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fe

명화 속 음식 이야기(6) 

칠면조구이는 풍요와 사랑의 상징 

이주은 건국대학교 문화콘텐츠학과 교수
전후 미국인들의 풍성한 저녁 식탁을 책임졌던 칠면조구이는 조상에 대한 감사와 가족의 사랑을 상징하던 요리였다.
미국에서 닭은 귀하고 세련된 것과 관련 없는 존재다. 일상적이고 평범하고 흔해빠진, 심지어 진부한 것이 닭이다. 미국에서 어떤 사람에게 ‘chicken’이라고 부르면 ‘촌닭’이라는 뜻에 다름 아니다. 새고기 요리 중에서 귀족들의 연회에 올라가는 사치스러운 것은 공작이나 백조로 만든 파이인데, 보통은 테이블 가운데에 박제된 공작이나 백조 장식을 곁들여서 그 고기가 무엇인지 밝히곤 한다. 여럿이 나누어 먹는 요리가 아니라, 개별 요리로 제공되는 새고기는 메추라기 요리다. 이런 고급 새고기들의 서민 버전이 바로 닭고기다.

아일랜드 태생의 미국화가 윌리엄 하넷(William Michael Harnett, 1848~1892)이 눈속임기법으로 진짜와 똑같이 그린, 털이 제거되어 문에 거꾸로 매달린 닭고기에도 서민적인 정서가 엿보인다. 냉장고가 없던 시절에는 고기의 면이 바닥에 닿지 않도록 실에 매달아 보관했다. 덕분에 공기 중에서 자연스럽게 건조 숙성되어 고기가 더 맛있어지지 않았나 싶다. 이는 사냥터에서 잡은 동물을 자랑스럽게 문고리에 매달아 두던 습관에서 비롯된 것이기도 하다.

당시에는 집집마다 문에 매달아 놓은 고기만 봐도 그 집의 메뉴를 대충 짐작할 수가 있었다. 그림의 제목인 ‘일요일 저녁식사를 위한 것’에서 알 수 있듯, 닭고기는 일요일 저녁 식탁 앞에 모이는 가족을 위한 특별한 메뉴다. 교회에 다녀온 날이니 평소보다 길게 감사기도를 드릴 것이고, 서로를 축복하는 덕담을 나눌 것이다. 하지만 여럿이 나누어 먹기에 닭고기 한 마리는 턱없이 부족한 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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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06호 (2015.05.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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