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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기호 ABC마트 코리아 대표 - “마법 같았던 10년, 마술 같을 10년” 

 

글 최경호 월간중앙 기자·사진 오상민 기자
1992년 대학 졸업 직후부터 24년째 신발업계에 종사하고 있는 이기호 대표는 현장중심 경영의 귀재다. 대표이사인 그는 일주일에 꼭 한 번은 매장에 나가 직원과 같이 판매활동을 한다.

▎이기호 대표이사는 2011년 3월 ABC마트의 대표이사에 취임했다. 이후 4년 만에 ABC마트를 매출 4천억원, 직원 수 1500명의 건실한 중견기업으로 성장시켰다.
이기호(49) ABC마트 코리아 대표이사는 사람을 만나면 신발부터 본다. 한눈에 신발사이즈는 물론이고 브랜드와 가격까지도 알 수 있다. 여기까지는 신발업계에 오랫동안 종사한 사람이라면 크게 어렵지 않은 일이다. 하나 더, 이 대표는 ‘이 사람이 어느 곳에서 신발을 구입했을까’ 하는 궁금증도 갖는다. 천생 신발회사 대표다. 2011년 대표이사로 취임한 이 대표는 “신발을 통해 고객들이 행복한 쇼핑을 즐길 수 있게 해드리는 것이 우리의 목표”라고 힘줘 말한다. 대학 졸업 후부터 줄곧 신발업계에서 일하고 있는 이 대표는 신속한 의사결정, 강력한 실천력, 유연한 조정력을 겸비한 CEO로 평가된다.

1992년 부산 동아대학교를 졸업한 뒤 ㈜학산 비트로에 입사한 그는 메이슨 인터내셔널(1998~2003년)을 거쳐 2003년 ABC마트에 입사했다. 이 대표는 최고운영책임자로 8년간 근무한 뒤 2011년 대표이사에 취임했다. ABC마트 이기호 대표를 지난 4월 7일 서울 논현동 본사 집무실에서 만나 인터뷰를 진행했다. 이 대표는 “2002년 한국법인 설립 후의 10여 년이 마법 같았다면 앞으로 10년은 마술 같을 것”이라며 말문을 열었다. 지난 10여 년 동안 ABC마트는 마법에라도 걸린 양 모든 일이 술술 잘 풀렸는데 앞으로 10년도 반드시 그렇게 될 것이라는 ‘자기최면’이다.

ABC마트가 국내에 상륙한 지 10여 년 됐습니다. 어떤 점을 성공요인으로 꼽을 수 있을까요?

첫째, 국내 상륙 타이밍이 적절했다고 봅니다. 국내에서도 카테고리 킬러의 시장 요구가 커지던 즈음에 ABC마트가 문을 연 것이죠. 또 일본 ABC마트가 자국에서 성공했다는 점도 국내에서 ABC마트가 정착하는 데 큰 도움이 됐습니다. 일본의 성공 모델과 노하우가 고스란히 전달됐던 것이죠. 하나 더 덧붙인다면 ABC마트가 취급하는 브랜드들이 대부분 글로벌 브랜드라는 점도 고객들에게 크게 어필할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ABC마트만의 매장 관리의 노하우를 소개해주신다면요.

전국적으로 매장이 160여 개가 있는데 저를 비롯한 본부장·팀장 등은 거의 모든 매장의 입지와 형태 등을 숙지하고 있습니다. 그만큼 현장을 중시한다는 겁니다. ABC마트는 경리·회계 등 전문적인 지식을 요구하는 일부 분야를 제외한 나머지 분야는 80% 이상이 현장직원 출신으로 채워져 있습니다. 지점장들도 외부에서 영입하기보다 자체적으로 기른 인재들, 즉 ABC마트의 DNA가 흐르는 인재들로 채워나가고 있습니다.

이 대표의 비전과 경영철학에 대해 듣고 싶습니다.

