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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가침체기의 재테크 구원투수 ‘ELS’ <주가연계증권> 

 

서명수 포브스코리아 전문기자
저금리 시대가 오면서 재테크 세계에 겨울이 찾아왔다. 은행 금리는 연 1%대로 떨어져 물가상승까지 감안하면 실질 금리는 사실상 마이너스다. 돈을 넣는 순간부터 재산이 줄어든다는 이야기다. 주식 등 투자상품쪽도 경제의 불확실성, 미국의 양적완화 종료 같은 악재로 이렇다할 수익을 내지 못한다. 올들어 한국 증시는 전 세계에서 가장 추운 겨울을 만났다. 그러나 겨울이라고 모든 것이 꽁꽁 얼어붙는 것은 아니다. 간혹 햇볕이 따사롭게 내리 쬐는 곳도 생긴다. 겨울 속 봄 상품이다.

주가연계증권(Equity Linked Security, ELS)은 요즘처럼 금융시장이 어수해질 때마다 두각을 나타낸다. 주력 상품이 사라진 사이 그 틈바구니를 뚫고 치고 올라오는 기세가 무섭다. 시중 자금을 블랙홀처럼 빨아들인다. ‘입에 금 숟가락을 물었다’는 말이 나올 정도다.

ELS 시장은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인하하기 시작한 올 하반기부터 급성장했다. 상반기만 하더라도 월별로 들쭉날쭉하던 ELS 발행액은 7월 5조3735억원, 8월 6조 4483억원, 9월8조3324억원으로 증가세를 보였다. 10월 말 현재 발행잔액은 57조1224억원으로 사상 최대다.

ELS는 특히 저금리로 자산의 안전성 확보가 발등의 불인 자산가들 사이에서 인기가 높다. 주가가 크게 떨어지지 않으면 원금과 이자를 조기 상환해 줘 어찌 흘러갈지 모르는 시장에 선제적 대응을 할 수 있는 게 가장 큰 장점이다. 서울 강남의 한 증권사 점포 관계자는 “한 번에 10억원이 넘는 뭉칫돈을 맡기며 무조건 ELS를 구해달라는 고객이 적지 않다”고 말했다.

사실 ELS는 미국 등 선진증시에선 오래 전에 유행했다가 투자자들이 위험성을 인지하게 되면서 인기가 시들해진 금융상품이다. 해외에서는 거의 팔지 않는 ‘한물 간’ 상품이 뒤늦게 우리나라에서 돌풍을 일으키는 이유는 무엇일까. 최근 증시의 화두는 ‘중위험· 중수익’이다. 은행과 증시 사이에서 망설이던 투자자들의 선택은 돈을 덜 버는 대신 안전하게 굴리는 전략이다. 이런 전략에 딱 맞아 떨어지는 상품구조를 가진 게 바로 ELS다. ELS는 가입 당시 주가 대비 50~60% 이상 떨어지지 않으면 은행금리의 몇배나 되는 수익률을 보장해 준다. 투자자들은 ‘설마 반토막 나겠어’ ‘조기상환 조건도 있으니까 괜찮겠지’, 이런 생각으로 입질하게 된다. ELS 매력은 주가가 침체할수록 돋보인다. 주가가 바닥권에 이르면 더 이상 떨어질 가능성이 적기 때문에 투자위험도 그만큼 줄어든다.

2008년 미국의 금융위기 때도 그랬고, 2011년 10월 유럽의 재정위기 때도 그랬다. 그러나 주가 상승기엔 찬밥신세로 돌변한다. 한창 활황기엔 바닥을 긴다. 주가가 떨어질 일 밖에 없는 상황에서 ELS를 살 바보는 없다. 그러니까 증시 하락기에 재테크 구원투수로 나섰다가 상승기엔 벤치로 물러나는 ELS는 야구 투수의 입장과 비슷하다. 구원투수로서의 성적은 괜찮은 편이다. 올해 상환된 지수형 ELS의 평균 수익률은 6.4%로 중위험·중수익 상품으로서 진가를 발휘했다. 월간으로 따졌을 때 한번도 평균 수익률이 손실을 기록한 적이 없다. 상품구조는 아주 복잡하다. 하지만 뭔가 있어 보인다. 어쨌든 재테크 보릿고개에 짭짤한 수익을 내주니 고마운 존재다.

