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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릴레이 인터뷰(2) 소수정당 초선의원 3인, 의회주의를 말한다] 용혜인 기본소득당 의원의 '여의도 생존법’ 

“표결 기회도 없는 상임위에서 변화 만드는 건 불가능하더라” 

3조원 3차 재난지원금 “누구 코에 붙이나… 4차, 5차 지원금 필요할 것”
‘쪽수’가 노골적으로 작동하는 국회 “작은 스피커로 큰 목소리 내겠다”


▎용혜인 기본소득당 의원은 “시간은 나의 편이다. 길게 보고 정치하겠다”고 말한다.
"늦어서 죄송합니다.” 앞선 일정이 밀려 다소 늦게 국회의원회관에 도착한 용혜인(31) 기본소득당 의원의 입에는 빵이 물려 있었다. 오후 4시가 넘은 시각이었지만 “이게 첫끼”라고 할 정도로 바쁘게 의정활동을 하는 모습이었다. 숨을 돌리기도 전에 자리에 앉은 용 의원은 물 한 모금 마시지 않고 1시간 동안 자신의 주장을 풀어놨다.

용 의원은 당선인 시절 이른바 ‘금배지 언박싱’ 영상으로 논란을 빚었다. 국민의 대표자를 상징하는 배지를 가볍게 여긴다는 비판이 제기됐기 때문이다. 일각의 비판에 대해 그는 “모두 열심히 찾아 듣고 새겨들었다”며 “표현이 투박하다는 점에 대해서는 개선하겠다”고 밝혔다.

호된 신고식을 치렀던 탓일까. 그는 거대 양당의 틈바구니에서 소신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는 평가다. 지난해 9월 4차 추경 2차 재난지원금 심사 과정에서는 “늙은 산업화 세대와 낡은 민주화 세대의 동맹은 국민이 누가 더 어렵고 힘든지를 두고 분열하고 갈등하게 만들었다”고 성토했다. 그러면서 그는 “‘7.8조’라는 숫자에 갇혀 전대미문의 위기에 소극적으로 대응하지 말자는 것”이라며 홀로 추경안 반대표를 던졌다

3차 재난지원금 지급을 위한 2021년 예산안 본회의에서도 반대 토론에 나선 용 의원은 “국가가 누가 더 어렵고 불쌍한지 국민을 심사하고 선별하겠다는 쇠심줄 같은 국민의힘의 고집을 다시 한번 목격한다”고 비판했다. 재난지원금 보편지급을 주저하는 기성 정치권의 관성에 직격탄을 날린격이었다.

선별지급에 어떤 문제가 있나?

“3차 지원금 3조원 갖고 누구 코에 붙이나 하는 생각이 많이 든다. 1차 재난지원금 규모가 14조3000억원이었고 2차 재난지원금은 7조8000억원 수준이었다. 그러다 3차 지원금은 3조원이 돼버렸다. 1차 지원금 당시 보편지급에 따른 효과가 크다는 것이 다양한 지표로 증명됐고 국민도 체감했다. 지금 국회는 3차 재난지원금을 위해 3조원 예산을 편성했다고 생색낸다. 그런데 2차 지원금 7조8000억원 효과도 국민이 체감을 못했는데 절반에도 못 미치는 3조원으로 어떤 효과를 보겠다는 건지 의문이다. 결국엔 2021년 초나 상반기에 또 추경 얘기가 나올 수밖에 없을 것이다.”

추경 얘기 또 나올 것… 본예산에 편성했어야


▎2020년 11월, 용혜인 기본소득당 의원과 녹색당, 미래당, 여성의당 관계자들이 2021년 보편적 재난지원금 정례지급 예산 편성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용 의원은 12월 2일 국회 본회의 반대토론에서도 이를 지적했다. “추미애 장관과 윤석열 총장의 갈등을 놓고 1년 내내 으르렁거린 여당과 야당은 절박한 민생 문제인 재난지원 규모와 방식에 대해서는 별다른 이견 없이 며칠 만에 덜컥 ‘3조 선별’에 합의했습니다. 왜 국민이 선별 대신 보편지원을 요구하는지에 대해, 지난 1주일 동안 국회에서는 쥐구멍만 한 공론장도 열리지 않았습니다. 3조로 이미 정해진 쥐꼬리 예산, 선별에 대한 쇠심줄 같은 동맹만 있었습니다.”

