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 세계 주요 자동차 시장에서 관심을 끄는 국가다. 10년 넘게 폭발적인 성장을 해온 수입차 시장 때문이다. 세계 4위 자동차 메이커인 현대·기아자동차가 내수시장의 약 70%를 점유하고 있는 상황에서 수입차 판매는 글로벌 금융위기가 시작된 2008년 한 해만 잠시 주춤했을 뿐, 연평균 20% 이상 고성장을 지속했다.BMW, 메르세데스-벤츠, 아우디, 폴크스바겐 같은 독일 수입차 회사들은 2010년 부터 매출액 1조원을 넘어서 지난해부터는 3조원을 넘나든다. 수입차 시장이 성숙기에 달할 만큼 커졌는데도 이처럼 올해 20%이상 고성장이 예상되니 해외 본사 입장에서는 그저 경이로울 뿐이다. 2014년 수입차 판매는 19만6359대로 전년(15만6497대) 대비 26% 증가했다. BMW 4만174대, 메르세데스-벤츠 3만5213대, 폴크스바겐 3만719대, 아우디 2만7647대로 독일 4개 브랜드가 1∼4위를 휩쓸었다.
SM5 LPG와 티볼리, 틈새 노린 전략차국산차 업체들은 지난해 40여종의 신차를 쏟아낸 수입차에 맞서 20여 개의 신차로 대항했다. 올해 역시 20여 개의 신차를 내세워 수입차에 잠식당한 시장 점유율 회복을 기대하고 있다. 지난해와 다른 점은 새 전략이다. 수입차보다 10∼20% 싼 가격에 좋은 옵션으로 맞서던 방식에서 탈피, 아예 수입차가 진입하기 어려운 틈새를 노리고 있다. 대표적인 게 1월 출시된 르노삼성 SM5 노바 LPG와 쌍용차의 소형 SUV 티볼리다.지난해 신차 출시가 없었던 쌍용차는 1월 13일 소형 SUV ‘티볼리’를 출시했다. 소형 SUV는 2010년 이후 한국뿐 아니라 전 세계에서 인기가 있는 ‘핫’한 차다. 티볼리는 쌍용차의 첫 소형 SUV인 동시에 인도 마힌드라가 인수한 이후 4년 만에 처음 내놓는 것으로 의미가 각별하다. 티볼리 성공 여부에 희망퇴직 근로자들의 복직이 달려 있다.초기 반응은 대박 예감이다. 무엇보다 공격적인 가격(1630만~2370만원)과 디자인이 눈길을 끈다. 이 가격대에 수입차에는 경쟁 상대가 없다. 수입 소형 SUV 주력 모델은 모두 3000만원이 넘는다.티볼리 디자인은 럭셔리 소형 SUV인 레인지로버 이보크의 디자인 필이 나는 게 강점이다. 국산차에서 보기 어려운 수입차 느낌의 디자인이다.쌍용차는 티볼리의 팬시한 디자인과 합리적인 가격을 내세워 20,30대 층의 ‘생애 첫 차(My 1st SUV)’를 타깃으로 했다. 수입차 시장에 없는 가격대에 그동안 중대형 위주라 쌍용차가 접근하지 못했던 생애 첫 차라는 틈새를 노렸다. 비슷한 크기의 인기 수입차인 닛산 캐시카이 보다 1000만원 이상 저렴하다.티볼리는 동급 최대 전폭(1795mm) 등 여유있는 실내공간을 확보했다. 적재공간도 소형 SUV로는 넉넉한 편인 423L에 달한다. 2열 시트를 접어 쓰면 큰 짐을 편하게 실을 수 있다. 실내 역시 젊은 층이 선호할 팬시한 디자인으로 무장했다. 젊은 부부나 개성을 찾는 전문직의 첫 차로 손색이 없다. 동력장치는 쌍용차 최초의 1.6L 가솔린 엔진에 일본 아이신 6단 자동변속기가 결합됐다.
트렁크 공간 대변혁, SM5 노바 LPG지난해 QM3 판매 돌풍으로 내수 4위에 올라선 르노삼성은 1월 5일 새해 첫 신차로 부분변경 모델인 ‘SM5 노바’를 내놨다. 눈길을 끄는 것은 바뀐 디자인 이외에 도넛 형태의 LPG 탱크를 장착한 LPLi 모델이다. LPG는 수입차에 없는 틈새 시장이다. 디자인 측면에서는 최근 3년간 SM3·SM7 전면부에 새로운 패밀리 룩을 적용한 것을 이번 SM5 노바 출시로 마무리했다.프랑수아 프로보 사장은 “지난해 SM5를 제외한 모든 모델에 새 브랜드 디자인을 적용해 판매가 큰 폭으로 상승했다”면서 “올해 틈새를 노린 SM5 LPLi로 르노삼성이 강세였던 택시 시장에 재진입할 것”이라고 말했다.SM5 노바는 볼륨감이 더해진 앞모습이 특징이다. 요즘 유행하는 LED 주간 주행 등을 달아 날렵한 모습으로 변신했다. 스마트폰과 차량의 모니터를 와이파이로 연결하는 스마트 미러링 시스템은 르노삼성만의 매력이다. 별도의 내비게이션 없이 전용 앱을 통해 스마트폰의 T맵 내비게이션을 차량 화면에서 그대로 볼 수 있다.‘도넛’으로 명명된 LPG 모델은 동그라미(도넛) 형태의 연료 탱크를 양산차로는 세계 처음으로 부착했다. 기존 LPG 차량은 부피가 큰 원통형 연료 탱크로 인해 장애인이 주로 사용하는 휠체어 적재가 불가능했다. 이 차는 도넛 탱크를 스페어 타이어 공간에 장착했다. 그 결과 트렁크 면적이 349L로 기존 모델보다 40% 가량 넓어졌다. 휠체어뿐 아니라 유모차·캠핑용품을 무리 없이 실을 수 있다. 트렁크 룸과 뒷 좌석 연결이 가능해져 스키장비 같은 덩치 큰 용품이 손쉽게 들어간다. 가격대는 장애인·렌트카용은 2315만원~2515만원, 택시는 1825만원~2050만원이다. 디젤 모델(2590만~2770만원)에 비해 최소 500만원이상 저렴하다.이밖에 올해 눈길을 끌 국산 신차로는 현대차 아반떼·투싼, 기아차 K5와 스포티지가 가장 관심을 모은다. 이들 차종은 모두 시장 지배력 1,2위인 인기 차종인데다 완전 신차(풀 모델 체인지)라서 나올 때마다 대박을 이어갔다. 한국GM도 신형 스파크를 필두로 부분변경 모델 위주의 신차 10종을 내놓는다. 완전 신차는 쉐보레 임팔라와 콜벳이 대기중이다.또 다른 틈새는 하이브리드다. 역대 최다인 7개 모델이 쏟아진다. 올해 1월부터 환경부는 배기가스의 이산화탄소 배출량(CO2)이 97g/km 이하의 신차를 구입할 때 100만원의 보조금을 지원하기로 했다. 예산이 303억9200만원으로 책정돼 3만 여대가 혜택을 볼 수 있다. 이 조건을 만족시키는 차는 하이브리드 차로 전년 대비 판매가 30% 이상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관심은 하이브리드에 전기차 기능을 강화한 현대차 쏘나타 플러그인 모델이다.- 김태진 포브스코리아 전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