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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간 56년 특별기획] 최민호 세종시장이 말하는 출산율 1위 ‘세종 모델’의 비결 

“세종시를 대한민국의 테스트베드 도시로 만들고 싶다” 

김영준 월간중앙 기자
■“출산과 육아는 현금성 지원보다 생애주기형 종합적 돌봄 정책으로 받쳐야”
■“안전·환경 등 살기 좋은 도시 인프라 만들 때 출산율과 인구 증가 이뤄져”
■“대학 교육과 대중교통 보강… 국가산업단지 활용해 보안 등 산업 키울 것”
■“도시 아이덴티티인 정원과 한글 산업화시켜 문화·관광도시로 브랜딩 작업”


▎최민호 세종시장은 인구 50만 명 이후의 세종시 마스터플랜을 설계하고 있다. 자체 산업을 키우고 도시를 브랜딩해서 자족도시로 키우겠다는 꿈이 그것이다.
어떤 사회적 문제가 발생했을 때, 제도와 의식 중 무엇부터 혁파해야 할까? 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와 흡사한 화두다. 인구 감소와 출산율 저하는 대한민국이 처한 시대적·실존적 과제다. 월간중앙이 창간 56년을 맞아 인구가 꾸준히 우상향하고 있으며, 전국 출산율 1위를 놓치지 않는 지자체장이 지닌 생각의 궤적을 듣고 싶었던 배경이다.

3월 13일 세종시청 집무실에서 만난 최민호(68) 세종시장은 “출산은 사회적 의무이자 나의 행복을 위한 것”이라는 패러다임 전환을 전면에 내세웠다. 그런 사회적 정서가 만들어진 토대 위에서 ‘이를 보완해주는 정책의 역할’이 기능을 발휘할 수 있다는 관점이다.

최 시장의 아들은 최순원(37) 미국 MIT 교수다. 대전과학고 조기 졸업, 칼텍(캘리포니아 공과대) 물리학과 수석 졸업, 하버드대 박사를 거쳐 MIT 교수로 임용됐다. 2023년 스위스 다보스포럼에선 윤석열 대통령과 면담한 적도 있다. 그의 딸도 수재로 소문이 났다. 하지만 외국계 기업에 다니던 딸이 성공 커리어 패스를 일시 중단하고, 아이를 낳고 키우는 과정을 지켜보며 최 시장 개인적으로도 느낀 바가 많은 듯했다.

인터뷰 시작 전, 건너편 최 시장의 책상 위에는 참모들이 미리 준비해둔 자료가 올라와 있었다. 하지만 그는 “정말 속에 있는 이야기를 하고 싶다”며 서류를 단 한 번도 펴보지 않고 예정된 시간을 넘겨가며 소신을 피력했다.

최 시장은 행정고시 출신 관료다. 1981년부터 40년 넘게 일한 행정가이자 세종시 출범 후 최초의 보수정당 출신 시장이다. 그는 “내가 당선된 2022년은 코로나19에서 탈출하는 시점과 겹친다”며 “올스톱된 세종시의 플랜을 재가동 중”이라고 임기의 절반을 결산했다. 실제 그의 임기 동안 세종시는 ‘전국에서 가장 젊은 도시(38.8세)’, ‘아동 인구 비율 1위(22.7%)’, ‘삶의 만족도 1위(58.7%)’, ‘보육환경 만족도 58.2%’ 등의 성과를 남겼다. 하지만 여전히 해는 저무는데 갈 길은 멀다. “세종시를 대한민국의 테스트베드 도시로 만들고 싶다”며 최 시장이 추진하는 ‘세종형 모델’ 프로젝트는 어쩌면 한 국가의 성쇠와 직결된 사안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현금성 지원은 결정적 해결책 될 수 없어”


▎국회 세종의사당과 대통령 제2집무실이 건립되면 발생할 유입인구를 정주시킬 수 있을지 여부가 세종시의 과제다.
지난 2월 통계청이 발표한 합계출산율을 보면 세종시는 전남과 더불어 공동 1위(0.97명)로 나타났다. 여전히 1등이지만, 한편으론 세종시마저도 1.0명 미만으로 내려갔다.

