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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버 스토리 | 총력취재] 부동산 덫에 걸린 文 정부, 레임덕 갈림길에 서다 

대통령 지지율 계속 하락하면 여권 미래권력도 동반 몰락 

민심과 갈수록 멀어져 두 달 만에 대통령 지지율 20% 이탈
행정수도 이전론 역효과… 국민적 조세저항 본격화 조짐


▎8월 1일 정부 부동산 규제에 반대하는 집회 참가자들이 신발 투척 퍼포먼스를 연출했다. / 사진:연합뉴스
최근 인터넷 게시판 사이트에서는 ‘평행세계(parallel world)’라는 용어가 목격된다. ‘문 대통령만 딴 세상에 살고 있는 것 같다’는 야유가 담겨 있다. 경제와 부동산에 관한 대통령의 현실인식에 동의하지 않는 이들에게 더 큰 호소력을 갖는다.

문 대통령은 8월 10일 청와대 수석·보좌관 회의에서 이렇게 말했다. “부동산 대책의 효과가 나타나면서 집값 상승세가 진정되고 있다.” 그러나 이틀 뒤인 8월 12일 부동산114 자료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 평균 매매가격은 10억원을 돌파했다. 특히 강남구는 20억원을 넘어섰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은 7월 21일 ‘서울 아파트 시세분석 결과’를 발표했는데 문 정부 출범 후 서울 아파트값은 평균 8억4200만원에서 12억9200만원으로 53%(4억5000만원) 상승했다. 상승액 기준으로 역대 정부 중 가장 높다. 그러나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은 7월 23일 경제 분야 국회 대정부질문에 출석해 “한국감정원 통계로 집값은 11% 올랐다”고 주장했다. 이와 관련해 심교언 건국대(부동산학과) 교수는 “상승률이 줄어든 것도 상승인데 어떻게 안정화인가?”라고 반문하며 “국민 상식과 너무 벗어나 있다”고 지적했다.

비단 부동산 정책만 그런 게 아니다. 한국은행은 7월 23일 ‘2020년 2분기 실질 국내총생산(GDP)이 전(前) 분기 대비 -3.3%를 기록했다’고 발표했다. IMF 외환위기 때였던 1998년 1분기(-6.8%) 이후 최저치다. 2분기(4~6월) 수출은 1분기(1~3월)에 비해 -16.6%로 나왔다. 8월 1~10일 수출도 전년 동기 대비 -23.6%로 꺾여 도통 회복 조짐이 안 보인다. 통상적으로 두 분기 연속 GDP가 마이너스로 찍히면, 경기 침체(recession)라고 본다. 게다가 8월 12일 발표된 ‘7월 고용 동향’에 따르면 5개월 연속해서 취업자가 감소하고 있다. 11년 만에 처음 있는 일이다. 7월 실업자는 113만8000명, 비경제활동인구는 1655만1000명에 달했다. 급기야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마저 7월 16일 금융통화위원회 직후 “코로나19 확산세는 워스트(worst) 시나리오로 가는 우려가 들 정도”라고 말했다.

1000만 명이 등 돌리다


▎인천국제공항 공사 노동조합 조합원들이 7월 7일 인천시 중구 인천공항공사에서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과 관련한 항의 피켓을 들고 있다. / 사진:뉴시스
그러나 문재인 대통령과 홍남기 경제부총리는 ‘기적’과 ‘찬사’ 등의 어휘를 써가며 상황을 달리 봤다. 문 대통령은 “1분기에 이어 2분기에도 마이너스 성장을 했지만,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에 비하면 기적적인 선방의 결과”라고 평했다. 홍 부총리도 “3분기에는 추가경정예산, 한국판 뉴딜 등 정책 효과로 경기 반등도 가능할 것으로 예상한다”, “OECD 보고서는 모든 회원국이 이구동성으로 보낸 찬사” 등 문 대통령과 보조를 맞췄다.

