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도전(1345~1398)은 조선 건국의 최대 공로자다. 새로운 나라의 마스터 플랜을 구상했다.
그는 건국 후 6년 만에 이성계의 아들이자 정적인 이방원에게 죽음을 당한다.
역적 딱지가 붙었고 이후 조선의 역사에서 이름이 지워졌다. 그러나 정도전은 그대로 사라진 게 아니다.
그가 기획하고 실천했던 새로운 나라의 모습은 500년 조선 역사에서 살아 숨쉰다.
조선의 개국공신이 여럿 있지만 정도전이란 이름을 빼놓을 수 없다. 그는 조선의 기틀을 닦은 인물이다. 정도전은 새로운 나라의 이름을 조선이라고 지었고 도읍을 한양으로 정했다. 그는 각종 궁궐과 관청 건축을 총괄하면서 나라의 초석을 다졌다.
『시경』의 ‘대아 편’을 인용해 군자 만년에 큰 복(景福)을 누리라는 의미로 경북궁이라는 이름을 지었다. 왕이 정치에서 늘 부지런할 것을 강조해 정전의 이름을 근정전(勤政殿)이라 하였다. 궁궐 전각의 명칭 부여, 종묘와 사직의 정비, 성곽 축조 등 모든 건국 사업의 중심에 그가 있었다. 도읍의 위치와 왕궁 건설은 겉으로 드러난 치적이다. 그는 민본 사상과 공(公) 개념을 기반으로 조선의 운영 시스템을 집대성한 인물이다. 정도전은 국왕보다는 국가, 국가보다는 백성이 우위에 있다는 민본사상을 지니고 있었다. ‘백성은 국가의 근본인 동시에 군주의 하늘이다’고 생각했다. 통치자의 모든 동작이나 시설, 법제는 하나같이 백성을 위해야 한다는 사상에 근거해 조선의 법령을 정비해 나간 것이다. 그의 민본사상은 추상적이거나 이론에 치우치지 않았다. 정도전은 고대 중국의 유교 정치 이념을 반영한 『주례(周禮)』를 모델로 교육, 과거, 신분, 경제, 국방제도에 이르기까지 국가가 백성들을 어떻게 통치해 나갈 것인지 방향을 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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