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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양 리포트] 남·북한 군사력 입체 비교 

마오쩌둥의 군대가 될 것인가, 장제스의 군대가 될 것인가 

최신 무기, 동맹 체계와 공군력은 한국군이 우월
재래무기·잠수함·핵전력·맨파워는 북한군에 열세
해이해진 군 기강 바로 잡아 독자 전쟁억지력 갖춰야


▎남북한 군사력은 단순 비교만으로 우열을 가리기 어렵다.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에서 전력 우위가 엇갈린다. 2017년 문재인 대통령이 참석한 가운데 열린 국군의날 행사(왼쪽). 2018년 2월 인민군 창설 70주년 행사에서 열병 중인 북한군.
"우리의 재래식 군사력은 북한에 비해 월등하다. 우리는 핵개발을 할 수 없게끔 돼 있어 북·미 간 대화를 노력하는 거다.”(문재인 대통령) “북한의 핵·미사일 개발 상황에서 군 통수권자인 대통령이 대한민국의 안전은 확실히 보장된다는 안심을 줘야 한다.”(주호영 미래통합당 원내대표)

지난 5월 28일 청와대에서 만난 두 사람의 대화다. 문 대통령은 이날 청와대에서 신임 주호영 미래통합당 원내대표, 김태년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와 만났다. 3차 추경처리, 신한울 원전 3·4호기 공사 중단,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등 최근 국정현안에 관해 묻고 답하는 과정에서 나왔다.

당연히 북한의 재래식 군사력이 남한보다 못해서 핵과 미사일을 개발한다는 논리가 연결된다. 과연 북한의 재래식 군사력이 우리보다 열등한가를 따져 보지 않을 수 없다. 실제로 재래식 군사력이 열등하다면 핵과 미사일은 남북간 군사력 균형을 맞추기 위한 평양의 대응책인 만큼 심각한 안보 불안감을 느낄 필요도 없을 것이라는 귀납적 결론에 도달한다. 특히 요즘 우리 군의 불가사의한 각종 일탈 행태와 맞물려 심도 있는 분석이 필요하다. 역사 속으로 사라져가는 6·25 전쟁 발발 70주년을 맞는 시점에서 우리의 재래식 전력이 북한에 비해 진짜 월등한 것인지를 검증하기 위해서 각종 무기와 경제력 등 유형의 하드웨어를 비교하자. 다음은 과연 하드웨어를 작동시키는 군의 ‘기강(discipline)’과 ‘전투의지’ 등 무형의 소프트웨어를 비교한다.

전쟁 발발 가능성 적다는 주장, 사실일까


▎문재인 대통령과 주호영 미래통합당 원내대표는 5월 28일 청와대 상춘재에서 만나 국정 현안에 관해 의견을 나눴다. / 사진:청와대 사진기자단
우선 남북한의 경제력을 토대로 재래식 무기와 핵무력을 포함한 하드웨어를 비교 분석해보자.

송영무 전 국방장관은 지난 5월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군사력 평가에는 무기 수량을 단순 비교하는 정량평가와 무기 성능 등을 반영한 정성평가가 있다. 전차·항공기·함정 등 주요 재래식 무기 수량은 북한군이 약 2~4배 많다. 하지만, 정량평가는 큰 의미가 없다고 본다. 해군 제2전투전단장(준장)으로 1999년 제1연평해전에 참여한 경험을 돌이켜볼 때, 정성적 측면에서 보면 당시 북한 해군은 우리 해군의 상대가 되지 않았다. 미국 군사력 평가기관인 글로벌파이어파워(GFP)가 ‘2020년 세계 군사력 순위’를 매기면서 한국을 6위로, 북한을 25위로 평가했다”고 주장한다.

