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수입차 판매 수는 19만6359대. 수입차 브랜드의 한국법인뿐 아니라 딜러사의 매출도 급증했다.
하지만 모두가 웃는 것은 아니다. 치열한 경쟁 탓에 할인 판매에 나서며 제살 깎아먹기 현상도 나타난다.
딜러사업에 뛰어든 재계 2·3세들이 본격적인 ‘경영 시험대’에 올랐다.
▎부산 해운대구 우동 수입차 거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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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지난 3월 조현준 효성 사장은 이탈리아 고급차 브랜드 마세라티와 페라리의 국내 수입·판매사인 FMK 지분 100%를 200억원에 인수했다. 기존 메르세데스-벤츠, 도요타, 렉서스와 함께 프리미엄 수입차까지 라인업을 갖추게 됐다. 딜러사 역할을 넘어 수입으로 사업을 확대했다는데 의미가 크다. 효성은 지난해 수입차 판매로 6000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FMK 매출(1099억원)을 합하면 7000억원이 넘는다. 이에 앞선 2월 아주그룹 계열인 아주네트웍스는 볼보의 서울·수도권 지역 7번째 딜러로 선정됐다. 올 하반기 경기 일산 전시장·서비스센터 오픈을 시작으로 내년 상반기까지 서울 강서지역과 경기 안양지역에도 확대할 계획이다. 아주그룹은 렌터카와 자동차 할부 금융업뿐 아니라 수입차 부품 판매 등 자동차 전반으로 사업영역을 확대하고 있다.#2. 수입차업계 그림자도 짙다. 자동차수입사(임포터)와 딜러사의 깎아 팔기, 일부 임포터들의 판매 압박, 과도한 서비스 비용 책정 등이다. 이 때문에 딜러사들의 차량 판매 영업이익률은 채 3%가 되지 않는다. 판매가격이 내리면 소비자에게 이득일 것 같지만 결국 부메랑으로 날아온다. 차량의 할인 폭이 커지면 중고차 가격도 함께 내린다. 또 판매에서 이윤을 남기지 못한 딜러사는 서비스센터에서 부품가격이나 공임비를 부풀려 적자를 보전할 수밖에 없다. 임포터의 판매 압박이 딜러들의 ‘치킨 게임’으로 이어져 나타난 현상이다. 딜러업계에선 “딜러사와 영업사원의 마진을 깎아 임포터만 배불리는 구조” “우리는 갑-을 관계도 안 되는 갑-정 관계”라는 목소리가 나온다.국내 자동차시장에서 수입차 판매가 고공행진을 하고 있다. 2011년 10만대 판매 시대를 열더니 지난해 19만6359대까지 올라섰다. 점유율은 13.9%다. 올 1분기엔 5만8969대가 팔리면서 점유율이 32.7%까지 늘었다. 올해 수입차 판매량이 25만대까지 증가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재계에서는 수입차 점유율 확대를 ‘장기 트렌드’로 보고 있다. 다양성, 연비, 가격 등 3박자가 주효하기 때문이다. 윤대성 한국수입자동차협회 전무는 “다양한 엔진과 폭넓은 라인업을 갖춘 것이 수입차의 장점”이라며 “국내 업체 승용차 모델의 10배인 500종의 수입차가 판매되고 있다”고 말했다. 고연비·디젤엔진 차량이 많이 출시된 점도 수입차 열풍의 이유다. 구매 가격은 비싸지만 유지비가 덜 든다. 최현재 유안타 증권 스몰캡팀장은 “자유무역협정(FTA) 효과 등으로 수입차와 국산차의 가격차이가 꾸준히 줄고 있고 수입차의 최대 약점이었던 AS인프라 부족 문제도 규모의 경제 효과로 해소되고 있다”면서 “특히 젊은층이 수입차 대중화에 앞장서고 있어 수입차 시장의 성장세는 당분간 지속될 것”이라고 분석했다.수입차는 2중 유통구조를 갖추고 있다. 임포터는 본사로부터 차량을 수입하고, 판매는 임포터가 선정한 딜러사가 맡고 있다. 이를 ‘딜러판매 방식’이라고 한다. 수입차 시장이 팽창하면서 임포터의 매출도 크게 늘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국내에서 영업 중인 13개 수입차업체(25개 브랜드)의 지난해 매출은 9조7034억원. 이는 국내 시장점유율 2위인 기아차의 국내 매출(9조 4855억원)을 뛰어넘은 수치다. 특히 지난해 메르세데스-벤츠, BMW, 아우디폴크스바겐 등 독일 브랜드 3사 모두 매출 2조원을 넘었다.
