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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버 스토리 | 바이든 시대 개막! 한국의 선택 - 세계화의 행로] 바이든 시대의 환율 전망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한 달러 찍어내기에 대비하라 

달러 대비 원화 가치의 가파른 상승은 中 위안화 강세와 연동되기 때문
美 민주당 정부는 소득재분배와 그린 뉴딜 차원에서 유동성 더 뿌릴 것


▎달러 유동성 확대를 강조하는 바이든 정부 출범 이후 전 세계의 환율전쟁은 한층 격화할 수밖에 없다.
환율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은 무수히 많다. 단기적으로 환율은 주로 외환시장의 수요와 공급에 의해 결정된다. 하지만 중장기적으로는 양국 간의 금리 차이와 통화량 그리고 경제성장률, 물가 차이 등의 거시경제 요인에 의해 귀결된다. 여기에 더해 계량화할 수 없는 요소들인 혁신, 코로나, 갈등, 리더십, 정치사회적 요인 등 헤아릴 수 없을 정도의 변수가 작용한다. 환율은 중장기적 관점에서 그 나라 경제의 기초체력인 펀더멘털(Fundamental)을 근간으로 해서 결정된다. 그리고 단기적으로는 수급 이외에도 미래에 전개될 펀더멘털 변화에 대한 투자자들의 예상 심리에 영향을 받는다. 데이터로 설명하기 힘든 영역이다. 환율 전망이 어려운 이유다.

최근 원화는 가파르게 절상되고 있다. 원·달러 환율은 지난 5월 25일 1244.04원에서 11월 10일 1113.90원(종가 기준)으로 5개월 반 만에 10.47%나 떨어졌다. 환율이 떨어졌다는 것은 우리 원화 가치가 그만큼 올라갔음을 뜻한다. 원화의 지난 10년간 평균 환율은 1125원이었다. 그 지지선마저 무너지며 1110원대로 절상된 것이다. 가장 큰 이유는 원화와 연동성이 가장 높은 중국 위안화의 절상 때문이다. 지난 5월 말 이후 위안화도 8% 이상 절상됐다. 최근 원화와 위안화의 상관관계는 0.7을 상회하고 있다.

여기에 더해 한국 외환시장에 달러 유입이 많다. 우리나라는 코로나 경기침체를 단기간에 극복하고 무역흑자가 다시 늘어나는 추세다. 2020년 6월 이후 월평균 52억 달러의 흑자를 보고 있다. 더구나 해외여행객 감소로 서비스수지가 개선됐고, 소득수지 흑자가 늘어났다, 경상수지가 7월 이후 월평균 78억 달러에 달하는 큰 폭의 흑자 행진이 이어지고 있다. 한국은행은 우리나라의 올해 경상수지 흑자가 570억 달러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이는 예년에 비해 큰 숫자는 아니지만, 우리 GDP의 3%를 상회하는 금액이다. 미국의 환율 조작국 지정 요건을 넘어서는 수치다. 게다가 한국 국채시장으로 외국인 투자가 늘어나 자본수지도 개선되고 있다. 7월 말 기준 한국 국채에 대한 외국인 투자는 사상 최대로 150조원을 돌파했다.

美 대선 끝난 뒤 가속화한 달러 약세


이런 요인들이 결합해 한국의 외환보유고가 가파르게 상승했다. 코로나 이후 6개월여 만에 4000억 달러에서 4265억 달러로 265억 달러가 늘어 6.6% 이상 증가했다. 달러가 밀려들어오니 원화가 강세로 갈 수밖에 없다. 이러한 현상은 특별한 변수가 없는 한, 앞으로도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 특히 미국 대선이라는 불확실성이 제거되면서 이런 전망에 힘이 실린다. 한국의 5대 은행장들은 조 바이든 민주당 후보의 대통령선거 승리로 원·달러 환율이 연내 최저 1100원까지 하락할 수 있다고 봤다. 2021년에는 최저 1050원 선까지 떨어질 수 있을 것으로도 예상했다. 그러나 이 예측이 무색할 정도로 환율은 가파르게 하락 중이다. 이미 환율은 1100원대에 진입했으며 이 추세라면 1000원대마저 깨지고 900원대로 진입할 수도 있다는 의견마저 나온다.

