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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기고] 김일성-김정일-김정은, 그들은 왜 미사일에 집착할까 

핵무기 계승·발전, 수령 후계자의 책임으로 간주 

핵무기 통해 주민 대내적으로 단결시킴으로써 세계화 원심력에 대응
미 본토 타격할 MIRV 탑재 SLBM·이동형 고체 ICBM 개발 집중할 듯


▎북한이 임인년 들어 미사일을 7차례(2월 17일 기준)나 발사한 데 이어 핵미사일 모라토리엄 파기 가능성을 언급하며 한반도 정세를 긴장 국면으로 몰고 있다. 1월 31일 조선중앙통신은 전날 중거리탄도미사일(IRBM)인 화성-12형 시험발사에 성공했다고 밝혔다. / 사진:연합뉴스
북한이 임인년 들어 미사일을 7차례(2월 17일 기준)나 발사한 데 이어 핵미사일 모라토리엄 파기 가능성을 언급하며 한반도 정세를 긴장 국면으로 몰고 있다. 지난해 코로나19, 자연재해, 경제 제재의 삼중고로 김정은 집권 후 최악의 경제지표가 나오자 북한은 제8차 당대회에서 국가경제발전 5개년 계획을 제시한 데 이어 당 전원회의를 4차례나 개최하는 등 경제 개선에 나섰다.

하지만 북한은 경제난에도 불구하고 핵미사일 능력 고도화를 넘어 새로운 전략무기 개발을 멈추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북한의 공세적 행보는 예견된 것으로 지난해 1월 제8차 당대회에서 국방력 강화를 위해 극초음속미사일, 고체형 ICBM(대륙간탄도미사일) 등 5대 전략무기 개발을 포함한 국방과학발전 5개년 계획을 발표했다. 또 김정은은 지난해 12월 제8기 4차 전원회의에서 “불안정한 조선반도의 군사적 환경과 국제 정세의 흐름”을 빌미로 국가방위력 강화를 언급했다. 따라서 당분간 북한의 공세적 행보로 인해 한반도 정세는 불안정할 것으로 예상된다.

3대 세습과 핵미사일 위협의 변화


북한은 핵미사일 개발을 시작한 후 유엔 제재를 11차례 받으면서 경제는 몰락했으나 3대 세습을 이뤘고, 사실상 핵보유국이 됐다. 스콧 세이건 미국 스탠퍼드대 교수는 국가가 핵을 개발하는 이유를 국내 정치·안보·규범적 관점에서 설명하는데, 북한이 핵을 포기하지 않는 이유도 세 가지 관점에서 살펴볼 수 있다.

먼저, 국내 정치 관점에서 보면 북한은 김일성의 항일무장투쟁을 혁명 전통으로 각색해 역사적 맥락으로 만들었다. 대를 이어 혁명 전통을 계승한다는 명분으로 3대 세습을 해왔고, 핵무기는 선대의 유산이 되면서 이를 계승·발전시키는 것을 수령 후계자의 책임으로 간주한다. 북한이 2017년 11월 화성-15형 ICBM급 미사일 시험에 성공하고 선대의 유산으로 선전한 것이 대표적 사례다.

북한이 핵을 포기하지 않는 이유는 안보 관점에서도 설명이 가능하다. 적대관계는 상대방에 대한 위협의 인식에서 시작되고, 위협은 대응 의지에 반영되며, 대응 의지는 군사력 건설로 구현된다. 그동안 북한은 미국의 핵 위협을 핵미사일 개발의 명분으로 내세우며 체제 보호를 위한 자위권으로 담론화해왔다.

또 북한은 핵을 국제사회에서 정체성을 높이는 기제로 인식하고 있다. 북한처럼 자력갱생, 우리민족끼리 등 민족주의를 강조하는 국가는 핵무기를 통해 주민을 대내적으로 단결시킴으로써 세계화라는 원심력에 대응한다. 그러므로 민족주의와 핵무기는 치명적인 조합이 될 수 있다.

이렇듯 북한은 3대 세습, 안전보장 그리고 국제사회에서 위상을 강화하기 위해 핵을 보유하려 했다. 다만, 지금까지는 유엔 제재 속에서 핵 보유를 위한 수동적 행보를 보였다면, 최근에는 핵미사일 능력 고도화를 달성한 후 공세적으로 변화하고 있다. 김정은이 제8차 당대회에서 ‘핵 선제 및 보복타격능력 고도화’를 언급한 것처럼 한·미 동맹 분리와 대남 강압 수단으로 진화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김일성 | 경제국방 병진정책과 핵미사일 개발 기반 구축

김일성은 한국전쟁 당시 미국이 중공군의 참전을 막기 위해 핵무기 사용을 검토한 것과 1958년 주한미군에 전술핵무기가 배치되는 것을 경험하면서 핵무기를 심각한 위협으로 인식했다. 이에 그는 핵무기를 보유해야만 주한미군의 핵무기와 균형을 이룰 수 있다고 판단하고, 1962년 경제국방병진정책을 채택해 국방력을 강화하기 시작했다.

