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fe

명상과 우정의 여로 ‘카미노’ 도보 순례 

Easy, Pilgrim 

Joshua Levine 기자
성지 순례길에 잠시 만난 이들 가운데는 스위스의 수학자, 네덜란드의 전직 경찰, 벨기에의 레즈비언, 실직한 프랑스의 항공사 임원도 있었다. 그러나 우리 모두에게 한 가지 공통점이 있었다. 오래 걷다 보니 모두 발병으로 고통받고 있었던 것이다. 지난 7월 어느 더운 날 오전, 나는 손에 지팡이를 들고 목적지인 스페인 서북부 산티아고 데 콤포스텔라(Santiago de Compostela) 대성당 안으로 들어가기 위해 기다리고 있었다. 길동무들과 내가 서기 9세기까지 거슬러 올라가는 성지 순례 전통의 최근사를 쓰고 있었던 것이다. 사실 우리는 영국 시인 제프리 초서(Geoffrey Chaucer ·1342~1400년)가 묘사한 순례자들과 사뭇 다른 부류였다. 참회하기 위해 혹은 헌신하기 위해 온 것이 아니었다. 우리 모두가 기독교인이었던 것도 아니다.



1960년대에 이런 말이 유행한 바 있다. “유대인의 호밀빵을 즐기기 위해 꼭 유대인이 될 필요는 없다.” 호밀빵 광고 문구였다. 마찬가지로 카미노(Camino)를 따라 순례하기 위해 굳이 가톨릭 신자가 될 필요는 없다. 카미노는 프랑스의 생장피에드포르(St. Jean Pied-de-Port)에서 피레네 산맥을 따라 스페인 서북부 끝 산티아고까지 이어지는 770km 길이다. 필요한 것은 가슴에 품은 한두 개의 화두와 도보로 여행하며 명상을 즐기는 마음뿐이다. 중세에는 해마다 수십만 명의 순례자가 카미노를 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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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11호 (2024.1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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