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vestment Guide

Home>포브스>Investment Guide

지금은 지키는 것이 중요한 때 

포브스코리아 PB자문단 좌담 

글 염지현·강혜원 기자 yjh@joongang.co.kr 사진 정치호 기자

▎sc제일은행 강남 PB센터에 모인 PB자문단.(왼쪽부터) 윤태경, 유진경, 조재영, 강지현, 홍철승.

포브스코리아가 PB자문단을 꾸렸다. 은행, 증권사, 보험사 등 각 금융사 대표 PB로 VIP 고객 자산을 관리해온 금융 전문가들이다. 강지현 하나은행 하나골드클럽 PB부장, 유진경 동양종금증권 압구정본부 부장, 윤태경 SC제일은행 강남PB센터장, 조재영 우리투자증권 PB압구정본부 부장, 홍철승 삼성생명 수원FP센터장(이름은 가나다순) 등 5명이다.

이들 자문단은 포브스코리아 독자를 위해 고액자산가를 만나 1 대 1 맞춤형 자문을 해줄 계획이다. 요즘 부자들의 투자 고민부터 개인 상황에 맞는 포트폴리오를 어떻게 짤지를 생생하게 엿볼 수 있다. 투자 상담에 앞서 첫 회는 다섯 명이 한자리에 모여 하반기 이후 부자들의 자산관리에 대해 의견을 나눴다. 각자의 하반기 시장전망과 투자전략도 소개한다.

윤태경 하반기 시장 전망부터 해볼까요? 제가 보기에는 경기동행지수 등 경제지표가 전 고점에 가 있다고 봅니다. 그동안 주가가 오른 것은 외국인을 비롯한 기관투자가가 많이 샀기 때문인데요. 지속적으로 투자 비중이 늘진 않을 거 같아요. 국내 지수에 영향을 주고 있는 미국 시장 역시 여전히 불안하고요. 지수 등락폭을 보면 금융위기 당시 500~1000에서 지금은 1500~1800으로 변동폭이 크게 줄었습니다. 대신 IT, 스마트폰 관련 종목은 주가가 오르고 있습니다. 시장 전체의 흐름을 타기보다는 개별종목 위주의 장으로 움직이고 있지요.

조재영 시장만 양분되는 게 아닙니다. 금융위기를 겪은 이후 자산가들의 투자 성향이 극명하게 나뉘는 게 특징입니다. 완만하게 움직이는 지수에 답답함을 느끼는 일부 자산가는 자동차, IT 등 대형주를 집중적으로 사들이고 있어요. 반대로 리스크 관리에 스트레스를 받는 분들은 금리도 오른다고 하니까 예금 등 안전자산에 묻어둡니다. 그동안은 PB에게 맡겨 중국펀드, 원자재

펀드, 채권·예금 등에 자금을 쪼개서 투자했던 자산가들이 자신의 투자 스타일을 찾아가고 있습니다.

윤태경 맞습니다. 지난 3~4년 동안 자산가들은 중국펀드, 브릭스펀드, 원자재펀드 등 다양한 펀드 열풍을 경험했잖아요. 그러고 나니 상품 투자로는 해볼 것은 다 해봤다는 생각을 하더군요. 이제는 공격적인 투자, 중립적인 투자, 보수적인 투자 등 자신의 투자성향에 맞게 투자하려고 합니다.

강지현 저는 하반기에 자금 변화가 있을 거 같아요. 펀드 열풍이 불던 2007년 이후 적립식으로 가입했던 20조원 규모의 펀드 자금이 3년 만기가 됩니다. 지수 1800선이라면 환매하려는 움직임이 있지 않을까요? 그렇다면 그 돈이 어디로 흘러가느냐가

중요한데요. 투자리스크를 감안해 랩어카운트(맞춤형 종합자산관리 계좌상품)에 모이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랩이 꾸준히 10% 이상의 수익률을 내고 있잖아요. 저는 고객들이 투자 비중은 덜어내더라도 주식 시장을 떠나지는 않을 거라고 봅니다. 연말까지 지수는 1850~1920에서 움직이는 박스권 장세를 그릴 것으로 예상합니다.