추경에 반대하는 입장인가?

“추경 하는 게 무조건 좋은 건 아니지 않나. 다만 지난해에는 코로나19라는 변수 때문에 어쩔 수 없었던 측면이 있었다. 2021년은 다르다. 코로나19가 지속될 것이라고 예상되는 상황에서 다가올 위기에 대해 더 적극적으로 예산을 편성하고 대응했어야 했다. 지금 2021년 예산안 법정 시한을 지켰다고 많이들 자축하고 있는데 코로나19 상황이 악화해서 2021년 초에 추경 논의가 들어간다? 위기를 내다보지 못한 채 예산안 심사를 했냐는 비판을 받아도 할 말이 없다고 생각한다.”

4차, 5차 재난지원금이 필요할 것이라고 보나?

“불가피할 것이라 본다. 백신이 개발되고 있지만, 전문가들은 우리가 마스크를 벗고 일상생활로 돌아가는 데까지 최소 2021년 말로 보고 있지 않나. 그럴 경우 2021년 한 해 동안은 재난지원금 형태의 가계직접지원금이 필요할 것이라 본다. 2021년 예산 정국에서 기본소득당이 내년에 한해 분기별로 지급하는 안을 제안했던 이유다.”(용 의원은 앞선 2020년 11월 “2021년에는 분기별로 전 국민 1인당 40만원씩 총 160만원을 재난지원금으로 지원해야 한다”고 요구한 바 있다.)

재난지원금이 쇠고기 사는 데 쓰여서야 되겠느냐는 비판도 여전하다.

“쇠고기 사 먹는 데 재난지원금을 쓰는 게 꼭 나쁜 것인가. 결정은 국민이 하시는 것이다. 결국엔 그 돈이 지역화폐 형태로 다시 시장에서 돌게 돼 있다. 쇠고기 판매하시는 분도 우리가 지켜야 할 소상공인이다. 소상공인 기준에 충족하지 못하는 곳에는 사용을 못하게 하면 되는 일이다. 사용처가 안경원이든 정육점이든 세탁소든 크게 중요한 일은 아니라고 본다.”

일부 지자체에서는 자체 재난지원금을 ‘재난기본소득’이라 부른다.

“기본소득과 직접 연결하기엔 부족한 측면이 있다. 그러나 필요한 시기에 지자체가 할 일을 하는 것이다. 재난지원금이 기본소득이냐 아니냐의 논쟁과는 별개로 국가가 국민에게 조건 없이 현금을 지급하는 사실 자체가 가져오는 경험의 확장에 의미가 있다고 본다. 가난하고 일할 수 없어야만 정부에서 지원받을 수 있다는 패러다임을 전환할 계기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불가능하다고만 생각했던 기본소득에 대해서도 갑론을박이 이뤄지는 것은 담론 확산에도 도움이 된다고 생각한다.”

21대 총선에 앞서 다양한 소수정당의 국회 진출을 보장하기 위해 준 연동형 비례제가 도입됐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거대양당의 의석 독점을 강화하는 결과가 나타났다. 용 의원은 더불어민주당의 위성비례정당인 더불어시민당 소속으로 21대 국회에 입성했다가 기본소득당으로 복당한 바 있다. 그는 당시 상황에 대해 “우리로서는 쉽지 않은 결정이었지만 최선의 선택이었다”며 “다시 돌아가도 다시 그 선택을 할 수밖에 없다고 생각한다”고 말한다. 그만큼 원내 진출이 간절했다는 의미로 읽을 수 있다.

반대 의사 표시할 표결 기회조차 없다


더불어시민당에 합류했을 때 예상했던 것과 다른 그림인가?

“아주 다르진 않다. 국회에 들어와 보니 우리라도 없었으면 어쩔 뻔했나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큰 정당에 소속돼 있으면 당론에 벗어난 선택을 하는 게 쉽지 않지 않나. 이런 상황에서 거대정당과는 다른 목소리를 내는 사람이, 소수의 목소리를 대변하는 사람이 있다는 것 자체가 의미 있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한계를 느끼면서도 원내에 진출해서 참 다행이다.”

나이가 어리다고 차별받는 경우는 없나?

