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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명품펀드⑤ 코리아리치투게더펀드 - ‘소수·일등·소통’ 3박자 갖춘 펀드 

 

사진 지미연 기자
최광욱 에셋플러스자산운용 운용본부장이 ‘코리아리치투게더펀드’가 국내 대표 가치투자펀드 자리에 오를 수 있었던 비결을 털어놨다. 그저 옳다고 생각한 길을 묵묵히 걸어온 결과다.



매일 아침 8시, 에셋플러스자산운용(이하 에셋플러스)의 운용역이 한자리에 모인다. 여느 증권사나 자산운용사에서 볼 수 있는 종목 회의지만 다른 점이 있다면 해당 기업의 현재가 아닌 미래에 주목한다. 예를 들면 이렇다. KT는 지난 2분기 어닝쇼크를 기록했다. 8300여 명에 달하는 대규모 인원감축에 따른 명예퇴직 자금이 원인이었다. 에셋플러스는 어닝쇼크가 아닌 앞으로의 수익구조 개선에 초점을 맞춰 열띤 토론을 펼쳤다. 그리고 KT의 편입을 결정했다. 에셋플러스 판교 사옥에서 만난 최광욱 운용본부장은 “데이터를 기반으로 해 분석 기업의 미래 비즈니스모델에 대해 토론하는 게 이 회의의 주목 적”이라고 말했다.

그는 회의가 원활하게 이뤄지기 위해서는 운용역의 투자관이나 생각이 잘 맞아야 하며, 무엇보다 에셋플러스의 운용 철학을 이해해야 한다고 했다. 그래서 에셋플러스는 신입사원 때부터 함께해온 직원이 많다. 특히 핵심 운용역의 평균 재직기간이 10년이 넘을 정도로 장기근속을 자랑한다. 이들이 바로 에셋플러스의 간판펀드인 ‘코리아리치 투게더펀드’를 이끌어간다. “10년 넘게 같은 신념으로 펀드를 운용하고 있으니 다른 생각을 할 수 없죠. 저는 여기서 좋은 펀드가 나온다고 생각합니다.”

펀드에 운용 철학을 담다

국내 대표 가치투자펀드로 자리 잡은 코리아리치투게더펀드는 투자자도 그 진가를 알아준다. 펀드평가사 에프앤 가이드에 따르면 국내 설정된 54개 가치투자펀드 중 연초 이후 자금유입이 신영자산운용의 ‘신영밸류고배당증권투자신탁’(1조1819억원) 다음으로 많은 5600억원에 달했다. 두 펀드는 국내주식형펀드 전체에서도 연초 이후 자금유입규모 1, 2위를 기록했다. 같은 기간 국내주식형펀드에서 5조6000억원의 자금이 유출된 것과 비교하면 큰 성과다.

코리아리치투게더펀드는 에셋플러스가 자문사에서 자산운용사로 전환한 2008년에 설정됐다. 사실 이 펀드가 세상에 등장하기까지 숨은 이야기가 있다. 최 본부장은 2006년 6월 돌연 회사에 사표를 냈다. 투자자문사다보니 5억원 이상의 고액자산가 이외의 자산을 운용할 수 없다는 데 한계를 느꼈기 때문이다. 그는 투자 금액에 상관없이 모든 투자자가 투자할 수 있는 펀드를 만들고 싶었다. 그런 그가 퇴직 6개월 만에 복직했다. “강방천 에셋플러스 회장께서 직접 찾아와 네가 원하는 펀드를 할 수 있게 해줄 테니 돌아오라고 했습니다.” 어렵게 얻은 기회라 누가 봐도 에셋플러스다운 펀드를 만들고 싶었다. 그래서 코리아리치투게더펀드에 ‘소수펀드·일등펀드·소통펀드’라는 에셋플러스의 투자 철학을 고스란히 담았다.

코리아리치투게더펀드는 에셋플러스가 운용하는 유일한 국내주식형펀드다. 에셋플러스는 국내 투자시장에 랩(Wrap) 열풍이 불 때, 배당펀드나 그룹 펀드처럼 속성펀드가 주목받을 때 흔들리지 않고 오직 한 펀드에만 운용 역량을 집중시켰다. 코리아리치투게더펀드의 최근 5년 누적수익률은 70.14%(11월 20일 기준)다. 연평균 11%가 넘는 수익률을 기록한 셈이다. 에셋플러스가 자산운용사로 전환한 직후 펀드 직접 판매라는 힘든 길을 선택한 것도 운용 철학을 지키기 위해서였다. 펀드에 투자한 투자자와 운용역이 직접 소통하는 구조를 만들려는 이유에서다. 최 본부장은 “펀드 판매사가 없다는 건 굉장히 힘든 일”이라며 소신을 지키는 일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상기시켰다. 에셋플러스는 블로그와 사회적 관계망 서비스(SNS) 등 투자자와 소통할 수 있는 방법을 찾고 증권사에서는 2011년 11월 키움증권에서 최초로 펀드 판매를 시작했다. 그리고 올해부터는 은행권으로 판매사를 확대해 하나은행과 신한은행, 광주은행, NH농협에서도 코리아리치투게더펀드를 가입할 수 있게 됐다.