홍철승 하반기 들어서면서 국내 경기가 회복기미를 보이지만 불안합니다. 전문가들은 더블딥 가능성을 내비치고 있는데요. 자금이 한꺼번에 풀리면서 인플레이션 우려가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죠. 우리나라뿐 아니라 중국, 미국 등 전 세계에 인플레이션

위기가 올 수 있습니다. 인플레이션 회피 수단인 원자재 가격이 급등하는 것만 봐도 알 수 있어요. 공격적인 투자를 선호하는 고객들도 하반기에는 가급적 자금을 안전자산에 묻어두는 게 안전합니다. MMF나 CMA에 넣어뒀다가 연말이나 연초에 투자 타이밍을 잡는 게 좋습니다.

유진경 저는 앞서 얘기한 윤 센터장과 의견이 비슷해요. 지수 예측은 큰 의미가 없다고 봅니다. 단기적으로 지수가 박스권 장세

로 움직인다면 어떤 종목을 갖고 있느냐가 중요할 거예요. 현재 자문형 랩이 시장을 주도하고 있잖아요. 랩 시장 규모는 1년 전 13조원대에서 올 6월 말 현재 28조5000억원으로 두 배가 넘게 급증했습니다. 발 빠르게 움직이는 부자들은 수익을 내고 나오고 있어요. 지수 전망보다 자산 포트폴리오를 어떻게 짜느냐가 중요합니다. 자신의 투자 성향에 맞게 포트폴리오를 짠 후 종목 별로 장기투자를 해야 해요. 보수적인 투자자라면 전체 자산의 10~20%만 주식을 사는 거죠. 그리고 여유 있게 장기적으로 투자하면 잃는 법이 없어요.

랩에서 수익 내고 빠지는 부자들

강지현 실제로 고객들이 지수가 빠졌을 때 주식을 많이 샀나요?

유진경 네, 저도 놀랐어요. 미국발 서브프라임 모기지론 사태로 전 세계 주식이 확 빠졌을 때 자산가들은 주식을 사기 시작했어

요. 지수가 1000 이하로 빠졌을 때는 주로 삼성전자 등 시가총액 상위종목을 분할매수했습니다. 7월 초 1700선이 무너지고 삼성전자 주가가 많이 빠졌을 때도 철저히 분할매수를 하더군요. 부자는 주식이 아니라 ‘공포’를 산다는 느낌이 들어요. 포트폴리오를 제대로 짜고 여유를 갖고 장기적으로 투자하는 습관이 열 번 중에 여덟 번은 이길 수 있는 지혜 라고 봅니다.

조재영 요즘 부자들은 주식전문가 못지않게 똑똑합니다. 옛날에는 PB가 조언한 대로 주식을 샀는데 요즘엔 산업 분석은 기본이고 종목에 대해 철저히 분석하고 투자합니다. 잘 알고 투자하기 때문에 여유를 갖고 기다릴 줄 아는 거죠.

유진경 그렇죠. 자산가들은 실패에 대한 인정도 빨라요. 2007년에 대부분 해외펀드에 투자했잖아요. 부자가 남다르다는 것은 10~15% 손실 났을 때 미련 없이 환매하더군요. 그만큼 상황 판단이 빠른 거죠.

윤태경 확실히 앞으로 돈을 벌 사람인지 아닌지는 위기를 겪어 보면 알 수 있어요. 예를 들어 금융위기 이후 일본 경제가 더욱 침체되면서 일본 펀드 투자 기대감이 낮아졌잖아요. 조금이라도 손실이 적을 때 환매하자고 얘기했더니 투자자들은 크게 투자 손실금을 만회할 때까지 기다리겠다는 의견과 손실난 것은 잊어버리고 다른 투자처로 갈아타자는 의견으로 나뉘더군요. 당연히 손실은 빨리 인정할수록 돈 벌 수 있는 기회를 만듭니다.