이에 관해 성태윤 연세대(경제학부) 교수는 “3분기는 워낙 저조했던 2분기에 비하면 통계적으로 반등할 것”이라면서도 “그러나 (2분기보다 나아졌다고) 실제 경기 반등은 다른 이야기”라고 반박했다. ‘주요 선진국에 비해 한국 경제가 선방’ 주장에 대해서도 성 교수는 “한국은 코로나19 이전부터 경기가 가라앉아 있었다. 그래서 하락폭이 적을 수밖에 없었다”며 “한국은 록다운(봉쇄)이 걸리지 않았으니까 (다른 나라에 비해) 경제가 잘 버텼지만, (정작 회복 국면이 오면) 록다운에 걸렸던 나라들보다 못할 수 있다”고 예측했다.

결국 여론이 등을 돌리고 있다. 정부와 민심의 괴리율이 벌어지고 있음은 한국갤럽 여론조사에서도 드러난다. 2020년 7월 대통령 직무 수행 평가에서 ‘잘하고 있다’가 46%, ‘잘못하고 있다’가 44%로 나타났다. 4·15 총선 직후였던 5월 월간 여론조사에서 ‘잘하고 있다’ 비율은 67%였다. 불과 두 달 만에 21%를 까먹은 셈이다. 반면 두 달 전에 ‘잘못하고 있다’ 비율은 25%였다. 다시 말해 두 달 만에 국민의 20%(약 1000만 명)가 ‘지지’에서 ‘반대’로 돌아선 것이다.

5월 첫째 주 71%로 정점을 찍었던 문 대통령 지지율은 이후 단 한 번의 반등 없이 내리막길을 탔다. 한국갤럽 조사에 따르면 7월 넷째 주(긍정 45%, 부정 48%)에 ‘데드크로스(부정이 긍정을 넘어섬)’가 나타났다. 코로나19 초기 대응이 부실했던 3월 첫째 주(긍정 44%, 부정 48%) 이후 처음이었다. 부정 평가의 이유로는 부동산 정책 35%, 경제·민생 문제 해결 부족 12%, 세금 인상 3%였다.

여권은 조만간 반등 모멘텀을 통해 지지율이 회복되리라는 기대를 갖는다. 하지만 [88만원 세대]의 저자인 우석훈 박사는 “조국 사태 때와 달리 지지율 회복이 어려울 것”이라고 봤다. 그는 “정치 이슈는 금방 올라갔다 금방 내려가지만, 경제 이슈는 바로 반영은 안 되지만, 한번 영향을 받으면 장기적으로 간다”고 해석했다. 김형준 명지대 교수도 “부동산은 국민의 삶, 미래와 직결돼 있다”며 “이 정부의 무능과 변하지 않는 대통령의 인식에 국민의 기대가 분노로 바뀌고 있다”고 비판했다.

1년 전인 2019년 6월 한국갤럽 월간조사에서도 문 대통령에 관한 긍정 평가(46%)와 부정(45%) 평가는 팽팽했다. 2020년 7월 조사의 긍정(46%), 부정(44%) 비율과 거의 비슷하다. 그러나 1년 전에는 문 정부의 핵심 지지층이 결집돼 있었다. 20대와 30대 여성·30대와 40대 화이트칼라·호남은 난공불락의 축으로 비쳤다. 그러나 불과 1년 후, 이 철벽에 균열이 생기기 시작했다.

문재인과 이낙연의 ‘동조화’


▎윤희숙 미래통합당 의원은 8월 4일 국회에서 “저는 임차인입니다” 5분 연설로 국민적 공감을 불러일으켰다. / 사진:연합뉴스
가장 극적인 변화는 30대 남성의 이탈이다. 2019년 6월 56%의 지지를 보냈던 그들은 2020년 7월 46%의 지지로 축소됐다. 반면 반대는 37%에서 45%로 늘어났다. 30대는 부동산 패닉 바잉(panic buying)을 일으킨 세대로 지목된다. 이들 중 상당수는 정부의 부동산 정책을 ‘부(富)의 사다리 끊기’라고 규정한다. ‘금수저’가 아닌 한, 서울·수도권 요지 아파트에 등기 치는 게 사실상 불가능하게 된 30대 남성들의 허탈감이 문 정부를 향한 분노로 전환한 셈이다.