끝까지 살아남을 일등기업 찾아라

에셋플러스가 코리아리치투게더펀드를 만들면서 이름처럼 모두가 부자되는 펀드를 만들기 위해 선택한 운용전략은 ‘일등기업’이다. 최 본부장은 일등기업을 산업의 구조조정과 최악의 불황에도 마지막까지 살아남을 수 있는 기업이라고 정의한다. “모든 산업은 항상 호황과 불황을 반복합니다. 그 과정에서 퇴출당한 기업의 몫을 살아남은 기업이 나눠 갖게 되죠.” 2008년 금융위기를 불러온 리먼브라더스 사태가 대표적인 예다. 일등마저 시대가 변화하면서 역사 속으로 사라지기도 한다. 그래서 최 본부장은 일등기업 정의에 “미래의 기업환경에 능동적으로 대처하는 기업”이라는 조건을 붙였다.

그럼 이 기준에 맞는 기업을 어떻게 찾아낼까. 에셋플러스는 물적 자원이나 재무제표가 아닌 비즈니스모델과 같은 동태적 가치에 주목한다. 에셋플러스는 4년 전 호텔신라에 주목했다. 당시 호텔신라의 주업은 호텔이었다. 그러다 비즈니스모델을 면세점으로 바꿔나가기 시작했다. 이 과정에서 호텔신라는 이익이 전혀 발생하지 않았지만 에셋플러스는 바뀐 비즈니스모델에 주목했다. “우리는 면세점이라는 유통업이 이 기업의 미래 비즈니스모델로 적합하다고 판단했습니다. 그래서 시가총액 5000억원일 때부터 호텔신라를 매수했죠. 지금 호텔신라의 시가 총액은 4조원에 가깝습니다.”

에셋플러스는 호텔신라가 앞으로 더 성장할 것으로 평가한다. 면세점 특성상 생산능력(CAPA)이 정해져 있지 않은 데다 활동영역을 동아시아로 확장해 나가고 있기 때문이다. 문제는 면세점 방문객의 급격한 감소다. “앞으로 면세점을 방문해서 소비하는 고객이 증가할지에 대한 부분은 동태적입니다. 하지만 중국소비자가 갑자기 가난해지거나 우리나라 사람이 해외여행을 가는 비중이 급격하게 줄 가능성은 얼마나 될지를 생각해 보면 답이 나옵니다.”

네이버가 주식시장에 상장한 2002년부터 지금까지 에셋플러스가 펀드 포트폴리오에 편입할 수 있었던 것도 동태적 가치에 더 주목했기 때문이다. “주가수익비율(PER)이나 주가순자산비율(PBR)로 본다면 네이버는 상장해서 지금까지 한 번도 주식 가격이 싼 적이 없습니다. 특히 상장 당시에는 시가총액이 4000억원이었고 적자상태였죠. PER이 10배로 시장에서는 모두 비싸다고 평가했습니다. 그런데 시가총액이 27조원이 되자 시장에서는 비로소 가치주라고 이야기합니다. 상식적으로 이상한 일 아닙니까.”

최 본부장은 동태적 가치에도 오류가 존재한다는 사실을 인정한다. 그래서 남보다 더 많이 탐방을 다니고 정보를 수집하며 열띤 토론을 한다. 그리고 각각의 산업에서 발생하는 작은 변화도 놓치지 않으려고 노력한다. 그에게는 한 가지 바람이 있다. 코리아리치투게더펀드가 투자자에게 오래 신뢰받는 펀드로 자리잡는 것이다. “우리가 최근 5~6년 동안 좋은 성과를 냈다고 해서 앞으로도 계속 좋을 수는 없습니다. 아마 수익률이 부진한 구간이 오겠죠. 그때 투자자가 펀드 수익률이 부진하다고 환매하는 게 아니라 오히려 투자 기회라고 자금을 더 넣을 수 있는 펀드로 인식됐으면 좋겠습니다.”

201412호 (2014.1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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