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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이슈] 성장 추월차선에 진입한 LG에너지솔루션과 LG화학 

반도체 잇는 대한민국 차세대 주도산업의 문 열다 

김영준 월간중앙 기자
선점효과와 IRA에 힘입어 배터리 시장 세계 1위로 향하는 LG에너지솔루션
LG화학은 친환경과 2차전지 소재, 바이오 신약 분야에서 新성장동력 모색


▎구광모(오른쪽 앉은 이) LG그룹 회장이 마곡 LG사이언스파크를 찾아 차세대 친환경 배터리 소재에 관한 설명을 듣고 있다. / 사진:LG그룹
2022년 대한민국 주식 시장의 주인공은 LG에너지솔루션이었다. 실적은 물론, ‘화려한 서막→인고의 시간→극적인 반등’이라는 서사의 완결성까지 갖췄다. LG화학에서 물적분할돼 1월 27일 코스피에 상장되자마자 LG에너지솔루션의 시가총액은 100조원을 돌파했다. SK하이닉스를 제치고 시총 2위로 올라섰다. 이후 이 회사의 적정 가치를 놓고 극명한 시각차가 교차했다. 전통적 측정 도구인 PER(주가수익비율)나 매출액·영업이익 등으로 따지면 고평가 논란에서 자유로울 수 없었다. 실제 상장 이후 주가는 계속 하락세를 면치 못하며 7월 4일 35만2000원까지 떨어졌다. 글로벌 증시 하락과 맞물려 공모가인 30만원도 위협받는 듯했다. 실제 카카오 계열사나 일부 바이오 주식처럼 공모가 아래로 폭락한 주식이 적지 않았다.

하지만 바닥을 확인한 뒤 LG에너지솔루션은 응축된 에너지를 발산했다. 코스피가 아무리 악재로 뒤덮여도 버텨내며 상승을 거듭했다. 연기금과 외국인의 쉼 없는 매수세에 힘입어 11월 10일에는 60만5000원까지 올랐다. 이날 기준 LG에너지솔루션의 시총은 141조5700억원에 달했다. 삼성전자(368조9326억원)와 더불어 시총 100조 클럽에 속한 유이한 회사다.

LG에너지솔루션 지분 82%를 보유한 모회사 LG화학의 시총도 49조617억원까지 회복했다. 두 회사의 시총만 합쳐도 190조원을 훌쩍 넘긴다. 2022년 코스피 전체 시총이 18.4%나 증발한 하락장 속에서도 LG그룹 11개 상장사의 시총은 200조를 넘기며(11월 1일 기준 약 218조원) SK그룹과 현대차그룹을 제치고 재계 2위에 올랐다. LG에너지솔루션과 LG화학 등 배터리와 관련 소재 사업의 성장성은 경제 위기 풍파 속에서도 흔들림 없이 견고했다.

‘매출 50조원·영업이익 12조원’ 사이즈의 SK하이닉스보다 ‘매출 20조원 안팎·영업이익 1조원 미만’인 LG에너지솔루션의 시총이 70조원 이상 더 높은 이유는 ‘미래 성장성’을 대입하지 않으면 설명할 수 없다. LG에너지솔루션은 10월 26일 어닝 서프라이즈 실적을 발표했다. 2022년 3분기에만 매출 7조6482억원을 찍으며 전년 동기 대비 89.9% 상승했다. 사상 최대 분기 매출이었다. 영업이익은 5219억원을 기록, 흑자전환(전년 동기 3728억원 영업손실)에 성공했다. ‘5년 내 연 매출 3배 이상 성장과 두 자릿수 영업이익률 달성’이 마냥 선언적 목표가 아님을 입증했다.

시장이 LG에너지솔루션의 미래 가치를 선반영한 배경에는 2차전지(배터리) 산업에서 이 회사가 ‘해자’를 깊고 넓게 팠기 때문이다. 선제 투자로 선점한 시장 지배력을 앞세워 2020년 150조원, 2021년 260조원, 2022년 370조원 등 해마다 수주 잔고를 폭발적으로 늘렸다. 특히 2030년까지 연평균 33% 성장이 예측되는 북미 전기차 시장에서 LG에너지솔루션 배터리 수요가 급증하고 있다. 2022년 370조원 물량 중 70%가 북미 지역에서 주문됐다.