30대 남성층은 일찌감치 돌아선 20대 남성층과 결합했다. 20대 남성층의 문 정부에 대한 소외감은 여전(2019년 6월 긍정 38%:부정 49%, 2020년 7월 긍정 38%:부정 51%)했다. 통계청의 ‘5월 경제활동 인구조사 청년층(15~29세) 부가조사’에 따르면, 취업준비자는 80만4000명으로 집계됐다. 이는 2006년 관련 통계를 작성한 이래 최대다. 반면 청년층 취업자는 377만 명으로 2013년 이후 최소치다. 그나마 청년 76.5%는 첫 직장에서 월급을 200만원 미만으로 받는다고 나타났다. 여기다 ‘인국공(인천국제공항공사 보안검색요원 계약직들을 정규직으로 직고용) 사태’는 청년층 가슴에 대못을 박았다.

이 기간 20대와 30대 여성층 지지율도 유의미하게 빠졌다. 2019년 6월 한국갤럽 월간조사에서 59%에 달했던 긍정 비율은 2020년 7월 51%로 떨어졌다. 30대 여성층 지지도 62%에서 57%로 줄었다. 오거돈 전 부산시장과 고(故) 박원순 전 서울시장의 성추문이 영향을 미쳤다. 특히 박 시장 관련 의혹이 불거진 직후, 민주당은 성추행 피해자를 ‘피해 호소인’이라고 칭했다. 이해찬 민주당 대표는 박 시장이 스스로 목숨을 끊은 뒤 6일이 경과한 7월 15일에야 “피해 호소인께서 겪으시는 고통에 깊은 위로의 말씀을 드리며 이런 상황에 대해 민주당 대표로서 다시 한번 통절한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고 입장을 밝혔다. 이때까지도 피해자가 아니라 피해 호소인이라는 신조어를 썼다. 민주당은 이틀이 더 흐른 7월 17일 비로소 피해 호소인 용어를 쓰지 않고 ‘피해자’로 표현을 통일하기로 입장을 정리했다.

상대적으로 호남은 문 정부와 민주당 지지율의 마지노선처럼 작동했다. 2019년 6월 71%였던 호남 지지율은 2020년 7월 77%로 더 올라갔다. 반대는 20%에서 15%로 오히려 줄었다. 다른 지역과 비교할 때 독특한 현상이다. 그러나 8월부터는 호남 지지율마저 미세하게 빠지는 추세다. 8월 13일 리얼미터 여론조사에서 호남의 민주당 지지율은 47.8%였다. 직전 조사에 비해 11.5%나 하락한 것이다. 민주당이 4년 만에 통합당에 지지율 역전을 당한 배경 중 하나였다.

현재 호남의 가장 상징적 대권 후보는 이낙연 의원이라고 할 수 있다. 익명의 여론조사 전문가는 “정부여당을 향한 거의 무조건적인 호남의 지지 이면에는 ‘이낙연 대망론’을 향한 기대심리가 깃들어 있다”고 분석했다. 그러나 문 대통령과 ‘동조화’된 이미지는 이 의원에게 치명적이라는 시각도 있다. 김형준 교수는 “집권당의 대권 후보는 대통령과 전략적 차별화를 추구해야 (유권자들의) 인정을 받는 것이 그동안 우리 정치의 패턴이었다”고 말했다. 그런 맥락에서 자기 색깔이 뚜렷한 이재명 경기지사가 이 의원을 추월한 건 예정된 귀결이라는 뜻이다. 김 교수는 “친문(親文) 눈치만 보는 한, 이 의원은 문 대통령 지지가 떨어지면 같이 휩쓸려 갈 것”이라고 내다봤다.

리얼미터의 8월 13일 조사에 따르면, 미래통합당(36.5%) 지지율이 민주당(33.4%)을 추월한 것으로 나타났다. 최순실 국정농단 사건이 터졌던 2016년 10월 셋째 주 이후 거의 4년 만의 뒤집기다. 예전에도 문 대통령과 민주당의 지지율이 출렁인 적은 있었다. 그때와 지금의 차이점은 민주당에서 이탈한 민심이 일부라도 통합당으로 이동한다는 점이다. ‘아무리 민주당이 못해도 통합당은 아니’라는 거부반응이 희석되고 있는 것이다. 김종인 비대위원장, 주호영 원내대표 체제에서 통합당이 중도층과 진보층 일부를 흡수하고 있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보수의 약점 지워가는 통합당


