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fe

김준휘 레몬테이블코리아 대표 

농사짓는 마음으로 밥집하겠다는 분 어디 없나요? 

글 김성숙 포브스코리아 기자·사진 오상민 기자
유기농 식재료를 가맹점에 제공하며 직접 유기농 농사까지 짓는 프랜차이즈 사장. 김준휘 레몬테이블코리아 대표가 시작한 ‘밥집 카페’는 2년 만에 전국에 48개 가맹점이 생길 정도로 성장했다.

▎일본의 ‘와타미’처럼 세계로 진출하는 브랜드를 만들고 싶다는 김준휘 대표는 보통 프랜차이즈 업체와 다른 전략으로 고객의 신뢰를 얻고 있다(사진 제일 오른쪽).
남도의 풍광좋은 고장인 담양군 수북면 황금리 농촌 들녘에 있는 레몬테이블 본사. 서울에서 약 292km 떨어진 곳, 용산역에서 KTX를 타고 광주송정역에 도착하는데 걸린 시간은 1시간 50분. 다시 자동차로 담양 본사까지 20분을 달려 도착했다. 호남선 KTX 개통 전보다 2시간 단축된 시간이다.

연두색과 진한 자주색으로 외관을 곱게 단장한 비닐하우스 크기의 아담한 단층 건물이 나타났다. 바로 유기농 식자재 레스토랑 프랜차이즈인 레몬테이블코리아 본사다. 상상대장으로 불러달라는 김준휘 대표의 방에 들어서니 통 유리창 너머로 1만㎡, 약 3천 평 넓이에 세워진 비닐하우스와 사무실 마당이 훤히 내다보인다.

밥집이자 카페를 표방하는 레몬테이블코리아는 가맹점 사업을 시작한지 5년 된 프랜차이즈 외식업체로, 전국에 39개 가맹점과 3개의 직영점을 운영 중이다. 햄버거, 스파게티, 피자를 주 메뉴로 커피까지 제공하는 ‘카페레몬테이블’은 ‘엄마’ 고객의 충성도가 높다. 지난해 본사 매출은 28억원, 직영점인 상무점은 10억원 정도로 큰 규모는 아니다. 김준휘 대표는 규모를 늘리는 것보다 ‘백년 밥집’의 가치를 만드는데 더 많은 노력을 기울인다. 그는 매장 간 거리를 고려해 “광주에는 25개 이상, 전국에 250개 이상은 개점하지 않는다”는 원칙을 세웠다. 일본의 ‘와타미’처럼 세계로 진출하는 브랜드를 만들고 싶은 그는 무엇보다 고객과 ‘신뢰’를 소중하게 여긴다.

2004년 생과일 주스 전문점 중국 상해지사장으로 나갔을 때다. “난징루에 입점한 스타벅스를 비롯한 미국 일본 대만 브랜드들은 가맹비로 우리 돈, 3천만원 정도를 받더라고요. 그 당시 저희 브랜드는 천만원 정도의 가맹비를 받았던 때입니다.” 그것을 보고 해외에서도 인정받는 브랜드를 만들어 제대로 된 가치를 인정받겠다는 꿈이 생겼다.

김 대표의 그 꿈은 2008년, 광주광역시 금남로에서 구체화된다. 서울에서 유행하던 홍차를 주력 메뉴로 개점한 것. 하지만 그의 꿈은 보기 좋게 고객에게 외면당하고 만다. 하지만 포기하지 않고 발 빠르게 ‘밥 먹는 카페’로 콘셉트를 바꾸었다. 다행히 직장인들 사이에 입소문이 퍼져나갔다. 너도 나도 그 밥집 한번 해보겠다는 문의가 잇따르자 2010년부터 프랜차이즈로 확장했다. 1년 만에 광주지역에 25개 지점이 생겨날 정도로 성장했다.

