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월 30일 아침, 빡빡한 일정으로 한국을 찾은 제임스 페라가모를 청담동 플래그십 숍에서 만났다. 살바토레 페라가모 창업자의 맏손자이자 이 브랜드의 가장 중요한 ‘가죽’ 분야를 총괄하는 제임스 페라가모. 기자를 보자마자 ‘신상 구두’를 신어 보라고 권했다. 기자 또래의 여성들을 위해 만든 ‘마이 페라가모’ 라인을 알리고 싶었던 모양이다. 그가 20∼30대 젊은 여성층을 겨냥해 최초로 선보인 이 구두 라인은 스테디셀러인 페라가모 리본 슈즈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것이다.새롭게 론칭한 ‘마이 페라가모’에 대한 기대가 큰 것 같다.“마이 페라가모는 1970년대에 페라가모가 만든 컬렉션에서 영감을 받은 것이다. 예컨대 지금까지 페라가모의 아이콘 슈즈 중 하나인 바라(Vara) 신발도 영감의 원천이 됐다. 매일 신을 수 있고 현대 라이프 스타일에 어울리는 캐주얼한 신발을 만들고 싶었다. 물론 다른 신발들처럼 최고의 퀄리티와 디테일, 함축된 의미는 그대로 적용했다. ‘그로스그레인 (Grosgrain: 그로그랭, 비단 또는 인조견을 무늬지게 짠 천)리본’이나 ‘바라 플레이트(Vara Plate)’등 페라가모 신발인지 한눈에 알아 볼 수 있는 특징이 그대로 녹아있다. 다양한 컬러를 사용해 더욱 젊고, 재미있는 기분을 느끼게 해줄 것이다.”
원래부터 가족 사업에 참여하고 싶었나?“어렸을 때부터 관심이 많았다. 9살 때부터 공장에서 일을 도우며 신발을 박스에 담는 일을 했다. 여름방학에는 생산라인에서 경험을 쌓았다. 1991년에는 로데오 거리의 첫 매장에서 세일즈경험을 쌓았고, 뉴욕대에서 공부하던 시절에는 뉴욕 지사에서 일했다. 항상 페라가모의 일이 즐겁다고 생각했다. 우리 가족 중에는 나와 같은 후손이 많다. 그래서 아버지는 97년에 새로운 가족 룰을 세웠다. 3세대 후손 중 3명만 동시에 일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그런지 가족 간에도 경쟁이 심하다. 내 쌍둥이 남동생은 삼촌과 아버지 소유의 와인 사업을 책임지고 있다. 가족 사업에 참여하고 싶다고 누구나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능력을 갖춰야 한다. 취미생활이 아닌 사업이니까.”당신이 맡고 있는 가죽 분야는 구두가 주업인 페라가모에서 무엇보다 중요하다. 가죽 손질이나 제품 생산을 어떻게 하고 있나?“페라가모에서 가죽은 모든 소재의 시작이며 제일 중요하다. 최고의 가죽 가공 공장들과 파트너십을 맺으려고 항상 많은 노력을 한다. 최근 들어 점점 고급 가죽을 찾기 힘들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사람들이 먹는 동물들에서 가죽이 나오는데, 예전에 비해 육식이 줄어 질 좋은 가죽을 얻기 힘들다. 최고급 가죽 수요는 느는데 말이다. 그래서 최고의 가죽 가공 공장들을 통해 최고급 가죽을 확보하는 게 중요하다. 가죽은 페라가모 DNA의 한 부분이다. 페라가모 가죽이 언제나 최고급이라는 확신을 가질 수 있도록 항상 연구한다. 할아버지가 피렌체에 회사를 세운 이유는 이탈리아 장인들과 가죽 가공 공장들이 가까이 있어 다양한 가죽 제품 제작 노하우를 교환할 수 있어서다. 피렌체에 있는 가죽 공장에 가려면 조금은 용감해야 한다. 공장 안은 굉장히 흥미롭지만 냄새가 진동하기 때문이다.”앞으로 페라가모를 어떤 브랜드로 키울 것인가. 브랜드 경영을 맡을 생각은 없나?“올해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로 마시밀리아노 지오르네티를 내정한 것은 페라가모의 행보에 의미 있는 결정이었다. 이제 남녀 컬렉션 신발과 기성복의 전체적인 라인에 미적감각을 부각시킬 수 있을 것이다. 마케팅이나 경영에 관해서는 노르사CEO에게 물어보는 게 좋겠다. 그는 10월에 한국을 방문할 예정이다.”특별히 추천하고 싶은 페라가모 제품이 있다면?“물론 마이 페라가모지만 개인적으로는 ‘트라메차(Tramezza)’ 신발을 추천하고 싶다. 굉장한 신발이다. 나는 트라메차만 신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