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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버 스토리 | 바이든 시대 개막! 한국의 선택 - 미·중 전쟁 그 후] ‘바이든 독트린’ 美 외교·안보 전면 판갈이 예고 

트럼프보다 독하게, 중국 압박 나선다 

‘미국 왕따’ 초래한 트럼프 노선 폐기, 글로벌 리더십 복원 추진
동맹 재결집하고 인권 외교 강화… 중국과 패권 다툼 가열될 듯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올 11월 9일 델라웨어주 윌밍턴에서 연설하기 전 생각에 잠겨 있다. / 사진:AP/연합뉴스
"정확히 77일 후에 바이든 정부는 파리기후변화협약에 다시 가입하겠다.” 미국 대선에서 승리한 조 바이든 당선인이 올 11월 4일 자신의 SNS에 올린 글이다. 바이든 당선인이 정한 ‘77일’은 11월 4일부터 대통령 취임식이 열리는 1월 20일까지의 기간이다. 공교롭게도 11월 4일은 미국의 파리기후변화협약 탈퇴가 공식적으로 발효된 날이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2017년 6월 이 협약 탈퇴를 선언한 후 지난해 11월 4일 탈퇴 절차를 시작했다. 파리기후변화협약에 가입한 195개 서명국 중 탈퇴한 국가는 현재까지 미국이 유일하다. 이 때문에 국제사회는 지금까지 세계 최강국이자 국제질서를 이끌어온 미국이 지구촌 최대 현안이자 인류 재앙이 될 수 있는 기후변화를 외면했다고 비판해왔다. 파리기후변화협약 탈퇴는 트럼프 대통령의 대표적인 ‘미국 우선주의’ 정책 중 하나라고 볼 수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재임 중 미국의 이익에 반하는 국제협정과 기구에서 서슴지 않고 탈퇴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집권 4년 동안 ‘미국 우선주의’와 ‘신(新) 고립주의’ 노선에 따라 국제사회에서 미국의 글로벌 리더십을 팽개쳤고, 파리기후변화협약을 비롯해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세계보건기구(WHO) 탈퇴 등으로 다자주의 체제를 흔들어놓았다. 동맹국과 같은 우방과의 관계도 약화시켰다.

바이든 당선인은 앞으로 전통적인 미국 민주주의와 국제 질서의 복원을 추구할 것으로 보인다. 그는 트럼프 시대를 미국 역사의 일시적인 ‘일탈’로 규정하고, 미국의 글로벌 리더십 회복과 동맹국들과의 관계 강화, 다자주의 국제질서 재구축 등을 적극 추진할 계획이다. 이 때문에 대통령 취임 첫날 행정명령을 통해 파리기후변화협약 재가입 조치를 내리겠다는 것은 국제사회에 초강대국이자 지도국으로서 미국의 역할과 위상을 회복하겠다는 의지를 천명하는 것이라고 볼 수 있다.

바이든 당선인은 경합주들의 재검표와 트럼프 대통령의 소송 제기 등으로 오는 11월 말께 개표가 마무리될 때까지 당선이 최종 확정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인수위원회를 본격 가동하는 등 각종 대내외 정책을 면밀하게 검토하고 있다. 이에 따라 미국은 물론 각국은 당선인이 앞으로 추진할 외교·안보 분야 등 각종 정책을 예의 주시하고 있다. 특히 바이든은 자타공인 외교 전문가라는 점에서 그의 행보가 더욱 주목된다. 그는 36년간 상원의원을 지내면서 외교위원회에서 12년간 활동했고, 외교위원회 위원장도 두 차례 지냈다. 오바마 정부에서는 8년간 부통령을 역임했다. 아울러 바이든은 중국의 덩샤오핑, 옛 소련의 레오니트 브레즈네프 서기장을 직접 회담하는 등 각국 전·현직 지도자들을 가장 많이 만난 미국의 정치인이기도 하다.