▎노영민(왼쪽) 비서실장이 8월 7일 집단 사표 직전 문재인 대통령과 대화를 나눴다. 문 대통령은 노 실장을 유임했다. / 사진:청와대사진기자단
실제 8월 13일 리얼미터 조사를 보면, 통합당은 진보층(5.1%)과 중도층(2.2%)에서 지지율이 상승했다. 우석훈 박사는 “김종인 비대위원장이 중도우파와 중도좌파를 포괄하는 정책을 잘 만든다”며 “기본소득제나 호남 껴안기는 보수의 약점을 상쇄하는 포석”이라고 호평했다. 김형준 교수도 “새로운 어젠다(기본소득제와 같은 진보적 가치)와 정책에 입각한 새로운 인물(윤희숙 의원)이 나왔다는 점에서 새롭다”고 평가했다. 이념에 경도된 기존의 ‘보수 여(女)전사’를 대체한 윤희숙 의원의 “나는 임차인입니다” 연설은 민생 야당의 이미지를 환기했다. 새 지도부 체제에서는 과거 국민 정서와 동떨어졌던 ‘친박’ 테마도 거의 소멸됐다. 여성층의 혐오를 불러일으킨 막말도 부쩍 감소했다.

다만 유권자들에게 뿌리박힌 생래적 비호감 이미지는 통합당에 주어진 숙제다. 2020년 6월 한국갤럽 월간 여론조사에서 ‘통합당은 비호감’이라고 응답한 비율은 무려 69%에 달했다. 호감(18%)의 4배에 가깝다. 2019년 10월 여론조사 때보다 오히려 악화(호감 28%, 비호감 62%)한 수치다. 4·15총선에서 ‘정권심판론’보다 ‘야당심판론’이 통한 이유를 추론할 만한 단서다. 이에 비해 2020년 6월 여론조사에서 민주당은 호감 50%, 비호감 38%였다. 6·17 대책으로 부동산 문제가 심화하기 이전 시점의 조사임을 고려해도, 비호감 비율이 낮았다. 뒤집어 말하면 부동산, 경제 등 민생 이슈의 파급력이 얼마나 강력한지를 알 수 있다. ‘먹고사는 문제를 문 정부와 민주당이 해결 못한다’고 국민이 불신하기 시작하자, 영원할 줄 여겼던 통합당 비호감 프레임이 깨지기 시작한 것이다.

8월 14일 한국갤럽 여론조사에서 문 대통령 지지율(39%)은 40%마저 무너졌다. ‘조국 사태’ 이후 10개월 만에 30%대로 내려앉은 것이다. 반면 ‘문 대통령이 잘못하고 있다’고 응답한 부정 비율은 53%에 달했다. 직전 주보다 7%나 치솟았다. 특히 서울(48%→35%)과 30대(60%→43%)의 하락폭이 두드러졌다. 민주당은 서울시장 선거에서 3번 연속 이겼고, 최근 두 차례 총선과 한 차례 대선까지 연승을 거뒀다. 그러나 내년 4월 치러질 서울시장 보궐선거는 온도가 달라졌다. 우 박사는 “지금 당장 선거한다면, 민주당에서 누가 나와도 서울시장이 안 될 것”이라고 단언했다.

나이 들수록 민주당을 지지한다?

‘통합당이 민주당을 0.5% 차로 추격했다’는 8월 10일 리얼미터 여론조사에서 호남의 통합당 지지율은 18.7%가 나왔다. “조사가 뭔가 이상하다”는 의견도 나왔다. 이후 8월 13일 조사에서 호남의 통합당 지지율은 10.8%로 바로 내려갔다. “그래도 두 자릿수 지지율이 맞다면 놀랍다”고 여론조사업계 관계자는 말했다. 통합당 지도부는 봉사단을 구성해 호남의 수해 현장을 도왔다. 당 정강 초안에 5·18정신을 삽입했다. 김종인 비대위원장은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과 이명박 전 대통령 구속에 대해 사과를 검토하고 있다. 친이, 친박 세력과 선을 긋는 행보를 다수 국민이 변화로 인정하는 것이다.

