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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wer Leader - FOOD&WINE 이유석 루이쌍끄 오너셰프 

“요리 통해 새로운 문화 만들고 싶다” 

사진 오상민 기자
심사위원 김은조 블루리본서베이 편집장│배한철 인터컨티넨탈서울 총주방장│이성곤 바앤다이닝 발행인│이윤화 다이어리R 대표│이인순 WSA 원장

▎후추를 가는 페퍼밀은 이유석 루이쌍끄 오너셰프가 자주 사용하는 요리 도구다. 프랑스에서 잃어버렸던 이민가방을 찾은 후 거기 든 돈으로 제일 먼저 산 것이 페퍼밀이다.



서울 강남구 선릉로에는 점심영업을 하지 않는 레스토랑이 있다. 바로 ‘루이쌍끄’다. 저녁 6시에 문을 열고 새벽 1시에 닫는 가스트로펍(Gastro Pub, 요리에 좀 더 신경 쓰는 펍)이다. 자리는 30석이 안 된다. 이 때문에 사람들은 루이쌍끄에서 일본 만화 ‘심야식당’을 떠올린다. 하지만 이유석(33) 오너셰프는 이 얘기를 듣고 손사래를 쳤다. “손님이 심야식당의 마스터(주인) 이미지를 바라는 데 나도 모르게 그 이미지에 맞춰갈 때가 있더라고요. 사실 전 따뜻한 사람이 아니에요.”

이 레스토랑의 테이블에는 테이블보가 없다. 식전 빵과 코스 요리도 메뉴에서 뺐다. 음식 가격이 다양해 누구나 즐기기에 부담 없도록 하기 위해서다. 이 셰프는 요리사 옷대신 흰색 셔츠를 입고 음식을 만든다. 그가 갖고 있는 흰색 셔츠만 22벌이다. “요리사보다는 펍 주인처럼 편안하게 보이고 싶었어요. 손님이 일주일에 한 번 이상 같은 음식을 먹으러 부담 없이 들르는 곳이 됐으면 했거든요. 최고의 음식을 만들기보다는 라면 같은 음식을 만들고 싶습니다. 안 먹고는 못 배기는 중독성 있는 음식이요.”

루이쌍끄는 입지 선정에만 6개월이 걸렸다. “휴대전화에 부동산 전화번호가 40개 정도 저장돼 있었습니다. 하루일과가 부동산과 통화하고 점포 자리를 보러 다니는 거였어요. 부동산에서 끼니를 때울 때도 있었죠. 매일 8시간씩 서울의 거의 모든 상권을 살펴봤어요 .”

그러다 결정한 곳이 레스토랑과 와인바가 밀집한 서울 압구정 로데오 거리다. “레스토랑은 보통 저녁 9시에 마지막 주문을 받고 10시가 되면 웨이터가 시계를 보더라고요. 손님은 눈치껏 자리에서 일어나고 2차를 어디로 갈지 고민합니다. 2차로 사람들이 많이 가던 와인바는 요리가 약간 부실한 느낌이 있었어요. 오후 늦게 문을 열어 늦은 시간에 문 닫으면 손님이 눈치 안보고 오래 머물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일종의 틈새시장이었죠.”

루이쌍끄 문을 열 때 그의 수중에는 300만원뿐이었다. 레스토랑을 차리기 위해 은행에서 대출 받았다. 주위에서는 경기가 안 좋다고 반대했다. 실제 루이쌍끄가 시작된 2010년에는 새로 문을 연 레스토랑이 많지 않았다. “나는 오히려 그게 기회라고 생각했어요. 사람들은 새로운 맛을 찾을 테니까요.”

다행히 짧은 시간 동안 입소문이 났다. 2012년 영국 로이터통신, 미국 AP통신이 서울 강남의 대표 레스토랑으로 루이쌍끄를 꼽았다. 세계적인 레스토랑 안내서 ‘자갓 서베이’가 뽑은 주목할 레스토랑에도 선정됐다.

이번 ‘코리아 2030 파워리더’ 푸드&와인 부문 심사위원으로 참여한 김은조 블루리본서베이 편집장은 “이 셰프는 서울에서 생소했던 가스트로펍을 처음 시작했고, 가스트로펍이 유행처럼 번진 지금도 새롭고 독특한 메뉴를 계속 개발해 미식가를 즐겁게 한다”고 했다. 요즘 그가 주력하고 있는 것은 ‘샤퀴테리’. 햄, 소세지, 살라미, 파테 등을 통칭한다. 이 셰프는 8개월 전부터 직접 훈연하고 오랜 시간 건조해 10가지의 수제 샤퀴테리를 만든다.

