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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wer Leader - FINANCE 김미연 유진투자증권 애널리스트 

강남엄마 필독서 ‘교육의 정석’ 

사진 오상민 기자
심사위원 김영일 한국투자신탁운용 CIO│박수근 삼일회계법인 부대표│이창구 신한은행 WM영업본부장│유영선 하나은행 자금본부장│한정수 국민연금 주식운용실장

▎강남엄마와 워킹맘이 매년 손꼽아 기다리는 보고서가 ‘교육의 정석’이다. 이 보고서가 화제가 돼 서울·부산·광주 등지에서 입시 설명회가 열렸다.



김미연(38) 유진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업계에서 ‘교육의 정석’으로 통한다. 2011년 이후 해마다 내놓은 보고서 ‘교육의 정석’ 시리즈가 열풍을 일으켰기 때문이다. 업계 뿐이아니다. 강남엄마들은 물론이고 입시 정보에 목말랐던 ‘워킹맘’의 필독서가 됐다. 130쪽에 달하는 보고서는 마치 입시 참고서같다. 디자인도 홍성대 상산고 이사장이 지은 참고서 『수학의 정석』과 닮았다. 이 보고서의 인기는 인쇄수로 증명됐다. 보통 증권가 보고서는 700부가량 인쇄한다.

지난해 내놓은 ‘교육의 정석Ⅲ’은 5000부를 찍었다. 이마저도 동이 났다. 유진투자증권은 고객서비스 차원으로 전국입시설명회를 개최했다. 김 애널리스트는 지난해 서울·부산·대구·광주를 다니며 강연을 했다. 워킹맘인 이서현 삼성에버랜드 사장의 요청으로 제일모직과 제일기획 두 곳에서도 설명회를 열었다. 그는 지난해 여러 언론사에서 교육업종 베스트 애널리스트에 선정됐다.

이 보고서의 인기 비결은 증권사 교육담당 애널리스트가 내놓은 입시 전략서라는 점이다. 객관적인 시각으로 산업을 분석하는 전문가가 작성했다는 점이 학부모의 신뢰를 얻었다. 보고서를 넘기면 수많은 통계와 그래프가 눈길을 끈다. 애널리스트 특유의 체계적인 분석으로 중학교부터 대학까지 입시전형을 파헤쳤다. 그가 입시 분석 보고서를 낸 계기에는 학부모에 대한 안타까움이 컸다.

“교육업종을 분석하다보면 자연스레 입시 정책에 관심을 갖게 됩니다. 사교육 시장이 커질수록 메가스터디 등 교육주가 오르기 때문이에요. 각종 입시설명회를 가보면 정보가 넘칩니다. 문제는 논술학원은 논술 위주로, 수능학원은 수능위주로만 설명하는 거에요. 학부모가 혼란에 빠질 수밖에 없어요. 반면 교육부의 의도는 간단해요. 다양성을 추구하겠다는 겁니다. 예컨대 어떤 학생은 학생부가 우수해서, 어떤 학생은 구술 시험을 잘 봐서도 서울대에 입학할 수 있어요.”

보고서만 봐도 최근 교육 이슈를 알 수 있다는 점도 빼놓을 수 없다. 학부모의 관심이 높은 분야일수록 보고서 앞부분을 장식했다. 지난해 내놓은 보고서에선 사교육 시장 다음으로 국제학교를 중점적으로 분석했다.

“제목이 ‘기러기 아빠에게 희망을’ 입니다. 그동안 기러기 아빠는 자녀의 성공을 위해 감내해야 할 필수 코스였죠. 2011년 9월 이후 제주도에 국제학교 3곳이 잇따라 생기면서 기러기 아빠의 대안이 되고 있습니다. 기업을 탐방하듯 학교를 방문해서 교육 특성을 분석했습니다. 이곳의 장점은 다른 지역 외국인 학교와 달리 해외 거주 경험이 없어도 지원이 가능하다는 점이에요. 유치부에서 고등학교까지 외국식 교육을 채택하고 있고요. 일정 학년 이상은 보딩스쿨(기숙학교)로 운영됩니다. 비용은 1년에 기숙사비 포함해 최소 3000만원 이상이 듭니다.”

그가 많은 시간을 할애한 부분은 ‘명문대 입시 전형표’다. 수십장에 이르는 대학별 입시 전형을 한눈에 볼 수 있도록 표로 정리했다. 그는 “도표가 워낙 커서 A4용지만한 크기로 보고서를 만들수 밖에 없었다”고 우스개 소리를 했다. 실제 이 도표만 봐도 전형별 정보를 쉽게 파악할 수 있다. 예컨대 2014년 서울대 수시 일반 전형을 보면 학생부 서류·면접·구술이 중요하다. 수능성적은 아예 적용되지 않는다. 1단계 서류 평가를 통과하려면 자기소개서와 학업계획서도 철저히 준비해야 한다.