반면 리얼미터 8월 13일 조사에서 호남의 민주당 지지율은 47.8%로 나타났다. 직전 조사보다 11.5%나 하락했다. 공교롭게도 이낙연 의원의 대세론이 흔들리고, 이재명 경기지사가 뜨는 시점과 일치한다. 8월 14일 한국갤럽이 발표한 대통령 선호도 조사에서 이 의원(17%)은 처음으로 이 지사(19%)에게 밀렸다. 7개월 동안 부동의 1위였던 이 의원의 20% 이상 지지율이 깨진 것이다. 이낙연 대망론이 흔들릴수록 민주당을 향한 호남의 결속력도 담보할 수 없게 된다.

일각에서는 “나라가 이 지경인데도 40% 안팎의 문 대통령 지지율이 나오는 게 오히려 더 신기한 일”이라고 바라본다. 지역·계층·성별을 불문하고 고정 지지자가 빠지는데도 어느 정도 버티고 있다는 건 신규 유입 지지층이 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한국갤럽 월간 여론조사는 그 힌트를 제공하는데 바로 고령층의 지지 증가다. 2019년 6월 조사에서 50대와 60대 이상 지지율은 각각 42%와 32%였다. 이것이 2020년 7월, 45%와 38%로 올라갔다. 특히 남성 50대(42%→50%), 남성 60대 이상(33%→38%), 여성 60대 이상(31%→38%)에서 증가폭이 컸다. 재난지원금, 공공일자리 등 현금 복지 정책의 수혜를 많이 본 노년층의 정서를 반영한다고 볼 수 있다. 실제 그 1년 사이 ‘문 대통령이 잘못하고 있다’고 응답한 50대(51%→35%)와 60대 이상(56%→48%) 비율은 눈에 띄게 감소했다. 그러나 재정 지출이 급속도로 증가하는 상황에서 현금 살포 여력은 갈수록 떨어질 수밖에 없다. 오히려 국민은 증세 압력에 직면하고 있다. 부동산 보유세 인상, 국내 주식 양도세 신설, 소득세 최고 세율 인상, 건강보험료 인상 추진, 전 국민 고용보험과 기본소득제 도입 추진 등이 그것이다.

정부여당 지지율이 급속도로 내려가자 이재명 경기지사는 “제일 큰 영향은 부동산 문제라고 생각한다”며 “주사를 놓을 때도 덜 아프게 하려고 배려하는 것처럼 증세나 규제를 할 때는 (납세자들의) 고통이 최소화할 수 있도록 섬세하고 큰 배려가 필요하다”고 훈수를 뒀다.

수요와 공급 법칙을 떠올리면, 문 정부가 현 정책 기조에서 부동산을 잡는다는 건 구조적 불가능에 가깝다. 무주택자는 불안해서 집을 사고, 갈아탈 사람들도 불안해서 갭 투자를 한다. 다주택자들도 불안해서 집을 못 판다. 시장참여자 모두가 더 오를 것이라 믿는 것이다. 학습효과를 겪으며 정부 부동산 규제를 불신하게 된 것이다. 성태윤 교수는 “경기 상황이 개선돼 유동성을 더 안 풀어도 되는 상황이 오거나 공급을 추가로 하지 않는 한, 부동산 시장은 계속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러나 문 정부는 경제학 원론에 입각한 정책 대신 의외의 ‘캠페인’으로 부동산 함정에서 탈출하려다 되레 더 거센 역풍을 맞는다.

‘더불어부동산 어벤져스’


▎이해찬(왼쪽) 민주당 대표와 김태년 원내대표가 당 지지율이 통합당에 역전당한 8월 14일 침통한 표정으로 회의에 참석했다. / 사진:연합뉴스
노영민 대통령비서실장, 강기정 정무수석, 김조원 민정수석, 윤도한 국민소통수석, 김외숙 인사수석, 김거성 시민사회수석 등 청와대 참모들은 8월 9일 “최근 상황에 종합적 책임을 지겠다”며 전격 사의를 표명했다. 그러나 최종적으로 노 비서실장과 김 인사수석의 사표는 반려됐다. 결국 “김조원 민정수석을 내보내기 위한 작전”이었다는 의심을 피하기 어렵게 됐다. 김 전 민정수석은 강남구 도곡동 한신아파트와 송파구 잠실동 갤러리아팰리스(배우자 명의) 등 투기지역에 두 채를 보유 중이다. 그는 잠실 아파트를 팔겠다고 했지만, 시세보다 2억 이상 비싸게 내놨다. ‘안 팔겠다’는 굳은 의지로 비쳐졌다. 이게 들통나자 “부동산 거래를 할 때 남자들은 잘 모르는 경우가 있다”는 청와대 관계자의 해명으로 여론은 더 들끓었다. 사태가 수습 불가로 흘러가자 김 전 민정수석은 청와대를 떠났다. ‘청와대 수석보다 강남 아파트’, ‘자기들도 저렇게 악착같이 안 팔면서 왜 국민한테만 팔라는 거냐?’는 여론의 날 선 분노 앞에 청와대의 해명은 끝까지 궁색했다.

