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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UTOS | LINCOLN INTERIOR DESIGN CHIEF SOO KANG - 링컨 DNA에 젊은 디자인 심다 

강수영은 링컨에서 나오는 모든 차의 인테리어를 책임지는 수석 디자이너다. 그는 럭셔리 세단이라는 링컨 고유의 디자인 DNA에 젊은 유전자를 이식하고 있다. 원칙은 ‘사람을 위한 디자인’이다. 

글 조득진 포브스코리아 기자 / 사진 오상민 기자

“링컨 MKC는 뒤태가 예쁜 차다.” 강수영은 인테리어 디자이너인데 아웃테리어를 더 강조했다. 안과 밖의 디자인이 조화로운 차가 링컨이라는 설명이다. 붉은 조명의 LED 일체형 테일 라이트는 MKC의 특징이다.
1980년 십대 중반의 강수영은 ‘큰 세상을 보라’는 어머니 뜻에 따라 남동생과 함께 미국행 비행기에 올랐다. 롱아일랜드 주 로즐린 고등학교에서 음악과 미술을 공부하던 중 진로에 대한 갈등을 겪었다. 결국 미술을 공부하기로 결정한 그는 오하이오 주 클리블랜드 예술대학에 입학했다.

대학에서 산업디자인을 전공하던 그는 졸업 무렵 포드가 후원하는 자동차 디자인 공모전에 참가했다. 당시 과제는 ‘4인승 럭셔리 세단 디자인’이었다. 3개월 남짓 자동차 디자인을 공부했던 그는 4년 전공자들을 제치고 우승을 차지했다. 포드에서 나온 5명의 디렉터는 그의 선과 면 처리에 높은 점수를 주었고, 다음날 ‘미시간주 디어본 사무소로 출근하라’는 합격통지를 받았다. 1986년의 일이다.


링컨 MKC 실내
“자동차 디자인 전공자들은 주로 스포티하고 트렌디한 디자인을 시도했지만 나는 4명이 탈 수 있는 여유롭고 안락한 공간 디자인에 주력했다. 지금도 보는 디자인이 아닌 느끼는 디자인, 한마디로 디자인의 기능성을 중시한다.” 링컨 디자인 스튜디오의 인테리어 수석 디자이너 강수영(51·SooKang)의 말이다. 링컨은 포드의 프리미엄 브랜드. ‘올 뉴 링컨 MKC’ 론칭 행사를 위해 18년 만에 한국을 찾은 그를 서울 강남구 신사동 포드 전시장에서 만났다.


강수영 디자이너의 링컨 인테리어 스케치.



강수영 디자이너의 링컨 인테리어 스케치.


보는 디자인에서 느끼는 디자인으로

강 디자이너는 미국 자동차업계 최초의 아시아계 여성 디자이너라는 타이틀을 보유하고 있으며 지금은 세계 자동차업계의 유일한 여성 수석디자이너다. 2007년부터 링컨 디자인을 맡았고 2010년 수석 디자이너로 승진해 30여 명의 팀을 이끌고 있다. “포드에 입사해 6개월마다 다른 스튜디오나 다른 프로젝트로 순환근무를 했다. 인테리어, 익스테리어 구분이 없었다. 입사한지 얼마 되지 않은 신출내기가 차 한 대를 구석구석 디자인하며 경험해 봤으니 엄청난 기회였던 셈이다.”

자동차 인테리어에 들어가는 부품은 약 600개 정도. 이들은 각각의 기능을 하면서도 세련미를 갖춘 패널로 구성된다. 강 디자이너는 넓은 공간과 정갈함을 염두에 두고 링컨의 인테리어를 디자인한다. 그래서 그의 디자인에는 실효성이 담겼다는 평가다. 다섯 개의 버튼으로 자동차의 움직임을 손쉽게 제어할 수 있는 버튼식 변속 시스템이 대표적이다. 변속 레버 가 있던 기존 중앙 콘솔을 창의적이면서도 여유로운 수납공간으로 탈바꿈 시켰다. 그는 “사람을 향한 디자인, 사람을 위한 디자인을 고민한다”고 말했다. “운전석에 앉았을 때 모든 패널이 조작하기 편한 곳에 위치해야 한 다. 하지만 기능적으로 접근하면 디자인은 딱딱해질 수밖에 없다. 기능적인 요소를 미적으로 풀어내는 데 인테리어 디자인의 차별화가 있다.”

