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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릴레이 인터뷰(1) 소수정당 초선의원 3인, 의회주의를 말한다] 조정훈 시대전환 의원의 ‘협상 정치론’ 

“마키아벨리처럼 생각할 줄 아는 실용 정치 꿈꿔” 

신기루 좇는 공공일자리, 과잉공급 부추기는 K뉴딜로는 경제 회복 못해
소수 의견 무시하고 다수의 힘 내세우는 거대 양당의 기득권 근절해야


▎조정훈 시대전환 의원은 12월 3일 월간중앙과의 인터뷰에서 “경제 중산층을 육성해야 정치 중산층이 살아난다”고 강조했다.
조정훈(48) 시대전환 의원은 보좌진들에게서 ‘정훈님’이라고 불린다. ‘의원’이란 호칭은 그의 사무실에서 처음부터 없었다. 21대 국회에 입성할 때 의원실 구성원끼리 서로의 이름에 ‘님’ 자를 붙이기로 했다. 2020년 6월 2일 소통관에서 첫 기자회견을 열어 보좌진을 일일이 소개하기도 했다. 12월 3일 오후 인터뷰를 위해 찾아갔을 때 의원실에서 웃음소리가 복도로 새어 나왔다. 세계은행 출신인 조 의원의 영어 실력을 두고 ‘정훈님’과 보좌진이 옥신각신 논쟁을 펼치던 참이었다.

인터뷰를 시작하자 조 의원은 자신의 별명이 ‘산자위의 탈레반’이라고 소개했다. 자신이 속한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에서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을 향해 쓴소리를 마다치 않기 때문에 생긴 별명이다.

내년도 정부가 추진할 한국형 뉴딜을 ‘쓰레기 일자리’라고 했다.

“민주당에 있었으면 경고나 징계 많이 먹었을 거다. 정부가 만들려는 일자리들은 세계은행 있을 때 많이 해봤다. 제3세계 국가들에서 하는 공공일자리 프로그램이다. 이건 예산을 다 쓰면 사라지는 신기루다. 딱 최저임금만큼 주고 통계에 잡히게끔 신기루를 계속 만드는 거다. 그러면 사람들이 다음 공공일자리를 기다린다. 의존성만 높이는 거다. 한국형 뉴딜의 핵심은 몇십 조를 넣느냐가 아니다. 차갑게 식어가는 시장의 역동성을 살릴 수 있느냐가 문제다.”

당장 급한 불은 꺼야 하니 돈을 들이는 건 어쩔 수 없지 않나.

“대한민국은 규제보다 인센티브가 필요하다. 막아봤자 다 피해 간다. 시장을 어떻게 다시 살릴 것인가가 한국형 뉴딜의 핵심이어야 한다. 민주당은 자꾸 돈을 얼마 넣고, 5년 동안 오백몇십 조 넣는다는데 안 된다.”

시중에 돈을 풀면 착시효과라도 나타나지 않을까?

“시장 유동성이 3000조원이다. 올해 이십몇 조 쓰는데 그거로는 아무것도 못한다. 시장 자금을 당겨 와야 한다. 돈을 더 풀면 이자율이 올라갈 상황이 온다. 가계 부채와 기업 부채가 OECD 최고 수준인데 이게 터지면 어떻게 감당할 건가?”

그럼 다른 복안이 있나?

“시장은 지금 공급 과잉 상태다. 문제는 소비 부족이다. 수요를 자극해야 하는데 한국형 뉴딜은 또 공급을 늘리겠다고 한다. 살 사람이 없는데 시설 짓고 공장 짓는다는 거다. 재난지원금을 줘야 한다고 말하는 이유는 소비를 일으켜야 하기 때문이다. 오죽하면 소상공인들이 나는 많이 안 줘도 되니 전 국민에게 다 주라고 하는 것 아닌가.”

거대 양당이 야합하는 모습을 직접 겪어본 건 처음일 텐데 어떤가.

