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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버 스토리 | 바이든 시대 개막! 한국의 선택 - 심층분석] ‘바이드노믹스(Bidenomics)’ 실체와 한국 경제에 미칠 영향 

바이오·반도체·전기차, 새 기회 열릴 듯 

에코 인프라 구축에 2000조원 투입 예상… 친환경·신재생에너지 틈새 노려볼 만
전통 제조업, 환경 규제 먹구름… 美 진출 韓 기업, 생산 비용 부담 급증 가능성


▎미국의 새 대통령으로 조 바이든 민주당 후보가 사실상 확정됨에 따라 경제 정책 전반에 변화가 예상된다. / 사진:AFP/연합뉴스
제46대 미국 대통령선거가 조 바이든(Joe Biden) 민주당 후보의 승리로 끝이 났다. 이에 미국의 중요한 정책 기조가 큰 변곡점을 맞이할 가능성이 커졌다고 판단된다. 대선 기간 바이든의 선거 구호는 ‘미국의 정신을 위한 투쟁(The Battle for the Soul of Nation)’이었다. 이는 트럼프 정부의 국정 목표였던 ‘미국 제일주의(America First)’가 물질적인 미국의 이익만을 추구한 나머지 미국의 정신적 가치를 훼손했다는 비판적 시각을 고스란히 담고 있다.

특히 바이든의 또 다른 선거 구호들을 보면 ‘과거보다 나은 미국 건설(Build America Back Better)’, ‘중산층의 복원(Rebuild the Middle Class)’, ‘회복력이 더 강한, 지속가능한 경제 창출(Create a More Resilient, Sustainable Economy)’ 등 트럼프 정부의 국정 운영을 부정하는 정치철학을 다분히 내비치고 있다. 일부 전문가는 트럼프와 바이든의 정책 기조에 큰 차이가 없을 것이라 주장하기도 하지만, 분명 이번에 미국의 대통령이 바뀜으로써 미국의 국제사회에 대한 접근 방식에 큰 변화가 불가피하다고 생각된다.

이에 향후 경제 분야의 거시·통상·산업 등에서 바이든 행정부의 정책 기조를 전망해보고, 이것이 세계 경제의 흐름에 어떠한 영향을 미칠 것인지 그리고 한국 경제와 우리 기업들에 어떤 리스크로 다가올지를 예상해봤다.

바이든의 거시 경제 정책은 트럼프와 큰 차이는 없다. 거시 정책은 재정 정책과 통화 정책으로 나뉘는데, 우선 재정 정책에서는 코로나19로 인한 경제 위기 극복을 위해 공공부문의 경제 성장에 대한 기여도 확대가 필요하다는 방향성은 동일하다. 여기서 공공 부문의 성장 기여는 정부지출 정책과 조세 정책으로 나뉜다. 이렇게 정부 세출과 세입으로 구분해보면 차이가 있다. 우선, 정부지출 정책에서 바이든은 트럼프보다 더 대규모 투입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조세 정책에서도 트럼프의 감세 기조를 탈피, 법인세 인상과 고소득자 세율 인상을 주장한다. 세출과 세입을 뺀 순수한 정부의 경제 성장 기여도는 트럼프와 바이든이 큰 차이가 없다. 하지만 트럼프는 적게 거둬 적게 지출하는 기조이지만, 바이든은 많이 거둬 많이 지출하는 쪽이다. 바이든은 이를 통해 재정 건전성을 유지하고 경제의 불균형을 완화시킨다는 계획이다. 즉 경기 부양과 양극화 해소라는 두 마리 토끼를 동시에 잡으려 한다고 판단된다.

통상·산업 정책에서 급격한 변화 예고


▎미국 텍사스주의 산유 시설에 해가 지는 모습. / 사진:EPA/연합뉴스
거시 정책의 나머지 한 축인 통화 정책에서 바이든의 기조가 트럼프 때와 달라질 가능성은 없다. 지금은 대통령의 경제 철학이 무엇이든 상관없이 누가 봐도 연방준비제도이사회(연준, FRB)의 제로금리 및 양적 완화 정책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1~2년 내 통화 정책에 큰 변화가 있을 가능성은 거의 없다. 다만 조금 멀리 본다면 바이든은 연준의 독립성을 강조하고 있기 때문에, 코로나19가 어느 정도 진정되고 미국 경제가 회복 기조에 접어들 때 통화 정책의 정상화, 즉 양적 완화 중단 또는 유동성 회수 그리고 정책금리 인상 시기가 시장의 예상보다 빠르게 진행될 가능성은 있다.