시장 커지자 중견기업 속속 진출딜러사 또한 덩치가 커졌다. 메르세데스-벤츠의 국내 최대 딜러사인 한성자동차는 지난해 1조2665억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매출 1조원을 넘는 딜러사의 첫 등장이다. 수입차 관련 종목의 주가도 상승곡선을 그리고 있다. 4월 17일 한국거래소 종가기준, BMW코리아의 최대 딜러인 코오롱모터스를 자회사로 둔 코오롱글로벌은 BMW 판매에 힘입어 올 들어 주가가 166.77% 급등 했다. 수입차 딜러사 가운데 유일한 상장기업인 도이치모터스도 BMW와 미니 딜러 사업이 호조를 보이면서 주가가 15.0% 뛰었다. 자회사 천일오토모빌을 통해 재규어와 랜드로버를 판매하는 천일고속과 도요타를 판매하는 LS네트웍스의 주가 역시 각각 115.40%, 10.51% 올랐다.이처럼 몇 년 새 국내 수입차시장이 부쩍 성장하면서 딜러사업을 확대하거나 신규 진출하는 기업이 속속 늘고 있다. 사실 수입차 판매 그 자체로는 수익성이 높지 않다. 하지만 기업 입장에서는 충분한 매력이 있다는 분석이다. 우선 현금 유동성이 높다. 수입차 딜러사가 기업의 현금창출원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는 평가다. 일정 규모 이상이 되면 금융이나 부동산, 중고차시장 등에도 진출하거나 시너지를 낼 수도 있다.1987년 수입차가 개방된 후 시장은 대기업 몫이었다. 한성자동차와 효성물산을 시작으로 한진·두산·금호·동부·삼환·SK 등 굴지의 대기업이 직접 뛰어들었다. 그러나 외환위기를 전후로 대부분 철수했다. 재벌그룹·대기업의 수입차 대리점 진출에 비판적인 여론도 한몫 했다. 이들이 수입차 딜러업계의 1세대라면 이후 진출한 기업이 2세대다. 주로 자동차산업과 관련 있는 중견 기업과 지방 유지들이 많다. 현재 전체 딜러사는 전국적으로 200개가 넘는 것으로 집계된다.대기업으로는 효성·코오롱·아주·GS 등이 꼽힌다. 최근 시장이 살아나면서 CJ계열의 CJ오쇼핑과 SK그룹의 SK네트웍스도 수입차 판매사에 큰 관심을 보이는 것으로 전해진다. 한 딜러사 오너는 “수입차 시장에 진출한 대기업에 대해 논란이 있긴 하지만 이들은 시장이 성장하는 데 큰 역할을 했다”며 “딜러사업은 전시장과 서비스센터에 막대한 자금이 투입되고 투자수익률(ROI) 또한 낮기 때문에 어느 정도 자본력이 받혀주는 회사가 추진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말했다.현재 수입차 판매 사업에 적극적인 대기업은 코오롱과 효성이다. 섬유산업에 이어 수입차 시장에서도 라이벌로 급부상하고 있다. 코오롱은 이웅렬 그룹 회장이 외제차 수입자유화 직후인 1987년부터 BMW 차량 판매 사업에 나섰다. BMW 예찬론자로 알려져 있다. 코오롱글로벌은 BMW 딜러사 중 시장지배력 1위다. 효성에선 조석래 회장의 3형제가 모두 수입차 사업에 적극적이다. 최근 페라리와 마세라티 수입판매사를 인수해 코오롱과의 간격을 좁혔다. <상자 기사 참조>GS그룹은 센트럴모터스를 통해 렉서스를, GS엠비즈를 통해 폴크스바겐을 판매하고 있다. 2003년 설립된 센트럴모터스는 허만정 LG 공동창업자의 5남인 허완구 승산 회장의 장녀 허인영 승산레져 대표가 지분 18.67%를 보유해 최대주주로 있다. 