바이든 당선인, 자타공인 외교 전문가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당선인은 내년 1월 대통령 취임일에 파리기후변화협약 재가입을 하겠다고 발표했다. 사진은 2017년 6월, 미국 백악관에서 파리기후변화협약 탈퇴를 발표 중인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 사진:AP/연합뉴스
미국의 새 대통령이 앞으로 추진할 외교·안보 노선인 ‘바이든 독트린(Biden Doctrine)’은 크게 세 가지이다. 무엇보다 미국의 글로벌 리더십을 복원하는 것이다. 바이든은 “트럼프의 미국 우선주의는 ‘미국 왕따(America Alone)’로 끝났다”며 외교정책의 전면적 수정 입장을 분명하게 밝혔다. 미국 외교를 어떻게 정상화할 것인지는 바이든이 외교전문지 [포린 어페어스(Foreign Affairs)] 3·4월 호에 기고한 ‘미국은 왜 다시 주도해야 하나(Why America must lead again)’라는 글에 자세히 기술돼 있다. 그는 미국의 글로벌 리더십과 영향력을 트럼프 이전으로 복귀시키기 위해 무엇보다 미국의 민주주의 가치와 제도에 대한 국제사회의 신뢰를 회복시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다시 말해 트럼프가 훼손시킨 미국의 민주주의 전통과 가치, 이에 기반을 둔 제도와 질서를 미국인들이 먼저 다시 존중하고 수용해야 한다는 뜻이다. 그래야 국제사회에서도 동일한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런 맥락에서 볼 때 바이든은 앞으로 다자주의를 앞세우면서 다자협력의 중요성을 가장 먼저 강조할 것이 분명하다. 이에 따라 유네스코(UNESCO), 유엔인권이사회(UNHRC) 등 각종 국제기구에 복귀할 것으로 보인다. 바이든이 다자협력을 강조하는 이유는 기후변화·환경·인권·전염병·난민·대량살상무기 확산 등 국제적인 이슈들을 어느 한 국가의 힘으로 해결할 수 없기 때문이다.

바이든은 국제사회가 서로 협력하고 제도와 규범의 투명한 운영과 준수를 통해 국제적인 문제들을 해결할 수 있다고 믿고 있다. 바이든 부통령 시절 안보보좌관을 지낸 콜린 칼은 “바이든이 취임 첫날 파리기후변화협약 재가입과 코로나19에 대한 국제협력을 강조하려는 것은 국제사회에 다자 협력이 중요하다는 점을 천명하려는 의도”라고 밝혔다. 민주당도 올 8월 전당대회에서 발표한 정강·정책에서 ‘미국 우선주의’의 공식 폐기를 밝히면서 “우리는 건강한 민주주의, 공정한 사회, 포용적 경제가 미국의 글로벌 리더십 회복을 위한 필수적 전제조건이라고 믿는다”고 선언한 바 있다.

바이든 독트린의 두 번째 노선은 동맹 강화다. 바이든은 “가치를 공유하는 동맹국들과의 협력이 미국을 약하게 만들지 않으며, 오히려 미국의 힘을 배가하고 영향력을 확대하는 바탕이 된다”고 강조했다. 바이든은 가치와 이념을 공유하는 동맹 및 우방국과 연대하면 수적 우위를 점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미국의 영향력을 증강할 수 있다는 입장을 천명해왔다.

시진핑은 ‘깡패’, 김정은은 ‘폭력배’라 불러


▎미국·일본·호주·인도의 안보협력체인 쿼드(Quad)는 매년 말라바르 훈련을 실시하고 있다. 사진은 2017년 말라바르 훈련에 참여한 미 항공모함 니미츠(맨 왼쪽)와 일본 자위대, 인도 항공모함. / 사진:미 해군
바이든 선거운동 캠프의 외교정책 고문인 브라이언 매키언 전 국방부 수석 부차관은 “바이든은 취임 첫날, 핵심 동맹국들에 전화를 걸어 미국이 다시 돌아왔고 미국은 당신들을 도울 것이라고 말할 것”이라고 밝혔다. 바이든은 또 “동맹 강화를 위해 취임 첫해에 민주주의 정상회의(Summit for Democracy)를 개최하겠다”면서 “세계의 민주주의 국가들을 결집해 우리의 민주주의 체제를 강화하고, 이로부터 퇴보하는 국가들과 맞서며, 공통 어젠다를 구축하겠다”고 강조했다. 특히 바이든은 트럼프처럼 나토 동맹국에 방위비를 GDP(국내총생산)의 2% 수준으로 상향하도록 압력을 가한다든지 한국·일본에 방위비 분담금을 대폭 인상할 것을 요구하는 등의 정책은 잘못된 것이라고 보고 있다.