북한의 핵기술은 소련의 지원으로 구축된 인적자원과 영변 핵 연구단지를 기반으로 1980년대에 원자로를 가동할 수 있었고, 당시 사회주의국가의 붕괴는 핵 개발을 더욱 촉진하는 계기가 됐다. 북한은 기동전 위주의 속전속결 전략을 채택하면서 상대적 열세인 항공전력을 대신해 미사일 국산화를 추진했다. 북한은 1976년 이집트에서 스커드B형 미사일을 도입해 스커드 개량형을 자체 개발하고, 사거리와 정확도를 개선함으로써 스커드C형 미사일을 생산하는 데 이르렀다. 또 스커드 기술을 기반으로 1993년부터 노동미사일을 전력화하기 시작했다.

김정일 | 강성대국과 핵미사일 중심의 비대칭전력 건설

김정일은 심각한 경제난과 사회주의 체제가 붕괴되는 어려운 시기에 수령이 됐으나, 한국의 경제 성장 등으로 재래식 전력에서 열세가 나타나자 핵미사일 건설로 전환했다. 북한은 미국이 글로벌 전략으로 선택한 대량살상무기 확산방지를 핵 개발의 명분으로 삼아 암묵적으로 추진해오던 핵 프로그램을 핵무기로 전환했다. 2005년 2월 핵보유국을 선언하고 2006년 10월 제1차 핵실험과 2009년 5월 제2차 핵실험으로 원자탄을 만들 수 있는 기술적 기반을 다졌다.

김정은 체제에서 국가핵무력 완성


▎ 사진:연합뉴스
핵무기를 실어 나를 수 있는 미사일 개발도 이뤄졌다. 장거리미사일 개발을 위해 1998년과 2006년 대포동을 발사해 사거리 6700㎞까지 비행하는 기술을 축적했다. 2009년에 발사한 은하 2호는 3단계 추진체가 분리되지 않아 궤도 진입에 실패했으나, 2단 잔해는 사전에 경고했던 예상 낙하지역에 떨어지고 자세제어장치를 장착해 기술적으로 발전했다.

또한 전력화했던 스커드와 노동미사일의 성능을 점검하고, 고체연료 기반의 KN-02도 개발했다. KN-02는 사거리 100㎞로 오산과 평택 선까지 타격이 가능하고 발사 준비 시간이 단축돼 새로운 위협으로 등장했다.

김정은 | 핵경제병진정책과 국가핵무력 완성 & 국방과학발전 추진

북한은 김정은을 2009년 수령 후계자로 지명했고, 4월 은하 2호 발사와 5월 제2차 핵실험을 김정은의 업적으로 선전했다. 김정은은 2012년 3대 수령이 되자 단계별로 핵 독트린의 기반을 마련하고 핵미사일 능력 고도화에 매진했다.

▷1단계(2013~2015): 핵 독트린 법제화와 원자탄 & SLBM 개발

북한은 2012년 4월 핵보유국, 2013년 3월 핵경제병진정책, 4월 ‘자위적 핵보유국의 지위’를 제도화해 핵 독트린을 마련했다. 핵무기 개발도 이어졌다. 2013년 2월 제3차 핵실험의 위력은 6~7kt으로 2차에 비해 2배 정도 증가했고, ‘소형·경량화된 원자탄을 사용해 다종화 성능을 과시한 것’이라는 발표를 고려하면 3차 핵실험으로 원자탄 개발에 성공한 것으로 보인다.

미사일 시험발사도 계속했다. 먼저 1998년부터 시작한 장거리미사일의 기술 확보를 위해 은하로켓을 발사해 괌에 대한 타격 능력을 현시(顯示)하고, 스커드와 KN-02 성능을 개량했다. 또한 2014년부터 SLBM 타입의 북극성을 개발해 제2타격 능력을 확보하기 위한 기술적 진전을 이뤘다. 노후화된 장사정포병을 대체하기 위한 300㎜ 방사포 시험사격도 시작했다.