허창수 GS그룹 회장과 GS그룹의 장손인 허준홍 GS칼텍스 상무도 각각 11.92%와 10.11%를 보유하고 있다. GS칼텍스가 99.89% 지분을 확보한 GS엠비즈는 수입차 판매 사업 외에 GS오토오아시스(차량 정비업)와 GS카넷(중고차 판매사업) 사업을 펼치고 있다.범 아주그룹 3세들도 수입차 업종에서 광폭 행보를 보이고 있다. 창업주 문태식 명예회장의 손자들이다. 아주그룹의 아주 네트웍스는 지난 2013년 3월 유케이 모터스가 반납한 재규어·랜드로버 강북·한남 지역 딜러권을 확보하면서 수입차 판매에 나섰고, 지난해에는 인천지역 딜러권도 얻었다. 올해 2월엔 볼보의 서울·수도권 지역 딜러사로 선정됐다. 아주그룹은 2011년부터 아주모터스를 통해 한국GM의 수도권 동부 권역과 제주지역 판매를 담당하고 있다. 수입차와 국산차를 동시에 판매하는 유일한 업체다. 아주그룹의 자동차 사업엔 문규영 회장의 외아들인 문윤회 아주모터스 이사가 참여하고 있다. 동생 기업인 신아주그룹의 문재영 회장도 자동차 사업에 열심이다. 상봉터미널 운영, 부동산 개발이 주력이지만 2012년 아우토플라츠를 세워 폴크스바겐 서울지역 딜러사로 합류했다. 문 회장의 아들인 문경회씨가 주도해 대표까지 맡았지만 지난해 경영에서 물러났다.
KCC정보통신·극동유화도 참여중견기업에선 KCC정보통신과 극동유화가 리더 격이다. KCC홀딩스의 자동차부문 계열사 KCC오토그룹은 2004년 혼다 딜러사로 시작해 10년 만에 메르세데스-벤츠·재규어·랜드로버·포르셰·혼다·닛산·인피니티 등 7개 브랜드로 영역을 확대했다. 보유 전시장만 20곳이 넘는다. 이주용 회장의 차남인 이상현 KCC오토 부회장이 책임지고 있다. 극동유화그룹은 지난해 수입차 시장 판매의 8%를 점유한 탄탄한 딜러사다. 포드·링컨 딜러사인 선인 자동차와 아우디 딜러사인 고진모터스에이어 지난해 선진모터스가 재규어·랜드로버 신규 딜러로 선정됐다. 수입차 판매 사업은 장홍선 극동유화그룹 회장의 장남인 장인우 대표가 이끌고 있다. <130쪽 기사 참조>부산에 연고를 둔 천일고속도 수입차 딜러사업에서 탄탄대로를 달리고 있다. 2008년 자회사 천일오토모빌을 통해 재규어·랜드로버 공식 딜러로 자동차 판매 사업을 시작했다. 천일고속 창업자인 박남수 회장의 장손 박치현 천일오토모빌 대표가 이끌고 있다. 재규어·랜드로버의 최대 딜러로, 지난해 매출 2123억원을 거뒀다. 덕분에 주식은 지난 한 해 115.40%나 상승했다. 천일 오토모빌은 최근 마세라티의 서울 서초와 대구 딜러로 선정됐다.화장품 제조업체인 참존도 수입차 판매를 하고 있다. 아우디 딜러인 참존모터스와 벤틀리 딜러인 참존오토모티브, 람보르기니 딜러인 참존임포트가 참존의 계열사다. 참존모터스와 참존임포터는 김광석 참존그룹 회장의 장남 김한균 대표가, 참존오토모티브는 차남 김한준 대표가 맡고 있다. 브랜드에서 알 수 있듯이 슈퍼카, 프리미엄 카 전문 딜러그룹으로서의 형태를 갖추고 있다. 여성의류 업체 크레송의 신봉기 대표도 지난해 영국 최고급 수제 스포츠카 브랜드인 애스톤마틴을 병행수입하는 크레송오토모티브를 설립했다. 고 신용관 크레송 회장의 장남으로, 2011년 신 회장의 별세로 크레송을 맡아 오고 있다. 그러나 최근 영국 애스톤마틴 본사가 기흥인터내셔널을 한국 내 공식 딜러로 선정하면서 상황이 난처해 졌다.이밖에 볼보자동차의 부산·경남딜러 아이언모터스 김민규 대표도 2세 경영인이다. 김용근 회장이 2013년 아들에게 경영권을 넘겼다. 지난해 문을 연 부산 해운대 볼보전 시장은 국내 볼보차 전시장 가운데 가장 큰 규모다. 일진그룹도 일진자동차를 통해 혼다를 판다. 