“양대 정당을 보면 민주주의의 필요조건인 다수의 지배는 참 충실하게 지킨다. 그런데 충분조건이랄 수 있는 소수 존중을 모른다. 양 축이 함께 가야 건강해지는 건데…. 불행 중 다행히도 박병석 국회의장은 소수를 배려하려는 마음이 느껴지는 분이다. 비교섭단체 의원들이 공통으로 느낄 거다. 우리 사회의 힘 있는 자들과 기득권의 일방적인 사회 운영 행태가 정치에도 스며든 게 아닌가 싶다. 어쩌면 그 반대일 수 있겠다. 정치도 저렇게 쪽수로 밀어붙이는데 우리라고 못할 게 뭐냐는 인식의 확산 말이다.”

“민주·국민의힘, 다수 지배에 충실할 뿐 소수 존중 몰라”


▎조정훈 시대전환 의원이 국회 산업통상자원 중소벤처기업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 사진:오종택
소수당 의원으로서 힘든 점이 많을 것 같다.

“이왕 취업하는 거 대기업이 낫지 않겠느냐는 말이 있다. 싸워도 거대정당에서 해야 하는 거 아니냐고 하더라. 그게 맞는다고 생각 안 한다. 누군 창업도 하고 벤처도 해야 사회가 돌아갈 것 아닌가. 저는 정치벤처를 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선거도 고민해야 하고, 당 살림도 챙겨야 하고, 당 대표로서 해야 할 역할이 많지만 난 이게 좋다. 대기업은 무겁다. 세상 못 바꾼다.”

거대 양당의 의원들이 부러울 때는 없나?

“물론 있긴 하다. 법안이 하루에 백 개씩 올라오는데 민주당이나 국민의힘은 당에서 다 분석해서 O, X 쳐서 주니 누르기만 하면 된다. 그런데 우린 검토할 시간도 안 준다. 어제 본회의에서 의안이 104개 올라왔는데 오후 2시에야 올리더라.”

소수여서 좋은 점도 있나?

“누구보다 단단하게 단련시켜준다. 소수가 큰 집단을 변화시키는 방법은 목소리 크기가 아니라 주장하는 방식에 있다고 본다. 이건 조금씩 변화가 느껴진다. 대정부질문을 하니까 동료의원들이 ‘대정부질문이 세미나 같아졌다’고 한다. 예전엔 소리 지르고 그랬는데 조용해졌다고. 대놓고 칭찬은 안 해도 쟤는 저렇게 하는구나, 하고 눈여겨보는 거다. 이 정도면 300분의 1 역할은 한 것 아닌가?”

시대전환이 내세우는 가치는 실용과 중도다. 뚜렷한 지지층이 있는 것도 아니고 지향점이 모호하다는 인상을 풍기기도 한다.

“중도는 정치의 중산층이다. 제가 생각하는 정치는 그저 부엌을 풍성하고 따뜻하게 만드는 업이다. 부엌이 차가우면 집이 스산하고, 냉장고가 비면 비참하지 않은가. 부엌을 따뜻하고 풍성하게 만드는 건 이념으로 되지 않는다. 이게 실용정치의 핵심이다. 특정인을 거론해서 좀 그렇지만, 2012년에 불었던 안철수 바람이 딱 부러지는 변화를 만들었나? ‘제3지대’란 건 이합집산하는 그룹, 기타 등등 그룹에 불과하다. 시대전환의 이런 가치에 조금씩 반응하는 이들이 늘고 있다. 우리 사회는 대기업과 있는 사람들이 다 빨아들이고, 정치판은 양당이 다 빨아들이는 마당에 소신을 지키는 걸 국민이 나쁘지 않게 보시는 것 같다.”

그렇다면 민주당이든 국민의힘이든 이념에 사로잡히지 않고 시대전환이 추구하는 가치와 부합한다면 힘을 실어줄 수 있나? 정책은 몰라도 특히 정치적 판단에서 실용을 추구하긴 쉽지 않을 텐데.