손님 몰고 다니는 남자


그는 일찍부터 장사 수완이 뛰어난 사람이었다.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어머니를 도와 인천에서 식당 일을 배우기 시작했는데 신기하게 그가 가는 곳마다 손님이 몰렸다. 서글서글한 인상에 친절한 그는 고객의 마음을 읽는 능력을 지녔던 것이다. 그를 탐내는 주변 사람들이 많았다. 그러던 중 생과일 전문점을 차린 사장의 눈에 띄어 1998년, 지금으로부터 17년 전에 생과일 주스 전문점 사업에 뛰어들었다. 김준휘 대표가 낸 2호점이 한 달 만에 1호점 매출을 따라잡았다. 물론 운만 따른 것은 아니다. 몸무게가 14kg이 빠질 정도로 영업 현장을 누볐음은 물론이다. 아침 일찍 가맹점에 물품을 배달하고 오후에는 가맹점 상담, 저녁에는 매장 관리까지 누가 시키지 않았지만 신들린 것처럼 해냈다. 그렇게 10년 동안 프랜차이즈 사업에 푹 빠졌다. 프랜차이즈 1세대인 그는 생산, 유통, 서비스, 인테리어, 영업, 마케팅까지 직접 만들고 틀을 짰다. 레몬테이블이 짧은 시간에 전국적으로 성장할 수 있었던 힘도 그때 몸으로 익힌 노하우 덕이다.


“백 년 밥집 프로젝트는 ‘건강한 식재료’가 핵심”이라고 그는 말했다. 담양 농장의 비닐하우스에서 귀하게 자란 유기농 채소는 가맹점에 마진없이 원가로 공급된다. 적상추, 쌈추, 치커리, 청경채, 적근대 등 샐러드용 채소는 일주일에 세 번, 2kg 박스 60~70개에 포장돼 가맹점에 배달된다. 이들 채소들은 유기농 명인이라 부르는 김상식 두리농장 대표의 농사법을 따른다. 화학비료나 농약은 물론이고 성장촉진제를 사용하지 않는다. 거름은 자연퇴비로 만들고 해충은천적과 함께 은행잎 같은 천연 방제제를 이용하여 방지한다. 비옥한 땅을 만들고자 휴지기를 두고, 당귀나 계피, 감초 등의 한방영양제를 뿌려준다. 윤기 있고, 감칠맛 나는 건강한 채소가 ‘엄마’ 고객의 입맛을 사로잡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이었다.

유기농 채소 알아주는 ‘엄마’ 고객


레몬테이블의 색다른 경영은 디자인 콘셉트로 이어진다. 김준휘 대표가 창업 당시 제일 먼저 구한 직원이 디자이너였을 만큼 김 대표는 디자인을 중요하게 생각한다. 본사 직원 30명 중에 5명이 디자이너다. 고객을 왕으로 모시겠다는 의미의 왕관 시그니처도, 담양 본사의 외벽에 그려놓은 무당벌레 그림도, 가맹점으로 가는 채소 박스도 레몬테이블만의 브랜드를 만드는 이미지다. “유럽의 농부들은 트랙터에 올라가 있어도 멋지지 않아요? 기왕에 짓는 농사라면 멋스러운 복장으로 일했으면 좋겠어요.” 김 대표는 농장 직원들이 입을 옷도 제작 중이다. 가맹점마다 각기 다른 인테리어 방향을 설정한 것도 디자이너의 중요한 업무 중 하나다.

레몬테이블 사업에 참여하는 것도 쉽지만은 않다. 가맹점을 내기까지는 까다로운 과정을 거쳐야 한다. 가맹점 수를 늘리는데 주력하는 보통 프랜차이즈 업체와 달리 가맹점주가 되려면 3개월의 교육 과정을 이수해야 한다. 자신은 힘든 일을 하지 않고 직원만 두고 카운터만 보겠다는 점주는 사절이다. 농사짓는 마음으로 밥집을 하겠다는 사람을 환영한다. 농장에서 식재료를 직접 기르는 교육에 한 달, 주방에서 직접 요리하며 한 달, 나머지 한 달은 매장에서 고객의 요구를 응대해야 한다. 김 대표는 뜨거운 볕에서 고생하며 유기농 채소를 키워봐야 고객에게 그 가치를 전할 수 있다고 믿는다. 쉽게 열고 문 닫는 프랜차이즈 이미지로는 오래가지 못한다는 것을 그는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그의 꿈은 현재 진행형이다. 레몬테이블 본사가 자리잡은 담양 황금리 일대는 젊은 농사꾼들로 활기가 더해졌다. 또 다른 직영점인 ‘낭만 속 공작소’, ‘황금리 브런치’에서 새로운 브랜드 개발은 계속되고 있다. 그러고보면 ‘창업’과 ‘창조경제’가 도시 사무실에만 있는 것은 아니다.

- 글 김성숙 포브스코리아 기자·사진 오상민 기자




201506호 (2015.05.23)
목차보기
  • 금주의 베스트 기사
이전 1 / 2 다음