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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포커스] 대만 투입 길 열린 주한미군 

“한반도를 넘어선 동맹(폴 라캐머러 주한미군 사령관 지명자)과 협력의 기회” 

붙박이 아닌 분쟁지역 투입으로 미군 전략 변경, 대만 무력침공 노리는 중국 견제
일본의 오키나와 미군기지도 대만 방어에 관여… 중국은 북한 끌어들여 한국 압박


▎2021년 5월 22일 백악관을 방문한 문재인 대통령(왼쪽)은 한·미 정상회담 최초로 대만 문제를 언급했다. / 사진:연합뉴스
미국 공군이 운영하는 U-2S 드래곤 레이디(Dragon Lady)는 최고 25㎞의 고도에서 7~8시간 비행하면서 150㎞ 떨어진 지상과 해상 표적을 정밀 감시하고, 통신 감청 임무를 수행할 수 있는 고공 정찰기다. U-2S는 전자광학 멀티 센서, 초고해상도 광학카메라, 적외선 센서, 주야간 악천후에도 고해상도 영상을 촬영할 수 있는 특수레이더, 신호정보 수집 장비 등을 장착하고 있다. 주한미군 오산 공군기지에 배치된 U-2S는 그동안 주로 북한 정찰에 투입돼왔다. 오산 공군기지에서 이륙한 U-2S는 휴전선은 물론 원산과 평양 인근까지 북한군의 움직임을 샅샅이 정찰해왔다. 이런 U-2S가 최근 들어 남중국해와 대만 인근까지 출동해 임무를 수행하고 있다. 심지어 U-2S가 위치식별 장치까지 켜고, 해외 임무 지역을 민간 항공기 추적 사이트에 의도적으로 정 찰 위치까지 노출하고 있다.

U-2S가 이런 정찰 활동을 벌이는 것은 미국 정부의 ‘전략적 유연성’(Strategic Flexibility) 전략에 따른 것이라고 볼 수 있다. 미국 정부는 2006년 한국 정부와 주한미군의 전략적 유연성 합의 이후 주한미군을 한국에 ‘붙박이’로 두지 않고 분쟁지역 등에 신속 투입하는 전략을 적극적으로 추진해왔다. 한·미 양국이 2020년 10월 제52차 안보협의회(SCM)를 갖고 발표한 공동성명에서 ‘주한미군 병력의 현 수준을 유지’라는 문구를 제외한 것도 전략적 유연성 전략에 따른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주한미군 병력의 현 수준 유지’라는 문구는 2008년 제40차 SCM 공동성명에서 처음 들어갔다.

미국 정부가 주한미군의 중요한 정찰자산까지 대만해협과 남중국해에 투입하고 있는 것은 무엇 때문일까. 중국 정부가 각종 군용기를 대거 동원해 대만 방공식별구역(ADIZ)을 침범하는가 하면 항공모함을 비롯해 각종 함정의 실탄 사격 훈련과 상륙 훈련을 실시하는 등, 연일 공세를 벌이면서 무력을 과시하고 있기 때문이다. 중국 인민해방군은 4월 12일 J-16 전투기 14대, J-10 전투기 4대, H-6K 폭격기 4대, Y-8 대잠기 2대, KJ-500 조기경보기 등 군용기 총 25대를 대만 ADIZ에 진입시키면서 역대 최대 규모의 ‘공중 무력시위’를 벌였다. 대만 국방부에 따르면 중국 군용기가 2020년 대만 ADIZ에 진입한 것은 380차례로 집계됐다. 중국 군용기는 2021년 들어서도 200여 차례나 침입했다. 대만을 담당하는 중국 인민해방군 동부 전구는 전투기와 폭격기 등을 동원해 수시로 공습 훈련을 실시하고 있다. 중국 인민해방군은 아예 대만을 겨냥한 상륙 훈련 장면도 공개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4월 23일 하이난다오 싼야 해군기지에서 열린 강습상륙함 하이난호 등 최신형 함정 3척의 취역식에 참석해 대만과의 무력 통일 의지를 보였다. 강습상륙함은 대규모 상륙작전을 수행할 수 있는 함정을 말한다. 하이난호는 만재 배수량이 4만t급인 첫 번째 075형 강습상륙함으로, 미국 해군이 자랑하는 와스프급 강습상륙함과 맞먹는 크기다. 하이난호는 전장 230m에 폭 33m로 헬기 30대와 상륙정, 수륙양용 전차, 해군육전대(우리나라의 해병대) 병력 수백 명을 한꺼번에 실을 수 있다. 중국 국방부는 대만 침공을 상정해 하이난호를 싼야 해군기지에 실천 배치했다.

