내 진보 세력이 호남 세력을 압도하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친노·친문 세력은 지금까지 일정한 구도하에서 대권을 잡을망정 원내 정치에서는 호남의 다선 정치인들과 DJ(고 김대중 전 대통령)의 그늘에서 완전하게 벗어나지 못했다. 특히 2016년에는 안철수라는 유력 대선주자와 결합한 호남 세력에 민주당의 본산인 호남 지역에서 궤멸적인 패배를 당했다.

반면 이번 선거에서 구 호남 지역주의 세력을 기반으로 한 민생당은 단 한 석의 의석도 만들어내지 못했으며, 당의 대표 정치인들인 박지원·정동영·천정배·박주선 등은 지역구에서 모두 낙선했다. 호남을 기반으로 한 지역 정치를 하며 김대중 정신을 외친 그들이 노무현 정신을 외치는 친노 세력에 범여권의 주류 자리를 내줬다는 이야기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2003년 열린우리당을 만들어 구 호남세력과의 결별을 시도했고, 2011년에는 문성근씨를 위시한 친노가 ‘백만 송이 국민의 민란’이라는 조직을 통해 민주당의 주류로 편입하기 위해 노력했다. 그 연장선상에서 2016년 총선을 앞두고는 온라인 당원 가입 시스템을 통해 수도권 위주의 젊은 당원들을 많이 확충했다. 여기에 안철수를 중심으로 한 호남 출신 지역 정치인들이 지지자들을 이끌고 대거 탈당해 국민의당을 창당하는 바람에 소금물에서 소금이 알아서 빠져주는 행운까지 겹쳤다.

일련의 과정을 거치면서 민주당의 당원 구조는 수도권의 일반 국민이 마실 수 있는 수준의 농도로 탈바꿈했다. 정책적으로나 이념적으로, 지역 구도상으로 소수자적 위치에서 어렵게 정치를 해오던 민주당이 대한민국의 주류 정치 세력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인재 선발의 측면에서 현재 보수정당의 가장 큰 위기는 새로운 인재의 진입이 사실상 막혔다는 것이다. 대한민국의 엘리트 집단인 중앙부처 공무원, 검찰, 교수 등이 선거 때마다 보수 정당의 공천을 받기 위해 지역구의 문을 두드리던 시절은 지났다. 보수 정당이 능동적으로 인재 영입에 나선다 해도 총선에 필요한 253명의 지역구 후보자를 제대로 공천하기가 쉽지 않은 상황이다.

그래서 보수 정당은 인재의 공급 통로를 영입에서 경쟁 선발로 바꿔야 한다. 권력자의 의중에 따라 영입을 제안하고, 그를 통해 입당한 사람 중 끝까지 살아남는 이를 중용하는 방식으로는 수권정당에 걸맞은 인재풀을 확보하기 어렵다. 앞으로 비례대표 국회의원, 광역의원, 당내 대변인 등 주요 당직은 비공개 추천 절차를 통해 영입하는 것이 아니라 토론 배틀, 연설 대전, 정책 공모전 등을 통해 공개 경쟁 선발하겠다고 천명해야 한다. 공정한 선발 과정이 보장된다면 젊고 능력 있는 유망주들이 보수 정당으로 몰려들 것이다.

보수 정당의 혁신을 위한 여러 지점을 짚어봤지만 시간이 부족하다. 2022년 대선에 시간표를 맞추고, 지금까지의 시도보다 더 자기 파괴적이고 속도감 있는 혁신을 이뤄내야 한다. 김종인 비대위가 특히 몰두해야 할 것은 보수 정당에 깃든 짠맛을 중화시킬 수 있는 정책 대전환과 인재의 대규모 발굴이다. 이 길에는 고루한 전통적 보수층과 기득권의 저항이 필연이기에 평생을 절치부심한 노정객의 원숙함이 빛을 발하길 기대한다.

- 이준석 전 미래통합당 최고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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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7호 (2020.06.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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