그러면서 우리가 북한의 군사 위협에 대한 트라우마에서 벗어나야 할 다섯 가지 이유가 있다고 강조한다. “먼저 6·25전쟁 당시에는 김일성이 소련 스탈린과 중국 모택동에게 남침 군사지원을 요청해 지원을 받았지만, 오늘날 중국과 러시아가 한반도 전쟁을 야기하는 대북 군사지원을 할 가능성은 희박하다. 둘째, 6·25 전쟁에서는 북한 재래식 전력이 우리보다 월등히 앞섰지만, 지금은 북한이 한국에 대한 재래식 전력 우위를 상실했다. 셋째, 6·25 전쟁 시에는 주한미군이 고문단만 남기고 철수했는데, 지금은 미 육군과 공군이 한국에 주둔하고 있고, 한반도 유사시 투입될 미 해군, 해병대 병력이 괌, 일본에 배치되어 있다. 2019년 기준으로 우리가 북한보다 국내총생산(GDP)이 53배 많을 정도로 남북 경제력 격차가 벌어졌다. 다섯째, 한국은 북한보다 강력한 치안 행정체계를 갖추어 전시 대규모 물자, 인력 동원 능력이 월등하게 앞선다.”

남한의 국력이 북한의 국력을 압도하고, 6·25 전쟁 당시의 국제정세와 달리 미군이 주둔하고 있으며, 중국과 러시아가 한반도의 안정을 바라기 때문에 전쟁이 발발할 수 없다는 주장은 일면 타당하다. 하지만 이런 국제정치 변수들이 항상 고정 불변한 상수(常數)는 아니다.

미군의 주둔은 항시 유동적이다. 최근 트럼프 대통령은 독일 주둔 미군 3만4500명에서 9500명을 감축하기로 결정했다. 서울과 워싱턴 양측 모두 한·미동맹의 가치가 하락세를 보이는 만큼 주한미군의 철군은 구체화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중국과 러시아는 한반도에서 현상유지(status quo)를 바라지만 힘의 공백이 생기면 언제든지 정책은 급변할 수 있다. 2014년 러시아의 크림 반도 점령과 같은 기습은 한반도에서도 언제든 발생할 수 있다. 한반도에서 무력 충돌이 발생해 외국 자본이 급속하게 이탈할 경우 과연 53배의 한국 경제력이 수치대로 유지될 수 있을지도 미지수다. 동북아 국제정치는 정태적인 일차방정식이 아니라 동태적인 고차방정식이다.

북한의 재래식 전력은 그 폐쇄성 때문에 국방부의 국방백서와 각국 군사력 평가기관 보고서 등에서도 정확히 파악하기는 쉽지 않다. 요약된 결론은 북한의 공군력은 ‘미흡’하고, 해군력은 ‘미지수’이며, 육군력은 ‘강력한’ 수준으로 요약된다. 국방부가 2019년 초 발간한 [2018 국방백서]에는 남북한 간 전력비교가 ‘정량적’으로 표시돼 있다. 무기체계의 성능과 노후도, 합동전력 운용개념 등 정성평가는 빠져 있다. 북한군 병력은 2018년 12월 기준 128만여 명으로 한국의 59만 9000여명의 2배가 넘는다. 전차는 한국 2300여 대, 북한 4300여 대, 전투함정은 한국 100여 척, 북한 430여 척, 전투기는 한국 410여 대, 북한 810여 대다. 북한의 주요 무기 수량은 한국의 2~4배 수준이다.

미국 군사력평가기관 글로벌파이어파워(GFP)는 ‘2019년 세계 군사력 순위’를 매기면서 한국 7위, 북한 18위로 평가했다. GFP는 재래식 무기의 수량만으로 육·해·공군의 잠재적 전쟁 능력을 분석한다. 가용 자원과 경제력 등 50여 가지 지표로 파워 지수를 산출한다. 하지만 우리 사병이 18개월, 북한군이 10년을 근무하는 인적 소프트파워의 숙련도와 전투태세 등은 반영되지 않는다.

남북의 육상 전력은 막상막하


▎미국은 핵억제력과 주한미군을 통해 한반도의 전력 균형을 유지한다. 합동군사훈련을 하고 있는 국군과 주한미군.
2020년 한국의 국방 예산은 전년 대비 7.4% 증가한 50조1527억 원으로 역대 최고다. 최초로 50조원을 상회했다. 북한 국방비를 압도한다. 군대 막사, 피복 및 부식과 급여 등 장병들의 후생복지비 비중이 30%를 상회한다. 열악한 북한군과 비교할 수 없는 수준이지만 후생복지가 전투력과 직결되지는 않는다. 무기 체계 획득 예산인 방위력 개선비는 약 16조6804억원으로 국방예산 중 33.3%를 차지했다. 단순 예산 규모로만 실전 전투력을 판단하기 어렵다.

