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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현대·롯데家 톱10 7년 연속 개근 

포브스코리아 조사 리스트 분석… 경기·시대 흐름 따라 부침 많아
2003~2009 한국 100대 부자 지형도
Special Report 1 

글 | 남승률 기자, 사진 | 중앙포토

▎(왼쪽부터)이건희 전 삼성 회장.정몽구 현대·기아차 회장.신동빈 롯데 부사장.

한국 100대 부자의 1인당 평균 재산은 2008년 6195억원으로 가장 많았다(그해 1인당 국민소득은 2120만원). 정몽준 현대중공업 대주주(한나라당 대표)는 2008년 이건희 전 삼성 회장을 따돌리고 부자 리스트에서 1위에 올랐다. 이명희 신세계 회장은 지난 5년 동안 한국의 최고 여성 부자 자리를 지키고 있다.’

포브스코리아가 해마다 발표하는 ‘한국의 100대 부자’ 순위를 분석한 결과다. 2005년부터 2009년까지 5년치 내용을 정리했다. 2003년에는 리스트를 발표하지 않았고, 2004년에는 특정인과 그의 부인·직계 가족의 재산까지 더한 가족 개념의 ‘한국의 부호’ 리스트를 발표했기 때문에 이번 분석에서는 제외했다. 그 사이 한국 부자의 지형도는 어떻게 변했을까?

정몽준 대표 2008년 깜짝 1위


한국의 부자 1위 자리는 이건희 전 삼성 회장의 독무대나 마찬가지였다. 이 전 회장은 2008년만 빼고는 해마다 1위에 올랐다. 2008년에는 이 전 회장이 3위로 밀렸다.

정몽준 현대중공업 대주주가 3조694억원의 재산으로 1위에 등극했다. 조선업이 호황을 누리면서 현대중공업 주가가 1년 사이 100% 가까이 올라 재산이 급증한 덕이었다.

2위는 정몽구 현대·기아차 회장이 차지했다. 하지만 삼성 특검 조사 결과 삼성 임직원 명의로 차명관리하던 이 전 회장의 재산(주식과 예금 약 4조5000억원)이 드러났다. 이 재산을 감안하면 2008년에도 이 전 회장은 단연 1위였다. 아닌 게 아니라 2009년에는 이 전 회장의 재산이 5조1628억원으로 불어나 2조3828억원으로 2위에 오른 정몽구 회장을 가볍게 제쳤다.

재계의 경쟁 구도가 어느 정도 굳어지면서 5년 사이 1 ~10위 자리는 별다른 변동이 없었다. 대부분 삼성·현대·롯데가(家) 몫이었다. 삼성가에서 이건희 전 삼성 회장·홍라희 전 삼성미술관 리움 관장·이재용 삼성전자 부사장·이명희 신세계 회장이, 현대가에서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정몽준 현대중공업 대주주·정의선 현대자동차 부회장이, 롯데가에서 신동빈 롯데 부회장·신동주 일본롯데 부사장이 거의 해마다 10위 안에 들었다.

이들 외에 구본무 LG 회장, 허창수 GS 회장, 서경배 아모레퍼시픽 사장 등이 10위 안에 들곤 했다. 대기업 오너나 재계 2, 3세가 아닌 사람으로는 강영중 대교그룹 회장, 장평순 교원그룹 회장, 차용규 전 카작무스 대표 등이 눈에 띈다. 여성 부자 수도 특별히 달라진 게 없다.

적으면 8명, 많으면 9명이 100대 부자 리스트에 올랐다. 재계 오너나 2, 3세가 대부분이다. 여성 부자 가운데서는 이명희 신세계 회장이 꾸준히 4위권에 들어 눈길을 끌었다.

여성 부자로는 단연 이명희 회장


지난 몇 년 사이 종합주가지수가 마(魔)의 1000포인트를 훌쩍 넘어 꾸준히 오른 덕에 100대 부자의 재산도 많이 늘었다. 100대 부자의 재산은 2005년 29조5179억원에서 2008년 61조9559억원으로 급격히 불어났다.