전기차 시대의 황태자


▎LG에너지솔루션의 배터리를 탑재한 전기차가 해발고도 5816m에 달하는 볼리비아 우투런쿠산 주행에 성공했다. / 사진:LG에너지솔루션
원통형(안전성이 높고 공정 난이도가 낮아 안정적 수급 가능)과 파우치형(에너지 밀도가 높아 장거리 주행에 적합) 배터리 모두 생산 가능한 구조를 갖춘 LG에너지솔루션은 한국, 미국, 중국, 폴란드, 인도네시아에서 생산 공장을 가동하고 있다. 특히 북미지역에 20조원 이상을 투자하며 합작공장과 단독공장 건설을 전사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이미 미시간주에 단독공장을 보유한 LG에너지솔루션은 애리조나주 공장 추가 증설을 검토 중이다. 이와 별개로 미국의 자동차 메이커 GM, 스텔란티스와 합작해 생산 거점을 늘리고 있다. 특히 GM과 오하이오주(2022년 양산 예정), 테네시주(2023년 양산 예정), 미시간주(2025년 양산 예정) 등 3곳에서 합작공장 추진을 합의했다. 캐나다 온타리오주(2024년 양산 예정)에는 스텔란티스와의 합작공장이 들어선다. 이 밖에 포드의 전기차 모델에도 배터리를 공급하는 등 미국 3대 완성차업체 전부를 고객사로 두고 있다.

2022년 8월 혼다, 10월 도요타와 ‘동맹’을 체결하며 일본 자동차회사와 협업도 병행 중이다. 특히 혼다와 2025년 양산을 목표로 삼는 합작공장을 미국(장소는 미정)에 세우면 LG에너지솔루션의 7번째 북미 생산 거점이 완성된다. 또 판매량 기준 세계 1위 도요타에 배터리를 공급하는 계약도 성사됐다. 이미 전기차 세계 1위인 미국의 테슬라를 비롯해 독일의 폴크스바겐그룹, 프랑스의 르노그룹, 한국의 현대차그룹 등은 LG에너지솔루션의 배터리를 공급받고 있다.

지난 6월 공시됐던 1조7000억원 규모의 애리조나 단독공장 투자 재검토에 대해서도 LG에너지솔루션 측은 “고객 수요나 사업적 변동 상황이 있는 것이 아니라 건설비, 물류비 증가 등에 따른 해결 방안을 모색하겠다는 뜻”이라고 해명했다. 투자 철회가 아니라 최적의 방편과 타이밍을 찾고 있다는 의미에 가깝다. LG에너지솔루션의 2025년 북미 지역 생산 목표는 215GWh에 달한다. 이는 1회 충전 시 500㎞ 주행이 가능한 순수 전기차를 연 250만 대 생산할 수 있는 숫자에 해당한다.

중국이 견제받을수록 반사이익


▎LG에너지솔루션이 글로벌 배터리 시장의 강자로 떠오른 이면에는 고(故) 구본무(오른쪽) LG그룹 회장의 혜안이 있었다. / 사진:LG그룹
미국뿐 아니라 유럽, 아시아 시장에서도 커지는 시장 수요에 맞춰 생산 능력 확대를 꾀하고 있다. 유럽에서는 이미 폴란드 브로츠와프 공장에서 파우치형 배터리를 생산 중이다. 구광모 LG그룹 회장은 지난 10월 폴란드를 방문하는 등 조용하지만 현장에 밀착하는 행보를 지속하고 있다. 아시아에서는 한국의 청주(오창)와 중국의 난징에 단독공장을, 인도네시아 카라왕에 현대차와의 합작공장을 운영하고 있다.

