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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계리더] 부산엑스포 유치에 팔 걷어붙인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 

회원국 많은 유럽 누비며 부산 경쟁력 설명… 계열사 사장단도 유치 활동에 힘 보태 

최은석 월간중앙 기자
한국 대기업 가운데 가장 먼저 그룹 차원의 전담 조직 구성
장재훈·공영운·송호성 등 사장단도 회원국 찾아 표심 공략


▎정의선(왼쪽)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이 2022년 10월 27일 체코 프라하에서 페트르 피알라 체코 총리를 만나 2030 부산세계박람회 유치 지지 요청 등을 한 뒤 기념촬영하고 있다. / 사진:현대자동차그룹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이 ‘2030 부산세계박람회(엑스포)’ 유치를 위해 팔을 걷어붙였다. 정 회장은 2021년 8월 한국 대기업 가운데 가장 먼저 그룹 차원의 전담 조직인 ‘부산엑스포유치지원TFT’를 구성했다. 이후 전 세계에 구축한 글로벌 네트워크를 활용해 회원국에서 지지를 이끌어내기 위한 실질적 국제박람회기구(BIE) 득표 활동을 추진하고 있다.

5년마다 열리는 세계박람회는 인류의 산업·과학기술 발전 성과를 소개하고, 개최국의 역량을 과시하는 장이다. 월드컵·올림픽과 함께 3대 지구촌 축제로 꼽히며, 세계 경제·문화 올림픽으로도 불린다. 부산시에 따르면 엑스포 유치에 따른 경제적 파급효과는 약 61조원에 달한다. 2030 세계박람회 개최지는 2023년 12월 BIE 총회에서 169개 회원국의 투표로 결정된다. 한국은 세계박람회 유치를 놓고 중동의 패권국 사우디아라비아와 경쟁하고 있다.

정 회장은 2030 부산세계박람회 유치를 위해 유럽 지역 표심 공략에 적극 나서고 있다. 유럽은 BIE 내 가장 많은 48개 회원국을 보유한 지역이다. 정 회장은 2022년 10월 27일 체코 프라하 총리실에서 페트르 피알라 총리를 예방하고, 2030 부산세계박람회 유치 지지 등을 요청했다.

정 회장은 이 자리에서 2030 부산세계박람회 주제와 목표, 세계박람회 개최 후보지로서 한국과 부산의 경쟁력을 설명하는 등 관심과 지지를 부탁했다. 2030 부산세계박람회는 기후변화와 불평등 등 인류가 직면한 위기를 해결하려면 근본적 대전환이 필요하다는 인식 아래 그 주제를 ‘세계의 대전환, 더 나은 미래를 향한 항해’로 정했다.

정 회장은 “2030 부산세계박람회가 추구하는 자연 친화적 삶과 기술 혁신 등을 통해 지속 가능한 미래를 준비하고 글로벌 이슈를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한국은 인류가 직면한 위기 해결을 위한 솔루션을 제시할 수 있는 기술 리더십과 역량을 보유한 국가”라며 친환경 모빌리티·인공지능(AI)·스마트시티 등 4차 산업혁명 기술을 주도 중인 한국의 역량을 강조하기도 했다.

정 회장은 특히 아시안게임과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등 국제 행사 개최 경험이 있는 부산의 경쟁력을 알리는 데 주력했다. 그는 “부산은 유라시아와 태평양을 잇는 교통과 물류 허브이자 세계적 관광 인프라를 갖춘 ‘K컬처’ 등 문화콘텐트 허브로 자리매김한, 세계박람회를 위한 최적의 도시”라고 설명했다.

체코 총리 만나 개최도시 부산 지지 요청


▎장재훈(왼쪽) 현대자동차 사장이 2022년 10월 26일 바하마 나소에서 필립 데이비스 바하마 총리를 만나 2030 부산세계박람회 유치 지원 관련 논의를 한 뒤 기념촬영하고 있다. / 사진:현대자동차그룹
정 회장은 현지 한국 기업들의 위상을 강조하는 발언으로 유치 활동에 힘을 보탰다. 체코에는 현대차를 비롯해 50여 개 한국 기업이 진출해 있다. 양국은 최근 전기차와 청정에너지 등 미래 산업 분야에서도 협력 범위를 확대하는 방안을 모색 중이다. 체코는 2022년 하반기 유럽연합(EU) 의장국을 맡고 있다. 한국과 체코는 1990년 수교를 맺은 뒤 2015년 ‘전략적 동반자 관계’를 수립하는 등 32년간 교류·협력관계를 강화해왔다.