링컨 브랜드는 자동차의 고전으로 불린다. 마니아층의 선호도가 높지만 다소 올드하고 대중적이지 못하다는 평가도 있다. 이 때문에 최근 변신을 추구하고 있다. 지난해 중형 세단 ‘올 뉴 링컨 MKZ’로 부활의 신호탄을 쏘아 올렸고 내친 김에 보다 젊은 중산층들을 공략하기 위해 첫 콤팩트 SUV ‘MKC’를 내놓았다. 지난 9월 18일 MKC 출시 행사에서 포드코리아 노선희 이사는 “프리미엄 자동차가 더 이상 대형세단일 필요가 없다는 소비자가 늘면서 MKC는 세단과 SUV의 장점을 고루 모은 제품으로 존재감을 과시할 것”이라고 자신했다.

강 디자이너는 “지난 100여 년 동안 고급 자동차만 생산 해 온 링컨은 럭셔리 이미지가 강하다. 이것은 링컨 디자인 의 DNA”라며 “하지만 최근 이 DNA를 계승하면서 새로운 기운을 보강하는 작업이 이뤄지고 있다”고 말했다. 링컨의 탁월한 테크놀로지는 그대로 사용하면서 사이즈별로 디자인을 달리한 MKZ와 MKC가 대표적이다. MKZ가 여 성적인 디자인이라면 MKC는 보다 역동적인 모델이다. “이번에 출시된 MKC는 그동안 링컨이 어필하지 못했던 새로운 계층을 타깃으로 하고 있다. 교육 수준이 높고 진보적인 생각을 가진 사람들이다. 링컨 디자인의 DNA를 새롭게 해석하기 시작한 것이 MKZ라면 그 완성도를 높인 것이 MKC다.”

링컨에서는 새 모델의 디자인을 시작할 때 5가지 키워드를 중시한다. 건축학적 요소, 정제된 힘, 우아한 미적 감각, 깔끔하고 여유로운 공간, 그리고 역동성과 강인한 존재감이다. 균형과 아름다움은 물론 강한 구조와 섬세한 디테일, 그리고 따뜻한 감성까지도 동시에 갖춰야 한다는 설명이다. 실물로 본 MKC는 미국 자동차로서는 작은 편이었다. 링컨 고유의 날개 모양 그릴은 MKZ와 닮았지만 좀 더 커지고 역동적으로 디자인됐다. 일자형 테일 라이트는 존재감이 강하다. 조개껍질처럼 열리는 클램 테일 게이트는 뒤에서 볼 때 선이 보이지 않게 디자인되어 차가 커 보이는 효과가 있다.

강 디자이너는 현재 30명이 넘은 팀을 관리하고 있다. 매니저부터 점토모형 서포터에 이르기까지 분야도 다양하다. 또 엔지니어, 마케팅 담당자, 비즈니스 담당자들과 늘상의하고 협업해야 한다. 버튼 하나로 기어를 변동할 수 있는 기능은 그가 가장 맘에 들어 하는 부분이지만 이렇게 완성될 수 있을 때까지는 오랜 시간 팀을 설득해야만 했다. “마 치마에스트로 같다. 한 사람이라도 이해를 못하고 일이 어긋나기 시작하면 모든 것이 엉망이 된다. 하지만 각각 자신이 맡은 부분을 제대로 이해하고 일을 처리하면 아름다운 화음을 이룬다. 하프를 공부한 것이 도움이 된다.”(웃음)

가죽 이후 자동차 인테리어 소재 고민

30년 가까이 자동차 디자이너로 살아온 그는 “좋은 자동차는 좋은 옷과 같다”고 말했다. 트렌드에 좌우되면 안 된다 는 것이다. “명품 브랜드 샤넬은 시간의 흐름에 민감하지 않 다. 30년이 지난 가방이 지금도 여전히 모던하고 가치 있다. 자동차의 디자인도 마찬가지다. 지나치게 트렌디한 것은 2~3년 만에 그 인기가 식는다. 강의 때 만나는 학생들에게 ‘유행보다는 사람들의 편리함을 보라’고 강조한다.”

대신 간결하고 단순한 것이 더욱 큰 감동과 메시지를 전달한다고 믿는다. 그리고 이를 디자인에 반영한다. “차량용 인포테인먼트 시스템만 보더라도 너무나 많은 기능을 담고 있다. 하지만 이것을 다 활용하는 운전자는 드물다. 넘치는 것은 부족함만 못하다.” 그는 또 ‘석유와 가죽 이후의 시대’를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지구상에 석유나 동물 가죽이 무궁무진하지 않을 터, 그에 대한 대안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론칭 행사 후 서울 인사동과 강남 일대를 열심히 뒤지고 다닐 계획이라고 했다. 자동차 디자인 의 새로운 재료, 색다른 영감을 얻기 위해서다.

201410호 (2014.09.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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