북한의 육군력은 만만치 않다. 육군 전력의 핵심인 전차는 6·25 남침 당시 공격의 선봉에 섰다. 우리 군보다 2000여 대 이상 수량이 많고 지난 수년간 다양한 신형 전차들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북한군의 최신형 전차 모델명은 ‘선군호’ 계열로 불리는데 125㎜ 주포를 장착하고 있다. 적외선 야시장비, 레이저 거리측정기, 컴퓨터 사격통제장치, 화생방 방호체계를 갖췄다. 기존 전차에 비해 사격 정확도가 높아졌고 주 야간 사격 능력도 갖고 있으며 선진국 군대의 상위급 전차로 평가된다. 한국 육군은 세계 3위권 전차로 불리는 K2 흑표전차 100여 대를 전력화했고 주력 전차인 K1A1과 K1전차 1500여 대 보유하고 있다. K2·K1A1 전차의 주포는 125㎜급이고 K1 전차는 그보다 낮은 105㎜급이다.

남북 재래식 전력의 격차는 공군력에서 두드러진다. 북한 공군의 주력전투기는 4세대 전투기로 분류되는 MIG-29로 30여 대를 보유하고 있다. MIG-29를 제외하면 MIG-21, MIG-19 등 3세대 이하 전투기가 대부분이다. MIG-29를 끝으로 북한의 전투기 도입은 사실상 중단됐다. 우리 공군은 4세대 전투기인 F-16 180여 대, 4.5세대인 F-15K 59대를 보유하고 있다. 올해부터 전력화한 5세대 전투기 F-35A는 2021년까지 40여 대를 순차적으로 도입한다. 정량과 정성 모두에서 북한의 공군력은 우리 상대가 되지 못한다.

북한군 해군력에 대한 평가는 다소 엇갈린다. 한국 해군이 수상함 전력에서는 월등히 앞서지만 70여 척을 보유한 북한의 잠수함 전력은 우리에게 공포의 대상이다. 북한은 6·25 전쟁 당시 해군력의 열세를 만회하기 위해 1967년 잠수함 부대를 창설했다. 70여 척 가운데 상당수는 소형 잠수정이고 잠수함의 생명인 은밀성·기동성에 대한 평가는 정보 부족으로 어렵다. 하지만 전 세계 6개국만이 상용무기화한 SLBM(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을 탑재한 잠수함 전력은 무시무시하다. 부산이나 서귀포 앞바다에서 SLBM이 발사되는 장면은 상상만 해도 끔찍하다. 2015년 5월 김정은이 함경남도 신포의 신형 잠수함 미사일 발사 성공을 축하했다는 북한 매체의 보도를 간과할 수 없다. 북한의 신형 잠수함은 SLBM 3기를 탑재할 수 있다고 한다.

북한, 공군력 열세를 잠수함으로 보완


▎북한은 핵전력을 강화함으로써 노후한 재래식 무기와 군사비의 열세를 만회하고 있다. 2018년 2월 인민군 창설 70주년 퍼레이드에서 공개된 북한의 ICBM 화성-15호. / 사진:연합뉴스
국내에서 북핵을 군사력 평가에 포함시킨 연구로는 황성돈 외 10명이 2016년에 발간한 [종합국력: 국가전략기획을 위한 기초자료]가 있다. 이 자료는 기본적으로 G20 국가들의 종합 국력을 비교했다. 종합 국력의 한 요소로 국방력을 측정하고 있다. ▷국방비 ▷현역군인 ▷예비역 ▷전차 ▷대포 ▷전투함 ▷잠수함 ▷전투기 ▷핵전력(핵무기 10개 보유 가정) 등 9가지 요소를 사용했다. 이 모형에서는 국방비를 투입(input)으로 판단해 국방비에 50%의 비중을 부여했고, 나머지 항목은 산출(output)로 봐서 50%의 비중을 두었다. 핵무기를 독립된 항목으로 포함시켰을 뿐만 아니라 2배의 가중치를 부여했다.

