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태원 회장이 징역 4년형을 받으면서 여동생 최기원 행복나눔재단 이사장의 행보가 주목받고 있다. 최 이사장이 경영 전면에 나설 가능성은 작다. 하지만 최 회장이 직접 챙겼던 사회적기업 육성이라는 남은 숙제를 해결할 적임자로 최 이사장이 꼽힌다.
▎2008년 12월 29일 오후 ‘SK 해피쿠킹스쿨, 드림쉐프 1기 졸업식’이 열린 서울 종로구 수도요리학원에서 행복나눔재단 최기원 상임이사가 축사를 하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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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월 27일 대법원은 최태원(53) SK그룹 회장과 동생 최재원(50) 수석부회장에게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법’ 횡령 혐의에 대해 각각 징역 4년과 징역 3년 6개월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최 회장은 SK C&C 대주주 지위만 유지하고, 그룹 경영에서 완전히 손을 뗐다. 2012년 SK그룹이 ‘따로 또 같이 3.0’ 체제로 바뀌면서 각 계열사가 경영에 책임을 지고 있지만, 그룹 총수의 부재는 위기 상황이다. 최 회장의 부재를 대신할 이가 누구인지를 놓고 여러 가지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가장 주목을 받는 이는 최 회장의 여동생 최기원(49) 행복나눔재단 이사장이다. 그는 2009년 2월 행복나눔재단 이사장직에 오른 이후 재단 행사 외에는 외부에 나서지 않고 있다. SK그룹 경영에도 관여하지 않았다. 그런데도 최 이사장이 관심을 끄는 이유는 최태원 회장 다음으로 지분이 많기 때문이다.사회적기업 육성 적임자최태원 회장은 SK C&C를 통해 그룹에 영향력을 행사한다. SK C&C는 지주회사인 SK의 지분 31.48%를 보유하고 있다. SK C&C 최대주주는 38% 지분을 보유한 최태원 회장이다. 그 다음이 최기원 이사장으로 10.5%를 소유하고 있다. 최 이사장은 최태원 회장 다음으로 그룹 경영에 영향을 줄 수 있는 대주주다.최 이사장이 경영에 나서는 것 아니냐는 추측이 일각에서 나오는 이유다. 하지만 현실성이 없다는 분석이 높다. 지난해 1월 최 회장이 법정 구속이 된 이후에도 최 이사장은 그룹경영에 관여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SK그룹의 한 임원은 “최 이사장을 지켜봤을 때 사회공헌 활동에 많은 열정을 갖고 있어 행복나눔재단에만 집중할 것”이라고 전했다.최 이사장이 비록 경영에 관여하지 않겠지만, 최태원 회장의 빈자리를 대신해 전면에 나서야 할 과제가 있다. 사회적기업 육성이다. 최 회장은 ‘사회적기업 전도사’로 불렸다. 그는 사회적기업 설립과 지원을 위해 SK그룹 계열사의 도움을 받아 500억원을 조성했다. 이 중 일부가 행복나눔재단의 재원으로 쓰인다.2005년부터 시작된 최 회장의 사회적기업에 대한 관심은 많은 결과물을 만들어냈다. ‘행복도시락’ ‘행복한학교’ 등 70여 개의 사회적기업을 육성했다. 사회적기업가 양성을 위해 KAIST와 양해각서(MOU)를 맺고 ‘사회적기업가 MBA’ 과정을 만드는 뚝심도 보여줬다.2010년에는 대기업 최초로 사회적기업단을 출범시켰다. 사회적기업에 대한 최 회장의 활동은 국내외에서 눈길을 끌었다.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이 인정할 정도였다. 반 총장은 한 조찬강연회에서 “국내에서 최태원 회장과 SK그룹의 사회적기업 모델이 표본이 되고 있다”고 칭찬했다.최 회장이 전면에 나서면 행복나눔재단 최 이사장은 후미에서 조용히 지원하는 협업 방식으로 사회적기업을 육성했다. 따로 또 같이 3.0 체제에는 글로벌위원회, 동반성장위원회 등 6개 위원회가 있다. 동반성장위원회산하에 사회적기업팀이 있어 최 회장의 활동을 이어받지만, 무게감은 전혀 다르다.최 이사장이 사회적기업 육성을 위해 전면에 나설 수 있는 적임자다. SK그룹 관계자는 “최태원 회장의 부재로 사회적기업 육성 활동이 중단되지는 않는다”면서 “최기원 이사장의 역할이 더 많아질 부분은 있는 것 같다”고 대답했다. 행복나눔재단 관계자는 “사회적기업 사업은 SK그룹 동반성장위원회 관할하에 행복나눔재단에서 실행하고 있다”면서 “최 이사장의 경영 참여에 대해서는 답변할 부분이 없다”고 설명했다. 사회적기업 육성을 위해 최기원 이사장이 전면에 나설지 재계가 주목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