시진핑 “모든 생각과 힘을 전쟁 준비에 두라”


▎2021년 3월 12일 북한과 대만해협 등에서 정찰 임무를 마치고 주한미군 오산 공군기지에 귀환한 U-2S 드래곤 레이디가 착륙하고 있다. / 사진:미 7공군 오산 공군기지
또한 중국 국방부는 075형 2번함을 연내 실전 배치할 계획이다. 중국 군사전문가 웨이둥쉬는 “075형 강습상륙함은 상륙 작전에서 움직이는 해상기지 역할을 할 수 있다”면서 “강습 상륙함을 증강하는 것은 대만을 겨냥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중국 인민해방군은 또 해군육전대의 전력도 대폭 강화하고 있다. 시 주석은 지난해 10월 13일 광둥성 차오저우시 주둔 해군육전대를 방문해 장병들을 격려하면서 “모든 생각과 힘을 전쟁 준비에 두라”고 지시한 바 있다.

중국에선 군부를 중심으로 대만을 무력 통일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갈수록 커지고 있다. 중국은 대만을 무력 등 모든 수단을 동원해 반드시 통일해야 할 ‘미(未)수복 지역’으로 간주하고 있다. 중국의 ‘반국가분열법’에는 무력 통일도 명시돼 있다. 반국가분열법 제8조는 “대만 독립·분열 세력이 어떤 명분이나 방식으로든 대만을 중국에서 분열시키려 하거나, 장차 대만을 중국에서 분열시킬 수 있는 중대한 상황이 벌어지거나, 평화통일 가능성이 완전히 사라지는 경우, 국가는 비평화적 방식 및 기타 필요한 조치를 통해 국가 주권과 영토의 완결성을 지켜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중국의 입장에서 볼 때, 대만과의 통일은 과거 치욕의 역사를 청산하는 것이다. 중국은 청일전쟁에서 패배하고 1895년 체결된 시모노세키 조약에 따라 일본에 대만을 할양했다. 이에 따라 대만은 1945년까지 일본의 식민지 지배를 받았다. 이후 장제스가 이끌던 국민당 정부는 마오쩌둥의 공산당과의 내전에서 패배한 후 대만으로 피신하면서 중국은 대만과 불편한 동거를 이어왔다. 이 때문에 시 주석을 포함한 중국의 역대 지도자들은 ‘대만 통일’을 외쳐왔다. 시 주석은 2019년 1월 2일 “우리는 평화통일에 최선을 다할 것이지만, 무력 사용을 포기하겠다고 약속하지 않는다”고 천명했다.

“중국이 무력으로 대만 통일 추진하면 일본이 방어”


▎2021년 4월 24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오른쪽)이 수륙 공격함인 하이난함의 격납고를 찾아 해군육전대의 보고를 받고 있다. / 사진:CCTV 캡처
지난 3월 4~11일 열린 제13기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 제4차 전체회의에서 우첸 인민해방군·무장경찰 대표단 대변인은 “대만은 중국에서 떼려야 뗄 수 없는 일부이고, 대만 문제는 중국 내정에 속한다”면서 “우리는 모든 필요한 조치를 취할 가능성을 열어둘 것”이라고 밝히는 등 대만에 대한 무력 통일을 주장하기도 했다. 심지어 중국이 인민해방군 창설 100주년인 2027년을 목표로 대만 침공을 준비하고 있다는 분석까지 나오고 있다. 홍콩의 정치 평론가인 쑨자예는 “중국이 2027년까지 대만 통일을 위한 시간표를 마련했다”고 예측했다. 필립 데이비드슨 전 미국 인도태평양사령부 사령관도 3월 상원 군사위원회 청문회에 출석해 “중국이 이르면 2027년에 대만을 침공할 수 있다”고 증언했다.