정 회장은 “체코 정부의 적극적 지원으로 현대차 체코공장이 체코 자동차 산업을 대표하는 기업으로 성장했다”며 체코 자동차 산업과 현대차 체코공장의 지속 성장을 위한 상호 협력 방안에 대해 폭넓은 의견을 교환했다.

체코 오스트라바 인근 노소비체에 위치한 현대차 체코공장은 2008년 가동 이후 누적 생산 대수 390만 대를 돌파한 상태다. 이 공장은 코나 일렉트릭·투싼·i30 등의 유럽 전략 차종을 생산·판매하고 있다. 유럽자동차산업협회(ACEA)에 따르면 현대차와 기아는 2022년 9월까지 유럽 시장에서 전년 동기대비 6.6% 증가한 82만1531대를 판매했다. 이는 폴크스바겐그룹과 스텔란티스에 이은 3위 수준이다.

정 회장은 체코에 이어 슬로바키아에서도 2030 부산세계박람회 유치 활동을 전개했다. 정 회장은 2022년 10월 28일 에두아르드 헤게르 슬로바키아 총리를 만나 세계박람회 부산 개최 지지를 요청하는 한편 친환경 모빌리티 확대 관련 협력 방안을 논의했다.

슬로바키아는 비셰그라드그룹(슬로바키아·체코·폴란드·헝가리 4개국 간 지역협력기구)의 의장국이다. 기아는 슬로바키아에서 유럽 생산 거점인 ‘기아 오토랜드 슬로바키아’를 운영하고 있다. 슬로바키아 브라티슬라바의 총리실에서 이뤄진 이날 면담에는 정 회장을 비롯해 에두아르드 헤게르 총리, 피터 슈베츠 경제부 차관, 안드레이 스탄치크 외무부 차관, 엘레나 코후티코바 총리실 자문위원회 위원장 등 슬로바키아 정부 주요 인사가 참석했다.

정 회장은 이 자리에서 2030 부산세계박람회 비전을 비롯해 한국과 부산의 역동성과 미래지향성을 설명하며, 박람회 개최 지지를 요청했다. 정 회장은 “한국은 스마트 혁신 강국으로서 기후변화 등 인류가 직면한 위기를 해결할 솔루션을 제시할 수 있는 기술 리더십과 역량을 보유했다”며 “2030 부산세계박람회는 자연 친화적 삶과 기술 혁신 등을 통해 지속가능한 미래를 모색하고 국제 사회 협력을 촉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 회장과 슬로바키아 총리는 자동차 산업이 전체 산업 생산의 50%를 차지할 만큼 국가 경제의 핵심 부문을 담당하는 현지 자동차 산업과 기아 오토랜드 슬로바키아의 지속가능한 성장을 위한 협력 방안 등에 대해서도 의견을 교환했다.

슬로바키아 총리 만나 부산 비전에 대해 설명


▎공영운(오른쪽 둘째) 현대자동차 사장이 2022년 7월 6일 ‘2022 한·중남미 미래 협력 포럼’에 참석한 중남미 주요국 정부 고위 인사들을 부산시 수영구 현대차 브랜드 체험관 ‘현대모터스튜디오 부산’에 초청해 부산의 매력과 경쟁력 등을 설명하고 있다. / 사진:현대자동차그룹
슬로바키아 질리나에 위치한 기아 오토랜드 슬로바키아는 약 192만㎡(58만 평) 규모이며 연간 33만 대 생산능력을 갖췄다. 현지 맞춤형 전략 차종인 씨드·엑씨드(씨드 기반의 CUV 모델)·스포티지 등을 생산하고 있다. 2006년 12월 가동 이후 지난해 누적 생산 400만 대를 달성하면서 현대차그룹 유럽 시장 공략의 전초기지로 성장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정 회장은 슬로바키아 정부가 추진 중인 친환경차 산업 육성 정책과 연계해 전기차 보급·충전 인프라 구축 등에서 글로벌 리더십을 보유한 현대차그룹의 전동화 경쟁력을 설명했다. 정 회장은 “기아 오토랜드 슬로바키아가 전동화 체제로 단계적 재편을 추진 중인 유럽에서 회사의 주요 전기차 생산기지로 성공할 수 있도록 지속적 관심을 가져달라”고 당부했다.