연구 결과 남북한 군사력은 21개국 중에서 남한은 49.6으로 6위이고, 북한은 53.0으로 4위로 북한이 다소 우세했다. 남한은 투입 분야에서 국방비가 크지만, 북한은 산출 분야 즉 현역·예비역·전차·대포·잠수함 등은 물론이고 핵전력 분야에서도 일방적으로 우세하다. 핵무기를 포함한 남한의 군사력 지수는 840이고, 북한은 946.4이다. 이것을 백분율로 표시하면 남북한이 100:113 비율이다. 핵무기를 포함할 경우 북한의 군사력이 강하기는 하지만, 미국의 핵우산이 상쇄할 경우 압도적인 격차가 발생하는 것은 아니다. 미국의 확장억제가 제공되지 않는다고 할 경우 남북한의 군사력 균형은 북한이 우세해 700:946.4(백분율 100:135.2)가 되어 북한 군사력이 35%이상 강해진다. 2016년과 비교해 북핵의 숫자가 증가하고 있어 북한의 군사력 우위는 날로 증가하고 있다.

GFP의 물리적 파워 추정은 북한의 은밀한 무기체계를 정확하게 파악하지 못한다. 만포, 강계 등 자강도 북·중 국경지대 지하 요새에 숨겨진 각종 무기는 일급비밀이다. 1940년대 장제스의 국민당 군대와 마오쩌둥의 공산당 군대, 1975년 월남 패망 전에 티우 대통령의 군대와 월맹의 호치민 군대 간의 물리적 경제적 격차는 비교 불가 수준이었다. 장제스 군대와 티우의 군대는 미국의 각종 무기와 군수물자 지원으로 흥청망청 자체였다. 춘추전국시대 손자병법이 발간된 이래 세계 전쟁사에 기록된 흥망은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가 모두 우세하면 백전백승이다. 모두 열세면 백전백패다. 둘 중의 하나만 우세하면 승패는 미지수다.

미국 핵우산에 의존하는 ‘불안전한 균형’


▎북한 해군의 핵심전력인 잠수함탄도미사일(SLBM)은 한국군에 치명적인 위협 요소다. 2019년 9월에 신형 SLBM ‘북극성-3형’의 시험 발사 장면. / 사진:연합뉴스
한국군이 북한군에 비해 두 가지 요소 모두 우세하다는 평가는 유보할 수밖에 없다. 유형의 하드웨어는 북한이 신형 미사일과 방사포를 지속적으로 개발하지만, 주한미군의 핵우산과 우리의 국방비 증가율을 토대로 ‘불안전한 균형(unstable balance)’ 이라고 판정을 내릴 수 있다. 반면 하드웨어를 작동시키는 무형의 인적 소프트웨어인 병력의 ‘기강(discipline)과 전투의지(battle willingness)’에 있어 우리가 북한보다 우위를 점하고 있다는 평가는 자화자찬이다.

필자는 5월 들어 한 일간지에 ‘당나라 군대인가 장개석 군대인가’라는 칼럼을 언론사의 요청으로 게재한 적이 있다. 최근 군내에 끊이지 않는 사건과 사고가 막장 드라마 수준을 넘고 있음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었다. 군의 일탈 행태와 유형은 가지가지다. 구성원이 60만 대군이고 전국 단위의 백화점식 사고라 여간한 스토리는 가십거리도 되지 않는다. 부패지수가 높은 여의도 정치권을 압도하고 있다. 평소 안 보이는 ‘안보’를 책임지라고 최고 혜택의 군인연금에 제복까지 제공하는 국군은 어느새 외부의 감독과 감시가 필요한 대상으로 부각됐다. 장병들의 일탈과 군을 둘러싼 잡음은 우리 사회의 새로운 골칫거리로 등장하고 있다. 사례가 너무 많아 정리조차 어렵지만 언뜻 떠오르는 스토리만도 다음과 같다.