“객관적으로 보자. 세종시가 출산 정책을 잘해서 1등을 했다고 생각하면 위험하다. 입주 인구가 늘었고, 또 그중 젊은 층이 많으니까 출산율이 상대적으로 높은 것이다. 코로나19 여파로 입주 인구가 급감한 결과, 세종시 출산율도 내려갔다.”

그렇다면 세종시 출산율도 앞으로가 고비일 수 있겠다.

“그렇다. 그동안 건교부의 집값 정책, 복지부의 출산장려금 정책, 산자부의 청년실업 정책 등이 감동을 주는 종합적인 대책이었을까? 이제 윤석열 정부는 이런 정책들을 종합적으로 보겠다고 한다. 옳다고 본다. 세종시 차원에서도 생애주기별로 출산율을 높일 수 있는 종합 대책을 살필 것이다.”

근본적 대안이 될 수 있을까?

“일단 출산율이 낮은 이유부터 보자. 고소득자일수록 아이를 많이 낳나? 아니다. 또한 여성들은 미래에 대해 불안을 느낀다. 아이에게 불행을 안겨줄까봐 깊이 우려한다. 게다가 경력단절, 내 집 마련, 교육 등 삼각파도가 몰아치고 있다. (현금) 지원으로 해결될 문제가 아니라고 본다.”

현실이 그렇다.

“아이를 낳고 키우는 ‘고통’의 측면이 너무 부각된 사회 풍조가 틀렸다고 생각한다. 내 딸의 이야기를 들어봐도 고통스러운 측면도 있었겠지만, 행복이자 축복이었다. 육아의 기쁨을 우리 사회가 젊은 부부에게 이해시켜야 할 때다. 또 하나는 경제적 문제일 것이다. 아이를 낳는 것은 가정이지만, 키우는 것은 국가이자 사회여야 한다는 사회계약이 필요한 시점이다. 국가의 3요소(주권·영토·국민) 중 국민을 지키기 위해 국가가 무얼 더 아끼겠는가?”

출산과 육아를 지원하는 인프라 측면에서 세종시는 압권이다. 지금 최 시장과 대화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생애주기별 대책은 ‘0~3세, 3~8세, 8세~초등학교 졸업, 중학교 입학 이후’로 나눠진다. 0~3세까지는 여성의 경력단절, 남성의 육아휴직에 대한 배려를 공무원뿐만 아니라 전 사회적으로 국가가 보조해줘야 한다. 3~8세는 어린이집에 갈 나이다. 오후 6시까지 운영하는 민간과 국·공립 어린이집 시스템을 발전, 확산시켜야 할 것이다. 그다음 8세 이후 초등학생 아이는 ‘늘봄학교’ 확산으로 학교가 책임을 지어줘야 한다. 오후 6시, 오후 8시까지 학교와 지역사회가 초등학생을 케어해주는 것이다. 그리고 중학생이 되면 이제 육아의 문제가 아니라 교육의 문제로 넘어간다.”

합계출산율 통계를 보면 전남이 세종과 공동 1위로 나왔다. 또 충북은 유일하게 증가했다. 전남과 충북 모델을 보면 현금성 지원이 단기 처방이 될 수도 있지 않을까?

“그렇다면 모든 자치단체가 (현금을 주면) 출산율이다 올라가야 하는데 그렇게 되나? 아이를 안 낳을 여성이 돈을 준다는 이유로 낳기로 결단할까? 아이를 낳고자 하는 동기가 강해야 하고, 아이 키울 걱정이 없는 것, 이 두 가지가 (출산율에) 중요하다. 얼마 더 준다는 것은 결정적 해결책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살기 좋은 도시=아이 키우기 좋은 도시”


▎2023년 한글날 경축식이 세종시 예술의전당에서 열렸다. 세종시는 한글과 한국어의 전파기지를 자처한다. / 사진:연합뉴스
일각에선 상대적으로 현금 지원이 약함에도 세종시의 인구와 출산율이 높은 것은 공무원 효과 덕분이라는 시선도 있다.

“공무원이 많으면 애를 더 많이 낳나? 역으로 생각해보자. 공무원들의 메리트(직업 안정성, 어린이집 인프라)를 누리는 환경을 (전 사회적으로) 만들어주자는 것이다. 그런 생애주기별 시스템은 이제 선택의 문제가 아니다. 세종시 재정이 어려워도 어린이집, 육아휴직, 늘봄학교에 관해선 적극적으로 시책을 펼쳐나갈 것이다.”