양안(兩岸·중국과 대만) 관계는 2016년 반중 성향이 강한 차이잉원 대만 총통이 집권한 이후 악화일로를 걸어왔다. 게다가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은 재임 시절 경제 대국으로 부상한 중국과의 무역 전쟁에서 승리하고자 대만과 관계를 강화하면서 ‘하나의 중국’ 원칙을 흔들었다. 트럼프 정부의 모든 외교정책에 거부감을 보여온 조 바이든 대통령도 유일하게 반중(反中)정책을 계승하면서 ‘하나의 중국’ 원칙에 도전하고 있다. 바이든 정부는 대만에 크리스 도드 전 상원의원과 리처드 아미티지 전 국무부 부장관 등을 ‘비공식 특사’로 파견했으며, 대만과 해안경비 협력 협정을 체결했다. 또 양국 관리의 교류를 확대하는 새로운 가이드라인까지 발표했다. 바이든 정부는 대만에 각종 무기도 판매하고 있고, 코로나19 백신도 제공하고 있다. 중국의 ‘핵심 이익’이자 ‘아킬레스건’인 ‘하나의 중국’ 원칙에 도발적 시비를 걸고 있는 셈이다. 바이든 정부가 ‘하나의 중국’ 원칙을 존중하고 대만에 대한 현상 유지 정책을 추진하기를 내심 기대해 왔던 중국 정부로선 무력 통일 카드를 뽑을 수밖에 없는 입장이다. 영국 시사주간지 <이코노미스트>는 “중국 관변 학자와 군사 전문가 사이에서는 ‘시 주석 통치하에서 대만 회복을 이뤄야 한다’는 말이 공공연히 돌고 있다”며 중국의 강경한 분위기를 지적했다.

이런 맥락에서 볼 때 대만해협에서 긴장의 파고는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홍콩의 친중 성향 싱크탱크인 중국양안아카데미는 보고서(5월 19일 자)에서 현재 대만해협의 무력충돌 위험지수는 7.21(-10부터 10까지 범위)이라고 밝혔다. 보고서는 이 수치가 국공내전 이후 가장 높은 역대 최고라며 양안 관계가 전쟁 직전의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중국이 대만에 대한 무력 통일 의지를 보임에 따라 미국도 이에 대비한 전략을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바이든 정부는 대만해협 일대에 군사력을 증강 배치해 대만 방어 의지를 분명하게 강조하고 있다. 바이든 정부는 또 역내 우방과 동맹국들과 함께 대만의 안보를 지원하겠다는 강력한 메시지를 보내고 있다. 바이든 대통령이 4월 16일 백악관에서 스가 요시히데 일본 총리와 미·일 정상회담을 갖고 반중(反中) 연대 강화에 합의하고, 중국이 금기시하는 대만 문제를 공동성명에 포함한 것도 이런 전략에 따른 것이다. 당시 두 정상은 공동성명에서 “우리는 대만해협의 평화와 안정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양안 문제의 평화적 해결을 촉구한다”고 강조했다. 미·일 정상의 공동성명에 대만이 명시된 것은 1969년 당시 리처드 닉슨 미국 대통령과 사토 에이사쿠 일본 총리의 정상회담 이후 처음이었다. 일본이 52년 만에 대만 안보를 지원하겠다는 것은 자국 안보에 중요하기 때문이다. 매슈 포틴저 전 백악관 국가안보 부보좌관은 “대만 방어는 일본의 방어(Taiwans defence is Japan’s defence)라는 말이 있다”면서 “중국이 무력을 동원해 대만과의 통일을 추진할 경우 일본이 군사적으로 대만 방어에 나설 것”이라고 전망했다.

일본 정부는 중국이 대만을 침공할 경우 자국도 직접 상당한 피해를 입는 것은 물론 중국과 영유권 분쟁을 벌이고 있는 센카쿠 열도(중국명 댜오위다오)도 점령당할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있다. 미국 싱크탱크 랜드의 티모시 히스 선임 연구원은 “중국이 대만을 공격하기로 결심하면 인민해방군 장성들은 오키나와 등 일본에 있는 미군 기지를 미사일로 공격할 것”이라며 “그 이유는 인민해방군에 막대한 손실을 가할 수 있는 가장 강력한 병력이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미국은 오키나와의 가데나 공군기지를 포함해 일본에 23개의 군사기지를 두고 있다. 특히 미국이 해병대 전투부대를 오키나와에 배치한 의도는 중국 인민해방군 특수부대가 대만을 급습하는 사태에 대비하기 위한 것이다. 호주 싱크탱크인 전략정책연구소의 맬컴 데이비스 선임연구원은 “미군이 일본에 배치돼 있지 않다고 해도 일본의 개입을 효과적으로 차단하기 위해 중국이 대만을 공격할 경우, 초장에 일본 기지를 공격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전망했다. 우시오 마사토 일본 군사평론가도 “일본과 대만의 관계는 중국이 호시탐탐 점령하려는 센카쿠 열도의 영유권 문제와도 직결된다”면서 “일본과 대만의 협력은 서로의 안보에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文, 남북관계 위해 미국의 중국 견제 받아들였다?