우선 이권개입에 의한 부패형이다. 뿌리 깊은 군납 비리다. 사단의 예산 업무를 담당하는 중령이 군납업자로부터 뇌물을 받고 구속되는 사례는 비일비재하다. 장군인 고등군사 법원장까지 군납업자에게 휘둘려 뇌물 혐의로 4년 징역형을 선고받으니 산하 영관급 장교들의 일탈을 탓해봐야 허망한 일이다. 피복과 부식은 물론 무기개발까지 전 군수분야에 걸쳐 아예 국방예산의 일정 비율은 군납업자와 관련 장교들에게 급행료와 수수료로 지급된다고 하니 개탄스럽다. 군 관계자가 민간 업자와 무슨 체력 단련을 함께 할 일이 많아 주말이고 평일이고 골프장에서 호형호제하는지 알 수가 없다.

최전방 소대장이 암호화폐 억대 사기로 실형을 받는 것은 뉴스도 아니다. 어려운 나라살림에 안보는 무슨 일이 있어도 튼튼히 하라는 국민의 요구를 수용해 경제를 희생해가며 국방비를 늘렸는데 고양이에게 생선을 맡긴 격이다. 군이라는 특수 영역이 민간의 감시 체제가 작동되지 않는 보호막이 되고 있다. 직업장교들은 군인연금 기간 채우는 것이 최대 과제다. 생계형 군대의 종착역은 어디인가. 혈세가 줄줄 새는 고질적인 현상을 차단하는 조치는 고착화된 문화로 정착돼 국방장관의 지휘서신 몇 장으로 근절되지 않는다. 오합지졸과 부정부패의 대명사 중국 국민당 시절의 장제스 군대를 연상하지 않을 수 없다.

끊이지 않는 ‘백화점식’ 군기문란 사고


다음은 군내부의 기강 문란형이다. 육군 대령이 부대장을 도청하고 사병이 여군 중대장을 작업이 과도하다며 야전삽으로 폭행하는 현실이 2020년 대한민국 군대다. 상명하복은 군기 문란으로 무너진 지 오래다. 군은 적이 명료해야 한다. 적으로부터 국가를 수호한다는 의식이 필수적이다. 각종 기념사에서 정부 여당 지도자들은 입만 열면 평화를 강조한다. 북한 권력 2인자인 김여정이 대북전단 살포 금지를 요구하자 정부는 4시간 만에 전광석화처럼 법 제정 방침으로 화답했다.

이미 우적(友敵) 개념이 흔들려 북한은 적이 아니라는 분위기가 팽배해진 상황에서 군의 훈련이 무슨 의미를 가지겠는가. 북한은 적이 아니라는 정훈교육이 대세다. 사병들은 통제된 시간에 회의감을 가지며 틈만 나면 스마트폰과 씨름한다. 만취된 주정뱅이가 재미 삼아 부대 철조망을 뛰어넘어도 부대원들은 무사태평이다.

군의 엄정한 기강이 사라지니 관련 민간 분야도 각자도생이다. 최근 국방과학연구소(ADD) 연구원들이 민간으로 이직하며 수십만 건의 무기개발 소프트웨어를 담아가지고 나갔다. 방산업체 취업을 위한 비장의 무기인 셈이다. 국방 예산이 ‘눈먼 돈’으로 전략하자 혈세로 개발한 무기개발 설계도를 가지고 취업에 나선다. ‘군산(軍産) 복합체’라는 기업과 군 간의 특수 연계그룹이 선진국에도 있지만 한국의 경우 도를 넘어섰다.

최근 비무장지대에서 발생한 북한군의 총격사건은 우리 군의 총체적인 문제점을 노출시켰다. 5월 3일 비무장지대(DMZ) 내 북한군 전방초소(GP)에서 우리 군 3사단 GP 장병들이 근무하는 관측소에 14.5㎜ 중기관총인 고사총 4발을 발사했다. 2m 이내 탄착군을 형성했으니 숙련된 명사수들의 솜씨임에 분명하다. 고사총의 위력으로 GP 관측소 장병들은 강한 진동과 벽에 스파크 발생을 인지했다. 고사총은 맞으면 즉사한다. 북한 GP의 핵심 화력이다.

