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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스키가 지겹다면 이젠 데킬라 

 

한국 주류시장에서 위스키, 보드카에 밀리며 고전하던 데킬라가 프리미엄 제품 출시가 이어지면서 주목받고 있다. 지인들과의 신년 파티, 감사의 마음을 담은 선물용으로도 품격이 떨어지지 않는다.

▎(왼쪽부터) 페트론 실버 (알코올 40%, 소매가격 14만원) 호세쿠엘보 리제르바 델라 파밀리아 (38%, 30만원대) 1800 실버(40%, 6만원) 올메카(38%, 소매 없음) 훌리오 아네호(40%, 10만원)
“데킬라하면 중년의 사내들은 스무 살 시절 벌컥벌컥 들이켰던 독한 술로 기억한다. 이튿날 머리가 깨질 것 같은 두통도 함께 떠올린다. 이유는 싸구려 데킬라를 마셨기 때문이다. 하지만 최근 프리미엄 데킬라가 속속 한국시장에 선보이고 있다. 주로 위스키가 지겨워진 30~40대가 프리미엄 데킬라를 찾고 있다.”

2014년 11월 중순 서울 압구정동에서 만난 주류수입회사 인덜지의 브랜드 매니저 노준혁 과장의 말이다. 그의 말을 들으니 뭣도 모르고 마셔댔다가 지독한 숙취를 경험하고 다시는 데킬라를 찾지 않았던 기억이 났다. 이후 위스키와 진, 보드카에 길들여져 데킬라는 늘 선택에서 열외였다. 노 과장은 “2004년 본격적으로 국내 주류시장에서 선보인 데킬라는 몇몇 브랜드가 활발한 마케팅 활동을 펼치면서 지속적인 매출 성장세를 보였다”며 “하지만 프리미엄 데킬라가 출시되지 않아 소비자에게 저렴한 술로 인식됐다”고 말했다. 이후 간간히 프리미엄 데킬라가 국내에 선을 보였지만 시장 형성엔 실패했다.

최근 데킬라 시장이 다시 살아나고 있다. 호세쿠엘보 등의 저렴한 데킬라의 인기와 함께 페트론, 1800, 올메카, 돈 훌리오 등 프리미엄 제품도 속속 출시되고 있다. 노 과장은 “프리미엄 데킬라 수입사들이 시음 등 프리미엄 경험 제공, 타깃 업장과 소비자 대상 클래스, 파티 등을 통한 문화 마케팅 활동을 펼치며 시장 확장에 나서고 있다”고 말했다. 데킬라는 2014년 상반기까지 1158만 달러(약 115억800만원) 어치가 수입돼 전년 같은 기간보다 31.5% 상승했다.

테킬라는 멕시코를 대표하는 술로 선인장의 일종인 아가베(용설란)의 줄기로 만든다. 멕시코 할리스코 지역에서 생산되는 블루 아가베가 최상급으로 알려졌다. 아가베의 수액을 발효시키면 하얗고 걸쭉한 멕시코산 토속주 풀케가 된다. 이 풀케를 증류한 술이 테킬라다. 아가베 당분의 함량에 따라 두 가지로 나뉜다. 51%의 당분을 블루 아가베로 만든 믹스토 데킬라는 부드러운 맛이 특징으로, 블랜디드 위스키와 비슷한 맛이다. 이에 반해 100% 블루 아가베 당분인 아가베 데킬라는 강한 맛이 싱글몰트 위스키와 유사하다.

상품으로는 숙성 정도에 따라 4단계로 구분해 출시된다. 숙성되지 않거나 2개월 미만으로 숙성한 블랑코와 실버, 1년 미만의 숙성을 거친 레포사도, 1년 이상 숙성한 아네호 등급이 있으며 3년 이상 숙성을 거친 엑스트라 아네호는 최상급으로 불린다.

프리미엄급 출시하며 상위시장 공략

인덜지는 2014년 11월 100% 블루 아가베를 사용한 프리미엄 데킬라 ‘페트론’을 출시했다. 페트론은 모든 공정이 100% 수작업으로 이뤄지며 최종적으로 40가지 이상의 엄격한 테스트를 거친다. 울트라 프리미엄 데킬라 부문 전 세계 70% 이상의 시장점유율을 기록하며 2011년 포브스 선정 ‘세계 10대 로열티 브랜드’에 오르기도 했다.