민주당도 정강·정책에서 ‘동맹 재창조’를 강조했다. 민주당은 트럼프의 동맹 폄하가 적성국들이 꿈꾸던 방식이었다면서 미국의 동맹 시스템이 냉전 종식 이후 최대 위기에 처했다고 진단했다. 아울러 트럼프가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동맹들을 공격하는 한편, 러시아를 주요 7개국(G7) 체제에 포함시키려 했다고 지적했다. 독일에서 미군을 감축하겠다고 위협한 점도 거론했다. 민주당은 “한반도에서 핵 위협이 계속되고 있는데도 트럼프는 방위비를 극적으로 증액하기 위해 동맹 한국을 갈취하려고 노력했다”고 꼬집었다. 특히 민주당은 “동맹국들이 자위 능력을 강화하고 역내 안보에 더 큰 책임을 지도록 장려하겠으나 우리는 결코 동맹을 돈벌이 수단으로 취급하지 않을 것”이라고 선언했다. 한·미 방위비 협상은 트럼프 대통령이 전년 대비 50% 인상에 해당하는 13억 달러(약 1조5000억원)를 마지노선으로 요구하면서 장기 표류하고 있는 상태다. 새 정부가 출범하면 내년 봄 한국의 방위비 문제도 소폭 인상 수준에서 원만히 타결될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다.

바이든 독트린의 세 번째 노선은 인권 존중 외교다. 바이든은 올 8월 민주당 전당대회 후보 연설에서 “나는 동맹 및 우방과 함께하는 대통령이 될 것”이라며 “적들에 대한 메시지는 분명하다. 미국은 더는 독재자들의 비위를 맞추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우리가 믿는 인권과 존엄성이란 가치를 항상 지지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의 이런 연설은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등 독재정권의 지도자들에게 단호하게 인권 존중의 외교 정책을 추진하겠다는 점을 분명히 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실제로 바이든은 올 10월 대선후보 TV토론에서 김정은을 ‘폭력배(thug)’라고 부르며 독재자라고 비난하기도 했다. 올 8월에는 중국의 이슬람 소수민족인 위구르족에 대한 인권 탄압을 ‘인종청소(Genocide)’라고 표현하며 압박한 바 있다. 그는 또한 중국의 홍콩국가보안법을 강력하게 비판하면서 트럼프가 지난해 서명한 홍콩인권·민주주의법(홍콩인권법)을 완전히 시행할 것이라고 공언했다. 이와 함께 망명 중인 티베트 지도자 달라이 라마 14세를 만날 것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이런 맥락에서 볼 때 국제사회가 바이든의 대외 정책에서 가장 주목하는 부분은 대(對)중국 정책이다. 바이든은 트럼프와 마찬가지로 ‘중국 때리기’ 전략을 계속 추진할 것이 분명하다. 바이든은 [포린 어페어스] 기고문에서 “미국은 중국에 강하게 나갈 필요가 있다. 중국이 마음대로 한다면 미국과 미국 기업의 기술과 지적재산권을 계속 털어갈 것”이라며 “가장 효과적 방법은 동맹 및 파트너와 공동 전선을 구축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민주당의 정강·정책에도 중국에 대한 강경 대응 방침은 분명히 규정돼 있다. 민주당은 당시 남중국해에서 항행의 자유 보장과 대만관계법 지원, 중국의 인권탄압에 대한 대응 등을 분명하게 공언했다. 특히 민주당은 기존에 기술돼왔던 “하나의 중국 원칙을 이행한다”라는 내용을 삭제했다. 중국이 그동안 ‘하나의 중국’ 원칙에 따른 대만 문제 해결을 양보할 수 없는 핵심이익이라고 주장해왔다는 점에서 볼 때 바이든이 민주당의 정강·정책대로 대중 노선을 추진할 경우 미·중 갈등과 대립은 증폭할 것이 분명하다. 게다가 민주당은 물론 바이든이 인권을 핵심 대외정책으로 간주한다는 점에서 새로운 전선에서 미·중 충돌이 일어날 가능성이 높다. 바이든은 올 10월 대선후보 2차 토론 때 “(트럼프 대통령이) 시진핑과 같은 ‘깡패’들과 어울리며 미국의 동맹들을 멀어지게 했다”고 비난했다. 바이든이 위구르족 등 소수 민족들은 물론 반체제 인사들에 대한 인권 탄압을 일삼아온 중국 공산당 독재체제를 정면으로 비판했다는 것은 상당히 의미심장하다.