청주와 서울 반포 아파트를 차례로 팔고 유임된 노 비서실장을 향한 세간의 시선도 싸늘하다. 졸지에 무주택자가 됐지만 청주→반포 아파트 순서로 팔아 절세를 누렸고, 반포 아파트 시세차익이 8억5000만원에 달한 것으로 알려지며 “왜 자기들 ‘불로소득’에는 관대한가?”라는 비판에 직면했다. 인터넷 게시판에서는 ‘떡상’ 김현미, ‘과천’ 김수현, ’반포’ 노영민, ‘집택’ 김조원, ‘흑석’ 김의겸, ‘목포’ 손혜원, ‘세종’ 이해찬, ‘복층’ 박병석, ‘잠원’ 이낙연, ‘방배’ 조국 등, 문정부 요직 인사들의 부동산 내역을 들춰내며 ‘더불어부동산 어벤져스’라고 조롱하고 있다.

이런 시국에 국회 국토위 소속인 진성준 민주당 의원은 7월 16일 방송된 MBC ‘100분 토론’ 직후 마이크가 켜져 있는 줄 모르고 “그렇게 (부동산 정책을) 해도 안 떨어질 거다”고 고백(?)해 설화를 일으켰다. 서울시 행정1부시장 출신인 윤준병 민주당 의원은 임대차3법 통과로 혼란이 가중된 8월 3일 페이스북에 “전세의 월세 전환은 나쁜 현상이 아니”라고 써 전세입자들의 공분을 유발했다. 김남국 민주당 의원은 7월 7일 페이스북에 “부동산 정책만큼은 ‘여기가 북한이냐’는 말이 나올 정도로 (투기 목적의 다주택자를) 더 확실하게 때려잡아야 한다”고 썼다가 8월 13일 한 유튜브 방송에 출연해선 “민주당이 부동산 정책에서 갭 투자자나 다주택자를 너무 적으로 규정한 것 같다. 우리도 반성해야 한다”라며 불과 한 달여 만에 태세를 전환했다. 김진애 열린 민주당 의원은 8월 4일 국회 본회의에서 “고가 아파트에 살아도, 부동산 값이 올라도 우린 문제없다. 다만 세금만 열심히 내라”고 말했다. 김 의원은 발언의 파장이 커지자 “(국민이 아니라) 통합당 의원들한테 한 말”이라고 해명했지만 여진은 남았다.

되풀이되는 여권 인사들의 ‘아무말 대잔치’식의 중구난방 언행은 조세저항을 촉발하고 있다. 7월 25일 서울 중구 예금보험공사 앞에서 ‘부동산 규제 정책 반대, 전 국민 조세저항 운동 촛불 집회’에서 신발을 던지는 퍼포먼스가 나왔다. 이후에도 시위는 이어졌다. ‘언택트(untact) 조세저항’도 나타났다. 포털 사이트 실시간 검색어 순위에 올리는 ‘실검 챌린지’가 그것이다. ‘나라가 니꺼냐?’, ‘김현미 장관 거짓말’, ‘못 살겠다 세금폭탄’, ‘3040 문재인에 속았다’ 등이 실검 챌린지에 등장했다.

다급해진 정부는 그제야 공급대책 마련에 부랴부랴 착수했다. 그러나 8·4 공급대책이 나오기까지의 과정은 혼란의 연속이었다. 김현미 국토부 장관이 컨트롤 타워 기능을 상실했음이 대내외에 드러났다.