2011년 대표이사 취임 이후 ‘대한민국 신발유통을 선도하는 초일류 기업’을 비전으로 재정립하고 ‘신발을 통해 행복한 쇼핑과 라이프 스타일을 선도하는 것’이 우리 기업의 임무라고 정의한 바 있습니다. 이를 실천하기 위해 3F 경영목표(FAST, FIELD, FAITH)를 강력히 추진하고 있습니다. 빠른 의사소통(FAST)으로 시장변화를 주도하고, 내부고객과 일반고객이 동시에 존중받는 ‘현장경영(FIELD)’을 바탕으로, 시장윤리를 준수하고 공정경쟁을 선도하는 대표적 신뢰기업(FAITH)이 되겠다는 것이 ABC마트가 그리는 큰 그림입니다.

직원 채용 시 이른바 스펙을 파괴한다는데 사실인가요?

회사의 성장에 따라 보다 많은 인재가 필요하게 됐습니다. 기존의 채용 방식에서 벗어나 ABC마트만의 방식으로 공채를 실시하고 있습니다. 모집요강에 ‘당연히’ 학력을 적는 난은 없습니다. 특이한 생각을 하고 책임감이 강한 인재라고 판단되면 학력 같은 것에 상관없이 채용하고 있습니다. 그런 인재들이 현재 ABC마트의 주역으로 성장해 회사를 이끌어나가고 있습니다.

새로운 매장을 열 때 매우 깐깐하신 것으로도 유명합니다.

누구나 크고 좋은 위치의 매장을 선호합니다. 하지만 저는 크고 좋은 매장보다는 성장 가능성에 무게를 더 둡니다. 위치가 다소 좋지 않다면 더 공격적이고 과감한 마케팅으로 고객들을 모시라고 주문합니다. 그 결과 영업이 잘돼서 주변지역에까지 긍정적인 효과를 미친 경우가 있습니다. 상권 확대를 통해 지역경제를 활성화시키고 ABC마트의 유통파워를 진일보시키는 성과를 보여준 사례라고 할 수 있습니다.

ABC마트는 유통기업으로서 사회적 책임을 강조한다고 들었습니다.

소위 브랜드는 있으나 유통망이 없는 브랜드를 위해 매장에서 판매할 장소를 제공하는 것입니다. 이렇게 판로를 개척한 브랜드 중에서 다수는 자립해서 사업을 확장한 경우도 있습니다. 이렇게 유통기업 본연의 기능을 하면서 다른 브랜드와 상생하는 것이 우리의 의무이고 책임이라고 생각합니다. 지금도 새롭고 경쟁력 있는 브랜드를 찾기 위해 분주하게 돌아다니고 있습니다.

ABC마트만의 강점은 무엇인가요?

ABC마트의 일주일은 일요일부터 시작됩니다. 금요일이 휴무인 거죠. 토요일 또는 일요일에는 저를 비롯한 본사 직원들이 매장에 나갑니다. 매장에 나갔다고 해서 시찰·지도 등을 하는 게 아니라 현장직원들과 마찬가지로 고객들을 상대로 신발을 팝니다. 젊은 고객들 중에는 저를 보고 미안해서라도 구매하는 경우가 있죠.(웃음)

이기호 대표는 2011년 3월 ABC마트의 대표이사에 취임했다. 당시 매출이 2천억원, 직원 수가 734명이었으나 이 대표 취임 이후 4년 만에 매출 4천억원, 직원 수 1500명의 건실한 중견기업으로 성장했다. 고용창출에 대한 공로를 인정받아 2014년 대통령과 국무총리로부터 표창을 받기도 했다. 이 대표의 공은 이 같은 외형적인 결과만으로 얘기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하다고 ABC마트 측은 설명한다. 이 대표는 취임 이후 시장의 급격한 변화를 미리 감지하고 ABC마트의 유통망을 세분화·다각화하기 시작했다. 소비자들은 더 나은 제품을 요구할 것이고, 경제가 어려워짐에 따라 보다 많은 혜택을 찾을 것을 예측해 유통전략에 대대적인 변화를 주문했다. 이 대표는 “고객들이 원하는 상품을 제때 공급할 수 있도록 만전을 기할 것”이라며 “ABC마트의 전국 모든 매장을 보다 친근하고 편안한 공간으로 만들어 고객들과 만나겠다”고 밝혔다.

- 글 최경호 월간중앙 기자·사진 오상민 기자

201505호 (2015.04.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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