그에게 모든 손님은 VIP다. 맥주 한 병을 몇 시간 동안 마시는 손님이나 비싼 요리를 여러 개 주문한 손님이 똑같이 소중하다고 했다. “하우스 와인 한 잔과 안주 하나만 주문했던 손님이 다음에 와서 많이 주문할 수도 있잖아요. 법인카드로 몇 백 만원 쓴 손님이 다음에 또 그렇게 쓰라는 법도 없고요. 꾸준히 찾아주는 손님이 대접받는 것이 맞죠. ”

본인은 따뜻한 사람이 아니라고 했지만 이 셰프가 손님을 생각하는 마음은 각별하다. 오픈키친을 통해 손님을 살피면서 불편하지 않게 신경 쓴다. 임산부에게는 모든 음식을 충분히 익힌 ‘웰던’으로 나간다. 나이 지긋한 손님이 들어오면 평소보다 덜 짜게, 좀 더 푹 익혀서 음식을 내보낸다. 단골 손님의 음식 알레르기나 유당불내증 같은 체질을 기억했다가 음식을 만들 때 반영한다.

여건이 되면 메뉴에 없어도 손님이 먹고 싶어하는 음식을 만들어 준다. 인터뷰 전날, 이 셰프는 헝가리에서 주재원 생활을 오래 한 남자 손님에게 ‘굴라쉬’를 만들어줬다. 파프리카 가루를 넣어 육개장처럼 만든 헝가리 음식이다. “굉장히 천천히 먹더라고요. ‘맛이 없나’하고 생각하는데 옆자리 외국인 커플이 먹어보더니 맛있다고 했어요. 나중에 그 손님이 ‘아까워서 빨리 못 먹겠다’고 하더군요. 일 때문에 회사에서 힘들었는데 고맙다면서요.”

이 셰프는 손님들과 마음을 나눴던 이야기를 지난해 『맛있는 위로』라는 책으로 엮었다. 그는 의외로 요리하게 된 이유를 “학교 성적이 좋지 않아 선택할 수 있는 게 별로 없었다”고 담담하게 말했다. 이 셰프는 예전부터 먹는 걸 좋아했고 가끔 집에서 음식 만드는 일에 재미를 느꼈다. 어차피 간절히 하고 싶은 일이 없다면 그나마 재미를 느끼는 일을 하루 빨리 시작하는 편이 낫다는 생각을 했다. 전문기술을 익히면 어디 가서 굶어 죽지는 않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이 셰프는 서울보건대 (현 을지대) 조리예술학과 졸업 후 2004~2006년까지 레스토랑에서 일하다 프랑스로 떠났다. 이민가방과 그 안에 든 돈을 잃어버려 맨몸으로 3개월을 살았다. 파리의 한인 교회에서 행사가 있으면 자원해서 음식을 만들고 남은 것은 싸와서 허기를 채웠다. 그는 요리 학교 대신 레스토랑을 찾아가 ‘일하게 해달라’고 부탁했다. “국내에서 요리한 경력이 있어 학교보다는 바로 일하고 싶었어요. 내가 좋아하는 셰프에게 배우고, 또 다른 좋아하는 셰프를 찾아가 배우는 식이었죠.”

파리에서 미슐랭 3스타급 레스토랑인 라스트랑스, 랑브루아지 등에서 3년간 일한 그는 불쑥 스페인으로 떠났다. 스페인어는 한마디도 할 줄 몰랐다. 스페인으로 가는 비행기 안에서 스페인어 책을 처음 펼쳤다. 도착한 그는 1년 동안 바르셀로나, 라만차 등지에서 유명 레스토랑은 물론 정육점에서 일했다. 육류 다루는 법을 알고 싶어서였다. 여기서 그는 신선한 재료를 잘 살리는 요리를 배울 수 있었다. “때로는 무작정 두드리는 것이 제일 빠르더라고요.”

그는 “루이쌍끄 2·3호점은 없다”고 했다. “루이쌍끄로 새로운 문화를 만들고 싶었어요. 늦게까지 한 장소에서 식사하고 술 마시면서 대화할 수 있는 문화요. 문화는 거창하지 않습니다. 귀여니(본명 이윤세)의 소설이나 카페민들레 영토처럼 작은 것 하나도 문화가 될 수 있죠. 앞으로도 새로운 문화의 흐름을 만들고 싶어요. 레스토랑을 또 열게 되면 또 다른 문화를 만들어내는 곳이 돼야겠죠. 최종적으로는 다양한 브랜드를 만들고 싶습니다.” 중국 상하이 등 해외에 레스토랑을 내고 싶다는 소망도 얘기했다. “그러려면 지역에 맞는 새로운 콘셉트로 1년 이상 준비해야겠죠. 이를 위해 기업체와의 협업도 생각하고 있습니다.”

201402호 (2014.0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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