▷2단계(20162017): 국가핵무력 완성

당시 북한은 스커드와 노동미사일 등 단거리미사일의 성능은 검증됐으나, 중장거리미사일은 대포동을 시험 발사한 수준이고, 핵탄두 소형화는 완료되지 않았다. 따라서 미국 본토를 타격할 수 있는 핵 억제력을 확보하는 문제는 선대 유훈을 계승한 수령 후계자의 책무이자 김정은의 핵심 과업이었다.

김정은은 대미 핵 억제력을 갖기 위해 2016년 5월 제7차 당대회에서 전략적 핵무력 건설 구상을 마련하고, 2017년까지 미사일을 44회 발사하고 3회의 핵실험을 하면서 핵무력 고도화에 집중했다. 핵실험은 원자탄을 기반으로 4차 실험에서 수소탄으로 소형화하고, 5차는 다양한 탄도미사일에 탑재할 수 있는 표준화를 거쳐, 6차에서는 ICBM용 수소탄을 개발했다. 핵탄두의 기술적 진보와 아울러 미사일 개발도 진전을 이뤘다. 스커드와 노동미사일의 성능을 개선하면서, 중장거리미사일 개발을 위해 무수단을 8번 발사했으나 1회만 성공했다. 답보 상태였던 중장거리미사일 개발은 2017년 3월 18일 백두산 엔진 개발에 성공하면서 속도를 낼 수 있었다.

북한은 IRBM급 화성 12형 2회, ICBM급 화성 14형 2회 발사에 이어 11월 29일 화성 15형을 발사하고 ‘로켓 무기체계 개발의 완결 단계에 도달한 대륙간탄도로켓’으로 자평했다. 미국도 2018년 핵태세검토보고서에서 ‘북한이 미국을 타격할 수 있는 핵탄두 탑재 미사일을 수개월 내로 개발할 수 있는 것’으로 평가한 바 있다. 북한은 2017년에 국가 핵무력을 완성하면서 단거리미사일로 미군기지를 타격하는 거부 억제와 장거리미사일로 미 본토를 타격할 수 있는 응징 억제를 연계해 삼각 억제를 구현할 수 있는 전략적 능력을 구비하게 됐다.

새로운 전략무기 개발할 것으로 전망


▎2019년 7월 조선중앙통신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신형전술유도무기(단거리탄도미사일)의 ‘위력시위사격’을 직접 조직, 지휘했다고 보도했다. / 사진:조선중앙통신
▷3단계(2019~2020): 신방위정책과 신형 단거리미사일 개발

북한은 비핵화 협상이 결렬되자 핵미사일 모라토리엄을 유지한 가운데 신방위정책을 내세워 SLBM과 신형 단거리미사일 개발에 매진해 선제타격능력을 강화하고 있다. SLBM은 북극성-1형을 기반으로 지상형 북극성-2형, 2019년부터 북극성-3형 개발을 시작했다. 2020년 10월 열병식에서 확인된 북극성-4형은 기존 1·3형을 기반으로 사거리와 타격력이 향상된 모델로, 앞으로 신형 잠수함에 탑재할 것으로 보인다.

신형 단거리미사일 개발은 2019년 5월 시험사격을 시작으로 2020년 8월까지 계속됐다. 북한판 이스칸데르 KN-23, ATCMS와 유사한 KN-24는 고체연료를 기반으로 핵탄두 장착이 가능하다. KN-23, KN-24와 초대형 방사포KN-25는 연사 능력이 우수하고, 고도 억제와 궤도 조종 능력을 탑재해 우리의 미사일방어체계에 위협이 될 수 있다.

▷4단계(2021~2025): 국방과학발전 & 무기체계발전 5개년 계획

북한은 2021년 1월 제8차 당대회에서 국방과학발전과 무기체계발전 5개년 목표를 제시하고, 로드맵에 따라 수차례 순항미사일과 극초음속미사일 시험발사를 하는 등 개발을 계속하고 있다. 또한 2021년 10월 열린 국방발전전람회에서 신형 SLBM 북극성-5형, 신형 ICBM 화성-16, 극초음속미사일 화성-8형을 공개한 바 있다.

북한이 보유하고 있는 핵무기는 30~60개이며, 핵물질 생산능력을 고려하면 연간 10여 개 정도 추가 생산이 가능하다. 최근 IAEA 보고서에서는 영변 핵 연구단지에서 재처리시설, 우라늄 채광공장, 우라늄 농축시설이 가동되고 있어 핵 동결이 시급한 것으로 보고 있다.

