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ech

KAKAOPAY - 카카오페이, 알리페이와 운명의 결전 

금융위원회가 PG사의 카드정보 저장 허용 방침을 발표하면서 페이팔, 알리페이 등 글로벌 간편결제 서비스가 한국에서 영업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 카카오톡을 기반으로 하는 카카오페이가 한국의 간편결제 시장을 지킬 수 있을지 많은 이들이 주목하고 있다. 


지난 9월 5일 서비스를 시작한 카카오페이가 순항 중이다. 홈쇼핑을 포함해 다양한 온라인 가맹점을 끌어들였고, 카카오페이를 채택하는 카드사도 늘어나고 있다. 한국에서도 모바일 간편결제 시장이 본격적으로 시작된 것이다.

프리랜서 사진작가 이모씨는 벌써부터 미국의 최대 쇼핑 시즌인 블랙 프라이데이(미국의 추수감사절인 11월 넷째 주 목요일 바로 다음 날) 세일을 기다린다. 이씨는 “블랙 프라이데이 세일 기간에는 한국에서보다 훨씬 TV를 싸게 구입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가 미국에 거주하는 것도 아닌데, 왜 미국의 대규모 세일을 기다리는 것일까. 바로 아마존, 이베이 등에서 물건을 사고 쉽게 결제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베이의 페이팔, 아마존의 원클릭 등의 간편결제가 낳은 현상이다. 중국의 알리익스프레스는 ‘한국 배송비 무료’라는 특별한 당근을 내걸면서 한국의 직구족을 유인하고 있다. 알리익스프레스도 알리페이라는 간편결제를 통해 쉽게 결제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갖췄다. 이씨는 “한국에도 이런 간편결제 서비스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대표적인 글로벌 간편결제 서비스로는 페이팔, 알리페이 등이 있다. 페이팔은 1억 5000만 명의 회원을 보유하고 있고, 알리페이 가입자는 8억 명이 넘는다. 얼마 전 애플은 근거리무선통신(NFC)을 이용한 간편결제 서비스인 애플페이를 선보이면서 간편 결제 시장의 다크호스로 떠오르고 있다.

웹 시대에서 모바일 시대로 접어들면서 모바일 간편결제 시장 규모가 폭발적으로 성장하고 있다.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2013년 2조4750억 원 규모의 모바일 결제 시장은 2014년 6조150억 원으로 4배 가까이 상승할 전망이다. 해외 경제전문 사이트 비즈니스 인사이더의 ‘BI 인텔리전 스’ 자료에 따르면 2013년 18억 달러(약 1조8000억 원) 규모였던 미국 모바일 결제시장 규모가 2018년에는 1890억 달러에 이를 것으로 예상했다. 전자결제 시장도 모바일로 급속하게 재편되고 있다.

그동안 한국은 개인인감인 공인인증서 때문에 간편결제 시장이 열리지 않았다. 전자결제의 불편함 때문에 공인인증서 폐지를 주장하는 목소리가 높았지만, 보안성을 이유로 묵살됐다. 고려대 김승주 교수(정보보호대학원)가 “공인인증서는 만병 통치약이라는 인식을 심어줬기 때문에 창의적인 결제상품이 나오지 못했다”고 말하는 이유다. 보안성만 강조되고 사용자의 편의성을 고려하지 못한 탓에 페이팔 같은 서비스가 나오기 힘들었던 것.

하지만 지난 3월 박근혜 대통령의 ‘천송이 코트’ 발언(공인인증서 때문에 중국인이 천송이 코트를 사지 못한다고 말했다) 이후 간편결제 시장이 급속하게 열리기 시작했다. 지난 5월에는 30만 원 이상 온라인 신용카드 결제시 공인인증서 의무사용제도가 폐지됐다. 7월 28일에는 금융위원회가 전자결제 대행업체인 PG사가 카드정보를 저장하도록 허용한다고 발표했다. 그동안 카드사만 저장할 수 있던 카드정보를 PG사가 저장한다는 것은 페이팔·알리페이 등의 글로벌 기업이 한국에서 영업할 수 있다는 의미다. 이베이에서 분리돼 몸이 가벼워진 페이팔은 한국 시장 진출 가능성을 타진했다는 이야기도 들려온다.

PG사 카드정보 허용, 페이팔 한국 진출 가시화

한국의 IT 기업도 모바일 간편결제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빠르게 서비스를 내놓고 있다. G마켓의 스마일페이, 네이버의 라인페이, LG유플러스의 페이나우 등이 대표적이다. 하지만 9월 5일 서비스를 시작한 카카오페이 만큼의 힘을 갖고 있는 서비스는 드물다. 카카오톡이라는 대표적인 메신저 플랫폼이 있기 때문이다.