▎2021년 4월 17일 조 바이든(오른쪽) 미국 대통령과 스가 요시히데 일본 총리는 정상회담을 열고 대만 문제에 관한 공동의 협력을 약속했다. / 사진:연합뉴스
이런 가운데 바이든 대통령과 문재인 대통령은 5월 21일 백악관에서 한·미 정상회담을 한 후 발표한 공동성명에서 “두 정상은 대만해협에서의 평화와 안정 유지의 중요성을 강조했다”고 발표했다. 두 정상은 또 공동성명에서 “우리는 남중국해 및 여타 지역에서 평화와 안정, 합법적이고 방해받지 않는 상업 및 항행·상공비행의 자유를 포함한 국제법 존중을 유지하기로 약속했다”고 밝혔다. 한·미 정상 간 공동성명에 ‘대만’이 표기된 것은 사상 처음이다. 친중 성향이라는 말을 들어온 문 대통령이 바이든 대통령과의 공동성명에서 ‘대만해협’, ‘남중국해’ 등을 언급한 것은 매우 이례적이다. 심지어 문 대통령이 친미 노선을 선택했다는 말이 나오기도 했다. 문 대통령의 의도는 싱가포르 합의와 판문점 선언을 공동성명에 포함하기 위해 미국의 중국 견제 요청을 ‘명목적’ 수준에서 받아들인 것이라고 볼 수 있다. 다시 말해 바이든 정부가 문재인 정부의 남북관계 개선과 북·미 대화 추진 요청을 받아들이는 대신 문재인 정부가 바이든 정부의 중국 견제 정책에 공감한다는 입장을 표명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실제로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공동성명에 대만해협 문제가 포함된 데 대해 “양안 관계 특수성을 고려하면서 역내 정세의 안정이 우리에게도 중요하다는 기본 입장을 일반적이고도 원칙적인 수준에서 포함한 것”이라고 밝혔다. 정의용 외교부 장관도 “양안 관계의 특수성을 충분히 인지하면서 대만해협의 평화와 안정이 중요하다는 매우 원론적이고 원칙적인 내용만 공동성명에 포함했다”고 강조했다.

중국 정부는 이번 한·미 공동성명에 상당한 불쾌감을 노골적으로 표출했다. 자오리젠 외교부 대변인은 5월 24일 “대만 문제는 순수한 중국 내정이며 어떤 외부 세력의 간섭도 용납할 수 없다”면서 “관련 국가들은 대만 문제에서 언행을 신중해야 하며 불장난하지 말아야 한다”고 경고했다. 자오 대변인은 또 “각국이 국제법에 따라 남중국해에서 항행과 비행의 자유를 누리고 있으므로 문제는 존재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중국 정부의 이런 입장은 미·일 정상회담 직후에 나왔던 격렬한 반응에 비해 다소 온건한 것으로 보이지만, 불장난 등의 표현을 보면 결코 수위가 낮다고는 말할 수 없다. 중국 정부는 문재인 정부가 한·미 정상회담 전후 외교 경로를 통해 관련 내용을 설명했을 때도 같은 불만을 드러낸 것으로 알려졌다. 싱하이밍 주한 중국 대사도 5월 24일 “한국이 미국과의 관계를 발전시키는 것은 한국의 자주적인 일이지만 중국의 이익이나 세계 평화, 지역 평화를 해치면 안 된다”고 주장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중국 정부는 유화적인 제스처를 보이고 있다. 자오 대변인은 다음 날인 5월 25일 “한국과 중국은 가까운 이웃이자 중요한 협력 파트너로서 글로벌 시대에 시장경제 원칙과 자유무역 원칙에 따라 투자와 경제·무역 협력을 하는 것은 양국의 공동 이익에 부합한다”고 한·중 경제협력을 강조했다. 뤼차오 랴오닝성 사회과학원 소장은 “한국은 대만 문제에 대해 아무 말도 하지 않았어야 한다”면서 “한국은 중국과의 관계 악화를 막고 미국의 함정에 빠지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밝혔다.

