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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토 미션 출시로 로터스 대중화 선언로터스는 ‘영국 수제 스포츠카’라는 고급스러운 닉네임을 가진 자동차 브랜드다. 로터스 에스프리는 영화 ‘007 나를 사랑한 스파이(1977년)’에서 잠수함으로 변하는 차로 등장했고, 탁월한 디자인 덕분에 영화 ‘프리티 우먼’에도 등장했다. 이웃 일본만 해도 로터스 브랜드 차량이 한 해 300여대 가량 팔린다.하지만 국내에선 여전히 낯선 브랜드다. 1990년대 말 자동차 마니아들에 의해 지금은 단종된 유로파 모델이 간간히 들어오다가 2007년 국내에 정식 딜러가 생겼다. 2009년엔 대흥행한 드라마 ‘꽃보다 남자’에 노출되면서 그해 60여 대가 팔리는 등 반짝 빛을 보기도 했다. 그러나 그것뿐이었다. 수동 미션을 장착한 모델인데다 ‘서킷용’이라는 스포츠카의 이미지가 너무 강했던 탓이다. 지금까지 겨우 150여대가 국내에서 팔렸다.그러나 최근 분위기가 달라졌다. 로터스 본사는 한국인이 선호하는 오토 미션 라인업을 선보인다는 전략이다. 지난해 로터스코리아에 합류한 이 대표는 “국내 수입차 시장이 성숙 단계에 접어들면서 ‘남과 다른 차’에 대한 욕구가 커지고 있어 로터스에겐 새로운 기회”라며 “소비자 개개인의 취향을 반영한 ‘맞춤형 주문생산’으로 차별화를 꾀할 것”이라고 말했다.미국에서 공부한 이 대표는 “로터스는 미국에서도 흔히 볼 수 있는 스포츠카는 아니었다”며 “그 희소성 때문에 로터스의 매력에 빠졌다”고 말했다. 각종 서킷 행사, 트랙 데이, 카트 라이딩 등 로터스가 등장하는 곳이면 어디든 찾아갔다. “드라이빙의 역동성과 재미, 그리고 누구나 흠모할 만한 세련된 디자인은 로터스의 최대 가치입니다.”미국 서던캘리포니아대학교에서 경제학을 전공한 이 대표는 통역장교로 군 복무를 마치고 글로벌 부동산컨설팅기업 CBRE코리아에서 산업용 부동산 업무를 담당했다. 출퇴근길은 로터스의 에보라S를 이용했다. 2013년엔 볼트·너트·소켓 등 화스너제품을 수입·유통하는 마이크로소켓코리아를 창업해 대표를 맡고 있다. 그는 “수입차 딜러업에 관심이 많아 시장의 흐름을 지켜보고 있었다”며 “수입차 시장이 커지면서 차별화된 모델에 대한 니즈, 특히 서킷 문화가 확산되고 수입차 브랜드의 트랙 이벤트가 유행하는 것을 보고 로터스의 가능성을 확신하게 됐다”고 말했다.
초경량 알루미늄 차체로 성능 탁월
수제 생산으로 ‘나만의 차’ 제작이 장점작은 몸집은 일상적인 운전을 가능케 한다. 스포츠카는 승용차에 비해 엔진 볼륨과 출력이 큰 것이 특징이지만 로터스는 엔진의 볼륨을 경제적인 사이즈로 유지하면서 힘이 좋은 스포츠카를 만들었다. 가장 큰 엔진의 배기량이 3500cc이고, 타이어 사이즈도 일반적이어서 유지비 부담이 적다. 엔진 소음도 적어 주변 사람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일도 없다는 설명이다.로터스의 오랜 아이덴티티 중 하나가 수동 미션이다. 하지만 최근 트렌드를 반영해 에보라에 이어 엑시지 모델도 오토 미션을 장착하고 있다. 대중에게 더 친숙해지고자 하는 노력이다. 이 대표는 “오토 미션을 적용한 덕에 로터스는 스포츠카인 동시에 출퇴근도 가능한 개성 있는 자동차로 자리매김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수제 생산방식 또한 로터스의 큰 특징이다. 로터스는 태생이 ‘백야드 빌더(Backyard builder)’인 만큼 일반적인 자동차 제조사의 대량생산 방식이 아닌 오더가 들어온 순간부터 수많은 장인들이 모여 3개월 간 손으로 만들어 낸다. 이 때문에 지난해 영국 헤델 공장에서 생산된 로터스 차량은 1565대에 불과했다. 이 대표는 이 같은 ‘수제생산’과 로터스의 뛰어난 주행 성능이 한국 시장에 충분히 어필할 것으로 보고 있다. 그는 “차체를 비롯해 자동차 생산 공정 대부분이 사람의 손으로 이뤄지는 만큼 소비자 주문에 따라 원하는 부분에 자신의 이니셜 등을 새겨 넣거나, 차량 마감부 꿰맴(스티치) 방식을 달리하는 등 ‘나만의 차’를 만들 수 있다”고 말했다.이 대표는 본사에서 진행하고 있는 ‘핸드메이드 인 헤델’ 프로그램을 국내에서도 적극적으로 활용할 계획이다. 로터스 차량을 구매한 고객이 직접 자신이 주문한 모델이 만들어지는 과정을 견학하고 트랙에서 테스트 드라이빙을 할 수 있는 기회다. 그는 “전체 과정이 5~6개월 정도 걸리지만 로터스 오너들은 이 과정을 성지 순례처럼 여기고 있다”며 “완벽히 고객 개개인의 개성을 반영한 자동차로 한국 시장에 뿌리 내릴 것”이라고 말했다.로터스코리아는 서울 청담동 매장 외에 추가로 매장을 낼 계획이다. 현재는 서울 청담동 소재 모터스포츠회사인 모터쿼드 매장에 로터스 차량을 전시하고 있다. 또 경기도 양평 소재 ‘로터스 가라지(Lotus Garage)’를 VIP 고객 대상 시승 코스로 사용하고 있다. “수입차의 급성장은 사람들이 차를 통해 자신을 표현하고자 하기 때문입니다. 최근엔 국내에 트랙, 서킷이 늘면서 차 성능 자체를 즐기는 사람들이 눈에 띄게 늘고 있어요. 자기표현 도구에서 즐기는 용도로 트렌드가 옮겨가고 있다고 봅니다. 그들은 희소성을 추구하고 우리는 독특한 경험을 제공할 것입니다. 그게 로터스의 철학입니다.”- 글 조득진 포브스코리아 기자 / 사진 전민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