“중국 기술 분야의 위협, 주시하고 있다”


▎2015년 9월, 미국 워싱턴 앤드루 공군기지에서 조 바이든 미국 당시 부통령(오른쪽)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나란히 걷고 있다.
바이든의 중국 정책에서 트럼프와 다른 점이 있다면 중국과의 ‘일 대 일’ 구도가 아닌 중국 대 다자간 견제 구도가 형성될 것이라는 점이다. 바이든은 동맹국들과 관계 강화를 통해 연대하고 국제기구와의 협력을 통해 중국을 제도적으로 압박할 가능성이 높다. 이에 중국에 대한 포위망도 더 정교해질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민주당은 정강·정책에서 “미국이 동맹국들과 협력해 글로벌 무역의 조건을 바꾸지 않으면, 이로 인해 미국의 노동자와 중산층이 그 대가를 치를 것”이라면서 “미국으로선 동맹국들의 협력과 결집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민주당은 또 “중국의 지적재산권 침해, 환율조작 등에도 모든 수단과 방법으로 대처할 것”이라면서 “노동·인권·환경에 대한 기준도 엄격히 따질 것”이라고 밝혔다.

게다가 바이든은 중국과의 무역 전쟁에서도 트럼프 대통령처럼 고율 관세 부과 조치와 기업제재를 남발하지 않고 제조업 등 미국의 산업 보호와 함께 동맹국과의 연대를 통해 중국의 불공정 제도·관행 등을 집중 공략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바이든은 중국과의 기술 패권 전쟁을 강화하겠다는 입장이다. 바이든은 올 9월 미네소타주 선거 유세에서 “중국 기술 분야의 위협을 주시하고 있다”면서 “전문가들과 함께 이 문제에 대처하기 위한 최선의 해결책을 제시하겠다”고 밝혔다. 바이든은 또 미국 기업들의 중국 최대 통신장비업체이자 5G 기술의 선두주자인 화웨이의 장비 사용 금지를 지지한다면서 미국 기술을 도용하는 중국 기업들에 대한 새로운 제재 방안 모색을 약속했다. 이런 점들을 볼 때 바이든도 중국의 기술 분야를 전(全)방위로 압박할 가능성이 높다.

인도·태평양 지역에서의 중국 견제 전략도 더욱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는 중국의 부상을 견제하기 위해 미국을 중심으로 일본·호주·인도와의 안보협력체인 쿼드(Quad)를 구축하는 전략을 추진해왔다. 바이든은 이런 전략을 더욱 발전시킬 가능성이 높다. 바이든은 상원의원 시절 동맹국과의 협력을 통한 ‘집단안보체제’를 선호하는 입장을 보여왔다. 실제 대표적인 사례로 1999년 나토 동맹국들과 함께 슬로보단 밀로셰비치를 전범으로 처벌하기 위해 세르비아 폭격을 강력하게 지지했던 것을 들 수 있다. 바이든은 미국과 나토 회원국들의 유고슬라비아 사태 개입을 ‘공직 경력에서 가장 자랑스러운 순간’이라면서 밀로셰비치를 전범 재판에 세우기 위해 나토 회원국들과 함께 힘을 모으는 것에 적극 나섰다고 회고한 적이 있다.

이런 점에서 바이든은 앞으로 ‘인도·태평양판 나토’라고 불리는 쿼드 강화에 나설 가능성이 높다. 바이든은 쿼드를 강화하기 위해 한국 등 인도·태평양 국가들을 포함시키는 ‘쿼드 플러스(Quad Plus)’ 전략을 추진할 것으로 보인다. 바이든이 동맹과 다자주의를 강조하는 만큼 대(對)중국 봉쇄 전선에 인도·태평양 지역의 국가들을 대거 끌어들일 것은 분명하다. 스인홍 중국 인민대 국제관계학 교수는 “바이든은 임기 동안 기존 동맹들과 관계를 강화해 봉쇄와 고립으로 중국을 압박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인도·태평양판 나토’ 쿼드로 중국 봉쇄 전략