강지현 일본 펀드 얘기하니까 생각나네요. 2008년 초에 일본 펀드를 손실 없이 모두 다 환매했어요. 하루 사무실 문 닫고 200억원 가까이 팔았습니다. 서브프라임 모기지론 사태가 터졌을 때 고객을 일일이 찾아다니며 환매를 요청했죠. 당연히 처음에는 매도하지 않겠다고 하셨어요. 끊임없이 설득해서 평균 20% 수익 냈을 때 팔았습니다. 덕분에 지난해 고객들 포트폴리오 짜는데 부담이 없었어요. 발목 잡고 있는 펀드가 없으니까요. 하지만 고객을 다시 주식시장으로 이끌기는 쉽지 않았어요. 강북 고객은 70~80대 노인 분이 많으셔서 투자 리스크를 두려워하세요. 은행도 자산가들의 자금을 1 대 1로 관리하는 랩상품을 내고 싶지만 규제에 묶여 있습니다. 한편으로는 은행에서 랩을 내놓으면 고객들이 따라올지도 미지수입니다.

윤태경 랩 시장에 은행까지 나선다면 돈을 뺄 때가 아닌가 싶은데요.

유진경 일부 부자는 이미 서서히 자금을 회수하고 있습니다.

홍철승 주로 시장 전망과 자산 포트폴리오 짜는 방법을 얘기했잖아요. 그렇다면 투자 타이밍을 언제로 봐야 할까요?


조재영 내부적인 변수는 실적이라고 봅니다. 현재 기업들의 실적보다는 시장이 저평가됐다고 보는데요. 올해 주식 비중을 늘렸다가 내년에 실현하는 단계로 가면 될 것 같습니다.

윤태경 ‘비쌀 때 팔고 쌀 때 사자’는 게 제 신조인데 지금 비싼 편이에요. 수익률이 10%대면 파는 게 낫습니다. 이때는 틈새시장

을 찾아 투자처를 찾는 게 유리합니다. 미국은행 유상증자 등 싸고 저평가된 상품을 찾는 겁니다. 해외상품은 금융소득종합과세에 해당되지 않는다는 점도 장점이죠.

강지현 투자 타이밍은 철저히 고객 입장에서 생각합니다. 30~40% 수익을 낸 펀드는 환매를 권하고요. 투자자 입장에서 시장이 비싸지 않다거나 좀 더 기다릴 수 있다고 하면 본인이 인내할 수 있는 범위에서 투자를 하도록 하죠.

홍철승 높은 수익률을 내는 것도 좋지만 고객 입장에서는 마음이 편해야 합니다. 최대한 고객이 돈을 지킬 수 있도록 자산 포트폴리오를 잘 짠 후 분할매수하는 게 안전합니다.

부동산도 종목으로 접근해야

윤태경 부자들은 부동산에도 관심이 높잖아요. 부동산 시장에 대해 의견을 나눠보면 어떨까요?

홍철승 최근 8·29 정책이 나왔지 않습니까. DTI(총부채상환비율) 규제도 풀렸고요. 핵심은 금리거든요. 지난번 금통위에서는 동결했지요. 부동산 시장에 대한 기대감이 긍정적인 방향으로 바뀔 것이라는 예측이 가능합니다. 시간 차이는 있지만 아파트 전세가격이 반등하면서 매매가격에도 영향을 줄 것으로 보입니다.

윤태경 DTI 규제를 완화했다는 것은 대출 받아서 집 사라는 얘기 아닌가요? 앞으로 물가가 오를 가능성도 있는데 빚 내서 집 사라고 하는 게 맞나 싶어요.