“그땐 원칙의 문제로 돌아가야 한다. 시대전환의 법무부 장관, 검찰총장은 어떤 사람이어야 하는지를 당에서도 토론하고 있다. 정치적 판단은 물론 필요하다. 그렇지 않으면 연구소나 시민운동으로 가야 할 거다. 마키아벨리적 사고는 나쁘지만, 마키아벨리처럼 생각하는 능력은 뛰어난 거다. 난 그게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특히 신생정당은 자기 명분에 목숨 거는 경향이 있다. 그러다 망한다. 정치는 실질이니까. 그래서 우리의 정치적 가치와 비전, 확장성에 도움이 될지도 판단 기준으로 삼는다. 그걸 굳이 숨기고 싶진 않다.”

정치는 실질, 마키아벨리처럼 생각하는 능력 필요


▎금태섭 전 의원(왼쪽)이 11월 14일 서울 마포구 세아타워에서 진행된 시대전환 정치학교 특강 강연에 앞서 조정훈 의원과 기자들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 사진:박해리
집권당과 정부 정책의 방향성에는 동의하나?

“우선 산업화, 세계화에 얽힌 구조적 문제가 있다. 그런데 정부여당은 그걸 알면서도 적극적으로 대응을 안 한다. 녹색뉴딜로 ‘초록초록’해진 것도 좋지만, 이보다 더 양극화한 사회에서 살고 싶진 않다. K뉴딜도 양극화 문제를 말하지 않는다. 경제적 중산층은 어떻게든 지켜내야겠다고 생각한다. 경제적 중산층이 사라지면 정치적 중산층도 없다. 양극으로 갈 수밖에 없다.”

부동산 문제는 양극화의 대표적 문제일 수 있다. 정부 의도는 달랐겠지만 갈수록 부동산 격차는 더 벌어지고 있다.

“노동소득 격차보다 더 무서운 게 자산소득 격차다. 우리 세대까지만 해도(조 의원은 1972년생이다) 열심히 벌어서 자기 집을 마련할 수 있었다. 지금 세대는 그게 불가능하다. 부모가 물려준 게 아니고선 노동소득으로 평생 살아야 한다. 너무나 많은 것이 양극화로 귀결된다. 또 대부분의 문제가 양극화에서 시작되기도 한다.”

지금의 청년 세대는 20년 전 한국 사회를 풍미했던 벤처 정신보다 안정을 추구하는 경향이 짙어지는 것 같다.

“리스크 대응능력이 있는 일자리가 좋은 일자리의 기준이 돼버린 세상이다. 그래서 청년들이 다들 노량진으로 향하는 거다. 소득보다 안정, 위험에 대한 대응을 위해서다. 코로나는 그걸 대놓고 후벼 팠다. 이걸 끊지 않으면 다들 공무원이란 섬으로 가고 싶어 할 거다. 2019년에 톨게이트 노동자 100명을 정규직 전환한 거 보고 착잡했다. 일본은 노인 일자리 만드느라 하이패스를 다 떼어낸다고 한다. 언젠가 자동화될 텐데, 그렇게 일자리를 만드는 게 과연 맞는 걸까?”

시대전환은 기본소득 도입을 지지하고 있다. 경제 마중물로 보는 근거가 있나?

“기본소득은 복지정책이면서 경제정책이다. 저더러 사회주의자 아니냐고 하는데, 저는 ‘딱 빌 게이츠만큼 사회주의자다’라고 답한다. 빌 게이츠와 일론 머스크도 기본소득 찬성론자다. 그들은 제품을 만들어도 이제 살 사람이 없다는 걸 안 거다. 기본소득은 수요를 자극한다. 수요를 자극할 정책이 필요한 때다. 그런데도 자꾸 기획재정부나 예전 선배들은 정부 주도의 공급만 생각한다. 수요 억제하고 저축하라던 과거의 공식을 못 벗어나고 있는 거다.”

기본소득이 오히려 생산성을 떨어뜨릴 거란 비판도 있다.

“30만원, 50만원 주면 술 마시고 오락실 가는 사람도 있긴 할 거다. 모든 정책에 100%는 없다. 빨간불에 건너지 마라 해도 수없이 건너잖나. 정책은 완벽을 추구하면 안 된다. 정교함과 완벽함은 다르다. 기본소득을 충분히 준다면 그런 비판도 고민해볼 필요는 있을 거다. 그러나 최저임금만큼 주는 상황은 오지 않는다. 기껏해야 몇십만원, 월세도 못 낼 돈이다. 논리 자체가 성립하지 않는다.”