▎‘트럼프 저격수’로 조 바이든 민주당 후보의 승리에 힘을 보탠 수전 라이스 전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국무장관 후보로 물망에 올라 있다. / 사진:AP/연합뉴스
미국은 바이든이 부통령 시절 공들였던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rans Pacific Partnership·TPP)에도 재가입할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는 대통령 취임 직후인 2017년 2월, TPP에서 탈퇴한 바 있다. 바이든은 대선 유세기간 “TPP 재참여가 최우선 과제”라고 공약했다. 미국 탈퇴 후 일본과 호주는 다른 국가들과 함께 포괄적·점진적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CPTPP)을 체결했다. 따라서 미국이 CPTPP에 재가입할 경우 CPTPP는 전 세계 국내총생산(GDP)의 40%, 교역의 27%를 차지하는 세계 최대 FTA가 된다.

바이든이 CPTPP에 재가입하려는 이유는 중국이 추진하는 역내 포괄적 경제동반자협정(RCEP)을 견제하려는 것이다. 바이든은 CPTPP를 중심으로 글로벌 가치사슬을 재편하는 방안을 추진할 가능성이 높다. 팡중잉 중국 해양대 교수는 “바이든 정부에서 미·중 경쟁이 더욱 심화할 가능성이 있다”면서 “오바마 정부 시절 미국은 ‘아시아로의 회귀(pivot to Asia)’와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등으로 중국을 견제하려 했다”고 지적했다. 팡 교수는 “중국이 바이든 대통령 임기 중 직면할 도전은 더욱 심각할 수 있다”면서 “협상 가능한 트럼프와 달리 바이든은 원칙에 따라 움직이기 때문”이라고 전망했다.

바이든과 민주당이 오바마 전 대통령 시절 중국과 좋은 관계를 유지해왔던 것과는 달리 중국 강경 정책을 추진하는 이유는 중국이 미국의 패권을 위협할 정도로 강대국이 됐기 때문이다. 미국 입장에선 중국의 부상을 억눌러야만 패권을 유지할 수 있다. 그래서 초당적으로 강경한 중국 정책을 추진할 수밖에 없다. 공화당은 물론 민주당도 중국의 부상을 미국에 대한 분명하고 현재적인 위협으로 보고 있다. 실제로 트럼프 정부가 코로나19·무역·금융·안보·스파이·화웨이 등 기술패권 등의 분야에서 중국에 대한 제재조치와 압박을 가했을 때 민주당은 전혀 반대하지 않았다. 리처드 하스 미국 외교협회 회장은 “앞으로 4년간의 대(對)중국 외교 정책은 이전 4년보다 더 강경해질 것”이라며 “중국이 바뀌었으며, 중국에 대한 미국의 생각도 바뀌었다”고 강조했다. 게다가 바이든은 국민의 반중(反中) 여론을 반영하는 정책을 추진할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퓨 리서치센터의 여론조사 결과(지난 7월 31일)에 따르면 중국에 ‘비호감’을 느끼는 미국인 비율은 73%로, 조사가 시작된 2005년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미국 언론들은 벌써부터 바이든 독트린을 이끌어나갈 차기 정부의 외교·안보 라인에 어떤 인물들이 중용될지 주목하고 있다. 현재 바이든 정부의 첫 국무장관으로 가장 유력하다고 거론되는 인물은 토니 블링컨 전 국무부 부장관이다. 블링컨 전 부장관은 바이든 당선인이 상원 외교위원회에서 활동했던 2000년대 초반 인연을 맺었다. 2009~2013년에는 바이든 당시 부통령의 국가안보보좌관을 지냈고 버락 오바마 행정부 하반기인 2015~2017년 국무부 부장관을 맡았다. 하버드대와 컬럼비아대 로스쿨을 나와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선임연구원을 지내기도 한 블링컨 전 부장관은 중도 성향이지만 중국에 대해서는 강경한 입장을 보여왔다. 바이든 선거 캠프에서 외교·안보 정책을 총괄해온 블링컨 전 부장관은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에 기용될 가능성도 있다.