노 과장과 함께 페트론의 실버, 레포사도, 아네호를 맛봤다. 과일향이 부드러운 페트론 실버는 달콤하면서도 깔끔한 맛이 일품이다. “페트론 제품 중 가장 판매량이 높다”는 설명. 페트론 아네호는 프렌치 오크통에 1년 이상 숙성시켜 와인처럼 섬세하고 위스키처럼 깊은 향이났다. 페트론 레포사도는 이 둘을 블랜딩한 것이다. 노 과장은 “데킬라는 스트레이트나 온더락으로 즐겨야 원료인 아가베 향이 날아가지 않아 제맛을 즐길 수 있고, 슬래머나 마가리타 등의 칵테일 베이스로 활용하면 색다른 매력을 맛볼 수 있다”고 말했다. 인덜지는 그랜 페트론 플래티넘, 그랜 페트론 부르데오스를 곧 국내에 선보일 예정이다. 3회에 걸친 증류 과정, 3년 이상 오크통 숙성 등을 통해 소량 생산한다.

‘호세쿠엘보 리제르바 델라 파밀리아(이하 리제르바)’도 최상급 데킬라다. 1995년 호세쿠엘보 탄생 200주년을 기념해 만든 브랜드로, 오크통에서 3년 이상 숙성된 데킬라와 30년 이상 숙성된 최상급 데킬라(엑스트라 아네호)를 조합해 그해를 상징하는 특별한 블렌딩으로 만든다. 깊고 진한 풍미가 특징이다. 리제르바는 고유의 식별 넘버와 함께 멕시코 아티스트들에 의해 매년 새롭게 디자인되는 스페셜 케이스에 담겨 극소량만 유통된다. 수입사인 FJ코리아 관계자는 “예술성 덕분에 빈 박스까지 옥션을 통해 거래될 정도”라며 “리제르바 2014년 에디션은 국내에 2014년 12월 말 판매되며 120병만 출시된다”고 알려줬다.

증류된 데킬라를 오크통에 처음 숙성시키기 시작한 1800년도를 기념하기 위해 제작된 호세쿠엘보의 ‘1800’ 역시 리미티드 에디션이 주목받는 데킬라다. 1800은 미국과 멕시코에 이어 국내 프리미엄 데킬라 시장에서도 80% 이상의 시장 점유율을 보이고 있다. 2번의 증류로 더욱 부드럽고 깔끔한 풍미의 1800 실버는 은은한 아가베향과 15일간의 오크통 숙성으로 스치듯 연하게 풍기는 오크향이 특징이다.

페르노리카코리아가 2013년 겨울에 출시한 ‘올메카’는 미네랄이 풍부한 해발 2100m의 로스 알토스 고산지대에서 7년 이상 재배한 최상급의 블루 아가베로 만들었다. 전기방식의 오븐이 아닌 벽돌 오븐을 사용해 자체적으로 생성된 효모를 배합한 발효 과정을 거치고, 공장식 증류탑보다 관리가 까다로운 구리 냄비로 증류를 시켜 높은 품질의 원액을 추출하는 등 멕시코 전통 방식을 고집한다. 오크통에 1년 이상 숙성시켜 진한 황금빛이 나며 깊고 부드러운 풍미를 가진다. 아직 소매는 하지 않아 클럽, 바 등에서 맛볼 수 있다.

디아지오코리아의 ‘돈 훌리오’는 바텐더가 가장 선호하는 데킬라로 알려졌다. 맛이 부드러워 다른 주류는 물론이고 에스프레소와 혼합해도 잘 어울리기 때문이다. 돈 훌리오는 아즈텍 문명의 전통기법을 사용해 쓴맛을 제거하고 발효과정이 끝나면 전통방식의 단식 증류기 7대에서 증류한다. 마지막으로 마스터 블랜더가 증류액을 최적의 비율로 혼합해 부드러운 식감을 최대화한다. 돈 훌리오는 블랑코, 레포사도, 아네호 등을 선보이고 있다.

201501호 (2014.1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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