합참의 설명대로라면, 짙은 안계로 시계가 0.5~1㎞에 불과한 상황에서 오발했는데도 탄착군을 형성하며 명중시켰다. 거의 영화에 나오는 전문 스나이퍼(저격수) 수준이다. 하지만 합참은 북한군 교신 등 여러 정황을 종합해 초지일관 ‘우발적 총격’이라고 강조한다. 고사총 사격을 하려면 안전장치부터 풀어야 한다. 총기 점검은 탄창을 빼고 하는 게 상식이다. 10년씩 장기 복무하는 최정예 북한 GP 근무 민경대원들이 그런 실수를 할 가능성이 있을까? 합참은 사고 발생 후 최초 브리핑에서 고사총 지상 유효사거리가 남북 GP간 거리(1.5㎞)보다 짧다는 잘못된 정보를 오발의 근거로 제시해 사과까지 했다. 고사총의 대공(對空) 유효사거리 1.4㎞를 지상 유효사거리(약 3㎞)를 착각했다고 한다. 자충수가 한두 가지가 아니다.

우리 군의 현장 대응은 점입가경이다.

바닥에 떨어진 탄두로 북한 고사총 총격을 확인한 3사단장은 대응지침에 따라 아군의 동종 무기인 K-6 사격을 지시했다. KR-6은 원격사격통제체제로 사격한다. 사수가 지휘 통제실에서 모니터로 목표 지점을 주시하며 관측실에 있는 총을 원격으로 조종해 발사한다. 관측실의 부사수는 노리쇠를 후퇴하고 전진하고 약실 검사 등을 통해 2차례나 격발을 시도했지만 작동하지 않았다. 기관총 공이 파열로 세 차례의 시도에도 불능상태에 이르자 연대장이 K-3 경기관총을 이동시켜 발사를 지시했다. 15발을 발사하는 데 32분이 소요됐다. 북한군이 지속적으로 사격을 했다면 32분 이전에 3사단 GP 목표물들은 초토화되고 아군 병사들은 저 세상 사람이 되었을 것이다. 군 정비팀이 분석한 결과 문제의 KR-6는 공이(뇌관을 치는 막대)가 파손돼 격발되지 않았다. 불량 총기를 GP에 걸어 놓고 유사시에 대비해온 것이다.

북한군 도발을 두둔하는 합참의 자충수


▎1973년 파리에서 열린 월남 평화회담에 참석한 헨리 키신저 미국 백악관 특별 보좌관(왼쪽)과 월맹 정치국원인 레둑토.
특히 K-6의 오작동을 총격 당일 합참이 몰랐다는 주장도 이해가 가지 않는다. 합참은 총격 다음날인 4일 현장 조사가 이뤄진 뒤 알았다고 밝혔다. 공이는 총기에서 가장 기초적인 부품으로 정기 점검에서 공이 불량을 걸러 내지 못했다면 도대체 무슨 부품을 점검했다는 것인지 이해가 가지 않는다는 것이 예비역들의 한숨이다. 결국 “군이 어쩌다 이 지경이 됐는지 기차 찬다”는 장탄식이 쏟아진다.

이런 우리 군에 대한 북한의 조롱은 선을 넘고 있다. 북한은 지난 5월 21일 각종 선전매체들을 동원해 우리 군을 맹비난했다. 북한은 ‘오합지졸의 무리’라는 제목의 기사를 통해 “예로부터 규율이 없고 무질서한 병졸들 또는 그 무리를 까마귀 떼처럼 모인 병졸이란 뜻으로 오합지졸이라고 했다”며 “신통히도 이에 꼭 어울리는 군대 아닌 군대가 바로 남조선군”이라고 비난했다. 다른 선전매체 [우리민족끼리]는 국방과학연구소(ADD)의 기밀 유출 사건도 거론했다. “20여 명의 국방과학연구소 연구사들이 퇴직하면서 무인 무기체계 등 첨단 무기 개발과 관련한 수십만 건의 기밀자료를 빼내가는 사건이 발생하여 군 내부가 발칵 뒤집히는 소동이 일어났다”며 “군 내부 고위 장교로부터 일반 사병에 이르기까지 돈벌이를 위한 군사기밀 자료들을 빼돌리는 행위는 오늘날에 비로소 나타난 현상이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과연 우리 군이 북한의 조롱과 지적질을 반박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남북한 군사 균형의 린치핀(linchipin) 역할을 하는 주한 미군은 결코 한반도에 붙박이 군대가 아니다. 역사적으로 월남전의 사례를 검토하지 않을 수 없다. 1973년 파리평화협정이 체결되고 키신저와 월맹의 레둑토에게 그해 10월 노벨평화상이 수여되면서 평화 분위기가 만연했다. 신중하기로 정평이 난 티우 월남 대통령마저 낙관적으로 변모했다.