한편, 금융시장 규제에 대해서 바이든은 트럼프와 확연한 차이를 가진다. 트럼프가 금융산업 규제를 지속적으로 완화하고 은행의 법인세 감면을 통한 금융산업 경쟁력 강화를 지지했던 것과 달리, 바이든은 금융상품 투자에 금융거래세(Financial Transaction Tax) 부과를 검토하고 있다. 또한 금융 규제 강화를 통해 금융시장 리스크를 방지하는 방향으로 나아갈 것으로 예상된다.

통상정책에서 바이든은 기본적으로 자유무역주의를 선호하기 때문에 트럼프 시대와는 방향성이 다른 정책들이 예상된다. 우선 다자협의 기구 중심의 국제 통상 시스템으로 복귀할 것이다. 세계무역기구(WTO)를 통한 자유무역 확대에 동의할 것이고, 그동안 중단됐던 포괄적·점진적 환태평양동반자협정(Comprehensive Progressive Trans Pacific Partnership, CPTPP)도 다시 추진할 것이다. 중국과의 관세 전쟁도 미국 내 소비자와 기업의 이익을 고려해 일정 부분 물러설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그러나 미·중 간 관세 전쟁이 올 1월 이후 휴전 상태에 있다는 점에서 바이든 행정부가 아무런 과정 없이 중국산 제품에 부과됐던 관세를 원위치할 수는 없다. 중국 정부가 트럼프 행정부에 약속한 미국산 제품 구매 확대가 이행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물론 코로나19로 인한 내수 충격이 원인이기는 하지만 미국산 제품 수입 규모가 어느 정도는 약속한 수준에 근접하는 모습이 나타나야 바이든 행정부가 관세 전쟁에서 물러날 수 있다. 한편, 바이든 행정부도 대(對)중국 정책에 있어 개별 중국 기업에 대한 기술 이전 규제 및 거래 금지 정책은 트럼프 행정부의 기조를 따를 것으로 보인다. 또한 역사적으로 통상정책에 있어 민주당의 보호무역 수단인 반덤핑 관세, 세이프가드 발동 등은 오히려 트럼프 때보다 확대될 가능성도 배제하기는 어렵다.

산업적인 측면에서는 바이든과 트럼프의 차이가 극명하게 나타난다. 양측 모두 선거 기간에 인프라 부문의 대규모 투자를 공약으로 내세웠다. 그러나 세부적으로 보면 큰 차이가 존재한다. 트럼프는 전통 사회간접자본(SOC), 화석에너지 개발, 환경 규제 완화 등의 수단을 내세웠으나, 바이든은 친환경 산업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탄소 저배출 주거단지, 탄소 중립 교통망 등 친환경 인프라 구축이 투자의 핵심이다. 특히 바이든은 파리기후변화협약에 재가입하겠다는 입장을 표명했으며, 2050년까지 탄소배출 제로를 달성할 시스템 구축을 공약으로 내세웠다. 최근에는 향후 4년 동안 태양광과 풍력 등 신재생 인프라에 2조 달러(약 2232조원)를 투입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따라서 미국의 산업 및 에너지 인프라 지형의 무게중심이 이번 선거를 기점으로 크게 바뀔 것으로 보인다. 전통 산업보다 신산업으로, 중화학 산업보다 친환경 산업 그리고 화석에너지보다 신재생에너지가 주목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2021년만 놓고 본다면 미국의 정권 교체가 세계 경제 흐름에 큰 변화를 주기는 어렵다고 판단된다. 핵심 요인은 코로나19일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멀리 본다면 분명 미국의 새로운 대외 경제 정책 기조가 글로벌 경제의 방향성에 일정 부분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우선 미국의 확장적인 거시경제 정책은 세계 경제가 코로나19 위기를 완화하는 데에 도움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국제통화기금(IMF) 등 주요 국제기구들은 코로나 위기 극복을 위해 주요국 정부들의 대규모 경기부양책을 주문하고 있다. 미국의 확장적 재정 정책에 따른 선진국들과 주요 신흥국들의 경기부양책이 맞물리게 되면 대공황 이후 최악의 경기 침체를 극복할 수 있는 좋은 계기가 만들어질 수도 있다고 판단된다.

