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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wer Leader - MUSIC 라이머 브랜뉴뮤직 대표 

“대중 사로잡아야 좋은 콘텐트” 

글 김현경 포브스코리아 기자 사진 오상민 기자
심사위원 강명석 대중문화평론가│김대진 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안석준 CJ E&M 음악사업부문 대표│정재옥 크레디아 대표│최광호 한국음악콘텐츠산업협회 사무국장

▎라이머 브랜뉴뮤직 대표가 가수생활을 할 때 만든 마지막 정규 앨범의 포스터다. 그는 포스터를 보면 당시 힘들었던 기억이 떠오른다고 했다. 그때마다 소속 가수들에게 좋은 제작자가 되겠다고 다짐한다.



라이머(본명 김세환·37) 브랜뉴뮤직 대표는 경영인이기 이전에 래퍼이고 작사가이자 프로듀서다. 그가 엔터테인먼트 사업에 뛰어든 이유는 매우 현실적이었다. “한 분야를 파고들면 그 분야의 권위자가 돼야 하는데 나이 들면 은퇴하는 것처럼 사라져야 하는 음악계의 현실이 안타까웠어요. 음악을 오래하려면 나만의 레이블(후배 양성을 위해 만든 회사)이 있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라이머 대표는 고등학교를 졸업할 무렵인 1996년 크로스오버 힙합팀 ‘조&라이머’로 데뷔했다. 이후 건국대 신문방송학과에 입학(96학번)한 그는 1999년 ‘크로스’란 팀으로 이름을 바꾸고 언더그라운드 활동을 했다. 하지만 빛을 보지 못했다. 2003년 이효리의 ‘헤이 걸’을 비롯해 이현도, 아이비, 신혜성 등의 곡에 랩 피처링을 하면서 이름을 조금씩 알리기 시작했다.

그해 IC엔터테인먼트를 설립해 지마스터, 태완 등 음반을 제작했다. 2004년 프로듀서 회사인 브랜뉴프로덕션, 2009년 조PD와 합작으로 기획사 브랜뉴스타덤을 차렸다. 결국 2011년 단독 기획사 브랜뉴뮤직을 차렸다. 힙합 가수 산이, 범키 등 소속 가수 12팀, 프로듀서 8명을 포함해 50여 명 직원이 일한다.

‘코리아 2030 파워리더’ 뮤직 부문 심사윈원들은 “지난해 가요계는 힙합이 강세였다”고 입을 모았다. 브랜뉴뮤직이 그 덕을 봤다. 지난여름 음원다운로드 사이트 멜론에서 1~50위까지 리스트에는 라이머의 가수들 노래가 매달 10곡 이상 순위에 올랐다. 브랜뉴뮤직이 이름을 알린 건 버벌진트의 ‘좋아 보여’ 앨범이 뜨면서다.

라이머 대표가 10년 전부터 알고 지낸 버벌진트에게 함께 일하자고 제안했고 그는 흔쾌히 받아들였다. “그 친구가 없었다면 지금의 브랜뉴뮤직은 존재하지 않았을 거예요.” 라이머 대표는 그를 ‘김 회장’이라 부른다. 가장 아끼는 소속 가수를 물을 때도 버벌진트라고 했다. 처음부터 같이 한 정 때문이란다.

기획사와 가수, 상생의 문화로 신뢰 쌓아

브랜뉴뮤직은 설립 2년만에 빠르게 성장했다. “하루 아침에 큰 건 아니에요. 그렇다고 죽을 만큼 힘들었던 적도 없었지만 차근차근 단계를 밟아가고 있습니다.” 올해 목표는 해외 진출이다. 버벌진트와 미스에스가 일본 시장에 진출하고 올 상반기에 일본과 동남아 등지에서 소속 가수들의 합동 공연 ‘브랜뉴데이’를 열 생각이다.