홍철승 이번 정책은 집값을 올리기 위함이 아니라 매매 기능을 정상화하기 위해 DTI 규제를 풀었다고 생각합니다. 집을 파는 사람에게는 호재인 거죠. 특히 1가구 2주택자라면 집을 팔 수 있는 기회입니다. 양도소득세 중과 유예를 2년 연장했기 때문에 손해를 덜 보고 집을 팔 수 있는 타이밍을 노려볼 수 있습니다.

강지현 사실 부동산은 개인의 소득과 밀접한데요. 내년에 소득이 더 좋아질 리도 없는데 부동산 시장이 회복될지 궁금합니다.

조재영 아무래도 부동산으로 부를 축적한 옛날 부자들은 부동산에 대한 믿음이 크지 않을까요? 사실 요즘 집값 많이 떨어졌다고 하는데 강남 아파트는 많이 빠지지 않았어요. 지난해 말과 비교하면 2% 미만으로 하락했어요. 서초구는 유일하게 0.2% 올랐고요.

강지현 전체 자산 중 90%가 부동산인 고객이 있어요. 그가 갖고 있는 집이 모두 7채인데요. 제가 그동안 앞으로 집값이 빠질 수 있으니 정리할 필요가 있다고 여러 차례 얘기했는데 도통 듣지 않으셨어요. 그분이 드디어 7채 중 한 채는 팔겠다고 상담 일정을 잡아달라고 하더군요. 앞으로 부동산 가격이 과거처럼 20~30% 수익을 내줄 것으로 기대하기는 어렵다는 걸 깨달은 거죠. 부동산 가격은 점차 하향 안정화될 것으로 보입니다.



유진경 역발상 투자는 해볼 수 있겠죠. 집값이 빠지고 집을 팔려는 사람이 많을 때 저렴하게 좋은 집을 살 수 있는 기회라는 거죠.

윤태경 소형 아파트가 그 대안이 될 수 있겠네요. 요즘 집 안 짓잖아요. 3~4년 뒤에는 다시 집이 부족할지 몰라요. 그때는 고령화 사회로 접어들면서 소형 평형 아파트가 인기를 얻을 겁니다. 요즘 경매시장에서 소형 아파트 낙찰가율이 약 75%로 낮은 편이라 저렴하게 살 수 있습니다. 이제 부동산도 종목으로 접근할 때입니다.

염지현 마지막으로 투자자들에게 조언을 해주신다면….

홍철승 고객들은 항상 부동산과 금융자산 투자 비중을 균형 있게 운용하는 게 중요합니다. 예를 들어 전체 자산 중 부동산 비중이 70~80%라면 금융자산 비중을 늘리는 게 맞겠죠. 이때 고민할 것은 투자 리스크와 앞으로 사용처입니다. 부동산은 언제 처분할지 아니면 자녀에게 물려줄지를 세금, 부동산 경기 등 여러 가지 변수를 고려해야 합니다. 요즘처럼 불확실성이 높을수록 투자에 신중해야 합니다.

유진경 주식을 살 때는 분할매수하고 과감히 손절매할 줄 알아야 합니다. 손절매가 어려운데요. 앞으로 가격상승 기대감이 보이지 않을 때는 묻어두고 기다리기보다 손해를 감수하고 파는게 현명합니다. 손절매를 잘한다면 그만큼 수익 내는 것도 쉬워집니다.

조재영 주식, 채권 등 어떤 자산에 투자하느냐에 따라 성과가 달라지는 때는 아니라고 봅니다. 그 안에서 기대 수익률이 높은 종

목을 찾아내는 게 중요하죠.

윤태경 고객들이 한 가지 투자법칙만 기억하면 좋겠습니다. 바로 쌀 때 사서 비싸게 파는 거죠. 그리고 남들 투자할 때 따라가지만 않으면 됩니다.

강지현 맞습니다. 가장 현명한 투자 방식은 잃지 않고 지키는 겁니다. 균형 있는 포트폴리오를 유지하는 것도 빼놓을 수 없죠.

201010호 (2010.09.24)
목차보기
  • 금주의 베스트 기사
이전 1 / 2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