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iser

Home>포브스>Adviser

이혁 로터스코리아 대표 - 영국 수제 스포츠카로 서킷 넘어 도심 질주 

 

조득진 포브스 차장 사진 전민규 기자 / 사진 전민규 기자
이혁(37) 대표는 5월 로터스코리아를 재출범시킨다. 수입차 저변이 확대되면서 희소성 있는 모델, 특히 도심형 스포츠카에 대한 니즈가 높아졌다고 판단한 것이다. 100% 수동 생산 방식이라 고객이 원하는 ‘나만의 차’를 만드는 재미도 있다.

▎이혁 로터스코리아 대표는 5월 중순 출범식을 통해 로터스 판매에 시동을 건다. 그가 탄 엘리스CR은 핸들링이 뛰어난 모델로, 136마력 엔진을 장착했지만 최고 속도는 204㎞/h에 달한다.
“로터스가 추구하는 가장 효과적이며 전통적인 해결방법은 최소량의 부품을 효과적으로 배치하는 것이다”

- 안소니 콜린 브루스 채프만


1948년 자동차를 만들기 시작한 콜린 채프만은 1958년 그의 차를 F1에 처음으로 선보였다. 그러나 사람들의 반응은 차가웠다. 그의 스포츠카는 작고, 볼품없었다. 당시만 해도 스포츠카 메이커들은 고출력에 매달렸고, 그에 따라 다양한 성능이 보강되면서 덩치가 컸다. 페라리, 미니쿠퍼, 포르셰 등이다. 하지만 성능 보강은 오히려 중량 추가로 이어져 효율을 떨어지는 악순환을 낳았다.

콜린 채프만은 ‘빨리 달리기’는 시도하되 방법을 다르게 생각했다. 그의 고민은 ‘왜 스포츠카는 반드시 출력이 높아야 하는가’였다. 치열한 연구개발 끝에 그가 내놓은 해법은 바로 경량화였다. 고강성과 가벼운 뼈대, 저배기량 엔진, 견고한 브레이크와 액티브 서스펜션 등으로 전체적인 균형이 완성됐고, 이는 로터스의 철학으로 자리 잡았다. 로터스는 자동차 경주에서 모두 79차례나 우승컵을 거머쥐었다.

이혁 로터스코리아 공동대표(이하 대표)는 “창시자인 채프만은 ‘출력을 높이면 직선 도로에서 빨라지지만, 무게를 줄이면 모든 곳에서 빨라진다’고 고집했고 로터스의 스포츠카는 초경량화를 바탕으로 설계됐다”며 “국내에서 시판하고 있는 엘리스, 엑시지, 에보라 등은 작지만 잘 달리는 스포츠카로 명성이 높다”고 말했다. 그는 5월 중순 출범식을 통해 로터스 판매에 시동을 건다. 대중성에 기반을 둔 폭넓은 마케팅을 표방하는 자리다.

이 대표는 “로터스는 스포츠카의 대중화, 일상화가 가능한 모델로 특히 출범식에서 엑시지 오토 미션을 출시 한다”며 “서킷을 나온 도심형 스포츠카의 열풍을 일으키고 싶다”고 말했다

오토 미션 출시로 로터스 대중화 선언

로터스는 ‘영국 수제 스포츠카’라는 고급스러운 닉네임을 가진 자동차 브랜드다. 로터스 에스프리는 영화 ‘007 나를 사랑한 스파이(1977년)’에서 잠수함으로 변하는 차로 등장했고, 탁월한 디자인 덕분에 영화 ‘프리티 우먼’에도 등장했다. 이웃 일본만 해도 로터스 브랜드 차량이 한 해 300여대 가량 팔린다.

하지만 국내에선 여전히 낯선 브랜드다. 1990년대 말 자동차 마니아들에 의해 지금은 단종된 유로파 모델이 간간히 들어오다가 2007년 국내에 정식 딜러가 생겼다. 2009년엔 대흥행한 드라마 ‘꽃보다 남자’에 노출되면서 그해 60여 대가 팔리는 등 반짝 빛을 보기도 했다. 그러나 그것뿐이었다. 수동 미션을 장착한 모델인데다 ‘서킷용’이라는 스포츠카의 이미지가 너무 강했던 탓이다. 지금까지 겨우 150여대가 국내에서 팔렸다.