위안화의 절상 속도 역시 예사롭지 않다. 위안화 가치가 5월 27일 달러당 7.1722위안에서 11월 10일 6.5897위안(인민은행 고시 기준)으로 8.13% 올라 28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홍콩 역외시장의 위안화 환율은 이보다 더 절상돼 있다. 위안화가 이렇게 급격히 절상되는 이유 역시 수급에 있다. 5월 말 이후 중국의 무역흑자가 대폭 늘어나 월평균 535억 달러가 유입되자 위안화 가치가 본격적으로 오르기 시작했다. 이는 중국 상품이 미국의 고율 관세 정책에도 불구하고 가성비를 앞세워 선방했다는 의미다. 실제 중국의 수출은 2019년보다 더 늘어났다. 8월과 9월 수출이 각각 전년 대비 9.5%, 9.9% 증가했다. 9월 수출은 지난 5년 사이 최대치를 기록했다.

중국의 서비스수지와 자본수지도 개선됐다. 코로나19 이후 중국인의 해외여행 감소로 고질적이었던 서비스수지 적자가 대폭 줄었다. 이는 경상수지 흑자에 크게 일조했다. 한때 중국 경제는 경상수지 적자 탓에 외국 자본가들의 불안한 눈초리를 견뎌야 했으나 이제 경상수지 흑자국으로 전환한 상태다. 중국의 자본수지 흑자 역시 증가하고 있다. 중국 국제금융센터에 따르면 외국인의 중국 채권에 대한 투자는 올해 1~9월 중 1082억 달러에 달했다. 특히 5월 이후 월평균 181억 달러가 유입되고 있다. 반면 올해 주식자금(후강통·선강통 기준)은 1~9월 중 131억 달러가 유입돼 지난해 같은 기간(269억 달러) 수준을 밑돌고 있다. 그렇더라도 이 역시 월평균 15억 달러 정도는 유입되고 있는 셈이다.

중국 채권에 외국인 투자가 몰리는 것은 미·중 양국 간 금리차가 크기 때문이다. 중국의 기준금리 격인 1년 만기 대출우대금리(LPR)는 연 3.85%로 미국 기준금리 0~0.25%와 3.6% 이상 차이 난다. 10년물 국채 금리의 경우도 약 2.4% 차이(중국 3.207%, 미국 0.842%)가 있다. 연준이 2023년까지 제로금리를 유지할 확률이 크다는 점도표를 발표한 이후, 달러 캐리 트레이드 자금이 5월 이후 본격적으로 유입되고 있다. 투자자들은 금리 차이뿐 아니라 상방으로 열려 있는 중국 채권의 가격 상승도 기대할 수 있다. 반면 미국 국채는 과다발행과 수요부진이 겹쳐 매월 국채 경매 날짜만 되면 어김없이 국채 가격이 내려가고 있다. 그렇다 보니 스마트머니 사이에서는 ‘미국 국채는 이제 안전자산이 아니라 위험자산’처럼 여겨지고 있다. 여기에 더해 위안화는 가치가 오르고 있고 달러화는 가치가 떨어지고 있다. 환차익까지도 거둘 수 있는 일석삼조 투자 효과가 발생할 수 있기에 당분간 글로벌 머니의 중국 채권 투자는 미국의 그것을 압도할 전망이다.

이러한 수급 추세는 앞으로도 상당 기간 지속될 것으로 보여 위안화 강세 기조는 계속될 전망이다. 게다가 중국의 쌍순환정책(수출+내수)이 안착하는 분위기다. 3분기 4.9% 성장, 민간소비 3.3% 증가, 산업지표 등 회복세가 이를 반영하고 있다. 여기서 한 가지 이상한 점은 이렇게 달러가 많이 유입됐는데도 중국의 외환보유고가 9월 들어 6개월 만에 감소로 전환됐다는 사실이다. 중국 정부는 그 이유를 “달러 표시 자산의 가격 하락에 기인한다”고 발표했다.