“그런 경험은 별로 없다. 다른 정당 의원에게는 함부로 대하는 것 같지는 않다. 그것보다 소수정당, 비교섭단체라 겪는 어려움이 더 크다. 일단 받는 정보가 느리다. 여야 간 합의가 의사과에 보고되면 전체 의원실에 공지하는 것이 공식 루트인데, 우리는 언론을 통해 접하는 게 더 빠르다. 본회의 일정도 다른 당에서 받는 문자가 도는 것을 보고 ‘아, 오늘은 이때쯤 하겠구나’ 하고 예상한다. 한번은 이미 본회의장으로 출발했는데 팩스로 취소 공지가 들어와 가다가 돌아온 적도 있다.(웃음)”

국회는 법안을 다루는 일이 주 업무다.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조세소위에서 유일한 비교섭단체 의원으로 2021년도 세법개정안을 심사하면서 ‘여기 들어와 있는 게 과연 어떤 의미가 있을까’라는 생각을 많이 했다. 심사 과정이 법안을 1회독 한 후 여야 교섭단체 합의로 모든 것이 결정됐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표결 기회조차 없는 경우가 상당수다. 물론 비교섭단체에 작은 정당 소속이기에 아무리 제 의견을 주장해도 통과될 수 없다는 건 알고 있다. 그래도 반대 의견을 가진 의원이 있었다는 것을 기록에 남기는 것만으로도 중요한 일인데 표결조차 할 수 없는 상황의 연속이라 무기력감을 많이 느꼈다. 물론 표결 요청 자체도 쉽지 않다.”

거대양당으로 재편된 21대 국회 구성 때문으로 보인다.

“맞다. 교섭단체가 양당뿐이니. 한 정당이 법안을 단독 통과시키기 힘든 상황이라면 다른 정당 및 비교섭단체와 연대했을 것이다. 이번에는 두 개의 거대 교섭단체와 소수의 정당으로 구성돼 손잡을 필요성이 적다고 보는 것이다.”

민주주의의 꽃인 선거를 통해 모인 의회에서 민주주의가 실종된 느낌이다.

“원내 진출하고 나서 보니 국회는 이른바 ‘쪽수’라는 힘의 논리가 정말 노골적으로 작동하는 곳이라는 것을 실감했다. 의석수 차이에 따라 소수정당 사이에서도 그런 느낌을 받을 때가 있다. 거대정당 의원들이 저와 몇 석이라도 더 있는 소수정당 소속 의원을 대할 때 차이가 느껴지기 때문이다. 원내 가장 작은 의석수를 가진 정당으로서 국회 안의 상황을 지켜보면 정말 할많하않(할 말은 많지만 하지 않겠다)이다.(웃음)”

국감과 예산안을 처음 경험한 소회는?

“국감 때는 다들 언론에 한번 나가려고 혈안이 돼 있지 않나. 그 틈을 비집고 뭔가로 눈에 띈다는 게 쉽지 않은 일이다. 오히려 소수정당일수록 평소에 잘해야 한다는 교훈을 얻었다. 예결위의 경우에도 사실상 심사 권한을 거대 양당이 독점하고 있어 제 의견이 반영되기가 힘들다. 더구나 예결소위를 넘어 국회법상 존재하지 않는 기구인 소소위(小소위)에서 예결위원장과 여야 간사 1명씩 총 3명이 합의하기 때문에 사실상 양당이 결정하는 구조다. 심지어 조세소위의 소소위도 있더라. 이런 상황이니 상임위 회의 시작할 때 진행하는 대체토론들이 요식행위처럼 느껴졌다. 문제점과 보완이 필요한 부분을 얘기해도 반영될 창구가 사실상 존재하지 않는 셈이다. 뭐랄까… 답답했다. 상임위라는 국회의 틀 안에서 토론하고 의사진행 발언을 하는 거로는 실제 변화를 만들어 내는 건 불가능하다고 느꼈다.”

그래서 본회의 의사진행 발언을 계속 신청하는 건가?

“소수정당, 비교섭단체의 국회의원으로서 제가 할 수 있는 일을 하는 것이다. 지난 9월 4차 추경 때도 본회의 반대토론을 했고 표결 결과 저 혼자 반대표를 던졌다. 그때 욕도 많이 먹기도 했다. (웃음) 그러나 그런 정치적 발언을 통해 메시지를 전달하는 게 효과적이면서도 저로선 최선의 선택이다.”

본회의 반대토론과 같은 공개발언이 호평을 받고 있다.