세종시가 비교우위를 갖는 지점은 아이 키우기 좋은 환경에 있는 것 같다.

“살기 좋은 도시라는 이미지가 큰 역할을 해주고 있다. 국제안전도시로 재인증(2023년 10월)을 받았고, 지역안전지수에서도 특·광역시 중 1위다. 특히 화재·범죄·자살·감염병 4개 분야에서 1등급 평가를 얻었다. 또 녹지 비율(52%) 전국 1위를 비롯해 주택 만족도 61%, 상하수도·도시가스·도로 등 기반시설 만족도에서도 64.4%가 나왔다.”

2024년 3월 12일 기준 세종시 인구는 39만3002명이다. 하지만 인구 유입이 둔화하는 상황에서 50만 명까지 갈 수 있을까?

“세종시는 계속 인구가 유입되는 조건이 만들어지고 있다. 첫째, 국회 세종의사당이 건립된다. 국회사무처 직원 약 5000명이 온다. 정주 환경을 만들어줘야 한다. 둘째, 대통령 제2집무실이 들어온다. 이에 따른 보안 인력도 당연히 따라온다. 또 공공기관이 이전할 때 가장 선호하는 곳 중 하나가 세종시다. 도시 자체의 매력이 아니라 외부 요인에 의해서 인구 50만까지 가는 것은 문제가 없다고 보고 있다. 그 다음부터는 우리가 도시를 어떻게 가꾸느냐에 따라 인구가 추가될 것이다. 전자(기관 이전)가 주로 국가 추진이라면, 후자(삶의 질이 높은 매력 도시)는 시장이 할 일이다. 한글문화도시, 정원도시, 이벤트도시 등이 그런 계획에서 나왔다.”

‘이제 지역균형발전론은 시효가 소멸됐다. 지역거점도시, 소위 메가시티로 가야 서울 등 수도권 중심의 일극주의를 탈피할 수 있는 현실적 방안’이라는 논점이 있더라. 세종시도 충청권 메가시티를 고려해야 할 시점 아닌가?

“지방행정을 전공했으며 그 분야에서 쭉 일했다. 전적으로 옳은 말이다. 옛날 조선 8도 체계가 옳았다고 본다. 충청도와 전라도, 경상도는 다르다. 하지만 충청남도와 충청북도는 다를 것이 별로 없다. 충청도에서 세종시와 대전시도 파생됐다. ‘결국에는 충청도도 하나로 뭉쳐야 하고, 세종시가 중심도시, 거점도시 역할을 하면 되는 것 아니겠나’라는 생각 자체는 좋다. 하지만 원론적으로, 당위적으로는 찬성(실제 대전·세종 경제자유구역 지정 추진 중)이지만, 각론에 있어선 이해집단이 이미 너무 많이 생겨버렸다.”

세종시민 이야기를 청취해보면 대체적으로 거주 만족도가 꽤 높더라. 다만 교통에 대해선 도로 폭이 좁고, 자차로 이동하지 않으면 불편하다고 호소한다. BRT(간선급행버스체계)가 있긴 하지만 추가적 대안이 또 있을까?

“초기 세종시 기본 설계를 할 때 예측을 잘못한 결과라고 생각한다. 다만 방향성은 틀리지 않았다고 본다. 무슨 말인가 하면, 세종시의 기본 교통계획은 대중교통과 자전거 위주의 설계였다. 그렇게 해서 도로 차선이 좁아졌고, 인도와 자전거 도로는 넓어졌다. 하지만 대중교통 체계가 완비되지 않으면서 자동차를 끌고 나와야 됐고 더 불편해졌다. 해결책은 대중교통 위주의 정책을 펴는 것이다. 대중교통 무료화를 공약으로 내걸고 시장에 당선됐다. 현실적으로 재정적 어려움에 직면하며 고심한 결과, 절충적으로 ‘이응패스’라는 교통카드를 9월부터 출시한다. 2만원 교통카드로 5만원까지 이용할 수 있도록 할 것이다. 버스 신규노선 12개를 신설하고, 무공해버스를 200대 증차했다. 또 교통 약자인 노인이나 어린이들한테는 약속한 대로 무료화를 해보려 한다.”

