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이쥔(45)이 선보인 스마트폰 브랜드 샤오미(Xiaomi)는 중국어로 ‘좁쌀’이란 뜻이다. 4년이 지난 지금 샤오미는 더이상 작은 좁쌀이 아니다. 샤오미 단말기는 무엇보다 저렴한 가격으로 거대한 아시아 모바일 시장에서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샤오미는 전 세계 수십억 명의 손에 저가 디지털 통신장비를 쥐어주는 디지털 혁명을 이끌고 있다. 인터넷 기업이나 소프트웨어 애플리케이션 업체가 상품 판매와 엔터테인먼트 분야를 혁신시키며 글로벌 투자자를 끌어모을 때, 샤오미는 이들을 폭발적으로 성장시킨 스마트폰을 판매했다.중국 시장에 집중하는 샤오미는 아직 구미시장에 진출하지 않았다. 스마트폰 시장에서는 아시아를 잡는 것만으로 주도권을 쥘 수 있다. 시장조사기관 IDC는 2015년까지 일본을 제외한 아시아·태평양 국가가 전 세계 스마트폰 매출(15억만 대)의 절반 이상을 차지할 것으로 추정했다. 샤오미는 2014년 3분기에 삼성과 애플의 뒤를 이어 글로벌 시장 3위로 발돋움했다. 세계 최대시장 중국에서는 샤오미가 애플을 뛰어넘는 매출로 시장 1위를 차지했다. 2014년 판매량은 2013년의 2배인 약 6000만 대였다. 2014년 3분기에는 샤오미보다 시장에 먼저 진출한 경쟁업체 레노보, 세계 최대 통신장비업체로 자리매김한 화웨이 테크놀로지를 뛰어넘었다.샤오미의 2014년 상반기 매출은 55억 달러(약 5조5000 억원)다. 2013년 매출을 뛰어넘는 액수다. 월스트리트저널이 샤오미 융자서류를 검토해 추정한 2013년 순이익은 5억6600만 달러였다.
온라인 판매로 제품 가격 낮춰레이쥔은 포브스아시아와의 인터뷰에서 “4년 전에 이렇게 될 거라고 말했다면 아무도 믿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레이쥔의 베이징 사무실에는 수십 명의 연구개발(R&D) 엔지니어들이 작은 칸막이가 있는 책상에 비좁게 앉아 일하고 있다.레이쥔도 공부벌레처럼 보이는 건 마찬가지다. 포브스 추산 99억 달러의 자산을 가진 그는 중국 8대 부호에 이름을 올렸다. 실리콘밸리에서 영감을 받아 무한 이공대학에서 컴퓨터공학을 전공한 학창 시절부터 그는 기술 개발에 집중했다. 알리바바 CEO 마윈은 얼굴이 잘 알려졌지만 레이쥔은 외국어를 할 줄 모르고 해외여행도 별로 하지 않았다. 서구인들은 레이쥔의 이름은커녕 샤오미조차 모르는 경우가 많다.그러나 중국에서 레이쥔은 전설에 가까운 인물이다. 회사의 미션을 물어보면 그는 일본 만화에 나왔던 대사를 인용해 고고한 이상을 표현한다. “우리는 별의 바다를 여행한다”고 그는 말했다. “샤오미를 잘 표현하는 말이다. 우리가 생각하는 목표는 작고 사소하지 않다.”글로벌 휴대전화 시장에서 합리적 가격에 좋은 제품을 제공하는 2인자로 자리 잡은 것 또한 탁월한 전략이다. 샤오미 휴대전화의 표준 판매가는 수백 달러 정도로 중국에서 판매되는 아이폰 신형 모델의 절반도 되지 않는다. 안드로이드 운영체제를 사용하는 거대 브랜드에 샤오미는 위협적인 존재다.시장조사기관 칸타르는 레이쥔이 다른 어떤 제조업체보다 빠르게 단말기 평균 생산가를 내리고 있다고 말했다(도표 참조). 빠르게 가격을 낮추는 건 온라인 유통모델 덕분이다. 샤오미는 소매점이나 중개업체의 유통마진 없이 온라인에서만 제품을 판매해 휴대전화 가격의 10%를 감축한다.새로운 모델을 출시할 때마다 레이쥔은 샤오미 팬들을 상대로 프리젠테이션을 한다. 애국심과 강한 감정을 고취시키는 그의 프리젠테이션을 들어보면 스티브 잡스가 떠오르기도 한다. 그는 “샤오미를 중국 대표 브랜드로 성장시켜 IT 산업을 발전시키고 전 세계 사람들에게 혜택을 주고 싶다”고 말했다.샤오미는 사용자의 의견을 반영해 제품을 개선하고 소셜미디어에서 반짝세일 등 이벤트로 제품을 홍보한다. 2013년에는 이런 전략으로 90초 만에 휴대전화 10만 대를 팔았다. 2014년 11월 11일에는 알리바바닷컴에서 진행하는 ‘싱글데이’ 행사로 하루 만에 100만 대 이상을 판매해 24시간 온라인 매출 세계기록을 갈아치웠다.2014년 진출한 아시아 시장에서도 동일한 전략을 펼친다. 일례로, 같은 해 11월 샤오미는 인도네시아에서 40초 안에 1만 대를 판매했다. 인도네시아는 홍콩, 인도, 말레이시아, 싱가포르, 대만과 함께 샤오미가 설정한 아시아 6대 성장 시장이다. 레이쥔은 “샤오미를 세운 첫 날부터 글로벌 기업으로 키우겠다는 목표를 세웠다”고 말했다.