미국 바이든 행정부는 지난 8월 ‘IRA(인플레이션 감축법)’라고 쓰고, ‘중국 견제’라고 읽는 법안을 발효했다. 시장은 IRA의 최대 수혜자로 LG에너지솔루션을 꼽는다. 2차전지 시장은 중국의 CATL과 한국의 LG에너지솔루션, 그리고 중국의 BYD가 점유율 ‘빅3’를 이루고 있다. 하지만 IRA로 중국산 배터리는 미국 시장에서 사실상 퇴출당할 것이 자명하다. 중국 업체들이 빠져나간 공백을 LG에너지솔루션이 가장 많이 흡수할 것으로 예상된다. 삼성SDI, SK온 등 경쟁사들도 있지만, 고(故) 구본무 회장의 결단으로 1992년부터 씨앗을 뿌린 LG는 30년 후 ‘선점 효과’를 누리고 있다. LG그룹 관계자는 “반도체처럼 배터리 분야도 설비 투자 싸움”이라고 진단했다. 선발 주자의 이점에다 그룹의 자본과 역량을 배터리에 집중하는 한 “1등의 입지를 살려 시간이 갈수록 오히려 격차를 더 벌릴 수 있다”는 자신감이 배어 있다.

LG에너지솔루션의 배터리 특허(등록 기준)는 세계에서 가장 많은 2만5000여 건에 달한다. 기술력을 바탕으로 양극재가 4원계로 이뤄진 NCMA 배터리(2021년 양산 성공), 충전 속도가 대폭 개선된 실리콘 음극재 배터리(2019년 양산 성공), 원통형 신규 폼팩터인 4680 배터리(2023년 양산 예정), ESS(에너지저장시스템) 시장을 겨냥한 LTF 배터리(2023년 양산 예정) 등 배터리 포트폴리오를 확장하고 있다. 2021년 12월 7524명이었던 임직원 숫자는 2022년 상반기 1만105명으로 증가했다. 충원 인력 중 상당수는 연구개발(R&D) 관련이었다.

전기차 시장은 ▷완성차 회사 ▷배터리 제조 회사 ▷배터리 소재 회사 ▷원·재료 회사로 사슬이 구성된다. 여기서 LG에너지솔루션과 LG화학은 제조와 소재 분야의 강자다. 현시점에서는 대개 후자의 영역으로 갈수록 갑(甲)의 위치에 서는 구조다. ‘하얀 석유’로 불리는 리튬을 비롯해 니켈·코발트·구리·알루미늄·망간 등 2차전지 원·재료는 배터리 가격의 40~50%를 차지한다. 글로벌 인플레이션 여파로 핵심 원·재료 가격이 급등했지만, LG에너지솔루션은 원·재료 가격 상승을 배터리 판매가에 전가할 수 있는 경쟁력을 확보하며 리스크를 관리하고 있다.

LG화학은 2018년 세계 최대 코발트 제품 생산회사인 중국 화유코발트와 합작법인(저장성 취저우시에 전구체 공장, 저장성 우시에 양극재 공장)을 세우고 원·재료를 공급받고 있다. 경북 구미에 3번째 합작공장(LG BCM)을 추진하고 있다. 4차 산업혁명 시대의 5대 광물로 꼽히는 리튬·니켈·코발트·망간·텅스텐 공급망은 사실상 중국이 장악하고 있다. 중국에 편중된 원·재료 공급망의 안정성을 확보하기 위해 중남미·호주 등 글로벌 협력사 발굴과 지분 투자를 통한 전략적 파트너십을 적극 추진하고 있다.

자원 선순환이라는 시대적 요구에 부응하기 위해 2025년까지 전 세계 모든 사업장에서 ‘배터리 순환경제 시스템’을 완성할 방침이다. 미국 GM과 만든 합작법인 얼티엄셀즈는 2021년 5월 폐배터리 재활용업체 Li-Cycle과의 협력을 공표하며 폐배터리 재활용 시장에 진입했다. 2022년 7월에는 중국 1위 코팔트 정련업체 화유코발트와 폐배터리 등에서 핵심원·재료를 추출하는 배터리 리사이클 합작법인을 설립했다.

소재 기업으로 체질 바꾸는 LG화학


▎2022년 7월 방한한 재닛 옐런(왼쪽) 미 재무장관이 마곡 LG사이언스파크를 찾아 신학철(오른쪽) LG화학 부회장과 협력을 논의했다. / 사진:연합뉴스
2차전지의 4대 핵심소재로 양극재와 음극재, 분리막, 전해액이 꼽힌다. 이 가운데 양극재와 분리막 분야에서 LG화학은 시장 지배력을 키우고 있다. 신학철 LG화학 부회장은 “2030년까지 친환경·전지 소재·신약 중심 글로벌 과학 기업으로 비즈니스의 핵심축을 전환하겠다”고 선언했다. 2021년 기준 LG화학의 신사업 부문 매출액은 친환경 소재 분야에서 1조4000억원, 전지 소재 분야에서 1조7000억원, 바이오 부문은 사실상 0에 수렴했다. 이를 2030년까지 8조원, 21조원, 1조원으로 끌어 올리겠다는 것이다. 2021년 26조원인 전체 매출을 2030년 60조원까지 올리기 위해 “블루오션 시장을 선점하겠다”는 성장 전략이다.