땅값 비싼 세종이 연 1조원 이상 투자 유치한 비법


▎최민호 세종시장은 도시의 매력이 곧 미래라고 생각한다.
세종시의 정책은 실험적인 것들이 종종 눈에 띈다. 성공 여부를 떠나서 테스트베드 도시를 지향하는 듯하다.

“맞다. 출산 정책도, 교통 정책, 교육 정책도 그렇다. 도전적이지만 세종시뿐 아니라 우리나라 전체, 세계가 그 방향으로 가야 된다고 본다.”

세종시 인구 분포는 독특하게도 20대 인구가 상대적으로 희소하다. 아무래도 대학 진학과 결부된 사안이라고 비친다.

“그렇다. 세종시의 초·중·고교는 매우 훌륭하다. 그 나잇대 아이를 둔 부모는 세종시를 선호한다. 하지만 20대에 대학에 진학하면 빠져나간다. 그 20대들이 30대로 넘어가며 고향으로 돌아오려면 직장이 있어야 한다. 세종시를 자족경제 기반의 미래전략수도로 완성하려면 대학과 직장이 자리를 잡아야 한다.”

세종시 차원의 구체적 방편이 있나?

“현재 지방대학은 육성은 고사하고 있는 대학도 망해가고 있다. 그 대안으로 RISE(Regional Innovation System & Education) 시스템에 관심을 가지고 있다. 이는 글로컬 대학과는 다른 방향성이다. RISE 시스템에서는 대학 운영에 자치단체가 적극적으로 관여하고 지원해준다. 초기 단계라 어찌 될지는 모르겠지만, 오늘 아침에도 이와 관련한 회의를 했다.”

“미래 세종은 문화·관광도시로 가치 창출”

지난해 세종시는 출범 후 최대 실적인 연 1조380억원의 투자유치 실적을 달성했다. ‘2023년 대한민국 지역경제대상’ 투자유치 분야 대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무엇이 주효했다고 보나?

“기업을 유치한다고 쉽게 이야기하지만, 세종시는 땅값이 비싸다. 그런 기업을 유치하기 위해 우리가 꺼낼 수 있는 것이 ‘국가 산업단지’다. 세종시는 토지, 건물이 굉장히 많이 필요한 장치산업에 적합하지 않다. 시설이 크게 요구되지 않으면서도 부가가치가 높은 바이오·AI(인공지능)·IT 산업이 추구해야 할 방향이다.”

세종시의 특수성을 살린 사이버보안 사업에 중점을 두고 있는 것으로 안다.

“정부 부처와 국책 연구기관이 많이 있다. 정보 보안이 갈수록 필요한 도시다. 보안 요원을 길러내고, 취직하기 좋은 도시다. 지역인재 양성으로 인력 공급 시스템을 제공할 것이다.”

세종시의 ‘창조적 도전’ 중에는 콘텐트적인 요소도 포함돼 있다.

“정원, 공원 등 녹지공간은 미래 시대에도 중요할 것이다. 앞으로 산업화할 것이라 본다. 세종시의 최적 자원은 도시 속의 정원이 아니라 ‘정원 속의 도시’라 할 정도로 많은 녹지다. 2026년 정원도시 박람회를 열 것이다. 세종시 전체가 박람회장이 되는 것이다. 정원이 생활화된 도시, 내 주변이 정원인 도시는 처음 접하는 개념이 될 것이다.”

세종시 아파트는 영어 이름 없이 한글로 지어진 것이 인상적이었다. 문화·관광도시로 브랜딩하기 위해 한글이라는 무형 자원을 활용하는 생각은 꽤 이색적이다.

“이제 한국어를 문화언어로서 공용화하는 노력을 해야 할 때다. 해외에 나가 보면 한국어와 한글 열풍을 실감할 것이다. 이를 수용할 국내적 시스템을 갖춰서 산업화해야 한다. 교육부, 문체부와 같이 갈 것이다. 지난해 한글날 정부 경축식을 세종시에서 최초로 열었다. 문체부 선정 대한민국 문화도시로 예비 지정된 세종시가 한글문화를 전파할 것이다.”

- 글 김영준 월간중앙 기자 kim.youngjoon1@joongang.co.kr / 사진 김성태 프리랜서 기자 ssshin@joongang.co.kr / 녹취 정리 김도원 월간중앙 인턴기자

202404호 (2024.03.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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