弱달러 탓에 난감한 중국


▎바이든 미국 대통령 당선인은 재정정책 확대와 부자증세를 공약했다. / 사진:AFP연합뉴스
2019년 7월 발표한 중국 국가외환관리국 연보에 의하면, 중국의 외환보유고는 달러 표시자산 58%와 달러화 외 통화 42%로 구성돼 있다. 이 가운데 중국은 미국 국채를 1조 달러 이상 보유하고 있다. 미국 국채의 경우, 과다 발행과 수요 부진으로 7월 이후 국채 가격이 하락하고 있다. 게다가 달러 지수의 일시적 강세로 유로화와 엔화 등 선진국 통화들이 일시적 약세에 처하기도 했다.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설명되지 않는 부분이 있다. 추정컨대 달러 유입 이상으로 자본 유출이 일어나고 있다고 예측된다. 수출이 늘어나고 내수가 살아나지만, 중국 정부는 최근의 가파른 위안화 절상 탓에 큰 압박을 받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결국 위안화의 급격한 절상을 막기 위해 자본 유출이 우려됨에도 자본시장 개방의 첫걸음을 시도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중국 정부는 해외 자본유출을 막기 위해 시행했던 달러 매입 시 증거금 예치제도를 과감히 폐지했다. 인민은행은 시중 은행이 외국 통화를 매입할 때 인민은행에 예치해야 하는 증거금(거래액의 20% 예치 제도)을 지난 10월 11일부로 폐지한 것이다. 증거금 제도는 2018년 위안화 약세를 막기 위해 도입했던 제도인데 이를 폐지했다는 것은 위안화 절상을 견디지 못해 민간 섹터의 달러 매입 유도로 위안화 강세에 제동을 걸겠다는 포석이다. 이로 인해 인민은행의 외환보유고는 이후 감소세로 전환됐다. 공식적인 송금 이외에도 환치기 등의 방법으로 홍콩 등으로 자본이 유출된 것으로 추정된다. 실제 10월 홍콩의 외환보유고는 300억 달러 급증했다.

위안화의 행보에 관심을 가져야 할 이유는 원화가 위안화의 프록시(대리) 통화처럼 받아들여지기 때문이다. 원·위안의 상관관계가 높은 이유는 두 나라 사이의 무역의존도가 높기 때문이다. 중국의 최대 수입국은 한국이다. 다시 말하면 우리나라의 최대 수출국이 중국이다. 우리나라의 2019년 대중 수출 비중은 30.2%(중국 24.2%·홍콩 6.0%)에 달한다. 홍콩 수출 물량의 82.6%가 중국행이다. 우리나라의 대중 수출 비중이 전체 수출의 3분의 1에 육박할 정도로 높다 보니 두 나라 통화가 동조화 현상을 보이는 것이다. 대미 수출 비중(13.6%)은 대중 수출 비중의 절반에도 미치지 않는다. 이에 비례해 한국 원화에 대한 달러의 상관계수 역시 위안화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고 있다.

달러 인덱스(index)는 선진국 통화 대비 달러 가치를 나타내는 지수이다. 비중은 ‘유로화 57.6%, 엔화 13.6%, 파운드 11.6%, 캐나다 달러 9.1%, 스웨덴 크로네 4.2%, 스위스 프랑 3.6%’로 구성돼 있다. 유로화 비중이 압도적으로 높다. 따라서 달러 인덱스는 유로존 경제와 반비례한다. 현재 유럽의 코로나 재확산 속도가 미국보다 더 가파르게 치솟고 있다. 프랑스와 스페인, 독일 등에선 국경 재봉쇄와 야간 통행금지가 시행되고 있다. 게다가 유럽 국가들은 미국보다 더 낮은 역성장이 예상된다. 이런 이유로 달러 인덱스는 (미국이 아무리 돈을 풀어도 유럽의 경제 상황이 워낙 안 좋기에) 당분간 횡보 장세를 보일 전망이다. 하지만 유럽연합은 근래 지속적으로 경상수지 흑자를 보이고 있다. 특히 미국과의 무역에서 중국 다음으로 무역흑자 규모가 크다. 그리고 통화 발행량도 미국이 압도적으로 많다. 길게 보면 달러 인덱스는 하락 추세로 접어들 수밖에 없다.

