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

새의 불문율 

 

고영민

▎앙상한 겨울 나뭇가지에 앉은 까치. / 사진:박종근
잎이 지자
새가 드러난다

나무는 더 이상 새를 숨길 수 없다

새를 털어낸다
공중 멀리

떠난 적 없는 새가 돌아와 앉는다
뱃속 가득
새를 채워

가지 사이 나무의 심정처럼
새가 달려 있다

떠날 수 없다, 새는
나무에게서

새는 나무의 지저귀는
열매이어서

※ 고영민 - 1968년 충남 서산 출생. 중앙대 문예창작과 졸업. 2002년 [문학사상]으로 등단. 시집으로 [악어], [공손한 손], [사슴공원에서], [구구], [봄의 정치]가 있음. 박재삼문학상, 천상병시문학상 등을 수상.

202301호 (2022.1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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