“하루에 두 끼밖에 못 먹고, 반찬으로는 소금만을 먹을 때가 많을 정도로 월맹의 경제난은 심각하다. 경제난 해결을 위해 미국의 40억 달러 전후 복구 원조를 절실히 필요로 하고 있기 때문에 월맹은 파리평화협정을 준수할 것이다. 월맹은 미 B52 폭격기의 소름끼치는 공포를 처절하게 경험했기 때문에 미국의 대월(對越) 안보 공약이 유지되는 한 최소한 10년간은 재침(再侵)하지 못할 것이다.”

월남 패망이 우리에게 주는 교훈


▎2016년 3월 북한 조선중앙통신이 보도한 장사정포 포격 훈련 모습. / 사진:연합뉴스
1974년 10월, 월맹 하노이에서는 공산당 정치국과 중앙군사위원회 합동 비밀회의가 열렸다. 이 자리에서 레준 서기장은 “월맹군이 남침 총공세를 감행하더라도 미국은 닉슨 사임 후의 정치적 불안 때문에 월남에 대한 방위협정을 지킬 수 없을 것”이라는 결론을 내렸다. 티우 대통령은 포드 미 대통령에게 ‘미월(美越) 방위협정’ 이행을 요구했다. 포드 대통령은 ‘월남 긴급 군사원조’ 승인을 미 의회에 요청했다. 1975년 4월 19일 미 의회는 군사원조안건을 부결시켰다. 미국 의회에서 외면당한 월남공화국은 2주도 견디지 못하고 4월 30일 멸망했다.

월남 패망은 세계 전쟁사에서 중요한 두 가지 교훈을 남겼다. 첫째, 미국은 해당국가의 전투 의지가 있을 경우에만 참전해 지원한다. 둘째, 전쟁은 물리적 파워만으로 승패가 결정되지 않는다. 첨단 미제무기와 물자 등이 넘쳐난 월남군의 부실한 기강과 전투의지는 열악한 무기로 무장한 베트콩에게 상대가 되지 않았다. 오히려 첨단 미제 군수물자는 월남군의 자포자기식 패배로 월맹군에게 값진 노획물이었다.

한국전쟁이 휴전된 지 67년이 지나며 평화 일변도의 안보정책이 대세다. 전쟁이 종료된 지 반세기가 지나면 적의 무력 공격은 영화나 퇴역군인의 회고록에나 나올 법한 소재로 전락한다. 평화라는 키워드를 내세우면 모든 게 일사천리다. ‘정치군인’들이 득세하는 군 수뇌부가 평화만 내세운다면 구성원들의 기강 해이는 명약관화하다.

‘전쟁 없는 한반도’는 평화만 강조해서 달성되지 않는다. 강력한 무기와 기강이 있는 군대가 종합적으로 창출하는 억지력(deterrence)이 필수다. 6·25 전쟁의 참전 경험을 저술한 페렌바크 미군 중령은 저서 [이런 전쟁(This Kind of War)](1963)에서 ‘기강(discipline)’이 없는 군대는 패배할 운명이라고 지적했다. 4세기 로마의 군사전문가인 베게티우스(Vegetius)는 군사학논고에서 강조하고 있다. ‘평화를 원하는 자는 전쟁에 대비하라(Let him who desires peace prepare for war)’ 6·25 전쟁 발발 70주년을 맞는 시점에 기억하고 싶은 명언이다.

- 남성욱 고려대 행정전문대학원장, 전 국가안보전략연구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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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7호 (2020.06.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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