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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대의 이야기꾼 ‘포스터’ 

1900년대 초반 오스트리아 상인 파울이 소유한 멋진 여행 포스터 컬렉션이 소개됐다. 보존 상태가 양호한 이 포스터들을 통해 당시 생활상을 알 수 있다. 

JONATHON KEATS 포브스 기자
여행이 산업으로 발전하기 전이었던 20세기 초반, 독일의 베를린과 함부르크에는 질트 섬 여행 포스터가 거의 도배되다시피 했다. 포스터에는 증기선 운항표와 그다지 매력적으로 보이지 않는 사람들이 바글바글한 해변 사진이 찍혀 있었다. 질트 섬을 오가는 증기선 운항사에 투자했던 독일 아티스트 프란츠 코르완은 좋은 아이디어를 생각해냈다. 질트 섬을 신비로운 북해의 여왕으로 묘사한 것이다. 그것도 일반적인 여왕이 아니라 반라로 물 위에 떠 있는 모습이었다. “비유적 광고(allegorical advertisement)의 초기 작품으로 볼 수 있다”고 뉴욕 스완옥션갤러리 회장 니콜라스 로우리는 설명했다. 코르완은 질트 섬 해변을 젊은 여성처럼 매혹적인 존재로 표현했다.

코르완이 1910년에 그린 북해의 여왕은 여전히 사람들의 시선을 끌지만 그보다 이 포스터가 아직 존재한다는 사실이 더 놀랍다. 포스터의 수명은 짧다. 오래 보존할 용도로 만들어진 것이 아닌 데도 포스터의 예술적·역사적 가치를 감지한 수집가들 덕분에 아직까지 남아있는 것이다. 오스트리아 빈 출신의 상인 율리우스 파울도 열정적인 포스터 수집가 가운데 한 사람이었다.

파울은 담배 마는 종이를 판매해 큰돈을 벌었다. 그는 석판인쇄라는 새로운 방식을 이용해 오스트리아-헝가리 제국 전역에 대중의 눈길을 사로잡는 담배 광고를 게시했다. 다른 제품 포스터도 수집한 파울은 그래픽아트에 대한 조예가 깊었다. 1890년대부터 1930대까지 주류, 의류, 스포츠 행사, 정당(政黨)을 비롯해 홍보 목적으로 제작된 광고 포스터 6000장 이상을 수집했다. 그 가운데 여행 포스터가 특히 많았다. 2014년 12월 17일, 코르완의 대표작인 질트 섬 포스터를 비롯해 파울이 소유한 여행 포스터 가운데 약 200점 정도가 스완옥션갤러리에서 경매에 부쳐졌다.

특별 제작한 오크나무 수납장에 보관

로우리는 “포스터 대부분이 세상에 한 장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한 번도 거래된 적 없는 포스터가 대부분이고 보존상태가 양호해 잉크냄새가 나는 것 같다.” 그 이유는 파울이 특별 제작한 오크나무 수납장에 포스터를 보관하고 자신 외에 아무도 손대지 못 하게 한 덕분이다(알버트 아인슈타인을 치료했다는 베를린 치과의사 한스 작스는 수집한 포스터 1만2000점을 유럽 전역에서 전시했다). 1938년 파울이 사망한 후에도 그의 수집 은 깨끗한 상태로 보존됐다. 조카가 상속받은 파울의 수집품은 1939년 오스트리아를 정복한 히틀러에게 몰수당했고 서적 거래상이 이를 약 1000달러에 구입했다. 서적 거래상은 오크나무 수납장과 함께 포스터 전체를 빈에 있는 알베르티나 박물관에 되팔았으나 2008년 오스트리아 정부는 파울의 자손에게 포스터를 반환했다. 뉴욕의 스완옥션갤러리와 라인홀드브라운갤러리는 파울의 컬렉션 일부를 판매했다. 그 가운데 몇 점은 뉴욕현대미술관과 헝가리국립미술박물관에 전시돼 있다(1938년 나치에게 몰수당했던 한스 작스의 컬렉션도 최근 주인에게 반환했다). 12월에 진행된 스완옥션갤러리의 여행 포스터 경매는 유람선과 리조트, 골프와 스키 같은 여가활동 광고 포스터를 다뤘다.

로우리는 “당시 생활상이 이 포스터들에 그대로 반영됐다”고 말했다. “당시에는 스키를 탈 때 폴을 하나만 사용했고 스키 바인딩이 마치 고딕시대 고문 기구처럼 생겼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자신의 경험을 반영해 포스터를 제작한 사람도 종종 있었다. 예를 들어 구스타브 얀은 오스트리아 스키 리조트 그림을 그리지 않을 때는 스키 대회에 출전하곤 했다. 알프스에서 추락사하기 전까지 그는 28개의 메달을 땄다.

코르완의 북해의 여왕은 875달러에 낙찰됐고 얀의 오스트리아 스키 리조트 그림은 7250달러에 낙찰됐다.

프란츠 코르완이 그린 포스터는 당시로서는 매우 파격적이었다. 질트 섬은 현재 코르완이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인기 있는 휴양지가 됐고 누드비치로 유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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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01호 (2014.1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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