그가 금융업계에 발을 딛은 데는 사회적 영향이 컸다. 1999년 동덕여대 경제학과를 졸업한 그는 취업할 곳이 마땅치 않았다. 외환위기 직후라 사람을 뽑는 회사는 손에 꼽을 정도였다. 그중 하나가 증권사였다. 8년 동안은 동양종합금융증권 투자 전략팀에서 주식 시장을 분석했다. 일이 익숙해질 무렵 그는 업종 담당 애널리스트로 전공을 바꿨다.

김 애널리스트은 “사무실을 벗어나 현장을 누비며 기업을 분석해 보고 싶었다”고 했다. 쉽진 않았다. 그가 맡을 수 있는 분야는 시가총액이 적은 교육업종 정도였다. 흥미롭게도 그가 교육업종을 맡은 2006년부터 사교육 시장이 폭발적으로 성장했다. 교육업종 대표주인 메가스터디 주가는 2008년 37만원까지 올랐다. 이후 사교육 억제 정책이 나오면서 메가스터디는 하향세를 그렸다.

급변하는 교육시장의 흐름 속에서 김 애널리스트는 교육 전문가가 됐다. 그는 “그동안 쌓은 경험과 인맥을 활용해 교육 업계에 도움이 되는 보고서를 써보고 싶었다”고 얘기했다. 그 결과물이 바로 ‘교육의 정석’ 시리즈다. 그렇다고 이 보고서로 특별히 부수입을 올린 것은 아니다. 책자나 입시 설명회 모두 무료다. 김 애널리스트의 말을 빌리자면 ‘재능 기부’인 셈이다.

워킹맘 이서현 사장도 강연 요청해

보고서는 그에게 대형 프로젝트다. 보고서 분량부터 130쪽에 달한다. 1년 내내 시간이 날 때마다 자료를 모은다. 4월 말 대학 입시전형이 발표되면 본격적으로 보고서를 작성한다. 보통 3주 동안은 밤을 지새우며 매달렸다. 보고서가 워낙 화제가 되기 때문에 회사에서도 적극 도와준다. 그는 “매번 보고서를 쓸 때마다 내년에는 절대 쓰지 않겠다며 수 없이 다짐한다”고 했다.

그렇다면 올해는 안 쓸까. 그는 “역시 나온다”며 웃는다. “어쩔수 없어요. 이 보고서를 기다리는 사람들이 너무 많아요. 한번은 회사로 한 아주머니가 떡 한말을 포장해서 찾아왔어요. 입시설명회 때 얘기를 듣고 그대로 실천했더니 자녀가 원하는 대학에 들어갔다는 거에요. 여러차례 고맙다고 하는데 기분이 좋더라고요.” (웃음)

그가 입시설명회때마다 빼놓지 않는 말이 있다. 입시와 진로는 동일하다는 것. “우리나라는 입시만 있고 진로가 없어요. 수많은 입시컨설턴트도 입시와 진로는 다르다고 합니다. 합격한 후에 진로를 고민하자는 거죠. 그때는 이미 자녀가 꿈을 찾는 기회를 놓칠 수 있어요. 물론 아이의 적성을 찾고 이끄는 일은 쉽지 않아요. 먼저 아이부터 파악해야 합니다. 예를 들어 요즘 과학고 입시는 심층 면접이 변수입니다. 어릴 때부터 자녀가 책을 많이 읽고 과학적인 사고를 할 수 있도록 도와줘야 합니다.”

그에겐 올해 6살된 아들 민섭이가 있다. 레고블록를 사줬더니 축구공처럼 발로 차더란다. “과학쪽은 아닌거 같아요.(웃음) 반면 영어 단어를 한 번 들으면 곧바로 외워요. 작년에 아이 유치원에서 가장 좋아하는 물건을 주제로 발표회를 했어요. 시키지도 않았는 데 은행 통장을 갖고 설명을 하더군요. 돈을 많이 모으면 나중에 원하는 것을 살 수 있다고요. 다들 깜짝 놀랐죠. 조금 더 지켜봐야겠지만 아이는 어학 능력이 좋은 거 같아요. 즉 아이에 맞는 교육이 필요하다는 얘기에요.”

201402호 (2014.0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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