“당원이 직접 의사결정… 난 ‘원내 대리인’”

시대전환은 의원실에서 결정하기 힘든 문제를 맞닥뜨렸을 때 어떻게 의사결정 하나?

“우린 플랫폼 정당을 추구한다. 이탈리아의 집권당인 오성운동당(M5S, MonimentoCinqueStelle)이 플랫폼 정당의 대표적인 예다. 오성운동당은 당직자가 20여 명이고 국고보조금을 한푼도 안 받는다. 플랫폼 정당은 의원과 지도부가 정하면 따라오는 기존 정당과 다르다. 플랫폼에서 결정된 걸 원내 대리인을 통해 실현한다. 저 역시 우리 당의 대리인이고, 공공재다. 중대재해법에 대해 우리 당 플랫폼에 올렸는데 찬반 논쟁이 뜨겁다. 거기서 나온 결론대로 표를 던질 거다. 그 외에도 재미있는 아이디어가 많이 나온다.”

예를 들면 어떤 게 있나?

“어떤 분이 반려동물 진료비가 너무 비싸다고 의제를 내놨다. 반려동물 인구가 1천만 명이다. 이건 정치적으로도 얘기가 된다. 그래서 우리 당이 반려동물 의료보험제도를 만들고 있다. 그야말로 생활밀착형이고, 국민의 생활과 직결되는 실용적인 아이디어를 만들어낼 수 있다. 이게 우리가 추구하는 ‘가성비 정당’의 표본이다.”

눈앞에 다가오는 서울·부산 시장 보궐선거 얘기를 안 할 수 없다. 금태섭 전 의원 초청 강연도 하고 여러 추측이 나오는데 어떻게 계획하고 있나?

“저희는 서울의 본질에 대해 고민하고 있다. 제가 뿌리까지 서울 사람이다. 한양 조씨이고, 시조가 조광조다. 선조의 실패를 되풀이하지 않겠다는 생각을 한다. 실용정치, 생활진보의 영역에서 제 역할을 찾고 있다.”

조광조가 개혁에 실패한 원인을 뭐라고 보나?

“세상을 앞서 보는 눈은 있었지만 현실감각이 떨어졌다고 생각한다. 타협이 필요한데, 조광조는 학자여서 원칙을 지키는 걸 더 중요하게 여겼다. 저는 학자가 아니어서 참 다행이란 생각이 든다. 저는 협상가였다. 현대 민주주의에서 100대 0은 불가능하다. 그게 바람직하지도 않고. 민주당과 국민의힘은 그걸 노리는 것 같지만.”

서울시장에 출마하겠다는 건가?

“우선 서울을 두 바퀴째 돌고 있다. 바꿔야 할 게 51%쯤 되는 것 같다. 우린 이걸 ‘서울전환’이라고 이름 붙였다. 시대전환의 당원도 서울·경기·인천에 가장 많다. 아직은 연결된 스토리가 아닌 점과 점일 뿐이다.”

국회의원의 역할과 지방자치단체장의 역할은 다르다. 어느 쪽이 더 매력적인가?

“매력보다는 어디에 내 능력이 더 필요할까를 생각한다. 저는 실행을 하는 사람이다. 세계은행에서도 본부가 싫어서 현장에 6~7년 나가 있었다. 예전의 어느 대통령 후보(손학규 전 민주당 대표)가 말했듯이 ‘저녁이 있는 삶’이 우리에게 생겼는데, 아무도 행복해하지 않는다. 저녁은 생겼으니 그다음을 찾아야 한다. 지금은 서울의 본질을 깊이 고민하고 있다. 그 해답을 찾고 나면 내가 해야 할 역할이 있을 거다. 정치에는 자기 역량이 있어야 하지만, 세상이 부르는 걸 당해낼 역량은 없는 것 아닌가.”

- 글 유길용 월간중앙 기자 yu.gilyong@joongang.co.kr / 사진 전민규 기자 jun.minkyu@joongang.co.kr

202101호 (2020.1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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