현대차그룹 계열사 사장단도 2030 부산세계박람회 유치를 위해 정 회장과 손발을 맞추고 있다. 장재훈 현대차 사장은 2022년 10월 26일부터 5박 6일간 바하마·파라과이·칠레를 잇따라 방문해 박람회 유치 활동을 벌였다.

장 사장은 10월 26일 바하마 나소 총리실에서 필립 데이비스 총리, 알프레드 마이클 시어스 공공사업부 장관, 로다 잭슨 외교부 국장 등 바하마 정부 고위급 인사와 면담하고, 4차 산업혁명 기술을 주도하고 있는 한국과 교통·물류·문화 허브로 도약 중인 부산의 경쟁력을 설명하는 등 세계박람회 후보지로서 부산의 적합성을 알렸다. 장 사장은 이튿날 칠레 산티아고의 경제부 청사에서 살바토레 디 조반니 칠레 투자진흥청 유치본부장과 카를라 플로레스 투자진흥청 전무를 만나는 등 유치 활동을 이어갔다.

장 사장은 10월 28일 파라과이 아순시온 대통령궁에서 마리오 압도 대통령, 훌리오 세자르 아리올라 외교부 장관, 페드로 만꾸에조 페레즈 상공부 차관 등을 예방하고 부산에서 2030 세계박람회가 개최될 수 있도록 지원과 협조를 부탁하기도 했다. 이 자리에는 우인식 주파라과이 한국 대사도 참석해 부산이 2030 세계박람회를 개최할 수 있는 최적 도시라는 점을 강조했다.

장 사장은 “중남미 국가들은 풍부한 자원을 바탕으로 신재생에너지 개발과 지속가능한 성장을 추진하고 있다”며 “친환경 모빌리티·AI·사물인터넷·스마트시티 등 4차 산업혁명 기술의 중심에 있는 한국이 2030 부산세계박람회 개최를 계기로 중남미 국가들과 미래 협력의 시너지를 이룰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현대차·기아 사장단도 표밭 다지기 나서


▎송호성(왼쪽) 기아 사장이 2022년 10월 24일 세르비아 현지에서 니콜라 셀라코비치 세르비아 외교부 장관 등을 만나 2030 부산세계박람회 유치 지원 관련 논의를 한 뒤 기념촬영하고 있다. / 사진:현대자동차그룹
공영운 현대차 사장도 2030 부산세계박람회 유치 지원에 힘을 보탰다. 현대차그룹은 2022년 7월 6일 중남미 주요국 장·차관급 고위 인사를 현대차 브랜드 체험관 ‘현대모터스튜디오 부산’으로 초청했다. 이날 행사에는 아르놀도 안드레 코스타리카 외교장관, 에두아르도 엔리케 레이나 온두라스 외교장관, 호세 앙헬 로페즈 과테말라 농림축산식품부장관 등 코스타리카·온두라스·과테말라·에콰도르·파라과이·엘살바도르·브라질·도미니카공화국·콜롬비아 등 중남미 주요 10여 개국 정부 고위 인사와 각국 대사 등 23명이 참석했다.

공 사장은 이날 현대모터스튜디오 부산을 찾은 중남미 고위 인사를 대상으로 2030 부산세계박람회가 지향하는 미래와 인류를 위한 기술 혁신 관련 메시지를 전달했다. 공 사장은 현대모터스튜디오 부산이 위치한 공간이 과거 철강공장이었던 점에 착안해 노후된 공장을 사람·문화·예술이 어우러진 복합문화공간으로 변모시킨 스토리를 한국과 부산의 문화적 창의성을 보여주는 사례로 설명했다.