단 2008년 하반기 시작된 글로벌 금융위기 탓에 주가가 급락하면서 2009년에는 이들의 재산 총액이 50조2407억원으로 줄었다. 재산 1조원이 넘는 억만장자도 2009년을 빼고는 해마다 늘었다.

2005년 5명에서 2008년 12명으로 두 배 넘게 증가했다. 그러나 이들도 2008년에 불어닥친 불황을 피하지 못해 지난해에는 억만장자 수가 9명으로 줄었다. 그렇다면 한국의 100대 부자가 되려면 재산이 얼마나 있어야 할까?

100대 부자의 커트라인도 해마다 올랐다. 2005년 943억원에서 2008년에는 2124억원으로 껑충 뛰었다. 그러다 세계적인 경기침체 여파로 2009년에는 1650억원으로 떨어졌다.

교육 부자는 불황에도 강해


부자 리스트를 뜯어보면 지난 5년 사이 산업별·업종별 명암을 엿볼 수 있다. 이른바 ‘교육 부자’는 불황에도 강한 모습을 보였다. 예컨대 2005년 재산 5194억원으로 12위에 오른 장평순 교원그룹 회장은 꾸준히 10위 안팎을 유지했다.

특히 지난해에는 경기침체 여파에도 10위권 부자 가운데서는 이건희 전 회장을 제외하고 유일하게 2008년보다 재산이 늘었다. 교원은 학습지를 중심으로 아동 도서, 생활가전, 호텔, 여행 사업 등에 진출하며 2008년 기준으로 매출액 9900억원, 영업이익 900억원을 올렸다.

지난해에는 내외빌딩을 1340억원에 매입하며 사세를 과시하기도 했다. 2005년 재산 6781억원으로 8위에 올랐던 강영중 대교그룹 회장은 지난해 16위로 밀렸지만 여전히 학습지 시장 1위를 지키고 있다.

신흥 교육 부자로 떠오른 손주은 메가스터디 사장은 2006년 126위→2007년 100위→2008년 55위로 해마다 순위를 끌어올렸다. 2009년에는 63위로 조금 밀렸지만 교육시장에서 메가스터디의 브랜드 가치는 더욱 커지고 있다.

건설·주류업계 부자는 부진

재계나 주식시장의 트렌드에 따라 각광을 받는 부자가 나오기도 했다. 2008년에 태양광에너지 사업으로 주목 받은 동양제철화학이 대표적인 사례다. 태양광전지의 원료인 폴리실리콘을 만드는 이 회사는 말 그대로 ‘태양주’가 됐다. 당시 주가가 1년 사이 6배로 오르면서 이수영겫뮈탛화영 회장 삼형제의 재산이 크게 늘었다.

세계적으로 유행한 ‘녹색성장’ 바람을 타고 주가가 급등해 재산이 늘어난 허용도 태웅 회장(2009년 23위)도 비슷한 경우다. 반면 부동산 버블이 꺼지면서 건설 경기가 부진했던 탓에 건설 부호들은 2008년 리스트에서 대거 탈락했다. 2007년 100대 부자에 들었던 엄석오 일레븐건설 회장(76위), 전상표 현진 회장(87위), 김영춘 서해종합건설 회장(97위) 등은 2008년에 리스트에서 사라졌다.

몇 년 사이 주류업계 부자들도 대부분 고전했다. 2005년 재산 5000억원으로 15위에 올랐던 하이트맥주의 박문덕 회장은 지난해 재산 2904억원으로 59위에 그쳤다. 2006년에는 재산 6910억원으로 14위를 기록했지만 두산과 힘겨운 ‘소주 전쟁’을 벌이며 2007년에는 807억원을 까먹으며 22위로 떨어졌다.

또 2007년 재산 443억원으로 399위에 올랐던 배중호 국순당 사장은 백세주 이후 후속작을 제대로 내놓지 못해 재산이 계속 줄었다. 세계적인 불황에는 부자도 어쩔 수 없었다.

지난해 한국 100대 부자의 재산은 모두 50조2407억원으로 2008년 61조9559억원보다 12조원이나 줄었다. 글로벌 금융위기에 따른 경기침체로 주식 평가액이 급감했기 때문이다. 지난해 부자들의 재산은 2007년과 비슷한 수준으로 쪼그라들었다.

201003호 (2010.0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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