바이든 효과, 韓 경제성장률 최대 0.4%p 상승 기대감


▎미국 캘리포니아주에 위치한 토파즈 솔라팜 태양광발전소. / 사진:위키피디아
한국 경제에도 바이든 행정부의 정책 변화가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추정하건대 한국 경제가 받는 전체 영향의 방향은 긍정적으로 평가된다. 현대경제연구원이 국제신용평가사 무디스의 자료를 이용해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트럼프 재선 시보다 바이든 당선 시 한국 경제성장률이 높아진다. 바이든이 새로운 대통령으로 되는 시나리오의 경우, 현 상황(트럼프 재집권) 대비 한국의 수출은 연평균 0.6~2.2%p 증가하고 이로 인해 경제성장률은 0.1~0.4%p 상승할 것으로 추정된다. 분야별로는 우선 미국의 거시 정책 중에서 통화 정책은 트럼프나 바이든이나 큰 변화는 없기 때문에 우리 기준금리에 영향을 미치기는 어려워 보인다.

한편 미국의 재정 부문에서의 경기부양책에 대한 기대감이 있지만, 대부분은 미국 내 산업과 근로자들에게 혜택이 돌아가도록 설계될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흔히 모르는 사람들이 얘기하는 것처럼 우리 인프라 기업들의 미국 시장 진출을 기대한다는 것은 무리가 있다. 다만, 인프라 관련 자재나 기계 수출 등은 기대해볼 만하다.

국제 무역의 활성화에 따른 수출 경기의 진작도 기대해볼 수 있다. 특히 미·중 간의 교역이 활성화되는 단계까지 이르면 양국과의 교역 의존도 및 글로벌가치사슬(GVC) 참여도가 높은 한국 수출 산업에는 기회 요인이 될 수도 있다. 다만, 앞서 밝혔다시피 미국의 중국 개별 기업에 대한 기술 규제는 지속될 가능성이 높아 우리 산업별로는 명암이 엇갈릴 것으로 보인다.

우리 개별 기업들이 신경 써야 하는 부분은 무역확장법 232조(Section 232)이다. 트럼프 통상정책의 핵심은 슈퍼 301조(Super 301)이다. 즉 미국의 국가 단위에 대한 제재 수단으로 중국산 제품에 대한 고율의 관세 부과가 이에 근거한다. 반면 바이든은 슈퍼 301조의 사용은 자제할 것으로 보이나 무역확장법 232조는 가지고 갈 가능성이 높다. 왜냐하면 바이든 행정부의 통상정책이 자유무역주의에 기반을 두고 있다고 하더라도 자국 산업 보호라는 민주당의 전통을 지켜야 하는 의무도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실제 효과는 크지 않지만, 상징적인 의미로서 무역확장법 232조를 자주 사용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이 경우 우리 수출에서 미국 시장 의존도가 높은 품목들이 바이든 행정부의 타깃이 된다면, 고율 관세나 수입 쿼터 적용을 받아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

마지막으로 바이든의 산업 및 환경 정책은 우리 기업들에게 기회와 위협 요인으로 동시에 작용할 것이다. 우선 전통 제조업, 즉 중화학공업에는 위협 요인이 될 수 있다. 미국에 진출해 있는 한국 기업과 대미 수출 기업들이 각종 규제로 생산 비용 부담이 크게 높아질 수 있다. 한편, 친환경·신재생에너지 관련 산업에는 기회 요인이 될 수 있다. 미국으로의 수출 확대도 노려볼 만하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우리의 친환경·신재생에너지 관련 산업의 글로벌 경쟁력은 높지 않다. 아마 대부분 분야에서 바이든 정책의 수혜 기업들의 국적은 미국이나 유럽 등이 될 것으로 예상한다. 그래도 일부 분야의 틈새시장에서 우리 기업들에게 수혜가 올 가능성도 없지는 않다. 한편, 자동차 산업에서 내연기관차에 대한 환경 규제는 더욱 강화될 것으로 보여 산업의 중장기 장래가 어둡다. 반면 전기차 분야의 시장은 더욱 커질 것으로 예상돼 우리 배터리 산업에는 호재로 작용할 전망이다.