그린벨트 해제를 놓고 홍남기 경제부총리(7월 14일 찬성)와 국토부(7월 15일 반대)가 서로 맞서다가 곧 국토부가 선회했다. 그다음에는 서울시(7월 15일 반대)에서 다른 소리가 나왔다. 그러더니 민주당 국토위(7월 15일)와 김상조 청와대 정책실장(7월 17일)이 다시 찬성을 표명하고 나섰다. 그랬더니 추미애 법무부 장관(7월 18일)이 반대라며 개입했다. 법무부 장관이 국토부 업무 영역에 끼어든 희귀한 사태가 빚어졌다. 심지어 이재명 경기지사(7월 19일 반대)까지 서울 주택공급에 관해 언급했다. 결국 정세균 국무총리(7월 19일)가 반대 입장을 냈고, 이어 7월 20일 문재인 대통령이 그린벨트 보존으로 최종 입장을 정리했다. 온갖 소동을 거친 뒤 나온 결론은 원점이었다. 민주당 대선 예비주자들의 ‘자기 정치’에 부동산 정책이 우왕좌왕한 꼴이었다.

역풍 맞은 천도론

그린벨트를 통한 공급이 백지화되자 정부는 ‘행정수도 이전’이라는 난데없는 카드를 들고 나왔다. 김태년 민주당 원내대표는 7월 20일, 21대 국회 첫 교섭단체 대표연설 당시 “국회, 청와대, 정부 부처 모두 세종시로 내려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낙연 의원, 김부겸 전 의원, 김경수 경남지사, 김두관 의원 등 여권 잠룡들도 일제히 ‘코드’를 맞췄다.

이에 관해 우석훈 박사는 “행정수도 이전과 부동산 대책은 전혀 상관없다”며 “서울 집값을 잡기 위한 것이라면 말이 안 된다”고 일축했다. 실제 상황은 ‘이슈(부동산 문제)를 더 큰 이슈(행정수도 이전)로 덮으려는’ 민주당 의도대로 흘러가지 않고 있다. 천도론이 떠오른 이후 서울 집값은 요지부동인데 세종시 아파트값만 무섭게 뛰고 있다. 호가만 1억~2억원 오른 상태다. 게다가 한국갤럽이 7월 말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행정수도 이전에 관해 반대(49%)가 찬성(42%)보다 높게 나왔다. 특히 서울은 61%(반대):32%(찬성)로 격차가 더 컸다. 이해찬 민주당 대표의 “천박한 서울” 발언도 의도와 무관하게 서울 시민들을 자극했다.

서울 집값 안정을 위해 공급으로 방향을 전환한 8·4 대책에 대해서도 시장은 냉소적이다. 심교언 교수는 “공공임대 아파트가 생각만큼 늘어나지 않을 것이다”라며 “재개발 몇 군데가 참여하는 수준에 그칠 것”이라고 예상했다.

외부의 적을 끌어들여 지지율을 반등시키는 방법도 예전만 못하다. 반일(反日) 이슈는 ‘윤미향 역효과’로 한계가 뚜렷하다. 북한 이슈는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호의적이지 않을뿐더러, 북한에 대한 젊은 층의 반감이 선명하다. 검찰개혁 이슈는 건드릴수록 윤석열 검찰총장 지지율만 올려주는 형국이다.

최장집 고려대 명예교수는 중앙일보와의 인터뷰에서 “합의, 타협 없는 일방적 다수결은 민주주의와 동일시될 수 없다”며 “다수의 지배가 무차별적으로 결정 원리가 된다면, 그것은 다수의 독재 이상 아무것도 아니다”라고 경계했다. 문 정부의 급소인 부동산 정책에 관해서도 최 교수는 “특정 범주의 사람들을 적대시하는 것 같은 인상을 준다. 큰 정책이 추진되는 과정마다 갈등이 심화하기 때문에 온 사회가 상당히 피곤하고 나아가선 고통스럽다”고 현 시국을 진단했다. 여권은 부동산 함정에서 탈출하고자 몸부림을 치면 칠수록 더 깊은 수렁으로 빠져드는 모양새다. 문재인 대통령이 임기 말 권력누수라는 역대 대통령의 전철을 피하기 어려우리라는 전망마저 나온다.

- 김영준 월간중앙 기자 kim.youngjoon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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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9호 (2020.08.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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