구체적으로 친환경 소재 분야에서 ▷리사이클 소재 ▷생분해성·바이오 소재 ▷신재생에너지 소재 사업이 중심을 이룬다. 재활용 원재료 확보를 위해 쿠팡, LG전자 등과 제휴 중이다. 고도의 재활용 기술인 화학적 리사이클(사용된 플라스틱을 고온·고압으로 분해해 새로운 플라스틱 생산을 위한 원료로 활용하는 기술) 시장에 교두보를 마련하기 위해 영국 무라(Mura) 테크놀로지와 손을 잡았다.

매년 20% 이상 수요가 성장할 것으로 전망되는 생분해성·바이오 소재 플라스틱은 탄소 배출량을 줄이는 효과를 발휘한다. LG화학은 2021년 8월부터 폐식용유 등 식물성 바이오 원료를 적용한 고흡수성수지(SAP)를 중동 고객사에 납품했다. 또 곡물 기업인 미국 ADM과 협업해 2025년까지 7만5000t 규모 공장을 건설하고, 원·재료부터 제품까지 통합 양산에 돌입할 예정이다. 자연에서 빠르게 분해되는 생분해성수지(PBAT) 5만t 생산을 위한 공장도 2024년 완공을 목표로 건설 중이다.

신재생에너지 소재 분야에서도 LG화학은 태양광 패널 필름(POE) 시장에 진출해 세계 2위 생산량을 목표로 잡고 있다. POE는 LG화학 고유의 메탈로센 촉매를 사용해 고무와 플라스틱 성질을 모두 가진 고부가가치 합성수지를 일컫는다. 친환경 시장 공략을 위해 프리미엄 통합 브랜드 LETZero(렛제로)도 출시했다.

LG화학은 주력 사업으로 주목받는 2차전지 소재 사업에서 ‘세계 최고 종합 전지 소재 회사’라는 목표를 위해 2025년까지 6조원을 투자할 계획이다. 특히 하이니켈(니켈 80% 이상) 제품 기술력과 메탈소싱 경쟁력을 기반으로 양극재 사업 확대를 가속화하고 있다. LG화학은 양극재 공정의 핵심인 소성공정에서 세계 최고의 생산성을 갖추고 있다.

2차전지의 안전성을 담보하는 분리막 분야에서 LG화학은 일본 도레이와 합작해 헝가리에 법인을 설립하기로 했다. LG전자의 코팅 사업부도 인수했고, 독자적으로 개발한 안전성 강화 분리막 등 원천 기술력을 앞세워 유럽과 미국 시장을 두드리고 있다. 이 밖에 탄소나노튜브(CNT)·방열접착제 등 전지 부가 소재를 육성하고, 전고체 전지용 소재 등 차세대 전지 기술 개발에 착수했다.

바이오산업에 참전하다

그동안 LG가 취약했던 바이오 부문에서도 신약 개발로 돌파구를 마련한다. 특히 항암과 당뇨·대사 영역에 집중하고 있으며 임상 1상 단계에 진입한 신약의 파이프라인 10개를 확보해놓은 상태다. 이 가운데 통풍치료제 신약은 2021년 미국에서 임상 2상을 통과했다.

LG화학은 지난 10월 미국의 바이오 회사 아베오(AVEO)를 5억6600만 달러(약 8000억원)에 인수했다. 국내 기업이 FDA(미국식품의약국) 승인 신약을 보유한 미국 기업을 인수한 것은 최초다. 미국 보스턴에 본사를 둔 아베오는 2010년 나스닥에 상장했으며 신장암 표적 치료제를 보유하고 있다.

- 김영준 월간중앙 기자 kim.youngjoon1@joongang.co.kr

202212호 (2022.1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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