공화당 대선 후보 출신 밋 롬니 국무장관 물망


▎바이든 행정부 초대 국무장관으로 거론되는 토니 블링컨 전 국무부 부장관. 2015년 2월 방한 당시 삼계탕을 먹고 있는 모습. / 사진:마크 리퍼트 전 주한미국 대사 트위터
수전 라이스 전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도 국무장관 후보로 거론된다. 라이스 전 보좌관은 ‘트럼프 저격수’로 불리며 대선 과정에서 공을 세웠다. 스탠퍼드대 출신인 라이스 전 보좌관은 유엔 주재 미국대사(2009~2013년)와 국가안보보좌관(2013~2017년)을 거쳤다. 흑인 여성인 라이스 전 보좌관은 일본과 가깝다. 라이스 전 보좌관은 흑인(인도계와 혼혈) 여성인 카멀라 해리스 상원의원이 부통령이 된 만큼 국무장관으로 기용될 가능성이 낮다는 말도 나오고 있다. 유엔 주재 대사 시절인 2012년 리비아 벵가지 주재 미국 영사관 피습 사건에 대해 “테러가 아닌 반(反)이슬람주의 동영상에 자극받은 시위대에 의한 우발적 사건”이라고 설명했다가 논란에 휘말린 적이 있어 상원 인준 청문회에서 공화당 의원들이 반대할 가능성도 있다.

정치인 그룹에선 크리스 쿤스 상원의원과 크리스 머피 상원의원이 국무장관 물망에 오르고 있다. 쿤스 상원의원은 바이든의 델라웨어주 상원의원 자리를 넘겨받았고, 대선 과정에서 실세 측근이라는 말을 들어왔다. 상원 외교위 아시아·태평양 소위 소속이라 중국과 일본 및 한반도 문제에도 정통하다. 공화당 대선후보 출신으로 트럼프 대통령 탄핵에 찬성표를 던졌던 공화당의 밋 롬니 상원의원도 국무장관 후보로 거론된다.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를 이끌 국가안보보좌관에는 제이크 설리번 전 부통령 안보보좌관이 꼽힌다. 옥스퍼드대 로즈 장학생 출신인 설리번 전 보좌관은 원래 힐러리 클린턴 상원의원 보좌관 출신으로 2008년 대선 경선을 도왔다. 클린턴이 오바마 정부 1기 국무장관이 된 뒤 국무장관 부비서실장을 맡았다. 이후 오바마 2기 때 바이든 부통령 안보보좌관으로 합류했다. 2016년 대선 때는 다시 클린턴 후보의 외교·안보 정책을 총괄하기도 했다. 아시아·한반도 정책을 주도할 인사로는 일라이 래트너 신미국안보센터(CNAS) 부소장이 꼽히고 있다. 래트너는 바이든 부통령 당시 안보 부보좌관(2015~2017년)을 지냈으며 정 박 브루킹스연구소 한국석좌를 포함한 아시아정책 자문그룹을 이끌고 있다.

미셸 플러누이 전 국방부 국방정책 차관은 미국 역사상 최초의 여성 국방부 장관으로 거론된다. 플러누이 전 차관은 오바마 정부 당시 국방부에선 여성으로서는 최고위직인 차관직에 올랐을 뿐만 아니라 당시 이미 척 헤이글 국방부 장관 후임 물망에 오른 바 있다. 플러누이 전 차관은 2007년 커트 캠벨 전 국무부 동아태 차관보와 함께 CNAS를 공동설립하고 소장을 지내기도 했다. 오바마 정부에서 국토안보부 장관을 역임한 제이 존슨과 태미 더크워스 상원의원, 잭리드 상원의원도 국방 장관 후보로 거론되고 있다. 국가정보국(DNI)국장과 중앙정보국(CIA) 국장으로는 오바마 정부 시절 CIA 부국장과 두 차례 국장 대행을 지낸 마이클 모렐과, 역시 오바마 행정부에서 국가안보 부보좌관과 CIA 부국장을 지낸 에이브릴 헤인즈, 국가대테러센터 소장을 역임한 마이클 레이터 등이 유력한 후보라는 말이 나오고 있다.

미국 언론들은 바이든 당선인이 이들 가운데 누구를 발탁하더라도 중국 정책을 제외하곤 트럼프 정부가 추진해온 외교·안보 정책을 전면적으로 바꿀 것이 분명하다고 전망하고 있다. 아무튼 바이든 독트린에 따라 미국이 글로벌 리더로서의 위상과 역할을 제대로 복원할 수 있을지 국제사회가 그 어느 때보다 예의 주시하고 있다.

- 이장훈 국제문제 애널리스트 truth21c@empas.com

202012호 (2020.1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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