‘녹인’ 위험 제대로 알고 투자해야


ELS는 전문가조차 이해하기 어려운 고난도 상품이다. 시중에는 ELS만 다룬 전문 서적이 나와 있을 정도다. 내용물을 하나 하나 뜯어 보자. ELS는 개별 종목이나 지수같은 파생상품에 투자하는 데, 이를 기초자산이라고 한다. ELS의 99%가 종목형보다 변동성이 적은 지수형이라고 보면 된다. ELS에서 가장 민감한 변수가 ‘녹인(Knock-In)’ 조건이다. 녹인이란 기초자산가격이 일정 수준 이상 하락하면 손실이 생긴다는 조건이다. 즉, 약속된 수익률을 지킬 수 있는 마지노선이다. 당연히 녹인조건이 낮은 것이 상대적으로 덜 위험해 유리하다.

물론 녹인 조건이 낮아지면 그만큼 수익률도 낮아지기 마련이다. 위험과 수익은 비례관계다. 만약 녹인구간에 들어가게 되면 당초 약속했던 수익률을 주지 못하고, 만기시점의 수익률에 따라서 손익이 결정된다.

예를 들어 코스피 200지수와 홍콩항셍지수의 기초자산에 녹인 55%이며, 6개월 간격인 조기상환 조건이 최초 기준가격의 95%-95%-90%-90%-85% 이상인 연수익률 10% 만기 3년짜리 ELS가 있다고 하자. 6개월 뒤 1차 조기상환평가일에 두 지수가 최초기준지수 대비 95% 위에 있다면, 5%의 수익률로 상품운용이 끝나 고객은 세전 5%의 수익금을 받게 된다. 만약 1차 조기상환평가일에 두 지수 중 하나라도 95% 보다 밑에 있다면 2차 조기상환평가일로 넘어가게 된다.

이런 식으로 6차 평가일인 만기까지 갈 경우 6차 조기상환평가일의 기준인 85% 밑에 있다면, 녹인(최초 기준가격의 55% 밑으로 떨어진) 여부를 따지는 것이다. 통상 녹인구간에 진입한 경우 손실률은 40~50%나 된다.

아무리 방어율이 좋은 구원투수라 하더라도 단점은 있게 마련이다. 가장 아픈 대목은 원금 손실 가능성이다. 얼마전 일부 종목에서 주가 급락으로 손실이 발생한 것이 단적인 예다. 특히 올해 만기가 도래한 2011년 발행된 종목형 ELS의 경우 피해가 집중됐다. 이 종목형 ELS는 조선·화학·정유 등 업종의 종목을 기초자산으로 편입한 경우가 많다. 현대중공업의 경우 올해 상환된 ELS 429종에서 총 14.57%의 손실이 발생했다. 일부 종목형의 녹인구간 진입은 전체 ELS시장의 신뢰를 흔드는 사건이었다. 지수형의 쏠림현상도 우려 수준이다. 예를 들어 글로벌 경기 침체가 지속되는 가운데 중국의 회계부실 문제가 터져 홍콩항셍지수가 40% 이상 폭락한다고 가정하면 이 지수를 기초로 발행된 20조~30조원 규모 ELS에서 대규모 원금 손실이 발생할 수 있다. 또 원금 손실 구간에 접어든 ELS가 보유했던 지수선물을 처분할 때 시장은 수급적인 요인으로 추가 하락하며 손실을 눈덩이처럼 키울 수 있다.

전문가들은 “현재 지수형 ELS에 활용되는 기초자산이 2개 해외 지수에 집중된 것은 구조적인 시스템 리스크에 노출될 수 있는 대목”이라며 “해외 지수를 보다 다변화하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201412호 (2014.1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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