허진규 일진그룹 회장의 차녀인 허승은씨와 그의 남편 김윤동 대표가 대주주다. 학습지를 만드는 교학사도 메르세데스-벤츠 자동차 공식딜러인 교학모터스의 지분 40%를 보유하고 있다. 양철우 회장의 자녀가 수입차 사업을 공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M&A로 덩치 급성장, ‘메가 딜러’ 출현하지만 수입차 판매업은 생각만큼 쉽지 않다. 통상 딜러는 판매와 함께 서비스 시설 투자도 요구되는데, 전시장과 서비스센터 구축비용이 만만치 않다. ‘강남에 제 건물 없이 딜러 하기 힘들다’는 말이 나올 정도다. 특히 임포터들이 영업활동 반경을 고려하지 않고 딜러 수를 늘리면서 딜러들 사이에 실적을 위해 ‘고무줄 할인’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때에 따라서는 인센티브 지급 분을 미리 할인에 녹여내기도 한다. 이 사이 수익은 줄고, 결국 누군가는 쓰러져야 끝나는 제로섬 게임이 펼쳐진다. 수입차단체 관계자는 “한국에 진출한 글로벌 IT기업이 현지화에 주력 하는데 반해 글로벌 자동차기업은 돈벌이에 급급하다”며 “2~3년 임기의 외국인 CEO는 금의환향을 꿈꾸며 단기성과에 급급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본사의 판매 압박이 지속되면 브랜드 자체는 물론 시장 전체의 질서도 무너질 수 있다는 경고다.애프터서비스에 대한 소비자들의 불만도 딜러사에겐 곤혹스럽다. 국산차에 비해 비싼 보험료와 수리비는 ‘혹 덩어리’처럼 따라붙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한 딜러사 대표는 “딜러사들이 서비스 공임을 높게 받는 것이 아니라 임포터가 들여오는 부품가격 자체가 상당히 비싸다”고 말했다. 그는 “독일차 브랜드의 경우 서비스 전체 비용 중 부품가격이 80% 수준”이라며 “딜러사가 서비스가격을 조절할 수 있는 여지가 많지 않은데도 가격 불만이 나오면 늘 딜러사들이 총알받이가 되고 있다”고 털어놓았다.이 때문에 딜러사들은 ‘메가 딜러’를 목표로 삼는다. 여러 수입차 브랜드를 한 회사에서 취급하는 것을 말한다. 미국의 대표적인 메가 딜러인 펜스케, 오토네이션 등은 지속적인 인수합병(M&A)을 통해 덩치를 키우면서 규모의 경제를 갖춰나가고 있다. 여러 수입차 브랜드를 취급할 경우 임포터와 협상력을 높이는 한편 각 계열사와 판매, 서비스 노하우를 공유하는 등 경쟁력 강화에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수입차업계 관계자는 “통상 임포터와 딜러사는 전형적인 ‘갑을 관계’”라며 “여러 브랜드를 취급할 경우 가격 협상 등에서 상대적으로 목소리를 키울 수 있다”고 설명했다.이를 위해 딜러사들은 지방 공략에 속도를 내고 있다. 지방에서의 수입차 판매량이 높아지며 전시장이나 서비스센터를 늘리고 있는 것. 또 일부 실적이 미진한 딜러사들이 내놓은 사업권에도 촉각을 세우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신규 딜러사 모집이 나오면 많은 딜러사들이 달려 들어 경쟁한다”며 “최근에는 딜러사가 전면에 나서 홍보를 강화하는 등 자사 이미지 메이킹 전략도 늘고 있다”고 전했다.- 조득진 포브스코리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