동영상 포털 아이치이 지분 매입이를 위해 그는 외부에서 전문 경영인을 영입했다. 구글 부사장이었던 휴고 바라는 2013년 샤오미에 합류해 중국 본토를 제외한 해외 시장을 감독한다. 현재 샤오미 직원은 7500명이다. 샤오미 영어 웹사이트에는 오직 레이쥔만이 ‘창업자(founder)’ 직함을 갖고 있고, 구글 간부였던 빈린 사장을 비롯해 다른 7명의 최고 경영진은 ‘공동창업자(cofounders)’로 돼 있다.중국의 다른 많은 IT 전문가와 마찬가지로 레이쥔도 중년에 전성기를 맞았다. 그가 처음 경력을 쌓은 곳은 소프트웨어업체 킹소프트였다. 1992년 입사해 6년 뒤 CEO 자리에 올랐고 기업공개(IPO)를 한 2007년 회사를 떠났다. 2011년 중국내 해적판 문제로 난관에 처한 킹소프트는 레이쥔을 회장으로 영입해 최고경영진과 재정 부문 지원을 맡겼다. 이후 그는 킹소프트 투자자로 남았다.중국 소셜사이트 YY닷컴(주식은 뉴욕 증시에서 거래)과 휴대전화 브라우저 UC웹(이후 알리바바가 인수) 지분을 보유한 레이쥔은 2010년 휴대전화 사업 기회를 모색하고 있었다. 빈 린을 비롯한 서구 기업인에게 도움을 받았다. “아는 사람과 파트너가 돼라는 이야기가 있다”고 레이쥔은 말했다. 여기에 더한 그만의 방식은 ‘최고를 찾아라’다.2014년 11월 19일 중국 산업회의에서 레이쥔은 5~10년후 전 세계 스마트폰 시장을 선도하겠다고 다짐했다. 그러나 1000억 달러의 자금을 모을 수 있는 IPO는 5년 후에 하겠다고 밝혔다. “제일 중요한 건 바로 집중, 집중, 집중이다. IPO를 하면 모두 엄청난 돈을 벌게 된다. 주식을 팔아 집과 차를 사고 이민을 가버릴 것이다. 그런 상황에서 어떻게 기업을 관리하겠는가?”레이쥔은 휴대전화 판매보다 더 많은 계획을 구상하고 있다. 49인치 ‘미(Mi)TV’는 2014년 11월 11일 3만7000대가 판매됐다. 새로운 장비를 계속 출시할 예정이지만 중요한 조건이 하나 있다. “샤오미가 직접 생산하지 않는다.” 벤처회사나 규모가 큰 기업에 투자는 하겠지만 생산은 “다른 업체가 한다.” 하드웨어 계열사(현재까지 23개 업체)의 제품은 모회사 샤오미 웹사이트에서 판매한다. 샤오미는 이런 사업모델을 전 세계 시장에 일괄 적용할 계획이다(샤오미의 대표적 휴대전화기 생산은 대만의 혼하이 정밀이 부분적으로 담당한다).샤오미는 벤처캐피탈 웨이와 함께 2014년 11월 3억 달러에 동영상 포털 아이치이 지분을 매입했다. 아이치이는 중국의 대표 검색사이트 바이두 자회사다. 아이치이 지분 매입으로 샤오미는 모바일 엔터테인먼트로 사업을 확장할 수 있게 됐다. 샤오미는 엔터테인먼트 사업에 예산 10억 달러를 책정했다. 콘텐트 확보를 위해 동영상 포털 요우쿠 투도우(Youku Todou) 지분을 매입하기도 했다. 디지털 콘텐트와 서비스, 샤오미가 설계한 소프트웨어, 데이터 보관 및 저장에 대한 투자 확장 등으로 레이쥔은 부품이나 휴대전화 단말기보다 ‘그 안에 있는 것’이 샤오미의 가치를 결정한다는 믿음을 갖게 됐다.“레이쥔은 인터넷 시대 위대한 리더인 시스코 CEO 존 챔버스, 소프트뱅크 회장 손정의, 오라클 CEO 래리 엘리슨 등과 어깨를 나란히 한다”고 치밍 벤처스 창업자 개리 리셸은 말했다. “샤오미는 중개업체를 통하지 않고 온라인에서 소비자에게 직접 물건을 판다. 이 같은 공급체계를 협력 중소기업에도 적용해 그들의 경쟁력을 높이고 있다.”앞으로 최소 3년간은 미국에 진출할 계획이 없지만 신흥시장은 샤오미에 어서 오라고 손짓한다. 레이쥔은 샤오미의 온라인 및 아웃소싱 모델이 인도에서도 중국과 비슷한 결과를 낳을 것이라고 낙관한다.결국 고객과 관계를 맺으려면 온라인 이상의 것을 제공해야 한다고 거대 글로벌 광고업체 JWT의 아시아·태평양 지역 CEO 톰 닥터오프는 말했다. “샤오미는 소비자의 애국심을 고취시키고 소셜 미디어를 중국식으로 활용하는 상향식 마케팅의 정수를 보여줬다.”레이쥔은 장기적인 안목으로 생각해야 한다고 말하지만 지금 눈앞에 닥친 위협을 모르는 건 아니다. “우리는 아직 입지가 취약한 신생기업일 뿐”이라고 그는 말했다. 그래도 계약을 체결하려는 업체들이 줄지어 기다리는 신생기업이다. 위 기사의 원문은 http://forbes.com 에서 보실수 있습니다.포브스 코리아 온라인 서비스는 포브스 본사와의 저작권 계약상 해외 기사의 전문보기가 제공되지 않습니다.이 점 양해해주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