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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세 경영자로 산다는 것 >> 50명에게 물었다 

BMW·아우디 타며 , 유산의 20%는 사회에 공헌
존경하는 기업인 1위 스티브 잡스… 과반은 집에서 반대하는 결혼 ‘포기’ 

2세 경영자들은 경영수업의 멘토, 존경하는 인물, 그리고 넘어서고 싶은 존재로 아버지를 꼽았다. 포브스코리아는 아버지 회사에서 경영수업을 받고 있는 2세 50명에게 ‘차세대 경영자’로 사는 것에 대해 물었다. “매일 시험을 보는 느낌이다. 아버지는 내 일거수일투족을 보고 판단하며 기업가로서의 자질을 평가한다. 실수하면 후계에서 밀려날 수 있다는 불안감이 있다.”

2세 경영자의 86%인 43명이 CEO는 ‘외롭고 고독하다’고 답했다. 이 중 절반이 넘는 56%는 경영 참여 전부터 이를 알고 있었다고 했다. 아버지가 집에서 회사 이야기를 하는 일은 거의 없었다. 하지만 회사가 어렵거나 중요한 결단을 내릴 때면 집안 분위기가 바뀐다는 것이다.

윤지영 한국저축은행 상무는 “초등학교 시절 주말에도 일하러 나가는 아버지를 붙잡고 놀아 달라고 떼를 쓰곤 했다. 하지만 철이 드니 혼자 고생하시는 아버지를 돕고 싶은 마음이 생겨 경영에 참여하게 됐다”고 말했다.

대학 졸업 후 회사에서 일을 시작한 다음에야 CEO의 어려움을 알게 됐다고 답한 이는 30%였다. 이 과정에서 대다수 응답자는 아버지를 더욱 존경하게 됐다고 말했다.

경영 참여를 생각하게 된 계기는 뭘까. 여기서 아버지의 존재는 뚜렷이 부각된다. 전체 응답자의 70%가 ‘아버지 때문’이라고 답했다. 구체적으로 보면 ‘아버지의 뒤를 잇기 위해서’가 52%, ‘힘들어 하시는 모습에 돕고 싶어서’ 10%, ‘아버지를 뛰어넘고 싶어서’라는 응답이 8%였다.

경영 참여를 원하지 않는다고 답한 응답자는 모두 11명. 그러나 이들 중 10명은 전문 경영인 제도가 기업에 더 합리적이라고 답했다. 경영 참여 의사를 밝힌 39명 응답자 대부분은 예상대로 오너 시스템이 더 효율적일 것이라고 답했다. 이해영 대림 B&Co 사장은 “오너는 기본적으로 전문경영인에 비해 기업에 대한 애정이 크고, 3년 기준으로 실적을 내야 하는 전문경영인에 비해 장기적 시각으로 기업의 미래를 구상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정용호 아이비피아 대표는 “기업이 커지면 전문경영인이 필요하지만 지주회사는 오너가 직접 경영하면서 전문경영인을 관리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회사에 문제가 생겼을 때 최종 책임은 결국 오너가 져야 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응답자 5명 중 1 명 ‘경영 참여 원치 않아’

2세들의 경영수업에 가장 큰 영향을 준 인물로 60%가 가족과 아버지를 꼽았다. 이는 아버지가 경영하는 모습을 곁에서 보고, 궁금한 점은 언제든지 물을 수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이들 중 18%가 아버지에게 가장 배우고 싶은 점으로 ‘열정적 자세’를 꼽았다. 다음으로 ‘성실함’(13%), ‘리더십’(12%), ‘추진력과 인내심’(10%) 순이었다.


2세들은 아버지의 ‘독단과 독선’(46%)은 닮고 싶지 않다고 했다. 나만 옳다는 모습, 의사결정에서의 독단, 무조건 지시하는 스타일에 거부감을 보인 것이다.

2세에게 아버지는 경영 멘토이자 엄격한 시험관이기도 하다. 익명을 요구한 한 응답자는 “매일 시험을 보는 느낌이다. 아버지는 내 일거수일투족을 보고 판단하며 기업가로서의 자질을 평가한다. 실수하면 후계에서 밀려날 수 있다는 불안감이 있다”고 토로했다.

