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와 부셰(Francois Boucher, 1703~1770)의 그림은 고상한 것에 대한 동경을 자극한다. 손을 댈 수도 없고 감히 다가설 수도 없도록 반들반들 윤이 나고, 바람에 날려 천천히 떨어지는 깃털처럼 가벼우면서도 우아한 것들 말이다. 부셰의 그림은 우리에게 평범한 현실과는 다른 차원의 아름다움에 흠씬 젖어볼 수 있게 해준다.
부셰는 루이 15세 통치 시절에 베르사유 궁에서 활약했던 궁정화가이다. 유럽에 가볼 기회가 없던 어린 시절에 서양의 궁정생활에 대해 풍부한 상상을 가능하게 해준 만화는 단연 ‘베르사유의 장미’였다. 단두대의 이슬로 사라진 왕과 왕비, 궁전에서 벌어지는 권력 다툼과 희생, 그리고 신분을 넘어선 애틋한 사랑 등 궁정비극의 진수를 보여준 고전만화라고 할 수 있다. 부셰는 프랑스 대혁명 직전, 그야말로 수려함에 있어 최고조를 띠었던 귀족문화를 그림으로 보여준다.
부셰를 18세기를 대표하는 대가로 선뜻 꼽는 이는 무척 드물다. 생전에 인정받지 못하다가 죽어서야 이름을 날리는 여느 화가들과는 반대로, 부셰는 살아있을 때 최고 영예의 자리를 누렸지만, 죽어서는 아예 잊혀져버렸다. 시민혁명의 역사가 궁정적인 취향을 더 이상 요구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왕이 죽으면 왕의 사랑을 듬뿍 받던 후궁이 갈 곳 없어지는 것처럼 부셰의 뛰어남도 평가되지 못한 채 그냥 파묻혔다. 몇 백 년이 지난 지금에서야 그의 예술세계가 재조명되고 있지만, 여전히 옛 명성을 회복하지는 못하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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