북한이 개발한 미사일 중 핵탄두를 탑재할 수 있는 미사일은 ICBM급 화성-15형 등 10여 종이며, 전술핵무기를 탑재할 수 있는 미사일은 KN-23, KN-24, 스커드와 노동계열의 미사일, 북극성형의 SLBM으로, 이제 북한 핵미사일은 개발 단계를 지나 작전운용 단계에 진입한 것으로 보인다.

앞으로 북한은 8차 당대회에서 공개한 국방과학발전 5개년 계획에 따라 새로운 전략무기를 개발할 것으로 전망된다. 먼저, 미국 본토를 타격할 수 있는 MIRV 탑재 SLBM(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과 이동형 고체 ICBM을 개발하는 데 집중할 것이다. 이 과정에서 기술적 진보를 위해 다양한 실험을 할 것으로 전망된다.

둘째, 전략적 억제와 작전 전술적 목적에 부합되는 다양한 플랫폼의 핵무기를 개발하고자 할 것이다. 전략핵무기와 전술핵무기를 조합해 거부적 억제와 응징적 억제를 구현해 미국과 한국을 연계하는 삼각 억제를 강화하고자 할 것이다.

셋째, 신방위전략구상에 따라 신형무기체계에 맞는 지휘 통제체계와 감시정찰수단을 확보하고자 할 것이다. 2025년 국방과학발전 5개년 계획을 마무리하면서 대병력 위주의 군사전략에서 핵미사일과 포병 중심의 현대화된 군대로 전환될 것으로 전망된다.

북한이 직면한 전략적 취약점 레버리지로 활용해야

북한은 핵탄두를 장착할 수 있는 다양한 종류의 미사일 개발에 성공해 핵미사일 작전운용 단계에 진입한 것으로 전망되며 우리 안보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첫째, 북한의 핵미사일 능력이 고도화되면서 맞춤형 억제의 신뢰성이 낮아질 수 있다. ‘미국이 서울을 위해 뉴욕이나 LA에 북한의 핵미사일 공격을 감당할 수 있을까’라는 전통적 의문은 현실로 다가올 수 있다. 동맹 분리는 우리의 고립을 초래하고, 북한은 한반도 상황을 통제할 수 있는 주도권을 가질 수 있다.

둘째, 북한의 핵 태세와 전쟁 수행전략이 공세적으로 변화할 것으로 보인다. 북한이 전략핵과 전술핵을 동시에 전력화하는 의도는 미국에 대한 확증 보복과 남한에 대한 비대칭 확전을 보장하기 위함이다. 따라서 전쟁 수행전략은 기존의 재래식 전력에서 핵전력과 재래식 전력을 통합 운용하는 전략으로 변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셋째, 북한의 핵미사일 능력은 재래식 전력의 열세를 상쇄할 수 있고, 한국의 미사일방어체계에 심대한 위협이 될 수 있다. 이 때문에 북한의 미사일 개발 속도에 우리의 미사일방어체계가 따라가지 못할 가능성에 대비해야 한다.

이에 우리는 북한이 직면한 전략적 취약점을 레버리지로 활용하는 정책을 구상해야 한다. 그동안 대북 압박 중심의 북핵 정책은 불가피성과 한계를 동시에 포지(抱持)한 모순에 직면해 있다. 따라서 현재의 핵은 폐기하고 미래 핵은 억제할 수 있는 장기 로드맵을 마련해야 한다. 현재 북한이 안고 있는 경제 상황이 체제 내구성과 연계되는 점을 고려해 비핵화와 경제 지원을 등가성으로 연계하는 전략적 혜안이 필요해 보인다.

또 한·미 동맹을 강화해 맞춤형 억제의 신뢰성을 제고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동맹 간 신뢰성은 능력과 의지의 결합물이다. 미국이 보유한 핵 능력과 한·미 연합군의 재래식 전력은 북한을 억제할 수 있는 수준이다. 핵심은 미국이 이를 실행할 수 있는 의지이며, 의지는 동맹 간 이뤄온 다양한 제도와 신뢰에 바탕을 둔다.

그리고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을 고려한 국방 개혁을 추진해야 한다. 북한이 추진하는 국방과학발전 5개년의 최종 상태를 고려해 우리가 추진하고 있는 국방 개혁이 이를 충분히 상쇄할 수 있도록 재점검해야 하며, 특히 도약적으로 미사일방어체계를 보완하면서 핵 방호대책을 강구해야 한다. 병행해 전시작전통제권 전환과 연합훈련 등 동맹 현안을 전향적으로 재검토함으로써 연합방위태세를 제고해나가야 한다.

- 이흥석 국민대 정치대학원 겸임교수·전 한미연합사령부 정보생산처장 cfcintel@naver.com

202203호 (2022.0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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