라이머는 어렸을 때부터 남들 앞에서 노래하고 춤추는 걸 좋아했다. 바비 브라운 등의 흑인 음악을 즐겼고 우연히 힙합 뮤직비디오를 보고 그 자유분방함에 빠졌다. “음반매장에 가서 이름도 모르는 흑인 가수 CD를 사서 들었어요. 노래를 잘 못 불러 랩을 해야겠다고 생각했죠.” 라이머의 수줍은 고백이다. 지인이 기획사를 소개해 줘 가수의 길로 접어들었지만 소속사와 소송이 붙으면서 가수 생활이 힘들어졌다.

할 수 없이 직접 작곡한 음악을 데모 CD에 담아 직접 홍보에 나섰다. “연예인 나오는 잡지 맨 뒷 페이지를 보면 기획사 연락처가 나오는데 모두 찾아다녔어요.” 두 달을 그렇게 다녔지만 연락은 단 한 군데에서도 오지 않았다. 음악하던 친구와 함께 음반을 만들어 자체적으로 활동을 시작했다.

리포터, 매니저, 작곡가, 각종 예능프로그램 게스트로 출연했다. 그러다 우연히 음악하는 친구들을 도와주고 싶어 곡을 주고 프로듀서를 해주니 의외로 잘 맞았고 반응도 좋았다. 가수를 다시 하고 싶지 않냐는 질문에 라이머 대표는 수줍은 듯 “앨범을 준비하고 있다”고 했다. 아직 소속사 식구들에게는 비밀이다.

라이머 대표는 “기획사는 소속 연예인에게 제작 환경을 만들어주고 생산한 음악을 모아 발표하는 허브”라며 “어느 가수에게도 음악 콘셉트와 방향을 제시하지 않는다”고 했다. “비슷한 음악 색깔이 아닌 각자의 개성을 살리고 뮤지션을 개별 레이블로 여기는 브랜뉴뮤직은 음악 공동체입니다.”

“기획사 주도의 음악, 차일피일 미루는 수익 정산, 원치않는 방송 등은 가수에게 강요하지 않는다”고 라이머 대표는 말했다. “가수가 기획사에 종속되는 권위적인 분위기에선 문제가 생길 수밖에 없어요. ‘내가 널 키웠어’가 아니라 기획사와 가수가 파트너십을 가져야 합니다. 회사가 그린 그림에 가수를 짜맞추지 않아요.”

그러면서 브랜뉴뮤직의 브랜드 신뢰도는 급상승했다.음악팬들이 브랜드를 믿고 듣기에 범키처럼 생소한 가수의 음악도 히트할 수 있었다. 중요한 건 역시 좋은 콘텐트였다. 라이머 대표는 “완성도 높은 콘텐트 제작이 마케팅 전략”이라고 했다. “노래가 좋다는 신뢰를 쌓아가는 것이 방송에 한 번 더 노출되는 것보다 중요합니다.”

라이머는 요즘 음악 시장의 변화를 체감한다. 지난해 힙합이 인기를 끌었던 이유를 라이머 대표는 이렇게 설명했다. “몇몇 작곡가에게 의존한 정형화된 아이돌 음악과 드라마 OST, 즉흥적인 이슈에 기반한 오디션 프로그램 음원이 시장을 오래 잠식했지만 이제 식상해졌습니다. 다양한 캐릭터로 색깔을 내는 힙합이 재미를 준 거죠. 과거 힙합은 철학적이고 사회적인 메시지가 담긴 그들만의 음악 장르로 여겨졌지만 우리 문화에 맞게 변신에 성공했어요.” 라이머 대표는 힙합이 살려고 아등바등 발버둥치는 시기를 넘어 변화의 중심에 있다고 설명했다.

브랜뉴뮤직의 목표는 명확하다. 라이머 대표는 과거 기획사는 규모와 영향력에 집착했지만 이제 바뀌고 있다고 했다. 요즘 투자와 합병 제안이 많지만 관심조차 없다며 그는 웃었다. “몸집을 키워 코스닥에 상장하거나 몇 대 기획사에 들어가겠다는 욕심보다 좋은 음악 회사를 만드는게 목표입니다. 소속 가수와 직원들이 행복한 곳으로요. 우리가 행복하고 즐거울 때 만든 음악이 대중에게도 위안과 기쁨을 줄테니까요.”

201402호 (2014.0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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