“기본소득당, 그리고 저의 의견에 많은 분이 공감해주실 때 신나고 힘도 얻는다. 최근에는 3차 재난지원금 관련해서 저와 의견을 달리하시는 분들도 ‘용혜인은 그럴 수 있지’라고 많이들 이야기하시더라. 또 다른 묘미더라. 작지만 생각을 전달할 수 있는 스피커가 있다는 점이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말라 죽을 바엔 불타 죽겠다

2019년 노동당에서 나온 용 의원은 2020년 1월 기본소득당을 창당했다. 용 의원은 결혼 때 아낀 혼수 자금을 창당 작업에 쏟아붓기까지 했다. 신생 정당이기 때문에 조직도, 자금도 열악하다. 그래도 원외보다는 상황이 낫다고 말한다. “지난해 창당할 때는 21대 총선 이후 당 미래는 생각도 하지 않았다. 일단 선거만 치르자는 생각이었다. 다행히 국회에 입성하면서 다른 정당에 비해 턱없이 적지만 분기마다 국고보조금(700만원)도 나오고 세비 가운데 일정 부분도 당비로 내면서 숨은 쉬고 있다.”

서울시장 보궐선거 계획은?

“신지혜 당대표가 서울시장 보궐선거 출마를 준비 중이다.”

당선 가능성을 봤을 때 선거를 치르는 게 옳은 일일까?

“두 가지 선택지가 있다고 본다. 불타 죽거나, 말라 죽거나. 그중에 불타 죽는 걸 선택했다.(웃음) 정당은 선거를 치르기 위한 조직이다. 선거가 있는데 이를 회피하는 건 국민에게 떳떳하지 않은 거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작은 정당일수록 인지도 높이는 게 중요한데 선거만큼 가성비 높은 홍보 수단도 없다. 공보물을 통해, 투표용지를 통해 기본소득당의 이름을 알릴 기회다. 물론 기탁금이 우리 당으로서는 큰 금액이지만 선거만큼 저렴하게 효과를 낼 수 있는 방법이 별로 없다.”

대선은 어떻게 할 계획인가?

“국민의 이목을 집중시키는 전국 선거라 굉장히 중요하다. 근데 저희 고민은 따로 있다. 대통령 출마 가능 나이가 만 40세인데 지도부 중에서 이에 해당되는 사람이 없다.(웃음) 기본소득당 당원 수가 2만 명 정도다. 그 가운데 20대가 80%를 차지한다. 이 문제는 차치하고서라도 큰 선거일수록 치러야 한다고 생각한다. 물론 재정 마련이 쉽지 않아 벌써 고민이다. 지난 총선 치를 때처럼 또 적금 깨고 빚지면서 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

목표는 당선인가?

“맞다. 다만 당선 시점이 미래일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일단 오는 4월 보궐선거와 내년 대선을 잘 치르면 다음 총선 때 좋은 결과가 있을 수 있다고 본다. 다음 총선 때까지 가만히 있으면 절대 좋은 결과가 나오지 않을 것이다. 그래서 뭐라도 해보는 것이다.”

정치 문법은 바뀔 수 있을까?

“청년정치인으로서 저의 강점은 나이 드신 선배 정치인보다 시간이 많다는 점이다. 언제 정치가 바뀔지는 말씀 못 드리지만 분명한 건 시간은 나의 편이라고 생각한다. 길게 보고 정치하겠다.”

용 의원은 오는 5월 출산 예정이다. “거의 만삭으로 서울시장 보궐 선거운동에 나설 것 같다”는 그는 아직 첫째(튼튼이)가 나오지도 않았는데 벌써 둘째 태명을 미리 지어놨다. 찰떡같이 붙어 있으라는 의미에서 ‘찰떡이’로. 사회적 약자로 대변되는 여성·청년·워킹맘이라는 악조건 속에서도 당의 이름이자 목표인 기본소득을 국민이 ‘찰떡’같이 이해하고 받아줄 날이 올 수 있을까. “작지만 우리의 생각을 전달할 수 있는 창구가 국회에 있다는 것에, 그리고 우리의 메시지에 피드백이 올 때 정치의 카타르시스를 느낀다”는 용 의원은 다음 일정을 위해 서둘러 다시 발길을 옮겼다.

- 글 허인회 월간중앙 기자 heo.inhoe@joongang.co.kr / 사진 전민규 기자 jun.minky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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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1호 (2020.1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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