그렇다면 중국 정부가 사드 배치 때와는 달리 한국에 강력한 보복 조치를 하지 않는 것은 무엇 때문일까. 그 이유는 폴 라캐머러 주한미군 사령관 지명자가 5월 17일 상원 군사위원회 인준 청문회에서 “미군의 글로벌 역할과 한국군의 점점 커지는 국제적 범위를 감안할 때 한반도를 넘어선 동맹 협력의 기회가 생겨나고 있다”며 “미국의 이익과 목표를 지원하는 인도·태평양사령부의 비상 상황과 작전계획에서 주한미군의 군대와 능력을 포함하는 것을 지지할 것”이라고 말했기 때문이다. 라캐머러 사령관 지명자의 이런 발언은 유사시 주한미군을 한반도 밖에 투입할 수 있다는 전략적 유연성을 강조한 것으로, 미국이 중국과 군사적 갈등을 빚고 있는 대만해협이나 남중국해에 주한미군을 파견할 가능성을 언급한 것이다. 전략적 유연성은 미군을 붙박이에서 기동타격대로 탈바꿈하겠다는 개념이다. 바이든 정부는 전 세계에 배치한 미군 규모와 이에 따른 미국의 세계 전략을 뒷받침할 수 있는지 여부를 점검하기 위해 ‘글로벌 태세 검토’(Global Posture Review·GPR)를 진행하고 있다. GPR에는 당연히 주한미군의 전략적 유연성도 포함돼 있다. 바이든 정부는 중국의 군사력 팽창을 견제하기 위해 미군을 재배치하고 전략적 유연성도 적극적으로 추진할 계획이다. 중국이 대만해협과 남중국해 및 동중국해 등에서 무력을 행사하면, 다른 지역의 미군을 투입하겠다는 것이다. 이들 분쟁 예상 지역에서 가까운 한국엔 지상군 위주로 미군 2만8500명이 배치돼 있다. 이런 맥락에서 볼 때 이번 한·미 정상회담에서 대만해협과 남중국해가 명시된 것은 중국이 대만을 침공할 때 주한미군을 투입하는 근거가 될 수 있다. 한국 정부는 주한미군을 대만이나 남중국해 등에 투입하는 것을 양해할 수밖에 없을것이다.

붙박이에서 기동타격대로 변화하는 주한미군


▎2021년 5월 27일 베이징 댜오위타이 국빈관에서 왕이 중국 외교부장(오른쪽)과 이용남 주중 북한 대사가 우의를 과시하고 있다. / 사진:중국 외교부 홈페이지
미국 싱크탱크들은 최근 들어 대만을 놓고 중국과의 군사 대결을 상정한 ‘워 게임’(War Game)을 실시하고 있다. 데이비드 오크매넥 랜드연구소 선임연구원은 “미국은 중국의 대만 침공을 가정한 워 게임에서 자주 패배한다”면서 “대만의 공군력은 몇 분 이내에 궤멸되고 태평양 일대 미군 공군기지가 공격받으며, 미국의 전함과 항공모함은 중국 장거리 미사일의 위협을 받는다”고 지적했다. 미국 군사 전문 매체 디펜스 뉴스는 “미 공군이 워 게임을 진행한 결과, 차세대 군사 기술과 재래식 전력의 80%를 투입해야 중국군의 대만 침공을 격퇴할 수 있지만, 승리를 위해서는 막대한 대가를 치러야 한다는 결론을 얻었다”고 보도(4월 26일 자)하기도 했다. 이 때문에 미 육군에선 대만에 지상군을 주둔시켜야 한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항공모함 투입이나 대만해협에서 ‘항행의 자유’ 작전 등 해·공군력 위주의 대응으로는 중국에 대한 억지력을 발휘하기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이런 맥락에서 볼 때 주한미군이 대만에 투입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중국은 북한 카드로 미국의 대만 카드 견제

중국 정부도 주한미군의 전략적 유연성을 의식한 듯 미국 정부에 ‘북한 카드’를 꺼내 들었다. 왕이 중국 외교부장은 5월 27일 베이징 댜오위타이 국빈관에서 이용남 주중 북한 대사와 만나 ‘혈맹 관계’를 과시했다. 왕 부장은 “옛 지도자들이 조성한 양국의 우의는 외부 침략에 맞서 함께 싸운 전화(戰禍) 속에서 흘린 피가 굳어져 만들어진 것”이라며 “이는 소중하고 보배와 같은 공통의 재산”이라고 강조했다. ‘외부의 침략에 맞서 함께 싸운 전화’란 중국이 항미원조(抗美援朝) 전쟁이라고 부르는 6·25 전쟁을 말한다. 왕 부장은 “우리는 조선(북한)과의 관계를 더욱 발전시켜 지역의 평화와 안정에 적극적인 공헌을 할 것”이라면서 북한에 대한 지원을 약속했다.

중국 정부의 의도는 북한과의 혈맹 관계를 과시해서 한·미 동맹과 미국의 대만 카드를 견제하려는 것이라고 분석할 수 있다. 향후 대만 문제는 한·미 동맹과 주한미군의 전략적 유연성과 밀접한 관계인 만큼 한반도는 물론 동북아 정세의 중요한 변수가 될 것이 분명하다.

- 이장훈 국제문제 애널리스트 truth21c@empa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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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7호 (2021.06.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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