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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은행 해외 현지화 전략 

금융 한류, 현지화로 뚫는다 

김성숙 포브스코리아 기자
국내 은행들이 적극적으로 해외시장 개척에 나섰다. 해외 현지은행과의 M&A도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인도네시아에서 우리소다라은행이 공식 출범하는 등 국내 은행들의 해외진출은 그 어느 때보다 의욕적이다.

▎하나은행(은행장 김병호)은 베트남에 ‘호치민지점’을 개설, 중국, 홍콩, 싱가포르, 인도네시아, 베트남을 잇는 ‘아시안 비즈니스 벨트’를 구축하게 됐다.
2013년 11월, 금융위원회는 ‘금융업 경쟁력 강화방안’을 대대적으로 발표했다. 금융계 스스로 절박한 상황을 타계하고자 정부와 함께 머리를 맞댄 결과를 내놓은 자리였다. 이날 발표 내용은 금융지주사 회장단 간담회를 비롯, 무려 68차례 업계 회의를 거쳐 모아진 의견이었다. 그만큼 당시 금융계는 절박함이 컸다. 2008부터 이어진 저금리 저성장을 상황을 타개할 그 무엇이 필요했다.

그때 발표한 비전 중 하나가 ‘금융 한류’다. 역동성을 잃어버린 한국 시장에서 대안을 찾기보다는 과감하게 신시장과 신수익원을 찾아 나서겠다는 대안이었다. 업계는 규제 개선을 우선 주문했다. 정부도 이에 화답했다. 국내 은행이 지주회사 형태의 해외 현지 금융회사를 인수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그때부터다. 국내 은행들은 적극적으로 해외시장 개척에 나섰다. 해외 현지은행과의 M&A도 적극적으로 추진했다. 그로부터 1년 반이 지난 지금, 국내 은행의 해외 진출은 어디까지 왔을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아직 첫 단추를 끼운 단계다. 이보다 앞서 해외에 진출한 은행 중에서는 조금씩 결실을 맺고 있지만 갈 길은 아직 멀다.

동남아에 점포내는 국내 은행들

국내 은행들은 가장 먼저, 동남아 시장의 문을 두드렸다. 이들 지역의 경제 성장률은 4~6%로 높은 편이고 은행의 주 수익원인 예대마진도 국내에 비하면 월등히 높은 편이다. 철저한 현지화를 통해 안정적인 수익률을 확보한다는 목표로 속속들이 진출했다. 국내 은행들은 지금까지 한국 기업을 따라 해외로 진출하는 소극적인 방식이었다. 하지만 최근에는 해외 현지은행과의 M&A를 통해 적극적으로 현지인을 대상으로 사업을 확대하고 있다. 성장이 있는 곳에 성과가 있기 때문이다.

가시적인 움직임은 인도네시아에서 들려오기 시작했다. 올초 인도네시아발 국내 은행과 현지 은행의 M&A 소식이 한국에 속속 도착했다. 지난 2월 공식 출범한 우리소다라은행은 인도네시아 상장은행인 소다라은행과 M&A를 마무리했다. 이로써 우리소다라은행은 인도네시아에 119개 지점, 1400여명의 직원을 둔 16억달러 규모의 은행으로 탄생했고, 앞으로 우리은행의 인도네시아 현지화 전략은 가시적인 성과로 이어질 전망이다. 우리소다라은행은 올해만도 10개 지점을 추가로 신설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신한은행도 2년 4개월 만에 인도네시아 금융당국으로부터 현지 은행인 뱅크메트로익스프레스 인수를 승인을 받았다. 이에 앞서 하나은행이 외환은행과 법인을 통합하여 규모를 키웠다. 기업은행도 지난해 자카르타 사무소를 개소하는 등 인도네시아 진출에 신호탄을 쏘아올렸다.

11개 국내 은행이 진출한 베트남은 국내 은행이 추진한 현지화 전략의 성과가 나타나고 있는 지역이다. 특히, 신한은행이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베트남에 진출한 외국계 은행 중에서 베트남신한은행이 순이익 2위를 기록하며 1위인 HSBC를 바짝 뒤쫓고 있다. 총자산이 37억6600만 달러인 HSBC를 총자산 18억7000만달러인 신한베트남은행이 당기순이익 100만달러 차이로 추격 중이다. 특히 신한베트남은행은 매년 20% 가량 순이익이 증가할 정도로 최근 성장세가 가파르다. 하나은행도 2007년 호치민에 사무소로 첫 진출한 이래 올해 지점을 설립했다. 우리은행은 베트남 지점을 법인을 전환하기 위해 절차를 밟고 있는 중이다.

금융감독원이 지난 4월에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국내 은행이 해외 시장에서 기록한 당기순이익은 6억3000달러로 2013년에 비해 52.7%가 증가했다. 당기순이익이 높은 지역은 중국과 홍콩 싱가포르 등 국내 은행이 활발하게 진출한 아시아 지역이었다. 이자이익이 2013년 대비 12.6% 증가하였고 유가증권관련 이익 등 비이자이익이 6.2% 증가했다.

이러한 성과에 기반, 은행마다 해외사업이 전체사업에서 차지하는 비중을 높이고 있다. 신한은행은 해외진출 30년 만에 최초로 당기순이익 1억달러를 돌파, 전체 손익의 8.74% 차지했다. 2010년 말 3%이던 손익비중이 2013년에 6.5%로 증가했다. 신한은행은 올해는 전체 수익의 10%까지 끌어올리겠다는 계획이다. 하나금융도 20%까지 끌어올리겠다고 밝혔다.

해외 진출의 핵심은 현지화 전략이라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이는 시티은행이 우리나라에 진출한 역사에서도 알 수 있다. 시티은행은 1967년 한국에 첫 진출하여 국내 최초로 프라이빗 뱅킹 업무를 시작했고, 24시간 ATM 서비스와 인터넷 뱅킹 서비스도 국내 최초로 시도하며 선진 금융 서비스를 국내에 소개했다. 한국에 진출한 지 37년 만에 한미은행과의 합병을 단행했고 이때부터 한국인 법인장이 임명됐다. 현지에 진출하여 현지 문화에 적응하는 과정을 거쳐 현지 은행과 인수합병을 통해 현지에 안착한 것을 알 수 있다.

현지 전문인력 확보가 핵심과제


국내 은행들도 비슷하다. 해외에 진출하는 기업을 따라 사무소나 지점을 개설하고 이후 법인 전환이나 현지 M&A를 통해 본격적으로 현지화를 추진하고 있다. 현지 직원의 채용 비율도 높이고 있다. 국내 은행들이 해외에 설립한 법인은 2014년 말 현재, 총 45개. 외환 하나은행이 독일이나 러시아를 비롯해 11개 현지 법인을 세웠고, 신한은행은 베트남 카자흐스탄 등 9군데, 우리은행은 인도네시아 등 8군데에 현지 법인을 두고 있다.

손태승 우리은행 글로벌사업본부 부행장은 “본행 차원에서 글로벌 인재를 양성하는 등의 힘을 실어주고, 현지 전문인력을 확보하는 것이 핵심입니다. 시간이 필요한 일이죠.” 현지화 전략에서 ‘전문인’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이후 현지인의 소비 행태, 영업관행, 감독 당국의 관행 등을 파악, 현지화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말했다.

현지화 전략에 큰 걸음을 내딛고 있는 국내 은행들. 도전을 두려워하지 않고 실패로부터 배운다는 자세만 갖춘다면 ‘금융 한류’도 불가능한 일은 아닐 것이다.

- 김성숙 포브스코리아 기자

201506호 (2015.05.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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