미국은 민주당의 바이든이 대선에서 승리함으로써 향후 재정정책 확대와 부자증세가 예상된다. 코로나 사태가 진정되면 소득세 최고세율을 37%에서 39.5%까지, 법인세율을 21%에서 28%까지 인상할 예정이다. 문제는 재정정책의 확대다. 우선 하원에 계류 중인 추가부양책 규모가 민주당 주장대로 2조2000억 달러로 통과된다면 ‘달러 약세 가속화와 국채금리 상승, 인플레이션 증가와 마이너스 실질 금리’ 등이 예약돼 있다. 하지만 공화당이 상원의원 선거에서 승리한다면 ‘블루웨이브(민주당의 대통령, 상·하원 동시 장악)’는 물 건너간다. 공화당과의 타협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MMT 주창자들 바이든 정부에 참여

바이든은 취임식 다음 날 파리기후협약에 재가입할 의중을 밝혔다. 향후 적극적인 ‘친환경(그린뉴딜)’ 정책을 펴겠다고 공언한 바이든의 친환경 인프라 투자계획은 2조 달러에 달한다. 게다가 미국의 양적완화 통화정책은 이제 그 수명을 다했다. 부동산과 주식 등 자산 가격만 올려놓아 상위 1%의 있는 자들의 배만 불렸을 뿐 국민 생활에 전혀 기여하지 못했다는 비판이 일고 있다. 빈부격차만 커졌다는 반성이 오피니언리더들 사이에서 공감대를 얻고 있다. 상위 1%가 미국 전체 부의 40%를, 차상위 9%가 37%를 소유하고 있는 반면 중산층 붕괴로 국민 90%는 전체 부의 23%를, 특히 하위 50%는 전체 부의 1.4% 소유에 불과한 저소득층으로 전락했다. 미국 국민 절반이 가구당 연 수입 4만2000달러 미만인 저소득층이다.

코로나 사태가 터지자 트럼프 정부는 재빨리 통화주도권을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 Fed)로부터 가져왔다. 기본소득과 현대통화이론(MMT)을 전격 채택하며 저소득층 붕괴 방어에 진력할 수밖에 없었다. 상반기 재정 집행액 3조4000억 달러의 절반이 저소득층 개인들을 상대로 지원됐다. 이들의 임대료 체납과 모기지 연체는 전체 가구의 30%에 육박하고 있다. 하부 구조가 무너지면 상부 구조 또한 온전할 리 없다. 코로나19를 계기로 재정의 주요 기능이 경기 부양에서 소득재분배로 이동하고 있다. 바이든 정부도 재정적자 확대정책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이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것이 현대통화이론을 주장하는 스테퍼니 켈턴 스토니브룩 뉴욕 주립대 경제학 교수를 태스크포스 팀에 영입한 사실이다.

현재 연준의 대차대조표 곧 본원통화 발행액은 7조1000억 달러 남짓이다. 이는 글로벌 금융위기 시 3차에 걸친 양적완화로 투입된 3조5000억 달러와 코로나19 사태로 상반기에 푼 돈 3조 달러 등을 모두 합친 금액이다. 달러는 특성상 해외에서 더 많이 유통되어왔기 때문에 미국 내의 본원통화 유통량은 연준의 대차대조표보다 훨씬 적을 것이다. 앞으로 시행될 추가부양책과 그린 뉴딜정책 자금 그리고 바이든이 시행할 적자재정 규모를 합치면 현재 미국 내 본원통화량 규모와 비슷한 수준이 될 것이다. 지금만큼의 돈이 더 풀린다는 이야기다. 엄청난 유동성 앞에 견뎌낼 환율은 없다. 유동성 확대로 인한 달러 약세는 미국만의 문제가 아니다. 일종의 환율전쟁이 불가피하다. 주변국 궁핍화 전략이 펼쳐질 것이다. 앞으로 다가올 힘겨운 원 강세 현상에 우리 정부와 기업들의 치밀한 대응이 절실하다.

- 홍익희 세종대 교수·前 밀라노 무역관장 aaaa4d@hanmail.net

202012호 (2020.1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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