경영에 참여한 2세들이 어려움에 처할 때 가장 먼저 누구와 고민을 나눌까. 60%가 고민을 터놓을 대상으로 가깝게 지내는 2세 경영인을 꼽았다. ‘나와 비슷한 환경이기에 이해의 폭이 넓다’ ‘해답을 빨리 찾을 수 있다’ ‘믿고 속을 털어놓을 수 있다’는 것이다. 박선정 GLMI 사장은 “2세들은 사회적으로 주목 받다 보니 끼리끼리 어울리는 성향이 강하다. 그만큼 폐쇄적 네트워크에 살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존경하는 기업인 아버지→잡스→이건희 순

부모가 반대하는 결혼에 대해 56%는 ‘포기하겠다’고 밝혔다. 거꾸로 말하면 이들은 아버지의 뜻에 따라 결혼하겠다는 것이다. 이는 일반인과 차이가 있다. 결혼정보업체 듀오가 2010년 조사한 데 따르면 부모가 결혼을 반대할 경우 ‘승낙할 때까지 기다리겠다’는 의견이 남자 72.2%, 여자 65%로 나타났다. 가업을 이어야 하는 2세들이 일반인에 비해 결혼에 대해서도 부담을 갖는 것으로 추측된다.

하지만 개인적 결혼관은 일반인과 큰 차이가 없었다. 응답자의 62%가 ‘인성’을 가장 중요한 요소로 꼽았고 ‘가정환경’(24%), ‘외모’(14%) 등이 뒤를 이었다.

상속과 사회공헌에 대해 2세들은 우호적이었다. 자녀에게 유산을 배분하는 과정에서 사회공헌이 필요하다는 응답자가 94%에 달했다. 유산의 20%가량을 ‘사회공헌 하겠다’는 답이 44%로 가장 많았다. 36%는 재산의 절반, 10%는 80% 이상을 내놓겠다고 말했다. 한 응답자는 “자식에게 갈 것은 결혼 후 집 한 채와 기업 경영권, 그것도 본인이 원하고 능력이 검증됐을 때만 가능하다”며 “이는 현재 아버지가 내게 늘 하시는 말씀”이라고 말했다.

존경하는 기업인에 대해 대부분이 아버지라고 답했다. 아버지를 제외하고 존경하는 기업인으로 ‘스티브 잡스’(22%)를 꼽은 사람이 가장 많았다. 다음은 ‘이건희 회장’(18%), ‘정주영 회장’(16%), ‘윤석금 회장’(8%) 순이었다. 선정 이유는 인물과 관계없이 ‘강력한 추진력’ ‘시대를 읽는 능력’ ‘계속 발전하는 모습’ 등이다. ‘독일 중소기업’을 존경한다는 답도 있었다. 박고은 만희기전 과장은 “작은 규모지만 어디에도 내놓을 수 있는 핵심 기술로 당당하게 세계를 무대로 활동하는 모습이 인상적”이라고 말했다.


‘2세 경영자로 산다는 것에 책임감을 느낀다’는 응답이 절반(52%)을 넘었다. 물질적으로 풍요롭지만 정신적 부담과 압박이 크다는 것이다. 김익환 한세실업 차장은 “경영인은 조직 구성원과 그 가족까지 책임져야 한다”며 “진검승부를 하는 각오로 일하지 않으면 죽는다는 생각을 항상 품고 있다”고 밝혔다.

이들은 대부분 아버지를 뛰어넘고 싶다는 의욕을 보였다. 일반인은 누리는 것이 많다고 부러워하지만 정작 본인들은 더 잘해야 한다는 강박에 시달리고 있다. TV 드라마나 영화에 나오는 재벌 2세들은 그야말로 ‘황태자’다. 고급 외제차에 저택에서 양주를 마신다. 돈을 물 쓰듯 할 것 같다. 과연 그럴까.

설문 결과 소유하고 있는 자동차는 BMW와 아우디 각 8명, 현대 제네시스 5명, 벤츠와 그랜저 각 4명 순이었다. 역시 2세들의 외제차 선호도가 높다는 걸 알 수 있다.

응답자들의 한 달 용돈은 평균 300만원이었다. 일반인에 비해서는 많다고 할 수 있지만 통념보다 액수가 크지는 않았다. 한 응답자는 “자동차의 경우 값보다 자신이 좋아하는 모델을 선택하는 까닭에 수입차를 타는 사람이 많은 것 같다”며 “집에 있는 돈이 아니라 용돈을 벌어 쓰는 처지라 아껴야 한다”고 말했다.

201104호 (2011.03.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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