그러나 최근 분위기가 달라졌다. 로터스 본사는 한국인이 선호하는 오토 미션 라인업을 선보인다는 전략이다. 지난해 로터스코리아에 합류한 이 대표는 “국내 수입차 시장이 성숙 단계에 접어들면서 ‘남과 다른 차’에 대한 욕구가 커지고 있어 로터스에겐 새로운 기회”라며 “소비자 개개인의 취향을 반영한 ‘맞춤형 주문생산’으로 차별화를 꾀할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에서 공부한 이 대표는 “로터스는 미국에서도 흔히 볼 수 있는 스포츠카는 아니었다”며 “그 희소성 때문에 로터스의 매력에 빠졌다”고 말했다. 각종 서킷 행사, 트랙 데이, 카트 라이딩 등 로터스가 등장하는 곳이면 어디든 찾아갔다. “드라이빙의 역동성과 재미, 그리고 누구나 흠모할 만한 세련된 디자인은 로터스의 최대 가치입니다.”

미국 서던캘리포니아대학교에서 경제학을 전공한 이 대표는 통역장교로 군 복무를 마치고 글로벌 부동산컨설팅기업 CBRE코리아에서 산업용 부동산 업무를 담당했다. 출퇴근길은 로터스의 에보라S를 이용했다. 2013년엔 볼트·너트·소켓 등 화스너제품을 수입·유통하는 마이크로소켓코리아를 창업해 대표를 맡고 있다. 그는 “수입차 딜러업에 관심이 많아 시장의 흐름을 지켜보고 있었다”며 “수입차 시장이 커지면서 차별화된 모델에 대한 니즈, 특히 서킷 문화가 확산되고 수입차 브랜드의 트랙 이벤트가 유행하는 것을 보고 로터스의 가능성을 확신하게 됐다”고 말했다.

초경량 알루미늄 차체로 성능 탁월


로터스는 가볍고 빠른 자동차의 대명사로 통한다. 엔트리급 모델인 엘리스의 경우 공차 기준 850㎏으로 가볍다. 엔진을 운전석 바로 뒤에 놓아 무게중심을 낮추고, 차량 앞뒤 무게중심을 맞추는 미드십(MR) 방식을 구현했다. 경량화 된 섀시는 차량 무게를 덜고, 폭발적인 성능을 가능케 했다. 달리는 데 필요하지 않은 옵션은 포기하고 대신 주행성능에 집중하면서 무게는 물론 가격까지 낮춘 것이다. 미국 전기차 업체인 테슬라의 전기 스포츠카 로드스터도 로터스의 섀시를 적용했다.

알루미늄 섀시를 붙일 때 용접 대신 압출·접합 방식을 사용한다. 압출·접합이란 열에 약한 알루미늄을 용접이 아닌 본드로 접합시키는 기술이다. 금속은 열을 가하면 강성 자체가 떨어진다. 금속의 본성을 지키는 것이 로터스의 기술이다. 이 때문에 로터스의 전 모델은 강성이 뛰어나고 코너링이 탁월하다.

현재 국내에 시판하고 있는 로터스 모델은 엘리스, 엑시지, 에보라 등 3종류다. 엘리스는 로터스의 특성이 잘 반영된 모델이다. 특히 핸들링이 일품으로 운전자와 차의 일체감을 맛 볼 수 있다. 엑시지는 우월한 성능과 우아함이 결합됐다는 평가다. 드라이빙에 온전히 초점을 맞춘 모델로 최고속도 시속 274㎞, 제로백(0→100m)이 4.0초다. 에보라는 일상 속 스포츠카라 할 수 있다. 옵션으로 2+2 좌석을 만들 수 있어 실용적이다.