국제 교역 질서 다자주의로 회귀 움직임


▎바이든 정부의 새 경제 정책은 우리 기업에게 기회와 위협 요인으로 동시에 작용할 것이다. 부산항에서 출항을 준비 중인 화물선들. / 사진:연합뉴스
트럼프 정부와는 결이 다른 바이든 정부가 새로 들어서면서 경제 및 경영 환경 변화가 불가피해 보인다. 이러한 리스크에 대응하기 위해서 우선 우리 기업들은 미국 경제 정책의 변화를 감지하고 분석하는 데에 역량을 집중해야 한다. 트럼프 정부 출범 이후 벌어진 중국과 무역 전쟁과 수입 쿼터 규제로 많은 기업이 어려움을 겪었던 경험을 생각해야 한다. 미국의 변화된 정책은 선거 공약에서도 감지될 수 있으나, 보다 확실한 것은 바이든 행정부의 각 분야에 등용되는 인물들의 면면을 살펴보는 것이 중요하다. 세계 경제의 키를 쥐고 있는 미국의 경제 정책 변화를 먼저 읽어낼 수 있는 기업이 시장에서 우위를 점할 수 있다.

국제 교역 질서가 다자주의로 회귀하는 움직임에도 대응해야 한다. WTO의 권한이 강화될 것이고 경제블록 중심으로 교역 질서가 재편될 가능성이 높다. 이에 우리 기업들의 시장 진출 및 통상 전략을 새로운 시스템에 맞추는 데 주력해야 할 것이다. 특히, 대(對)중국 교역 및 투자 비중이 높은 기업들은 미국의 대(對)중국 외교 및 통상 정책의 변화를 예의 주시해야 한다. 트럼프 행정부의 기조를 이어받을 수도 있고 그동안의 강경 일변도에서 한발 물러설 수도 있는 다양한 시나리오에 대응해야 할 것이다.

정권 교체기의 불확실성이 반영되면서 발생하는 금융시장 변동성 급증에도 대비해야 한다. 정권의 변화는 정책의 변화이고 변화란 시장에게는 불확실성으로 다가온다. 이때 시장 참여자들은 비이성적 판단을 하기 일쑤이고 결국 가격변수의 변동성을 높이는 결과로 이어진다. 특히, 외환시장에서의 변동성은 기업에서 신경 써야 할 부분이다. 기본적으로는 기업이 원하는 환율 수준을 고정시킬 수 있는 환 헤지(Hedge) 전략이 필요하다. 가능하면 미국 금융시장이 안정화될 때까지 결제 통화의 포트폴리오 다변화 노력도 요구된다.

마지막으로, 환경 및 포용 성장의 리턴에 대응해야 한다. 이는 바이든 정치철학이 트럼프와 가장 차별화되는 부분이고 기업에 큰 부담을 줄 수 있는 경영 리스크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미국이 본격적으로 환경 규제를 강화하고 탈(脫)화석에너지 정책을 펼친다면 이는 글로벌 교역과 투자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 특히, 바이든의 중산층 복원과 근로자 권익을 내세우는 철학은 공정 무역(Fair Trade)의 형태로 우리 기업의 운신 폭을 좁힐 수 있다. 여전히 불확실성은 남아 있으나 강화되는 환경 규제와 부상하는 균형 성장 전략에 적극 대응해야 한다. 반면, 미국 내 시장 진출을 시도하는 기업들은 제약 및 바이오·반도체·전기차·친환경 등에서 사업 기회가 만들어질 가능성을 염두에 둘 필요가 있다.

-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

202012호 (2020.1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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