공 사장은 “현대모터스튜디오 부산은 1960년대부터 45년 동안 와이어로프를 생산하던 철강공장에서 복합문화공간으로 재탄생한 ‘F1963’에 위치해 있다”며 “역동적이고 미래지향적인 부산이야말로 2030 세계박람회를 통해 인류의 새로운 미래를 설계할 최적의 장소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송호성 기아 사장은 BIE 내에서 둘째로 투표권이 많은 ‘아프리카 표밭’을 일구는 데 힘을 쏟고 있다. 아프리카는 총 45개 BIE 회원국을 보유 중이다. 이는 유럽(48개국) 다음 규모로, 2030 부산세계박람회 유치에 있어 상당히 중요한 지역으로 꼽힌다.

현대차그룹 ‘부산엑스포유치지원TFT’를 담당하고 있는 송 사장은 2007년 BIE 본부가 위치한 프랑스 파리에서 ‘2012 여수세계박람회’ 유치 활동을 벌인 바 있다. 송 사장은 2022년 9월 18일부터 5박 6일간 남아프리카공화국·모잠비크공화국·짐바브웨공화국을 연이어 방문해 2030 부산세계박람회 유치 활동을 펼쳤다. 그는 부산세계박람회 유치를 위한 첫 외교부 장관 기업인 특사 자격으로 이들 국가를 찾았다.

SNS 채널 활용한 유치 전략에도 공들여


▎부산시가 2030 부산세계박람회 개최지로 결정한 부산 동구 초량동 북항재개발지. / 사진:부산시
송 사장은 9월 19일 남아공의 행정수도 프리토리아에서 에브라힘 파텔 산업통상부 장관과 은톰비조드와 랄리 국제교류협력부 차관보를 차례로 만나고, 2003 부산세계박람회 유치에 대한 전폭적 지지를 부탁했다. 그는 남아공 요하네스버그에서 카스 쿠바디아 경제인연합회장과 미켈 마바사 자동차협회장 등 주요 인사를 만나 현지 경제·자동차 산업계에서도 부산 유치를 지지해줄 것을 요청했다. 송 사장은 “한국은 단기간에 개도국에서 10대 경제국으로 성공적으로 도약한 나라”라며 “이 경험을 바탕으로 신흥국과 선진국을 연결하는 가교 역할을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송 사장은 이튿날 모잠비크공화국의 수도 마푸투를 방문해 엘데비나 마테룰라 문화관광부 장관, 질베르토 멘데스 스포츠사무국장(차관급) 등과 면담을 하며 부산 유치전을 이어갔다. 9월 21일에는 짐바브웨공화국의 수도 하라레로 넘어가 콘스탄티노 치웬가 부통령, 데이비드 무사바야나 외교부 부장관 등 고위급 인사를 만나 부산의 경쟁력과 비전을 설명하는 등 2030 부산세계박람회 유치의 당위성을 알렸다.

송 사장은 “한국은 과거 전쟁과 빈곤 등의 위기를 성공적으로 극복한 경험이 있다”며 “현재 AI와 사물인터넷 등 4차 산업혁명을 주도하고 기후변화 등 글로벌 이슈에 대한 솔루션을 제시할 수 있는 국가로 도약했다”고 재차 강조했다.

현대차그룹은 유튜브·인스타그램·페이스북·링크드인 등 10개 글로벌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SNS) 채널을 활용한 2030 부산세계박람회 유치 전략에도 공을 들이고 있다. 부산의 관광 인프라·문화 콘텐트 등 세계박람회 개최 역량과 비전 등을 담은 콘텐트를 영어·한국어로 제작해 발행했다. 현대차그룹 관계자는 “2022년 11월 초까지 숏폼 영상·카드뉴스 등 부산이 세계박람회 개최에 최적 도시임을 알리는 총 16가지 콘텐트를 발행했다”며 “글로벌 홍보 콘텐트의 노출 수가 5800만을 넘어서는 등 세계 네티즌들로부터 큰 호응을 얻고 있다”고 말했다.

- 최은석 월간중앙 기자 choi.eunseok@joongang.co.kr

202212호 (2022.1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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