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무역업체 사장인 K씨는 이민을 적극 검토하고 있다. 재산 반출 등 현실적인 어려움이 있어 잠시 접었지만 언젠가 떠난다는 생각은 확고하다. K사장은 그때까지 저평가 주식과 채권에 투자해 수익을 기대하고 있다. 행정수도 이전으로 문의가 늘고 있는 평택 공장 부지도 팔 생각이다. 국내 최고의 부자촌으로 꼽히는 서울 강남의 타워팰리스 73평형에 거주하는 중소무역업체 사장 K(53)씨. 그는 6개월 전부터 하루빨리 이민 갈 수 있는 방법을 찾고 있다. 필리핀의 ‘은퇴 비자’를 받아 가족을 모두 데려갈 생각까지 했다. 평생 성실하게 사업을 해 100억원이 넘는 세금을 냈지만 지금 사회의 모습이 실망스럽기 때문이다. 그는 사사건건 발목을 잡는 정치권과 강성 노조 탓에 나라 경제의 미래가 없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 이대로 가다간 텅 빈 아파트 ·노조 ·신용불량자만 남을 것 같다는 느낌이다.
그가 알기엔 2002년 말부터 이민을 하려는 부자가 부쩍 늘었다. K사장 같은 부자들이 이민을 고민하는 이유는 뭘까. 한국에서 부자로 사는 일이 고통스럽기 때문이다. 한국에서 부자들은 자신의 소득 수준에 맞게 소비하면 과소비라 비난받는다. 그렇다고 일부러 서민들 수준에 맞춰 살 수도 없는 노릇이다. 투자할 곳은 마땅치 않고, 자식에게 물려주려니 세금을 왕창 물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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