전문가들도 “적절한 시기에 나온 것 같다”며 반기는 분위기다. KINX 윤원철 경영지원실장은 “카카오페이의 서비스 출시 시기가 좋다”면서 “결제문제로 모바일 서비스에 한계가 있었는데, 카카오페이 덕분에 모바일 서비스가 활성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카카오페이가 한국의 간편결제 시장을 선점하려면 다양한 가맹점을 끌어들여야 한다는 숙제가 남아있다.

모바일 간편결제 개방이 급속도로 진행되면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전문가들은 “글로벌 간편결제 서비스가 아무런 대비 없이 한국에 들어오면 토종 PG사가 큰 타격을 입는다”고 지적한다. 한국 기업의 경우 기술과 노하우가 부족하기 때문이다.

지난 10월 16일 한국은행은 ‘전자결제 인증체계 개선 방향과 향후 과제’라는 보고서에서 한국 PG사에 대한 우려를 지적했다. ‘해외와 달리 신용카드사 및 PG사가 온라인 신용카드 거래에 대한 부정거래탐지시스템(Fraud Detection System, FDS)을 구축·운영한 경험이 부족하다는 점도 우려할 만한 요인이다.’

다음카카오 페이먼트사업부류영준 부장은 “근래카드사들도 부정거래탐지시스템을 도입하는 등 노하우를 키우고 있다”며 “카카오페이는 금융감독원의 보안 가이드 라인을 충실하게 따르면서 소비자가 우려하지 않도록 하겠다”고 대답했다.

다음카카오 페이먼트사업부 류영준 부장 - “한국에서는 카카오페이가 알리페이 이길 수 있다”

PG사가 카드 정보를 저장하는 것에 대해 우려가 높다.



페이팔이나 알리페이는 사용자의 신용카드 정보를 저장한다. 하지만 카카오페이는 신용카드를 등록하면 카드 번호의 홀수·짝수 자리의 수를 서버와 사용자 휴대폰에 나눠 저장한다. 결제할 때만 그 번호를 불러오는 시스템이다. 서버를 해킹한다고 해도 카드 번호가 유출될 가능성이 없다.



사업을 다각화하지 않고 결제 플랫폼에만 머문다고 했다.



우리 경쟁사의 경우 플랫폼을 제공하면서 직접 서비스를 만들기도 한다. 그런 경우 플랫폼 사업자는 자신의 서비스를 마케팅할 수밖에 없다. 우리는 플랫폼 사업에만 충실할 것이다.



카카오페이를 내놓은 이유가 뭔가.



경영진의 아이디어였나. 카카오페이는 바텀 업(Bottom up, 밑에서부터 제안하는 형식)으로 진행됐다. 모바일 결제가 너무 불편해서 바꿔야 하지 않느냐는 요구가 있어 서비스가 나오게 됐다. 다음카카오가 모바일 사업을 하는데, 상품을 고른 고객이 100명이라면 이 중 구매를 완료한 사용자는 50명도 안됐다. 모바일 결제가 불편하기 때문이다. 모바일 결제 시장의 성장에 발맞춰 결제까지 쉽게 한다면 시장이 더 커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카카오페이를 만들면서 가맹점 영업을 하는데, 다들 너무 좋아했다.



카카오페이를 쓰겠다고 하는 가맹점은 얼마나 되나.



9월 5일 카카오페이가 출시됐다. 이제 1개월이 지났는데, 가입자는 120만 명을 넘어섰다. 카카오페이를 이용한 결제금액은 아직 규모가 크지 않다. 가맹점은 계속 늘어나고 있다. GS홈쇼핑, 롯데홈쇼핑, 신세계홈쇼핑, 요기요, 배달통, 홈플러스 등 다양한 곳에서 사용이 가능하다. 카드사도 계속 참여하고 있다. 아이폰 사용자는 오는 12월이면 이용할 수 있다.



애플은 애플페이를 내놓으면서 22만 개 가맹점과 손잡았다고 발표했다. 카카오페이와 왜 이렇게 차이가 나는 것인가.



애플은 수년 전부터 준비했기 때문이다. 애플의 전략이다. 우리도 조금 더 준비했으면 가맹점은 훨씬 늘어났을 것이다. 하지만 내년에 카카오페이를 내놓는 것보다 지금 내놓는 것이 좋다고 판단했다.



페이팔, 알리페이 등의 글로벌 간편결제와 경쟁할 수 있나.



간편결제의 핵심은 설치와 결제가 편해야 하는 것이다. 다른 서비스의 경우 결제의 편의성은 좋아도 설치가 어렵다. 구글이나 애플의 앱스토어에서 받아서 설치해야 한다. 운영체제 플랫폼을 이용하기 때문이다. 우리는 운영체제 기반의 간편결제가 아니다. 카카오톡이라는 메신저 서비스를 플랫폼으로 사용하고 있다. 카카오톡은 국내 대부분의 사람들이 사용하고 있지 않나. 한국에서 카카오페이는 충분히 경쟁력이 있다.



201411호 (2014.10.23)
목차보기
  • 금주의 베스트 기사
이전 1 / 2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