이 대표는 “무엇보다 소비자들이 로터스의 스포츠카를 경험해 보도록 하는 것이 우리의 주요 전략”이라고 말했다. “미국에서 로터스 모델을 처음 탔을 때 가볍지만 강한 로터스만의 특유의 드라이빙 맛을 느꼈어요. 내가 차를 지배하고 있다는 생각, 차와 한 몸이 되고 있다는 느낌이었죠. 시승 전 사람들의 공통적인 반응은 ‘좁고 작아서 불편하고 불안할 것 같다’는 겁니다. 하지만 시승 후 그들은 ‘안전하고 일체감도 뛰어났다’고 말합니다. 로터스를 선택하는 고객 대부분이 여러 스포츠카들을 경험해 본 사람들입니다.”

수제 생산으로 ‘나만의 차’ 제작이 장점

작은 몸집은 일상적인 운전을 가능케 한다. 스포츠카는 승용차에 비해 엔진 볼륨과 출력이 큰 것이 특징이지만 로터스는 엔진의 볼륨을 경제적인 사이즈로 유지하면서 힘이 좋은 스포츠카를 만들었다. 가장 큰 엔진의 배기량이 3500cc이고, 타이어 사이즈도 일반적이어서 유지비 부담이 적다. 엔진 소음도 적어 주변 사람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일도 없다는 설명이다.

로터스의 오랜 아이덴티티 중 하나가 수동 미션이다. 하지만 최근 트렌드를 반영해 에보라에 이어 엑시지 모델도 오토 미션을 장착하고 있다. 대중에게 더 친숙해지고자 하는 노력이다. 이 대표는 “오토 미션을 적용한 덕에 로터스는 스포츠카인 동시에 출퇴근도 가능한 개성 있는 자동차로 자리매김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수제 생산방식 또한 로터스의 큰 특징이다. 로터스는 태생이 ‘백야드 빌더(Backyard builder)’인 만큼 일반적인 자동차 제조사의 대량생산 방식이 아닌 오더가 들어온 순간부터 수많은 장인들이 모여 3개월 간 손으로 만들어 낸다. 이 때문에 지난해 영국 헤델 공장에서 생산된 로터스 차량은 1565대에 불과했다. 이 대표는 이 같은 ‘수제생산’과 로터스의 뛰어난 주행 성능이 한국 시장에 충분히 어필할 것으로 보고 있다. 그는 “차체를 비롯해 자동차 생산 공정 대부분이 사람의 손으로 이뤄지는 만큼 소비자 주문에 따라 원하는 부분에 자신의 이니셜 등을 새겨 넣거나, 차량 마감부 꿰맴(스티치) 방식을 달리하는 등 ‘나만의 차’를 만들 수 있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본사에서 진행하고 있는 ‘핸드메이드 인 헤델’ 프로그램을 국내에서도 적극적으로 활용할 계획이다. 로터스 차량을 구매한 고객이 직접 자신이 주문한 모델이 만들어지는 과정을 견학하고 트랙에서 테스트 드라이빙을 할 수 있는 기회다. 그는 “전체 과정이 5~6개월 정도 걸리지만 로터스 오너들은 이 과정을 성지 순례처럼 여기고 있다”며 “완벽히 고객 개개인의 개성을 반영한 자동차로 한국 시장에 뿌리 내릴 것”이라고 말했다.

로터스코리아는 서울 청담동 매장 외에 추가로 매장을 낼 계획이다. 현재는 서울 청담동 소재 모터스포츠회사인 모터쿼드 매장에 로터스 차량을 전시하고 있다. 또 경기도 양평 소재 ‘로터스 가라지(Lotus Garage)’를 VIP 고객 대상 시승 코스로 사용하고 있다. “수입차의 급성장은 사람들이 차를 통해 자신을 표현하고자 하기 때문입니다. 최근엔 국내에 트랙, 서킷이 늘면서 차 성능 자체를 즐기는 사람들이 눈에 띄게 늘고 있어요. 자기표현 도구에서 즐기는 용도로 트렌드가 옮겨가고 있다고 봅니다. 그들은 희소성을 추구하고 우리는 독특한 경험을 제공할 것입니다. 그게 로터스의 철학입니다.”

- 글 조득진 포브스코리아 기자 / 사진 전민규 기자

201505호 (2015.04.23)
목차보기
  • 금주의 베스트 기사
이전 1 / 2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